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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평점 :
추리소설의 귀재로 불리는 저자는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5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책을 쓴 저자의 개정판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를 보겠습니다.
이케다 동물 병원의 원장 대리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는 38세의 독신 남성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를 보던 중 이부동생 야가미 아키토의 부인 가에데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여성의 전화를 받습니다. 작년 말에 미국 시애틀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며칠 전 일본으로 들어왔는데 아키토가 메모만 남겨두고 행방불명 상태랍니다.
하쿠로의 아버지 데시마 가즈키요는 무명 화가였고, 엄마 데이코는 간호사였습니다. 하쿠로는 아버지에 관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도형인지 무늬인지 신비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뇌종양을 앓다가 돌아가셨고, 하쿠로는 근처에 사는 준코 이모집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모부 겐조는 대학교 수학과 교수였고, 고이즈미라는 동네에서 혼자 살던 외할머니 집도 자주 방문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엄마 데이코는 신경과 의사 야가미 야스하루와 재혼했고, 하루코가 9살 때 남동생 아키토가 태어났습니다. 의학 명문가인 야가미 집안에서 기다리던 후계자라 야스하루의 아버지 고노스케는 너무나 기뻐했으며, 손자 아키토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쿠로가 동네 공립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엄마 데이코는 야스하루의 호적에 올라가는 것을 권유했으나, 하쿠로는 친아버지 성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대학교부터 따로 나와 살았는데, 야스하루로부터 엄마가 외할머니 집에서 사고사 했다는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동생을 만났습니다. 중학생이 된 아키토는 엄마의 죽음에 의심이 든다고 말합니다. 하쿠로는 엄마의 7주기 이후로 야가미 집안과 연락도 방문도 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몇 년 전 야스하루는 췌장암이 발견되어 수술했으나 예후가 좋지 않아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가에데와 하루코가 병문안을 갑니다. 야스하루는 잠이 들었다가 깨서 하쿠로를 보며 아키토에게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겨우 하고 다시 잠이 듭니다.
병간호를 하고 있는 야스하루의 여동생 나미에는 하루코와 가에데에게 상속 문제로 친족 모임에 오라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야가미 본가에 가니 야스하루의 이복 여동생 쇼코, 남편 하세쿠라 다카시, 딸 유리카와 이복 남동생 마키오, 야스하루의 아버지 고노스케 내연녀와 아들이었으나 양자로 입적한 사요와 유마가 함께합니다. 그곳에서 고노스케가 지니고 있던 소장품과 엄마 데이코의 물건들을 살펴봅니다. 엄마의 물건 중에는 앨범들이 있었는데, 앨범 중 한 권에는 아버지 그림을 찍은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앨범 마지막 장엔 사진을 떼어 낸 흔적만 있고, 제목은 '관서의 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루코는 자신이 본 그림임을 직감했으나 그 그림이 어디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야가미 집안의 모든 것을 상속받은 이부동생의 실종, 뇌 질환을 앓던 화가 아버지의 사라진 유작, 명문 집안의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갈등, 없어진 줄 알았던 외할머니 집의 존재까지, 사건에 휘말린 하루코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에서 확인하세요.
500쪽이 넘는 두께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 강한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는 그림과 의학을 둘러싼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10년 넘게 사이가 소원했던 이부동생의 실종 소식을 알려주는 여성은 하루코의 이부동생 아키토와 결혼했다는 가에데입니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과 실종 소식에 놀란 것도 잠시, 가에데는 경찰에 알렸지만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첫눈에 가에데에게 마음이 흔들린 하루코는 그녀를 돕는데, 그에게 위험한 비너스인 가에데와 함께하는 하루코가 자신의 신의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아슬아슬합니다. 또한 하루코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그린 기묘한 그림의 행방과, 어머니와 새아버지 사이의 비밀과 어머니 사고사의 진실까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드러나는 이야기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뇌 의학과 수학의 난제를 다루고 있는 이번 작품은 똑 부러지는 간호사와 산전수전 다 겪은 긴자의 호스티스, 하나에 몰두해 다른 것은 상관없는 괴팍한 성격의 연구자까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질주되지 않고, 다행히 절제되어 마지막까지 마음이 따뜻한 작품입니다.
천재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천재를 만들어 내기보다 행복한 범재가 많아지도록 노력하고 싶다.
p. 534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