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보통 원죄라 하면 原罪 즉  original sin(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을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 <원죄자>에서도 그런 의미의 책이라 생각했었고 책을 읽는 동안 가끔씩 나오는 원죄란 단어도 처음엔 원죄(原罪)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예로부터 인간 본성의 근원적인 갈등을 다룬 소설들이 많고 그 내면에 숨겨진 사악한 본성으로 인해 인간이란 범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맨뒤 옮긴이의 말에 나와 있듯이 여기서 말하는 원죄는 原罪나 怨罪(원한을 품고 저지를 죄)가 아니라 寃罪(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말하고 있다.

  "내 눈앞의 진상은 환멸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경악은 있었지만 남은 감정은 환멸뿐이었다. 한번 보면 바로 뚜껑을 덮어 어둠에 흘려보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추악한 진실이었다. 손가락이 스위치를 찾아냈다. 그만둬, 빛을 비추지 말고 이대로 무대에서 퇴장해. 빨리 이곳에서 떠나는 거다. 비밀을 알면 네 눈은 먼다. 코가 비뚤어진다. 냄새나는 물건의 뚜껑을 굳이 열려고 하지 마라 - 572 page에서 -"

  윗 구절을 읽으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생각했다. 그것은 열지 말아야야 할 상자이며 보지 않아야 할 그 무엇이고, 말하면 안되는 최소한의 자존심이며 넘지말아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우리들은 사소한 예(禮)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예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한마디로 쉽게 말한다면 그것은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기원전 공자는 예(禮)를 말하고 행하였기에 성인군자로 이름이 남았고  그것은 곧 사회의 질서이자 국가의 법(法)되었다. 우리가 일명 "뻑치기"를 걱정하지 않고 생각에 젖어 밤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예(禮)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살면서 "험한 꼴" 안당하고 살아감을 고맙게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러한 "험한 꼴"의 하나인 연쇄 성폭행 살인사건을 간접체험하게 해준다. 실제로 저자 오리하라는 1994년 여성 회사원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원죄가 증명되어 석방되었지만 그 후에 엽기 살인을 저질러 1996년에 다시 체포된 오노 에쓰오의 범죄를 밑바탕으로 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소설의 등장인물을 열거하자면, 자유기고자 이가라시 도모야, 그와 결혼한 이가라시 구미코(도치모토 구미코), 이가라시와 이메일을 나누며 정신적 사랑을 나눈 고타니 미카, 그리고 구미코를 만나기 전 도모야의 약혼자였던 일곱번째 연쇄살의 희생자인 미즈사와 마이, 그녀의 여동생 미즈사와 미도리, 연쇄살인 희생자 요코의 아버지 세토다 미쓰히로,  그와 동거한 다른 희생자의 어머니 히구치 가요, <주간 토픽스> 데스크 사타케 슌이치로, 가와하라를 구속 취조하고 퇴직한 경찰관 다카야마 다다요시, 12살때 저전거 하야부사를 타고가다 연쇄살인범과 마주 친 무라코시 겐이치로. 연쇄 성폭행 살인범 용의자로 검거된 가와하라 데루오, 그와 옥중 결혼한 가와하라 이쿠에(모리야마 이쿠에), 가와하라 데루오 구명을 위한 모임 사무장인 사사오카 료조 등이 있다.

  1983년 무더운 여름날 일본의 주오선 철로변에서 여섯번의 연쇄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 발생한다. 첫번째 살인사건의 목격자이자 자유기고자인 이가라시 도모야는 <주간 토픽스> 편집자 미즈사와 마이와 이 연쇄사건들을 취재 기고하며 사랑이 싹터 약혼까지 하였는데, 그녀는 불행하게도 일곱번째 연쇄살인의 희생자가 된다. 미즈사와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액과 동일한 혈액형을 가진 전과 5범 가와하라 데루오가 경찰에 체포되고, 수많은 협박과 폭행 등에 의한 자백으로 그는 무기징역에 선고된다. 그러나 가와하라는 구명모임과 모리야마 이쿠에 그리고 이가라시 도모야의 도움으로 원죄를 증명하여 10년만에 항소하여 무죄로 석방된다. 이 후 주인공 이가라시 도모야의 취재와 원죄자 가와하라의 사회생활이 이어지는데 줄거리는 생략하고 다만 소설 마지막에 대 반전이 있음을 말해둔다.

  내가 읽은 추리소설은 중고등학교때 읽은 스콜틀랜드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가 전부이다. 그때 그시절 셜록 홈즈가 준 재미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켠이 흡족하다. 그 이 후 이책 저책을 전전하다 올 여름 갑자기 다시 한번 이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역시 범죄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전이다. 이 소설도 마지막에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있다. 작가 오리하라의 소설을 처음 읽지만 이 소설은 제 118회 나오키상 최종 후보작이며 그의  "자(者)시리즈"소설중에 최고라고 한다. 아울러 작가는 해외 서스펜스 소설에 정통하다고 한다. 이 소설은 한여름 밤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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