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소설집 "사뭇 강펀치" ,"월영 시장", "드롭, 드롭, 드롭" 장편소설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내가 너에게 가면", "소녀들은 참지 않아",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열일곱의 사계",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등이 있습니다. 그럼, 신작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을 보겠습니다.



연극계에선 가장 알아주는 A 대학에서 만난 아름과 소을은 졸업하고 30살이 된 지금도 친하게 지냅니다. 아람은 자신의 생일에 함께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은 채 소을의 집에서 깨어났습니다. 전날 아람이 사는 빌라 건물이 전세사기를 당했으며, 아람은 술에 취한 채 자신은 월세 안 내도 되니 좋다고 단체 채팅방에 술주정을 했답니다. 전세 보증금이 필요한 빌라 세입자는 이 말에 격분해 아람이 사는 지하방 앞에 방화를 했고 그녀의 집만 탔습니다. 아람은 소을의 집에서 한 달 내내 얹혀 지냈는데, 소을이 갈수록 치사하게 굽니다. 얼굴 보고 말을 하자는 생각에 아람은 소을을 기다리는데, 낯선 남자가 들어오며 오지 여행 유튜버이자 소을의 남자친구 김석원이랍니다. 그동안 소을이 가난하며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했는데,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며 석원이 말했고 함께 소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밤새 들어오지 않았고, 다음 날 관리인과 청소부가 지하 창고에 소을이 죽어 있다고 말합니다. '구아람'이란 이름을 쓴 채로요. 청소원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의뢰비 1000만 원 주면 신고하지 않고 정리하겠다며 말합니다.

청소부 형근은 허세만 가득 찬 인물로 부모의 등쌀에 구인광고로 청소부 일을 합니다. 업주와 형근은 함께 일을 시작했고 첫날부터 사체를 발견합니다. 업주는 주로 망자의 내막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건물의 관리인들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건물에서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아 업주를 환영했습니다. 그렇게 관리할 곳이 많아지니 업주는 직원이 필요했고, 형근은 비법을 전수받고 업주를 신고합니다. 형근은 청소를 못했지만 청소 일을 배우긴 싫었고, 이중, 삼중, 사중으로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거리가 없는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아빠의 골프 모임 친구 아들 석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람은 의뢰비를 줄지, 형근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지, 여자친구가 죽은 석원은 어떻게 나올지, 자세한 이야기는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에서 확인하세요.




어째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죄다 나쁜 사람인지,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 같아서 다 읽고 나면 씁쓸한 기분만 남아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작가가 독자들에게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합니다. '착한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은 맺은 것은 어릴 때 보던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 않습니다. 동물의 세계의 새끼들도 생존을 위해 배우지 않아도 몸에서 나오듯, 아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름의 처세를 터득합니다. 그렇기에 착하기만 한 주인공은 호구 잡히기 십상이고, 권선징악도 옛날 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경제적 여유에서 배려가 나온다는 요즘 말처럼, 생활이 힘들면 마음도 좁아듭니다. 당장 내가 급한데 남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은 착한 사마리아인은 없다고 말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겐 싫거나 미워하거나 증오할 대상이며, 사람들 마음속엔 많든 적든 악의가 있습니다. 그런 악의를 적절하게 해소해 악의에 휩싸인 채 살아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어릴 때 '저런 사람이 되지는 말자'며 보았던 저런 사람이 내가 된 건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저자의 다음 작품에선 어떤 불편한 진실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타인과 사회를 위해 발언하고 희생하는 행위를
쉬이 저지를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희생이 결국은
자신에게 유리해질 길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확신의 기저에는 결국 돈이 있었다…….
p. 2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68년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1997년 "최후의 아들"로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2년 "퍼레이드"로 제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파크 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2007년 "악인"으로 제34회 오사라기지로상과 제61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2010년 "요노스케 이야기"로 제2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의 작품으로 "분노", "동경만경", "원숭이와 게의 전쟁" 등 다수가 있으며, 여전히 문학가로서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국보 : 상>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타치바나 키쿠오는 야쿠자 두목 곤고로의 아들로 신년회에서 가부키를 공연했고, 열렬한 환호를 받습니다. 타치바나파의 라이벌 야쿠자 미야지파가 쳐들어와서 혼란한 틈에 곤고로가 믿었던 츠지무라가 배신해 그를 죽였습니다. 이 싸움이 전국에 보도되어 타치바나파도 혼란이 생겼고, 아이코회 사장 츠지무라 마사키가 이 혼란을 정리하면서 타치바나파를 흡수합니다. 토목건축업계로 진출한 미야지파의 회장이 아동도서관 건설에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키쿠오의 고등학교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는데, 단상 앞에 선 그를 향해 키쿠오가 칼을 들고 달려듭니다. 다행히 회장은 치명상을 입지 않았고, 키쿠오를 나가사키에서 쫓아내는 대신에 이 사건을 덮습니다. 츠지무라는 사건이 있던 신년회 때 참석한 오사카의 인기 가부키 배우, 2대손 하나이 한지로에게 키쿠오를 부탁했고, 키쿠오는 의형제 토쿠지와 함께합니다.

키쿠오는 하나이 한지로의 후처 사치코, 키쿠오와 동갑인 외동아들 오가키 슌스케와 함께 살며 가부키에 필요한 교습을 받습니다. 가부키의 세계에 매료된 키쿠오는 완벽한 연기와 춤, 무대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 또 연습을 합니다. 그러다 스승 한지로는 교통사고로 무대에 서지 못하고, 그를 대신할 사람으로 아들이 아닌 키쿠오를 택합니다.

키쿠오와 그가 연기할 가부키 무대는 어떻게 될지, 자세한 이야기는 <국보 : 상>에서 확인하세요.




한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를 그린 <국보 : 상>은 2019년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과 '중앙공론문예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일본에서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입니다. 또한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원작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주류에서 한발 밀려난 '가부키'를 소재로 다뤘습니다. 가부키는 17세기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통 연극으로, 노래·춤·연기가 가미되어 에도 시대 대표적 유흥거리였으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모든 출연자는 남성이며, 화려한 의상과 독특한 배우의 화장이 상징입니다. 주인공 키쿠오는 야쿠자 두목의 아들로 10대 때 아버지가 죽고 복수를 하려다 실패해서 가부키 배우에게 맡겨집니다. 2대손 하나이 한지로에게 수업을 받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실히 연습을 합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습명'은 선대의 이름을 혈족의 후계자가 물려받는 것인데, 선대의 이름뿐 아니라 가부키에서 그가 주로 맡았던 역할도 물려받습니다. 혈족의 후계자 슌스케 대신 키쿠오가 스승의 이름을 물려받으며 갈등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완벽한 무대를 향한 집념으로 어떤 배역이든지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고 무대에 서는 키쿠오를 좌절시키는 일은 번번이 일어납니다. 10대에서 20대 후반의 키쿠오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주변으로 밀려난 가부키 배우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완벽한 무대를 위해 한 장면을 수없이 연습하는 키쿠오에게서 일반인과는 다른 예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앞에 펼쳐진 고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다음 권이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90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호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으며, 학내 SF·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첫 소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가 제3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고, 유명 추리작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2014년 출간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2015년 출간된 "도쿄 결합 인간"이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2016년 출간된 "잘 자, 인명창"이 제1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2019년 출간된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가 2020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5위, 2020년에 출간된 "명탐정의 창자"가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에 오르는 등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최초의 사건'은 명탐정이 되기로 결심한 내가 친구의 소풍비 도난 범인을 찾기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3단으로 접힌 납부 봉투를 꺼내며 선생님께 소풍비를 전한 전어는 그 안에 든 것이 학교 소식지여서 놀랍니다. 전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2일 뒤 점심시간에 추리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전학 온 숀의 지적으로 나의 추리는 엉망이 됩니다.

두 번째 '큰 손의 악마'는 2030년 몽골에 출현한 거대한 팬파이프 같은 모양의 구조물에서 근처 투바족 사냥꾼 8명이 납치되었다가 8일 만에 풀려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고차원 생명체를 자처하는 뿔 달린 존재는 지구를 16개 구역으로 나눠 공격 가능 여부를 판정한답니다. 판정을 위해 각 구역마다 인류 64개체를 샘플로 수집해 32일간 비행선에서 생활하며 지능 측정을 받게 합니다. 지능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구역에 대한 공격은 중단되지만, 기준치 이하일 경우 즉시 공격을 실시한답니다.

내가 명탐정이 될 수 있을지, 고차원 생명체는 지구를 멸망시킬지, 세 편의 다른 이야기도 <나는 괴이 너는 괴물>에서 확인하세요.




출간된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 오는 저자는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오르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이후 발표된 <나는 괴이 너는 괴물>도 2025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에 올라 또 하나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3년부터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로서,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어떤 내용으로 새로움을 줄까 하는 궁금함에 살펴보게 됩니다. 시라이 도모유키만의 독특한 세계관에 읽을수록 빠져들게 되지요. <나는 괴이 너는 괴물>에서도 그 매력이 넘쳐흐릅니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책은 시대도, 등장인물도, 전개 방식도, 살인방법 또한 다릅니다. 명탐정을 꿈꾸는 초등학생 소년과 라이벌, 외계 생명체에게 멸망될 지구를 구할 범죄자, 유령과 유녀의 공조 수사, 수만 년이 지나 밝혀지는 악의, 예언이 진짜인지를 밝혀내는 그날의 진실까지, 미스터리 단편마다 맛이 다 달라 읽을수록 새롭고 감탄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띠지에 적힌 '이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란 말이 백 프로 공감이 갑니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추리하는 부분에서 바로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될 땐 물음표였다가 이야기가 끝날 땐 느낌표로 바꿔버리는 저자의 상상력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책 제목과 단편 내용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외계 생명, 유령처럼 괴이한 것보다 인간이 괴물이라는 의미라고 짐작하며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89년 일본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문화구상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13년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남성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기록됐고, 2014년 "세계지도의 초안"으로 제29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21년에 출간한 "정욕"은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저서로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다시 한번 태어나다", "꿈의 무대, 부도칸", "시간을 달리는 여유" 등이 있습니다. 그럼, 또 한 번의 문제작 <생식기>를 보겠습니다.



화자 '나'가 관찰하는 다쓰야 쇼세이는 32살 남성 회사원으로, 철들 무렵에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자각했습니다. 어릴 때의 쇼세이는 주위 남자의 말투와 행동을 관찰하고 자신에게서 배어 나오는 여성 같은 분위기를 없애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공동체에서의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그는 가전 회사의 총무부 총무과에서 일하며 독신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철저히 숨긴 채 살아갑니다. 일본에는 국교가 없지만 그냥 그런 분위기로 정해지는 공동체의 규칙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목표를 촉진하는 것이 선이며, 반대로 공동체의 목표를 저해하는 것을 악으로 판단합니다. 공동체의 목표는 균형, 유지, 확대, 발전, 성장을 대부분 지향하기에, 동성애는 공동체의 축소를 의미하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추방된다고 생각하고 이해한 쇼세이는 그 규칙에 얌전히 따랐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감각이라는 커다란 매트를 다 같이 옮길 때, 그 매트가 무엇이든 어찌 되는 상관없고, 그 진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판단, 결단, 선택, 선도를 담당하는 위치에 서지 않으며 그저 손을 얹기는 하나 절대 힘을 주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체계화된 '온전함'을 획득한 쇼세이를 계속 관찰하는 화자 '나'는 누구인지, 쇼세이는 온전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생식기>에서 확인하세요.




<생식기>는 제목부터, 전개방법까지 특이함을 넘어 특별함을 줍니다. 생식(生殖)은 생물이 자기와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하며, 흔히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으로 나뉜다고 교과서에서 배울 때 등장하는 그 단어입니다. 이 책은 32살 독신 남성 다쓰야 쇼세이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화자 '나'의 기록(記)입니다.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쇼세이가 어릴 때부터 그 다름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행동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법으로 규정되지 않지만 누구나 인식하고 따르는 공동체의 규칙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공동체의 규칙이 너무나 확고해서 그 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사회적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다양성'이란 말로 규칙도 엄격하지 않고 대놓고 질타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여전합니다.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화자가 설명하고 생각하는 것을 읽다 보면 이런 것들이 목숨이 위태롭지 않는 지금의 환경에서 인간 특유의 지능과 사고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공동체의 규칙', 혹은 '그냥 그런 분위기'에 얽매이다 보니 모두가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없고,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몸과 정신에 병이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욕"이후 또 한 번 생각의 틀을 깬 <생식기>의 여운을 느끼며, 저자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틀을 깰 것인지 기대됩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
그것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중략)
인간의 경우, 같은 종의 개체라도
어떤 [온전함]을 쌓아 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사는군요.
p. 26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사판정위원회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스타 @healing_seojae 서평단 책입니다.



대중가요 작사가로 데뷔한 방지언 저자는 이후 주간지 칼럼니스트와 SBS 드라마국 기획 작가를 거쳐 청강대 만화웹툰스쿨 초빙교수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드라마 제작사에서 드라마 편성 준비 중입니다. 웹드라마 '옐로우'로 데뷔한 방유정 저자는 여러 편의 웹드라마와 JTBC 드라마를 집필했습니다. 현재 드라마 제작사에서 드라마 편성 준비 중입니다. 그럼, 드라마작가 자매가 쓴 <뇌사판정위원회>를 보겠습니다.



명진의료원 신경외과 부과장 차상혁는 뇌종양센터를 이끌고 있으며 연간 200회 이상의 뇌 수술을 집도합니다. 특히 두개저 수술에 있어서는 세계적 권위자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완벽주의자 그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고, 병원 이사장 이준모의 외동딸 이한나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원장이자 신경외과 과장 오기태는 차상혁 교수의 스승이자 은인이며, 그를 유일하게 긴장시키는 인물입니다. 한 달 뒤 경기도의 신도시에 신설된 공공의료병원 원장에 취임하기로 예정된 오기태는 차상혁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오기태가 차상혁에게 더 이상 자신을 실망시키지 말고 자수하라며 3년 전 김미연 환자의 EEG 기록지를 보여줍니다. 그날 응급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옮겨간 김미연과 이미연, 공교롭게도 비슷한 나이, 비슷한 이름을 가진 환자들이었습니다. 차상혁은 고난도의 수술 두 건을 연달아 하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비몽사몽간에 이미연 환자에게 갈 뇌사 진단을 김미연 환자에게 내렸습니다. 몇 시간 뒤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 이미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뇌사 판정을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실수를 바로잡지 않았고 담당 간호사를 불러 회유하고 위협해 입을 막았고, 환자 관련 자료도 모두 폐기했습니다. 그랬는데 3년이 지난 오늘, 스승의 손에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오기태는 자수하지 않으면 자신이 신고하겠다고 일갈하고 식당을 나섰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차를 차상혁이 맹렬한 속도로 들이박았습니다. 오기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고, 차상혁은 문제의 파일과 블랙박스를 챙기고 떠납니다. 오기태는 한참 뒤에 발견되어 명진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차상혁은 그동안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신경의가 수술했으나 오기태는 뇌사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제 뇌사판정위원회가 열립니다.

뇌사판정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석한 차상혁과 다른 위원들의 이야기는 <뇌사판정위원회>에서 확인하세요.




어떤 경쟁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기고야 마는 승부사, 빈틈없는 논리와 매혹적인 카리스마로 상대방의 심리를 거리낌 없이 조종하는 권력가 신경외과 부과장 차상혁은 과장 오기태가 자신의 의료과실 증거를 내밀며 자수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를 차로 세게 박습니다. 오기태는 수술을 받지만 뇌사 상태가 되고, 뇌사판정위원회가 열립니다. 위원장으로 병원장 심정섭, 산부인 과장 한주희, 법무법인 가람의 대표 번호사 장승수, 신경외과 중환자실 병동 수간호사 이하얀, 입원한 미카일 신부를 대신해 한남동성당 보좌신부 안드레아, 신경외과 전문의로 차상혁까지 6명이 위원들입니다. 뇌사판정위원회는 전문의 2명 이상과 비의료인 위원 1명 이상을 포함하여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한 상태에서 출석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 있을 경우에만 뇌사가 인정됩니다. 따라서 한두 명 빠져도 위원회는 성립될 수 있지만, 단 한 표라도 반대표가 나오면 뇌사 판정은 무효가 되고, 대상 환자는 자동으로 연명 치료로 전환되게 됩니다. 만장일치로 뇌사 판정을 마무리 짓고, 자신의 죄악에서 벗어나려고 상혁은 여러 일을 벌입니다.

<뇌사판정위원회>는 2월 11일 오전부터 2월 15일 오전까지, 며칠간의 일을 긴박하게 전개합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편의 드라마 혹은 영화가 떠올랐고, 저자의 드라마작가의 이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 마냥 고귀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간호사들, 의사들, 병원장, 이사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구도와 이권 싸움이 이렇게 치열한지 몰랐습니다. 그들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당하게, 혹은 정당하지 않게 싸우고 있었고, 양심과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습이 투영됩니다. 한 번 눈감아주면 그다음은 어렵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 번을 직면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 한 번이 생명과 맞닿아 있는 병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히 사건을 쫓는 소설이 아니라 사명과 양심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인간 본질을 파헤치는 소설입니다.



반칙은 반칙으로, 불법은 불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딱 한 번 반칙과 불법에 발을 디디면
딱 그만큼 윤리의 저울추도 기울게 된다.
딱 한 번은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어둠의 흙탕물에 흠뻑 젖고 말 것이다.
p. 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