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 - 학교폭력의 터널을 지나온 엄마의 조심스런 고백
정승훈 지음 / 길벗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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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보내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자녀 문제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열렸다며 참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면 얼마나 앞이 캄캄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저자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소년재판까지 받았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푸른나무재단(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특강도 하고, 글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서 보겠습니다.



사건은 A가 B를 때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B는 아들과 친한 친구의 동생으로, 아들의 2년 후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A가 B와 그 친구들에게서 돈을 빼앗으려 했고, 

B와 그 친구들은 돈이 없다고 하자 때렸다고 합니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저자의 아들은 화가 났다고 합니다. 

평소 동생처럼 여긴 B가 다른 학교 아이에게 맞았으니깐요.

그래서 A를 불러내 왜 때렸냐며 물었더니, A가 반성하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장난하듯 대답을 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대답을 안 했다고 합니다.

그런 A의 모습에 같이 있던 아들의 친구 중 한 명이 주먹으로 A를 때렸고,

이어서 아들이 뺨을 3대 때리고, 다른 친구가 주먹으로 턱을 때렸답니다.

며칠 후 아들이 길에서 우연히 A를 마주쳐, 그날은 미안했다며 

사과를 하며 기분 좋게 얘기하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됐는데 A가 아빠 흉내를 내며 엄포를 

놓기에 아들의 친구 중 한 명이, "너, 나머지 턱도 맞을래?"라고 말했답니다.

후에 이 일을 알게 된 A의 엄마가 화가 나서 경찰서에 신고를 했으며

그렇게 중3 아들의 6월 어느 날, 학폭위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학폭위 결과 아들과 그 친구들은 반성문과 사과문을 쓰고 

위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5시간 받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에게는 위센터에서 하는 부모교육을 5시간 받으라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가해학생들이 만 14세 이상이라 

형사 처분 대상에 속하고, 2명 이상의 집단이 벌인 일이었기에 

특수 폭행에 해당된다는 점 때문에 

쌍방 합의로는 종결될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답니다.

학폭위 처분 다음의 수순이 사건의 검찰 송치였습니다. 

학폭위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가을에 검찰청에서 담당 검사가 정해지고 형사조정위원회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학생의 부모, 조정위원들이 함께 만나 10월에 열렸습니다.

형사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그동안의 일들에 대한 진술서, 

특별 교육을 성실히 받았다는 내용, 부모로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겠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부모 진술서', 

담임 교사가 본 아들과 사건에 대한 '담임 의견서', 

그리고 아들의 반성문을 우편으로 검찰청에 보냈답니다.

그렇게 형사조정위원회가 열려 합의할 의사를 서로 물어보았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와 확인서를 받아 

합의금을 정하겠다며 다음 조정위원회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 사이 저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현재 '푸른나무재단')에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준다길래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후 합의금이 조정되지 않아 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가정법원 소년재판을 치르고, '감호 위탁 6개월'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아들이 고등학교 다니면서 친구들 간의 내기 시합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옆에서 보다 한마디 말을 했는데, 

내기 시합에 진 학생이 노트에 '학교 가기 싫다 죽고 싶다'라고 

쓴 것을 보고 부모가 학교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에 관계 학생을 찾으면서 저자의 아들도 함께 지목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학폭위에서 '조치 없음'으로 처리되어 지나갔는데, 

다니던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주 혐의를 받았다며 

경위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런 일들을 지켜보면 여자인 엄마들은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언어적 표현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감정이 생기면 몸이 앞섭니다.

또한 남자아이들은 서열을 중요하게 여겨 누가 우위에 있는지 

인정받기 위해 많은 사람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아들들의 이런 본능은 인정해 주되 그 본능을 

올바른 방향으로 쓸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연습시켜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그럴 때 폭력 외의 방법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평소에 얘기 나누면 됩니다.

감정 표현을 어릴 때부터 연습하면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은 값진 마음의 재산이 됩니다.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장난과 폭력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줄타기와 갔습니다.

폭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학교폭력' 하면 신체적, 물리적 폭력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많이 때리면 심각한 폭력이지만 

장난으로 한 작은 싸움에는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말장난에도 상대방은 심리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여준 대로 배우고 행동하며, 

결국 보고 배운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 학교폭력입니다.

학폭위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진행 과정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모가 나를 보호하고 위하면서 상대 아이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방법을, 

일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은 믿을 수 있는 분들이구나. 

앞으로도 부모님과 선생님을 믿으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됩니다.

그러니 학폭위를 단순히 가해학생을 혼내주거나 처벌할 목적으로 

열 생각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학폭위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학교폭력은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사

안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알아주고, 원하는 바를 

최우선으로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중요도를 따지자면 가해학생의 처벌은 그다음입니다.


가해자 부모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내 아이가 피해자라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목격자라면 해야 할 일은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학교폭력은 서툰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의 태도는 무엇인지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서 보여줍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학교폭력이므로 어떤 것들이 학교폭력이 되는지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서 그 기준을 설명합니다.


성폭력의 기준과 처벌, 언어폭력/사이버 폭력의 기준과 신고 방법, 

학폭위 처분의 기준이 되는 요소들, 가해학생의 보복을 방지하는 조치들,

가해학생 측에 주어진 특별 교육의 취지,

가해학생이 출석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 상담 비용 청구 방법 및 절차, 

가해학생과 반 분리하기, 피해 학생의 희망 전학 vs. 

가해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 학교 밖 아이들의 폭력에 대처하기, 

학교폭력 조치 사항의 생기부 기재, 손해배상 금액 합의하기를 알려줍니다.


법률 상담 요청하기, 정당방위와 쌍방폭행 구분하기, 

학교폭력 신고의 명암, 소년법과 UN 아동권리협약, 

소년사법처리 절차 중 형사조정 과정,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탁 과정, 

학교폭력 사건에서 변호사 선임의 의미, 상담조사의 의미와 중요성, 

사회봉사명령의 의미와 문제점, 소년분류심사원과 

가정환경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에는 학교폭력의 아픔을 

승화시켜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기관들을 소개합니다.


저자도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달라졌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상담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며, 

위기청소년과 위기 부모들을 위해 대면, 전화, 온라인 상담을 했답니다.



아이들에겐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어른이.

꼭 부모가 아니어도 됩니다. 인생의 선배로 사회 선배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정서적으로 지지 받을 수 있게 도와주면 아이들은 

사회에 원만히 적응할 수 있습니다.


'SOS! 현장 인터뷰'와 '자녀 이해하기'에서 

더욱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읽기 전, 

학교폭력은 소위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비행청소년들이 

저지른 범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이 다릅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내 아이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그래서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말처럼 아이에게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아니면 평소에 아이의 친구를 알아두면 오가다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단단해져야 합니다.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커지기 전에 아이가 도움을 청해오고, 

사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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