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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평점 :
1978년 일본 기후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가나자와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후에 서점 직원으로 일하면서 집필 활동을 병행하였습니다. 2001년 "빙과"로 제5회 가도카와 학원소설 대상 영 미스터리&호러 부문 장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21년 출간된 "흑뢰성"으로 제166회 나오키상, 제2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제12회 야마다 후타로상을 수상하고 연말 미스터리 랭킹 4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합니다. 이외에도 "인사이트 밀", "추상오단장", "부러진 용골", "덧없는 양들의 축연", "개는 어디에"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의 '소시민 시리즈', "빙과"를 비롯한 '고전부 시리즈' 등 일상의 사건들을 주로 다룬 청춘 미스터리를 많이 발표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 <I의 비극>을 보겠습니다.
난하카마 시는 9년 전에 네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병해, 인구 6만 명이 넘는 시가 되었습니다. 시청은 네 개 지자체 중 가장 인구가 많았던 옛 난잔 시 시청을 그대로 사용하고, 다른 지자체의 시청은 출장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 출장소 중 하나인 마노 출장소가 주인공 만간지 구니카즈의 직장입니다. 6년 전 유령마을이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미노이시를 재생시키려는 'I턴(출신지와 다른 지역, 특히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 프로젝트'는 소생과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 신입 간잔 유카, 그리고 만간지가 담당 멤버입니다. 그들의 업무는 유령 마을이 된 미노이시에 새로운 주민을 모집하며, 집주인과 빈집 임대 협상을 하고, 그 집을 이주 희망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원합니다.
이주 희망자는 이주에 앞서 현지 안내나 계약 체결을 위해 난하카마 시에 한 번은 방문할 필요가 있고 먼저 이주를 희망한 30세 구노 요시타네, 32세 아쿠쓰 준키치를 시청사에서 만났습니다. 구노 씨는 무선 조종 헬리콥터가 취미여서 헛간이 딸린 단층집에, 아쿠쓰 가족은 비교적 새로 지은 이층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마노 출장소에서 미노이시까지는 차로 약 40분이 걸리는데, 이주자의 상황을 살피러 만간지는 관용차를 끌고 간잔과 함께 갑니다. 이들이 이곳에 잘 살 것인지가 걱정이었는데, 문제는 열흘째 되던 날 발생했습니다.
이미 입주한 두 가구가 문제를 일으켜서 떠나고, 다른 이주민들의 전입이 모두 완료되며 I턴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건 이코 마타조 시장은 개촌식에서 연설을 합니다. 20대 중반의 미혼 남성으로 병을 앓고 있고 지금은 요양 중인 다키야마 씨, 50세 남성으로 책을 여러 권 낸 역사 연구자 구보데라 씨, 30대 여성 두 사람으로 마루야마 씨, 택시 운전사 가와사키 씨 부부, 20대 와카타 씨 부부, 매사에 정력적인 50대 중반 남성인 나가쓰카 씨, 아마추어 무선이 취미인 서른을 조금 넘긴 독신 남성 우에타니 씨, 미노이시를 활기차게 만들겠다는 의욕이 가득한 20대 남성 마키노 씨, 남편이 낚시를 좋아해 이주를 결심했다는 50대 후반의 요시카와 씨 부부, 5살 난 아들의 건강을 위해 이주한 다테이시 씨 가족까지 미노이시로 이주한 열 가구가 모였습니다. 이주자 선정은 시의 관할이라 어떻게 뽑았는지는 모르지만 내년까지 몇 가구가 남아 있을지 만간지는 걱정입니다. 걱정한 것처럼 이주민들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화재, 실종, 식중독, 절도까지 우연의 일치인지, 누군가의 계획인지, <I의 비극>에서 확인하세요.
6년 전 유령마을이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난하카마 시 미노이시에 이주민을 유입하기 위한 'I턴 프로젝트'는 현 시장의 공약이었고, 지방 공무원 만간지 구니카즈는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 신입 간잔 유카와 함께 이 프로젝트의 멤버입니다. 소생과로 오기 전에 용지과에 있었던 만간지는 큰 문제 없이 근무했고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아 출세할 가망이 있었으나, 시장 직속 프로젝트팀이지만 출세 코스는 아닌 소생과로 좌천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일하는 모습보다 정시 퇴근이 목표인 과장 니시노와 아직 업무 처리가 서툰 간잔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이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만간지,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사건이 터지고 사람들은 도망치듯 떠납니다. 처음엔 만간지는 이주민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주자들을 쫓아내려 하는 어떤 힘이 있다는 마지막으로 떠난 마루야마 씨의 말에 무언가를 느낍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골에 빈집이 늘고, 젊은이가 없어 칠순, 팔순 노인이 경로당의 막내라고 합니다. 2021년 발표한 인구감소 지역은 전국 89곳으로 경북, 전남이 가장 많고, 경기, 인천, 대구, 부산도 포함됩니다. 이렇게 인구가 자꾸만 줄어드는 곳, 특히 시골에 인구 유입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데, <I의 비극>의 이야기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갑자기 아파서 구급차를 불러도 오는 데만 40분이나 걸리고, 그동안 다른 곳엔 구급차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마을에 통학하는 아이 한두 명을 태우기 위해 스쿨버스를 구입하면, 스쿨버스가 없어 오랫동안 걸어서 통학하는 이웃 마을의 부모들에겐 불평등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경제적 합리성에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합리성이 사람에게 봉사해야 하는 것'이라는 만간지의 말에 공감하지만,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무엇을 우선시한다는 건 무엇을 뒤로 미루는 것이고,
무엇을 뒤로 미루는 건
이 일에 관해 말하자만 누군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p. 407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