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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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대학교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대학 졸업 후 5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1991년 도쿄소겐샤의 신작 시리즈 '황금 13'의 한 권으로 출간된 연작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데뷔했습니다. 이 작품은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선정되었습니다. 2013년 "어두운 범람"으로 제6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고,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하자키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겠습니다.



건설 컨설턴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회사에서 사내보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연 12회에 특집호 1회를 합쳐 총 13회, 분량은 48쪽, 2000 부를 찍어서 배포한답니다. 얼마 전 회의에서 업무나 훈화 같은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오락성을 강조해 소설을 넣으라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프로 작가에게 의뢰할 만한 예산이 안 되고, 소설을 쓴다는 회사 사람을 찾아내 소설을 맡았더니 딱딱한 순수문학이고, 가까이에서 적당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소설을 쓰고 있는 대학교 선배 사타케 노부히로에게 한 달에 한 편씩, 원고지 30~40매쯤 되는 단편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답장으로 자신은 힘들지만 친구 중에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쓰고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을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며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지요. 그렇게 사내보는 4월 호를 창간호로 시작합니다.


4월 호에 실린 소설은 '벚꽃이 싫어'입니다.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벚꽃을 싫어하고 벚꽃놀이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쩌다 보니 대학 선배의 친구인 아시바 도코가 주최한 벚꽃놀이에 끼여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해 조금 떨어진 벚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도코가 옵니다. 그녀가 나처럼 벚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며 이야기를 해줍니다. 작은 편집 회사의 부도로 일자리가 없어진 도코는 신문 구인난을 보며 집에 있었습니다. 도코가 사는 벚나무 연립은 이곳 일대의 명물인 거대한 벚나무가 있습니다. 평소엔 철문을 닫지만 벚꽃이 피는 계절엔 주인이 철문을 열어두면 동네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하며 벚나무를 감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이 났다는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도코는 뛰쳐나가 주인집 1층 통로 옆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6호로 갑니다. 맨 처음 화재를 알린 남자와 집주인 아저씨, 그 외에 두세 명이 소화기를 들고 6호로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6호에 사는 사람은 집을 비운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없었고, 주민들이 불을 껐습니다. 경찰들이 조사하고, 그날 저녁 불을 처음 발견한 요시모토 시게루와 1호에 사는 스즈키 게이지, 3호에 사는 도코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요시모토 시게루는 주인과 아는 사이라 이곳에 방문한 참이었고, 자신이 벚꽃을 싫어하게 된 일을 말합니다. 도코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누가 무슨 이유로 불을 질렀는지 밝힙니다.


12월 호에 실린 소설은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자연식품 전문 카페에서 친구 사타케와 아라이와 함께 있습니다. 올해 직장을 그만두고 5개월쯤 쉬었는데, 휴양 중에 식물 사진을 찍고, 옛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이웃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또한 식생활 개선으로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일식과 채소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돌아보고 있는데 아라이가 생각난 게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2년 전 오쿠타마에 아라이의 부모, 외할머니, 첫째인 유키코와 남편 마스오 씨, 둘째인 아라이, 그리고 불도그 다케시 군 등 일곱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라이네 집 오른쪽에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친다는 뚱뚱한 남자의 가족이 이사 왔는데, 그 집 외아들 사카이 유스케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유스케는 식물, 광물, 천체에 흥미가 있고, 그의 방에는 현미경과 천체망원경, 광물 표본과 식물도감 등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라이는 유스케의 방에서 놀기를 좋아했고, 아라이가 놀러 갈 때마다 케이크 만들기라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유스케는 신기한 간식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라이는 가족 파티를 즐겼는데, 굴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서 밤새 끙끙 앓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옆집 유스케 군이 과일 케이크를 구웠다며 유키코가 가지고 옵니다. 여느 때라면 아라이가 먹었지만 배가 아프니 유키코에게 양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몸이 회복되어 저녁에 아라이는 다케시 군과 산책을 나갔다 왔더니 구급차에 유키코가 실리고 있습니다. 놀래서 멍하니 서 있자 유스케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먹었는지를 물어봅니다. 아라이는 유키코가 다 먹었다고 말하자 유스케는 깜짝 놀라 아라이를 보더니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다행히 임신 중이었던 유키코는 유산하지 않았고 5개월 뒤에 출산했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아라이는 유스케와 소원해졌고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시 유스케를 만났습니다. 유스케는 유키코 씨에게 죄지은 게 있다며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시클라멘 뿌리를 넣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다음에 만나자며 헤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유스케가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밝힙니다.


임시 증간호 '조금 긴 듯한 편집 후기'에서 와카타케 나나미가 익명의 소설가를 만나러 갑니다.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실린 열두 편의 미스터리 소설이 각각의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 나한테 벌어진 이야기이며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추리하고 소설가에게 그 사실을 밝히는 와카타케 나나미. 과연 그녀가 추리한 내용은 무엇이며, 제대로 추리했는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에서 확인하세요.




범죄나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가볍고 편안한 장르소설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합니다. 본격 미스터리나 사회파 미스터리와는 다른 '일상의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어 추리 자체보다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991년 발표된 작가의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새로 창간하는 회사 사내보에 단편소설을 실으라는 지시를 받은 와카타케 나나미가 익명의 작가를 섭외해서 그가 보내오는 단편을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실은 이야기입니다. 익명의 작가가 보낸 열두 편의 이야기는 1인칭으로 서술되며, 벚꽃,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의 계절감을 넣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상의 수수께끼는 몰라도 상관없고 의식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는 일도 많지만 일단 의식하기 시작하면 궁금하고, 알면 기쁜,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진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봐도 악당 같아 보이는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 얼핏 드러내는 악의가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로 오싹한 느낌을 주는 열두 편입니다. 그해 출간된 후속작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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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은 남자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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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라고 하면 예상되는 클리셰가 있습니다. 범인과 형사의 심리와 추격전이나, 형사는 아니지만 전문가, 탐정과 범인의 대결이 예상되지요. 그런데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는 예상하지 못한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70대의 노인들입니다. 노인들과 살인사건이라니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이 들지만, 목요일 살인 클럽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습니다. 형사나 요원 쪽 일을 했다고 짐작되는 엘리자베스, 정신과 의사였던 이브라임, 유명한 노동조합장이었던 론, 전직 간호사인 조이스로 이들이 모여 전편에서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습니다. 이번 <두 번 죽은 남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용을 보겠습니다.



전편에서 도움을 서로 주고받았던 도나 순경과 크리스 경감은 잠복근무 중입니다. 코니 존슨은 이 동네 마약상으로 수년간 이곳에서 마약 거래를 쥐락펴락한 세인트 레오나즈 안토니오 형제가 작년쯤 실종되더니 새롭게 등장한 인물입니다. 도나와 크리스는 코니 존슨의 차고를 드나드는 인물들을 며칠 동안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뒤를 밟으며 사업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방에 무너뜨리려면 증거를 충분히 모아야 합니다. 아직까지 마약 거래만 하는지 형제의 실종에 관여를 했는지는 미지수지만, 코니 존슨이 그들에게 다가와 커피와 빵을 건네며 인사를 합니다. 서로가 주시하는 것을 아니 다음번에 아는 척하자고요.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도나와 크리스.


엘리자베스는 죽은 마커스 카마이클이 보낸 편지를 받고 적힌 장소로 갑니다. 마커스 카마이클은 엘리자베스가 만들어낸 허구의 요원으로 러시아인들에게 가짜 비밀을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죽은 남자였는데, 약속 장소에 가니 전 남편이자 요원인 더글러스 미들미스와 조력자인 신입 요원 퍼피가 안가에 있습니다. 마틴 로맥스는 범죄 조직을 위한 은행 역할을 하는데, 중개인으로 양쪽 거래가 끝날 때까지 계약금 혹은 현물을 맡았다가 거래가 성사되면 돌려주거나 잘못되면 손실 보상금으로 지급을 합니다. 마틴 로맥스의 집에 몰래 들어가 현금과 귀중품을 확인했는데 이틀 뒤에 집 주인으로부터 집에 있던 2000만 파운드어치의 다이아몬드가 없어졌다며 항의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 집에 들어간 M15(영국의 국내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보안국) 요원들이 소환되었으나 확인할 길은 없고 마틴은 맡긴 다이아몬드의 원주인에게 더글러스가 훔쳤다고 말할 거라고 선언합니다. 뉴욕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더글러스는 엘리자베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입니다.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엘리자베스는 조이스, 이브라힘, 론과 팀을 꾸려 사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안가에서 안전하게 있을 줄 알았던 더글러스와 퍼피는 괴한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다이아몬드의 행방과 누가 요원을 죽었는지, <두 번 죽은 남자>에서 확인하세요.





액션 영화처럼 쫓고 쫓기며 숨 막힐 듯한 긴장의 연속은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섬뜩한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번 죽은 남자>. 등장인물이 실버타운에 사는 노인들이라서 긴박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추리하면서 긴장이 다시금 조여듭니다. 전작 "목요일 살인 클럽"에 이어 2권도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읽으면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구매해 제작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영상으로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는 4권까지 예정되어 있고 올 하반기에 영국 현지에서 3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곧 나올 3권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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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베이식 아트 2.0
알렉산드라 콜로사 지음, 김율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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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트리어에서 미술사와 독일 문학, 경영학을 공부하여 2003년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독일 뒤렌에서 자유기고가이자 현대미술 전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베이식 아트 시리즈'는 1985년 피카소 작품집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아트북 컬렉션으로 거듭났습니다. 그 이후 간결하고 얇은 작가별 도서는 200여 종이 넘게 제작되었고, 20여 개 국어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럼, 타센 베이식 아트 시리즈 <키스 해링>을 보겠습니다.



키스 해링은 1958년 5월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리딩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아버지가 지지하고 후원했습니다. 워싱턴의 허시온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연작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은 키스 해링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비 전문 미술학교에 진학해 상업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2학기를 마친 후,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고 1978년 19세의 나이로 피츠버그 미술공예센터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였습니다. 뉴욕으로 이주해 시각예술 학교에 등록해 비디오 아트, 설치, 콜라주를 발전시켰습니다. 초기에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인 거리와 클럽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대중과 더욱 가깝게 만나려 노력했습니다.


1980년 뉴욕 지하철역의 기한을 넘긴 광고 포스터들로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는 초크 지하철 드로잉으로 그 공간을 채웠습니다. 해링의 표현에 의하면, 지하철은 곧 그의 '실험실'이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선명한 선과 관련된 실험들을 행했습니다. 1980년 가을, 시각예술 학교의 겨울 학기에 등록하지 않고 학교를 떠났고, 이후 그룹 전시회를 기획했고 전시했습니다. 이때부터 작품 판매로 이익을 얻기 시작했고, 해링의 다양한 표상이 등장하는 30초짜리 애니메이션이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스펙태컬러 광고판에서 한 달간 매일 20분씩 상영되어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작품들이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해외 전시도 하고,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1985년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해링의 예술 세계에서 에이즈는 더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1988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았지만, 예술적 에너지는 오히려 더욱 강화됩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것처럼 그는 쉬지 않고 작업했습니다. 사망 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설립하고 비서에게 재단의 운영을 맡깁니다. 재단의 목표는 어린이 자선사업의 후원과 에이즈와 싸우는 단체의 지원입니다. 1990년 2월 16일, 31세의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일생과 그의 작품들을 <키스 해링>에서 자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키스 해링의 작품을 한번 보면 그 특이함에 눈길이 갑니다. 저도 이름은 몰랐지만 작품을 보고 난 뒤 누가 그렸나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키스 해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과 능력을 항상 믿었고, 예술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회화로 표현된 동시대의 역사로서, 몇몇 작품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면서 당대의 관심사를 반영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링의 티셔츠를 입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양식적 특징을 인지했습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키스 해링>에 실린 작품들과 글을 보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다른 작가들에 의해 볼 수 있는데요, 여전히 예술계에 영향을 끼치는 그의 짧은 인생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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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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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마령의 세계"와 소설집 "델 문도", "닷다의 목격" 등을 쓴 최상희 작가, 장편소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과 소설집 "샹들리에" 등을 쓴 김려령 작가, 장편소설 "열일곱 살의 털", "나는 무늬"와 소설집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등을 쓴 김해원 작가, 동화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 등을 쓴 신현이 작가, 장편소설 "페인트", "나나", "챌린지 블루" 등을 쓴 이희영 작가, 장편소설 "독고솜에게 반하면"과 소설집 "푸른 머리카락" 등에 참여한 허진희 작가, 장편소설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모범생의 생존법" 등을 쓴 황영미 작가가 도서관을 주제로 한 단편을 썼습니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긴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를 보겠습니다.



책의 제목이면서 첫 번째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등단하고 얼마 뒤, 한 고등학교로부터 강연을 의뢰받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도서부의 유서 깊은 행사인 '책의 밤'은 1년에 딱 하루 여름 방학 시작하는 날 50명 정도 참여해 작가 강연과 이벤트, 밤새 책을 읽는 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차미, 오란과 녹주는 도서부 회원으로 학교 도서관 책 정리도 함께 합니다. 그런데 5월 말에 제자리를 이탈한 책(도토리라 부른다)이 세 권씩 매주 금요일 오후에 발견됩니다. 처음엔 책을 아무 데나 던져 버리고 가는 애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는데 6월 둘째 주가 되자 평범한 도토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요일마다 발견되는 도토리들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는데 000~500번 책장 사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도서부원이 아니고는 여간해서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책등이 뒤로 가게, 책들 위에 깊숙이 눕혀 책을 놔둡니다. 도서부원이 아니라면 좀처럼 눈치채지 못할 방식이기에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은 첫 번째 도토리인 세 권의 책부터 안 읽은 책들은 돌아가며 읽고 어떤 단서가 있을지 말했습니다. 처음엔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이 사실을 말하려고 했으나 사서 선생님은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칠게 뻔해 도토리의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는데 집중하려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도토리는 6월 넷째 주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주 동안 보이지 않아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란과 차미는 세상을 다 잃은 사람 같았고 기말고사가 끝난 지금 다시 도토리가 나타날 거라며 기대를 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도토리들을 숨겼을까요.


세상이 물에 잠기면서 저지대 지역은 퍼붓는 비로 침수되고 돈 있는 사람들은 고지대로 가고, 돈 없는 사람들은 비가 와도 피할 수 없는 아래로 가는 가까운 미래 이야기, '황혜홀혜. 이수와 나는 가치 있는 책을 수집해 경매 사이트에 올려 팔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제목인 황혜홀혜는 노자도덕경 21장에 나오는 구절로 홀하고 황한 가운데 형상이 있다고 풀이됩니다. 의역하면 해가 뜨고 지는 그윽하고 어두운 가운데 실체가 있다는 의미로 영어로는 Sunset Sunrise가 됩니다. 이 이름을 가진 도서관에 간 둘은 책등에 적힌 글씨와 그 아래 라벨에 있는 네 자리 숫자를 봅니다. 어떤 의미이며 이 도서관의 주인과는 무슨 관계일까요.


이외에도 5편의 도서관 이야기,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서 확인하세요.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이 있는 서점, 도서관은 친숙한 공간입니다. 저도 동네 도서관, 아파트 도서관, 아이가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봉사도 했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기면서 걸어서 갈 만한 곳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게다가 작은 규모의 도서관에도 신간이 많고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읽고 빌리기에 참 좋습니다. 쾌쾌하게 먼지만 쌓이고 오래되어 누렇게 된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되고 신간도서 코너에 새 책이 반짝이는 도서관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비치되어 독서를 하게끔 만들어줍니다.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일곱 편의 이야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청소년 책으로 상을 받은 작가들이 참여한 이야기라서 내용의 기대치가 더욱 높아집니다.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를 읽으면 그 기대감이 충족될 겁니다. 한 편, 한 편 이야기 속에 반짝이는 우정, 다정한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다음에 나올 영화관 소설집도 기대가 됩니다.


아니, 그 책의 주인공에게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늘 같은 시간에 아침을 열고, 매일을 하루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삶을 기록해 나가기란 절대 쉽지 않아.

너는 비로소 그 책에 덧붙여진 한 줄이 새롭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오랫동안 그 한 줄을 준비해 왔다.

참으로 우직하고 진실한 기록이지.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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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 미스터리·SF·판타지·호러 독서록 에이플랫 시리즈 25
강상준 지음 / 에이플랫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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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위대한 망가", "빨간 맛 B컬처" 시리즈를 썼고, "웹소설 작가 인문", "매거진 컬처", "젊은 목수들"을 공저했으며, 대중문화서 '에이플랫' 시리즈를 비롯해 "좀비사전", "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습니다. 현재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으로 글쓰기에 주력하는 동시에 방송, 강연,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럼,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를 보겠습니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백광"입니다. 올해 2월에 나왔음에도 인터넷 서점 장르소설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출간 당시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못 읽어본 작품이라 더욱 궁금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저자의 제목은 '온갖 진실과 하나의 사실'입니다. 진실과 사실이란 단어를 보면서 비슷한 말 아닌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르소설에서 사실이란 어떤 사건이 벌어진 그 자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B가 계단에서 떨어졌다가 사실이죠. 그런데 여기서 진실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목격자나 함께 있던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각자의 진실이 있게 됩니다. 즉 진실은 사람의 수만큼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수만큼 진실이 존재합니다. 물론 '사실'은 하나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가족의 마당 정원에서 네 살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고, 등장인물이 각자 고백하는 순간 확정적이었던 이전의 진실은 가볍게 뒤집힌답니다. 간단한 사실과 몇몇 인물만 두고도 여러 개의 진실이 결말까지 요동치면서 인물 간 비밀과 범인마저 뒤바뀌는 몇 번의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저자의 독서록만 읽어도 더욱 읽고 싶어지게 하는 내용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 꼭 읽어야겠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나라의 장르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영미와 일본에 비해 한국 장르 작품의 기반이 조금 약한 건 사실인데요, 그래서 이 책에 실린 한국 작품은 몇 작품이 안 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여기에 나온 한국 작품은 필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그중에서 서미애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입니다. "잘 자요 엄마"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한국 미스터리 시장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미애 작가의 신작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잘 자요 엄마"의 후속작입니다. 한 가정 안에 도사린 공포를, 오직 여성 캐릭터들을 화자로 사용해 비밀보다 미묘한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랍니다. 이후에 나올 마지막 편이 기대된다는 저자의 글에 마지막 편이 나오기 전에 앞선 두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작품은 "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입니다. 2013년 일본 T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방영 초기 기대치는 낮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해 40%를 웃돌았고, 마지막 10화의 순간 시청률은 50%를 넘어서는 등 방송 내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드라마의 대성공으로 말미암아 원작자인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이후에도 드라마로 제작되며 각광받았습니다. 원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자 드라마 시즌 1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상사의 실책의 뒤집어쓴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은행의 관행인 꼬리 자르기에 저항하는 분투기를 그립니다. 은행의 비뚤어진 생리와 맞서 싸우는 소영웅인 주인공은 그저 정의롭기만 한 우리 편이 아니라 간교하고도 영악하게 승리하고 출세까지 거머쥐는 우리 편이라 더욱 매력적이랍니다. 이케이도 준의 다른 작품들은 읽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작가의 속 시원한 영웅의 모험담을 꼭 읽어야겠습니다.


이외에도 70여 편의 다른 작품들의 독서록은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에서 확인하세요.




2019년부터 한 주간지의 지면을 빌려 격주로 장르소설 리뷰를 연재한 저자는 만 3년 넘게 게재하면서 원고가 많이 쌓였답니다. 실제로 원고를 쓰기 위해 2주 동안 최소 2권 이상 읽었고 많게는 7권을 읽은 다음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선택했답니다. 한 주의 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아쉬운 작품이나 재미는 덜하지만 의미는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술술 읽히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저자는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장르소설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며, 각 장르소설의 대표작을 엄선하기보다는 막 출간된 책이나 혹은 평소엔 큰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집어 든 유명작 중 특별히 재미있는 책들을 소개한 <오라, 달콤한 장르소설이여>.


수록된 작품 중에 내가 읽었던 작품은 몇 권이며, 저자는 어떻게 느꼈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 못 읽은 작품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읽어야 할 목록이 늘어난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예전에 나온 장르소설도 좋지만 신간 장르소설을 소개해 줘서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이 책으로 장르소설의 매력에 빠질 다른 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기대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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