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 - 학교폭력의 터널을 지나온 엄마의 조심스런 고백
정승훈 지음 / 길벗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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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보내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자녀 문제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열렸다며 참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면 얼마나 앞이 캄캄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저자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소년재판까지 받았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푸른나무재단(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특강도 하고, 글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서 보겠습니다.



사건은 A가 B를 때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B는 아들과 친한 친구의 동생으로, 아들의 2년 후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A가 B와 그 친구들에게서 돈을 빼앗으려 했고, 

B와 그 친구들은 돈이 없다고 하자 때렸다고 합니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저자의 아들은 화가 났다고 합니다. 

평소 동생처럼 여긴 B가 다른 학교 아이에게 맞았으니깐요.

그래서 A를 불러내 왜 때렸냐며 물었더니, A가 반성하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장난하듯 대답을 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대답을 안 했다고 합니다.

그런 A의 모습에 같이 있던 아들의 친구 중 한 명이 주먹으로 A를 때렸고,

이어서 아들이 뺨을 3대 때리고, 다른 친구가 주먹으로 턱을 때렸답니다.

며칠 후 아들이 길에서 우연히 A를 마주쳐, 그날은 미안했다며 

사과를 하며 기분 좋게 얘기하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됐는데 A가 아빠 흉내를 내며 엄포를 

놓기에 아들의 친구 중 한 명이, "너, 나머지 턱도 맞을래?"라고 말했답니다.

후에 이 일을 알게 된 A의 엄마가 화가 나서 경찰서에 신고를 했으며

그렇게 중3 아들의 6월 어느 날, 학폭위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학폭위 결과 아들과 그 친구들은 반성문과 사과문을 쓰고 

위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5시간 받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에게는 위센터에서 하는 부모교육을 5시간 받으라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가해학생들이 만 14세 이상이라 

형사 처분 대상에 속하고, 2명 이상의 집단이 벌인 일이었기에 

특수 폭행에 해당된다는 점 때문에 

쌍방 합의로는 종결될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답니다.

학폭위 처분 다음의 수순이 사건의 검찰 송치였습니다. 

학폭위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가을에 검찰청에서 담당 검사가 정해지고 형사조정위원회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학생의 부모, 조정위원들이 함께 만나 10월에 열렸습니다.

형사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그동안의 일들에 대한 진술서, 

특별 교육을 성실히 받았다는 내용, 부모로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겠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부모 진술서', 

담임 교사가 본 아들과 사건에 대한 '담임 의견서', 

그리고 아들의 반성문을 우편으로 검찰청에 보냈답니다.

그렇게 형사조정위원회가 열려 합의할 의사를 서로 물어보았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와 확인서를 받아 

합의금을 정하겠다며 다음 조정위원회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 사이 저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현재 '푸른나무재단')에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준다길래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후 합의금이 조정되지 않아 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가정법원 소년재판을 치르고, '감호 위탁 6개월'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아들이 고등학교 다니면서 친구들 간의 내기 시합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옆에서 보다 한마디 말을 했는데, 

내기 시합에 진 학생이 노트에 '학교 가기 싫다 죽고 싶다'라고 

쓴 것을 보고 부모가 학교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에 관계 학생을 찾으면서 저자의 아들도 함께 지목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학폭위에서 '조치 없음'으로 처리되어 지나갔는데, 

다니던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주 혐의를 받았다며 

경위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런 일들을 지켜보면 여자인 엄마들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언어적 표현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감정이 생기면 몸이 앞섭니다.

또한 남자아이들은 서열을 중요하게 여겨 누가 우위에 있는지 

인정받기 위해 많은 사람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아들들의 이런 본능은 인정해 주되 그 본능을 

올바른 방향으로 쓸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연습시켜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그럴 때 폭력 외의 방법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평소에 얘기 나누면 됩니다.

감정 표현을 어릴 때부터 연습하면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은 값진 마음의 재산이 됩니다.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장난과 폭력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줄타기와 갔습니다.

폭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학교폭력' 하면 신체적, 물리적 폭력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많이 때리면 심각한 폭력이지만 

장난으로 한 작은 싸움에는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말장난에도 상대방은 심리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여준 대로 배우고 행동하며, 

결국 보고 배운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 학교폭력입니다.

학폭위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진행 과정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모가 나를 보호하고 위하면서 상대 아이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방법을, 

일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은 믿을 수 있는 분들이구나. 

앞으로도 부모님과 선생님을 믿으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됩니다.

그러니 학폭위를 단순히 가해학생을 혼내주거나 처벌할 목적으로 

열 생각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학폭위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학교폭력은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사

안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알아주고, 원하는 바를 

최우선으로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중요도를 따지자면 가해학생의 처벌은 그다음입니다.


가해자 부모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내 아이가 피해자라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목격자라면 해야 할 일은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학교폭력은 서툰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의 태도는 무엇인지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서 보여줍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학교폭력이므로 어떤 것들이 학교폭력이 되는지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서 그 기준을 설명합니다.


성폭력의 기준과 처벌, 언어폭력/사이버 폭력의 기준과 신고 방법, 

학폭위 처분의 기준이 되는 요소들, 가해학생의 보복을 방지하는 조치들,

가해학생 측에 주어진 특별 교육의 취지,

가해학생이 출석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 상담 비용 청구 방법 및 절차, 

가해학생과 반 분리하기, 피해 학생의 희망 전학 vs.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 학교 밖 아이들의 폭력에 대처하기, 

학교폭력 조치 사항의 생기부 기재, 손해배상 금액 합의하기를 알려줍니다.


법률 상담 요청하기, 정당방위와 쌍방폭행 구분하기, 

학교폭력 신고의 명암, 소년법과 UN 아동권리협약, 

소년사법처리 절차 중 형사조정 과정,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탁 과정, 

학교폭력 사건에서 변호사 선임의 의미, 상담조사의 의미와 중요성, 

사회봉사명령의 의미와 문제점, 소년분류심사원과 

가정환경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는 학교폭력의 아픔을 

승화시켜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기관들을 소개합니다.


저자도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달라졌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상담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며, 

위기청소년과 위기 부모들을 위해 대면, 전화, 온라인 상담을 했답니다.



아이들에겐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어른이.

꼭 부모가 아니어도 됩니다. 인생의 선배로 사회 선배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정서적으로 지지 받을 수 있게 도와주면 아이들은 

사회에 원만히 적응할 수 있습니다.


'SOS! 현장 인터뷰'와 '자녀 이해하기'에서 

더욱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읽기 전, 

학교폭력은 소위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비행청소년들이 

저지른 범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이 다릅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내 아이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그래서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말처럼 아이에게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아니면 평소에 아이의 친구를 알아두면 오가다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단단해져야 합니다.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커지기 전에 아이가 도움을 청해오고, 

사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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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스피치 - 말하기와 글쓰기를 동시에 잡는 방법
복주환 지음 / 천그루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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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보면서 말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부럽더라고요.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얘기잖아요.

생각이 마구잡이인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엄청난 능력처럼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생각정리스피치>를 통해 기술을 배우고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지 않고 말하는 것은 듣는 청자의 머릿속을 혹사시키는 행위랍니다.

그러므로 생각 정리를 통해 말해야 합니다.

누군가 어떤 주제에 대해 말을 굉장히 잘한다면,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설계하고, 다듬으며 

점차 말하기 실력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생각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똑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논리로 말할 줄 압니다.

그렇다면 그 능력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글쓰기는 생각을 다듬는 과정이므로 스피치 대본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면

말하기와 글쓰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스타강사들의 영상을 찾아 스피치 내용을 녹취하고, 스피치 논리와 

패턴을 분석합니다. 논리와 패턴을 내 것으로 재구성해서 

패턴을 뒤섞어봅니다.



<생각정리스피치>의 시작과 마무리는 어떻게 할지 설명합니다.

스피치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와 

감동적으로 마무리하는 3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먼저 구체적으로 청중을 말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밝힌 뒤 

이름을 각인시켜 자기소개를 합니다.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오프닝 멘트 최소 10가지를 설명하고 

연습해봅시다.



많은 사람들이 본문 만들기에서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스피치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어려워서이며, 

'상황'과 '목적'에 따라 논리를 재구성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고, 

내용을 설명하는 게 어려워서입니다.

본론을 잘 만드는 사람이 진정한 스피치 고수입니다. 

<생각정리스피치>의 3장을 통해 스피치를 구체화하는 방법, 

내용의 흐름을 만드는 패턴,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서로 이어지게 하는 연결 멘트 사용하는 방법, 

상대의 뇌에 꽂히는 설명의 기술, 

에피소드 스피치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재미있는 말을 하고 싶다면 재미있는 소재를 찾아야 하고, 

감동적인 말을 하고 싶다면 감동적인 소재를 찾아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수집해야 할까요? 

그 스피치 자료를 찾는 방법을 <생각정리스피치>에서 보여줍니다.



스피치는 발표 직전까지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성공적인 스피치를 위해서는 계획이 중요합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스피치 계획을 세우고, 청중을 분석하며, 메시지 선정을 한 뒤 

자료 수집을 하고 대본과 PPT를 제작하고, 발표 리허설을 한 후 

실전 스피치를 하면 됩니다.




교육이란 말을 뒤집으면 육교가 됩니다. 육교는 다리죠.

'교육'이란 학습자에게 다리를 놔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답니다.

길이 없으면 절망이지만, 길이 있으면 희망이 보입니다.

<생각정리스피치>가 스피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리 역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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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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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비단 지금뿐이었을까요? 

흑사병, 콜레라, 메르스, 사스 등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이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오늘도 힘쓰고 있는 의료진들을 보면 감사할 따름인데요.

그보다 앞서 개인들의 철저한 위생관리와 

정부의 발 빠른 역학조사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카드 내역 등이 전산망에 저장되어서 

역학조사가 많이 어렵진 않지요.

하지만 예전엔 누가, 어떻게 바이러스를 퍼트렸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조사관들의 꾸준함과 집요함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감염 도시>는 존 스노라는 평범한 의사가 

역학과 공중보건학에서 그의 지적 탐색 능력을 발휘되어 

큰 업적을 남겼는지를 취재하듯 소설 형식으로 사건을 재구성해서 보여줍니다.

그럼, 콜레라가 창궐한 1840년대 말 영국으로 가보겠습니다.



유럽, 영국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왕실 근위병, 여왕, 빅벤, 템스강 등 깨끗하고 클래식한 풍경이 그려질 겁니다.

하지만 1850년대의 영국 런던은 청소부들의 도시였습니다. 

뼈 수거인, 넝마주이, 개똥 수거인, 선상 청소부, 개펄 수색꾼, 

하수관 수색꾼, 석탄재 수거인, 분뇨 수거인, 여자 넝마주이, 

강물 수색꾼, 선창 청소부….

이들은 런던의 최하층 계급으로, 그 수가 최소 10만 명에 달했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은 수정궁, 트라팔가 광장, 웨스트민스터 팰리스 

증축 건물 등 엽서 사진으로 손색없는 명소를 자랑하는 도시였어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수가 넘실대는 인공 연못, 

집채만 한 똥 무더기가 가득했습니다.

배설물이 도시에 차오른 건 청소부들의 높은 제거 비용 탓만은 아니었어요.

수세식 변소의 인기도 한몫했습니다.

분뇨를 물로 씻어내는 기기를 발명한 후 

이 기기가 널리 퍼진 것은 1700년대 말이었습니다.

수세식 변소는 삶의 질 면에서는 대단한 혁신이었지만 

도시의 하수 문제에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제대로 된 하수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터라, 변소가 내린 물은 

기존의 분뇨 구덩이로 쓸려가 구덩이가 넘칠 가능성을 높일 뿐이었지요.

거기에 런던의 쓰레기 위기를 부추긴 제일 큰 요인은 바로 인구였습니다.

쓰레기를 양산하는 사람의 수가 50년 만에 거의 세 배로 늘었어요. 

자신의 배설물에 익사할 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데 몰리자 시체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악취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런 런던에서 병이 나타나지 않는 게 더욱 이상할 일이었지요.


1854년 8월 말 6개월도 안 된 루이스네 둘째 아이가 콜레라에 걸렸습니다.

루이스네 아기가 토하기 시작하더니 톡 쏘는 냄새가 나는 

초록색 설사를 쏟아냈어요.

엄마인 사라 루이스는 몇 블록 떨어진 의사를 불렀고, 의사를 기다리면서

들통 속 미적지근한 물로 변이 묻은 기저귀를 빨았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몇 분간 눈을 붙인 틈을 이용해 

브로드 가 40번지의 지하로 내려가 건물 앞 오물 구덩이에 

더러운 물을 버렸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존 스노는 당시 에테르와 클로로포름을 이용한 마취 실력으로 

노동자 가정의 장남에서 인생역전을 한 유명한 외과의사였습니다.

특히 1853년 봄에는 여덟째 아이를 출산한 빅토리아 여왕의 

클로로포름 마취를 담당해 최고의 명의로 신분 상승을 이뤘지요.

그런 그가 콜레라의 원인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콜레라의 원인은 2가지 이론이 팽배했는데, 

감기처럼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는 감염론과 

비위생적인 공간에 가득 찬 독기 때문이라는 독기론이 그것입니다.

스노는 1848년 콜레라 자료에서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고 

정체 모를 매개체를 통해 옮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854년 런던에 콜레라가 재유행하자 감염론을 입증하기 위해 

콜레라가 발생한 빈민촌을 꼼꼼히 조사해 증거를 모았고, 

런던에 식수를 제공하는 회사의 자료를 모았습니다.



두 자료를 취합해 감염 지도를 작성한 후 스노는 

특정 상수 회사의 상수도가 오염돼 콜레라 발생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헨리 화이트헤드라는 지역 목사의 도움으로 교구 이사회를 설득해 

콜레라가 유행한 브로드 가의 펌프를 제거했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인간 대 콜레라균의 싸움의 역사적 반환점이었습니다.

브로드 가 전염병이 가라앉은 이유는 우물과 주민들의 소장을 잇는 

유일한 가시적 경로가 브로드 가 40번지 오물 구덩이였습니다.

그런데 사라 루이스는 남편이 앓아눕자 다시금 양동이에 담긴 찌꺼기 물을

오물 구덩이에 내다 버리기 시작했어요.

스노가 그 시점에 교구 이사회를 설득해 손잡이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콜레라균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만연했을지도 모릅니다.

스노의 개입은 질병 확산을 막는데 그치지 않고 재발까지 방지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콜레라균은 독기설을 지지하는 유명인들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그러다 런던 전역에 악취가 점점 심해지자 새 하수망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새 하수망 건설은 브루클린 다리나 에펠탑 건설만큼 

역사적이면서도 고된 작업입니다.

하수망은 장대한 것이기는 해도 눈에 안 띄는 땅 밑에 자리하다 보니, 

보다 더 상징적인 다른 시대적 업적들처럼 자주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잘렛이 구상한 하수도는 실로 중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도시가 심각한 환경 및 보건 위기에 맞서 공공사업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음을 보여준 예였죠.


스노와 화이트헤드의 브로드 가 조사가 마침내 도시의 지성들이 

심각한 보건 위기를 인식하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면, 

바잘렛의 하수망은 위기에 대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감염 도시>의 스노와 화이트헤드는 치명적 질병의 공포와 

무의미함에 관한 정보를 다루었습니다.

두 사람은 정보를 관리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모형을 만든 것이며, 

이것은 역학 분야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닙니다.

스노가 아무리 훌륭한 의학자 경력을 내세웠어도, 

헨리 화이트헤드라는 아마추어 지역 전문가가 없었다면

브로드 가 사건은 독기 이론을 옹호하는 쪽으로 결론나고 말았을 겁니다.

결국 전문가의 지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와 

비공식적 '지역 전문가'들의 중요성도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노가 브로드 가에서 집집마다 확인하여 작성된 감염 지도를 

지금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수신기 위치 정보를 

컴퓨터의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결합해 실시간으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감염 도시>가 그려낸 1850년대 런던과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의 유행이라는 측면에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되어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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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Vol 1. 우리 집에 왜 왔니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1
포럼M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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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저자 포럼 M은 

마케터, 기획자, 창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시장의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직접 경험한 사례를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매달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여 정리한 '마이크로 트렌드 리포트'는 

서퍼들의 내밀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해 주는 비법 노트처럼 

마케팅 현장 실무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들만 돌려보는 비법 노트가 아니라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시리즈를 기획해 

더 많은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럼 2020년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밀레니얼 세대들은 '기준, 상식, 권위'의 틀을 깨는 콘텐츠에 열광합니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나대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선'은 엄격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선을 넘다"를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습니다.


코로나19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애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생활이 '잠시 멈춤'모드로 들어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면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화상회의 등 

'언택트(비접촉)'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 소비 키워드는 '홀로(HOLO - Health care, Oversize, 

Life at home, Online shopping)'입니다. 

건강에 관심이 가고, 외출이 어려워지자 대용량 제품 수요도 늘었으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들 장난감 소비가 늘어나고, 

재택근무와 홈 스터디로 노트북과 모니터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더불어 배달음식과 마트나 편의점 배달도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아무놀이챌린지'가 SNS에서 화제입니다. 

좀처럼 아이와 놀 시간이 없던 부모들이 종일 아이와 함께하게 되자 

올리는 게시물들입니다.

밖에서 만나진 못해도 온라인으로 함께하는 기분을 내는 '#TogetherAtHome'이 화제가 됩니다.


권위의 '선'에 도전하는 아나운서 장성규와 펭수를 분석했고, 

상식의 '선'을 뒤집는 역발상 마케팅 예를 소개합니다.


지켜야 할 '선'은 지키는 정치적 올바름과 

지속 가능한 착한 소비도 알려줍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다'라는 '뉴트로'와 

"올드 크러시:힙한 옛것"을 두 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온라인상에서 눈과 귀만 만족시키는 겉핥기 식 경험에 지친 

밀레니엄-Z세대(MZ 세대)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경험을 찾아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낯섦에서 오는 설렘=낯설렘'을 추구합니다.

소유 위주의 소비를 해온 이전 세대와는 달리 MZ 세대는 독특한 체험이나

경험을 위해 시간과 돈을 주저 없이 투자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반대로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려는 

'레트로토피아'를 희망합니다.

디지털 세대임에도 아날로그인 다꾸족, LP 판 등이 유행인 이유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마케팅 방법인 '올드 크러시'는 기성세대는 

보존의 의미로, 젊은 세대는 과거를 업그레이드하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미닝아웃'은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성향을 

거침없이 나타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MZ 세대에게 소비는 '어떤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지'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사회적 이슈로 확장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직장에서의 '나'와 퇴근 후의 '나'뿐만 아니라 각각의 SNS에서 

가면을 쓰듯 상황에 따라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하는 MZ 세대는 

취향의 정체성을 중요시하고 '나'와 '또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홈플러스 더 클럽 소비 패턴' 인스타그램 담당을 맡고 있는 

안성호 모바일 마케터, 대한제분 마케팅팀 팀장 김익규, 

'슈가맨', '효리네 민박' 등을 연출한 윤현준 JTBC CP, 

B급 콘텐츠 정서로 공공기관의 틀을 깨는 김선태 충주시 주무관, 

유튜브 크레에이터 밤비걸, 샌드박스 CBO 김범휴가 들려주는 

생생한 트렌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매달 분석되는 트렌드 자료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키워드와 관련 사례들을 담아 

분기별로 나옵니다.

특히 기존 트렌드 도서들과는 다르게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담아, 좀 더 구체적으로 

브랜딩, 마케팅 사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실었습니다.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핫한 트렌드가 무엇이며, 

왜 이런 트렌드가 핫한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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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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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란 부제부터 

책을 막 읽고 싶어 하게 만드는 <책 잘 읽는 방법>.

저자는 과시적 독서가라며 읽은 책이나 감명 깊게 읽은 문구가 있으면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어려운 책도 재미나게 술술 읽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그럼 <책 잘 읽는 방법>으로 책을 잘 읽어볼까요.



책 읽기의 기본으로 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일단 책은 있어 보이고, 수면제이며 인테리어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대요.

솔직히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죠. 

인테리어처럼 책장을 들여놓고 책을 채우기도 하니깐요.

빌린 책 외에는 책을 소중히 다룰 필요 없고,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리 읽어도 어차피 다 못 읽기 때문에 읽다가 잘 안 읽히면 

넘겨도 문제가 없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가 쓴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읽는 것입니다.

다양한 표현 수단 중에서 책이란 수단을 저자는 선택한 것이며, 

글보다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아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게다가 저자의 생각은 책 안에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보조적으로 저자의 강연 동영상,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라든가 

블로그, SNS, 기사 또는 다른 저자의 책 안에 담겨 있기도 합니다.

책 읽기는 누구나 힘들어요. 그래서 자신에게 좋은 책을 찾기 위해선

지루한 책을 10~20권을 읽어야 발견합니다.

재미있는 책, 내게 맞는 책을 찾으려면 

자신의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좋은 책을 엄선한 리스트를 보고 그 책들만 읽는다고 해도 

다 감명 깊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의 고민과 생각의 방향, 

그 책을 이해하기 위한 지적 바탕이 어느 정도 있어야만 

나와 맞는 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 훈련으로 운동처럼 꾸준히 해야 합니다.

3개월 가까이 일주일에 한 권 읽기를 계속하다 보면 

책 읽기가 습관이 되었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독서량을 늘리기 위한 연습을 합시다.

정기적으로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이죠.

두꺼운 책을 완독해낸 것만으로도 성취감이 생기며 

그다음 책을 읽을 때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때는 책 내용을 다 기억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 내용이나 

대사를 다 기억 못 하는 것처럼요.

당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후에 다른 책들을 읽다 보면 

하나씩 하나씩 어떻게든 도움이 됩니다.


책 읽기 응용으로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저자는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독서모임이나 SNS에 올려도 되고, 

서재 앞에 서서 자신이 읽은 책을 되짚어도 좋습니다.

더불어 자녀에게 책을 읽히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부록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도끼 같은 책 31권이 있습니다. 

소개한 책 설명이 있는데, 그 안을 보면 또 다른 추천 책이 있어요.

그러니 추천 책만 봐도 양질의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저자가 추천한 책 중에 못 읽는 책이 반 정도 되던데, 

한 권씩 읽어봐야겠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잘 살고, 똑똑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해나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

운명을 바꿀 순 없지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 지혜를 키울 수 있습니다.

<책 잘 읽는 방법>에서 알려주는 저자의 책 읽는 방법을 참고해서 

지혜로운 독서가가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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