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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걱정인 요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요.
바이러스는 감기부터 시작해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평소엔 크게 상관하지 않고 지내죠.
그렇지만 인간보다 더 먼저 나타났고, 미래에도 살아남을 바이러스와 세균,
그들의 이야기를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인간은 지구의 나이에 비해 극히 짧은 시간에 나타난 생물입니다.
거기에 짧은 시간만을 살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이 기나긴 세월 속에 그 짧은 삶이란 것이 왜 있어서,
따지고 보면 그 반짝하는 짧은 시간 동안 태어나서 자라나고 웃고 울고
애쓰고 안타까워하고 즐거워하고 감격하는 일을 겪는 걸까요?
그런데 우리가 도대체 왜 사는가에 대해서
좀 다른 방식으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왜 사는가'가 아니라
'어쩌다가 삶이란 것을 살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사람이 사는 이유는 '일단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고 해야 합니다.
그러고보면 사람이 태어난 것은 조상이 자식을 남겼기 때문이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이 생물이 가진 본능입니다. 그래서 살게 됩니다.
즉 우리가 살려고 하는 것은, 먼 옛날 생명이란 것이 나타나 자손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 지구라는 행성에 어쩌다가 생명체가 생겨났고,
그 생명체가 후손을 남기며 살고자 하는 습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것,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것,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결국 따지고 보면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이어진 생명의 습성입니다.
그래서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엔 지구에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살펴봅니다.
먼저 복잡한 생물이 나타나기 전에 지구는 세균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작은 생물이 있었습니다.
세균은 40억 년쯤 전에 세상에 나타났으며 지구 전체를 뒤덮었고,
지금까지도 온갖 곳에 속속들이 퍼져있습니다.
이렇게 세균이라는 생물이 세상에 있다는 것조차도
3백여 년 전에 사람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안경과 렌즈 덕분이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속에 대장균을 데리고 삽니다.
대장균은 사람뿐만 아니라 포유동물 대부분의 대장 속에도 살고 있는데,
비타민 K나 비타민 B12처럼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만드는 것을 도우며
사람에게 이로운 역할을 합니다.
대다수 대장균은 사람 배 속에 있는 음식을 먹으며 평화롭게 지내면서
다른 세균이 자신이 사는 사람 몸에 함부로 살지 못하게 쫓아내는 경비원 역할을 합니다.
대장균은 자기 몸을 동일하게 둘로 나누는 방식으로 새끼를 칩니다.
사람은 성장해 자식을 낳기까지 족히 20~30년은 걸리지만,
고작 30분 만에 새끼를 치는 대장균은 대단히 빠르고 짧은 삶을 사는 생물처럼 느껴지지요.
그런데 대장균이 둘로 나뉘었을 때 어떤 것이 부모이고 어떤 것이 새끼인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둘은 거의 똑같은 상태로 쪼개지며, 크기가 작아져
이전보다 어려 보이는 두 마리의 대장균만 존재합니다.
이렇게 영원히 늙지 않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세균도 있지만
새끼를 칠 때 부모와 자식이 확실히 구분되는 세균도 있습니다.
지구를 장악하고 생물의 삶 구석구석에 항상 개입하는 세균의 모습을 보면
마치 모든 생물이 세균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방향에서 살펴보면 세균과 생물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세균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낸 이후,
세균을 조종하고 이용하고 활용하려는 시도는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세균의 특징을 활용해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사람이 전염병에 걸릴 때 세균 때문에 걸릴 때도 있고 바이러스 때문에
걸릴 때도 있어서 얼핏 세균과 바이러스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세군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세균을 공격합니다.
바이러스는 세균이나 여러 동식물, 사람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세포의 모양이 아닙니다.
바이러스는 DNA에 꼭 필요한 물질들이 엉겨 붙어 있는 덩어리입니다.
가끔 DNA 대신 RNA가 있는 것도 있으며 먹거나 새끼를 치는 것처럼
생명체가 흔히 성장하고 번식하기 위해 하는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바이러스는 그냥 다른 생명체에 잘 달라붙는
끈끈한 물질 덩어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끈끈이가 다른 생명체에 달라붙으면 바이러스가 지닌 DAN는
그 생명체에게로 흘러들어갑니다.
바이러스의 DAN가 생물 속으로 들어오면,
생물은 바이러스 DNA가 자기 몸에 원래부터 있는 DAN인 줄 알고
그 DNA와 반응해서 엉뚱한 효소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열심히 바이러스의 DNA를 똑같이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만들어진 엉뚱한 효소들과 바이러스 DNA는 엉겨 붙어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됩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이 바이러스는 바깥으로 튀어나가
또 다른 생물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세균에 대한 연구 중에 나쁜 세균 연구와 좋은 세균 연구가 딱 정해져 있다면
세균 연구를 관리하기가 쉽겠지만, 세상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균 연구를 모조리 중단할 수도 없지요.
우리가 어떤 생물들에게 둘러싸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건강해지고 어떻게 해야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알아내려면
세균 연구는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이며 사람이 할 수 없는 여러 일을 한다는 점에서 신비롭습니다.
또한 지금도 우리 몸 위에 몸속에 언제 어디서나 늘 아주 가까이 머무는 생물입니다.
손 한 번만 씻어도 물에 씻겨 내려가는 허약한 생물이면서
한편으로는 요즘과 지구 환경이 전혀 달랐던 수십억 년 전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 동안 살아온 생물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참 보잘것없고 사람과는 너무 다른 간단한 구조의 생물인데,
동시에 사람처럼 생명을 갖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같은 생명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살아있다는 것,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세균을 탐구했습니다.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에는 세균을 탐구한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관, 현재관, 미래관, 우주관으로 나눠 흔히 볼 수 있고
흥미로운 20가지의 세균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로 세균에 대한 흥미가 생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