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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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소설을 왜 읽을까. 나는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재미다. 소설이 재미가 없다면 그것은 쓰레기다. 그냥 쓰레기도 아니고 짜증나는 쓰레기다. 재미는 음식의 맛에 해당한다. 음식에 맛이 없다면 정말이지 그 자체로 고역이다. 하지만 맛이 있어봐라. 죽을때까지 죽는줄도 모르고 돼지될때까지 먹게 만드는게 맛이다. 제아무리 노벨문학상을 탄 작품도 나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맛없어 버릴 수밖에 없는 쓰레기다.

  그다음은 의미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의미가 없으면 공허해지고 쉽게 잊혀지게 되어 있다. 재미로 따지자면 티비의 예능프로가 오히려 재미를 취하기 쉽다. 그냥 앉아서 보기만하면 웃게된다. 구지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티비를 안보고 책을 읽는것은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책에도 장르가 있는 모양이다. 예를 들면 무협지,추리소설,환타지소설 등이 있나보다. 사실 그런 소설은 재미는 있다. 그러나 의미는 크게 없다. 거의 읽을 때 뿐이다. 의미는 음식의 영양가와 비슷하다. 맛도 좋아야지만 몸에 나쁘다면 꺼리는게 인지상정이다. 몸에 좋다면 맛은 어느정도 참아낼 수 있다. 그러나 몸에도 좋고 맛도 있다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이 소설은 의미보다는 재미가 더한 소설이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백년의 고독"이란 소설 책을 읽었는데 그 책보다 최소한 열배는 이 책이 더 재밌다. 작가는 1976년 전북 익산 출생이며 성균관대 국문학과를 나왔고 이 책으로 1억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나이 어린 분이 참으로 대단하다. 어려운 상을 수상한 것도 그렇고 스토리도 어쩌면 그렇게 재미나게 썼는지 어설픈 존경심마저 깃든다.

  이 책의 주인공은 킬러다. 직접살인을 하는 킬러가 아니라 가장 자연스런 죽음 혹은 완벽한 살인을 위한 각본을 쓰는 작가이다. 주위 모든 사람들과 법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는 죽음, 죽는 사람조차도 왜 죽음으로 치닫게 되었는지 모르게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살인을 한다. 주인공은 이렇게 자기나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죽음을 선사했으며 심지어 죽음을 구조조정이라고 부른다.

" 세상엔 많은 구조조정이 있지만 그중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구조조정이 보다 좋고 합리적인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말하자면 실상은 이렇다.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는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 뿐이다."   - 23page에서 -

  나는 소설책을 읽을 때 특히 장편소설의 경우 스토리가 궁금하여 가끔씩 띄엄띄엄 속독한다. 그러나 이 책은 거의 정독하여 한 문장도 빼놓치 않고 읽었다. 문학적 냄새가 풍기는 맛깔나는 문장들이 중간중간에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장들은 신선한 자연스러움보다 자로 잿 듯한 인조된 느낌이 나기도 한다. 

" 유난히 존재감이 약한 친구들(15p), 찢어진 입술에서 쇠 맛이 났다(17p), 우리의 행동은 욕망에 따라 결정되고, 욕망이라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64p),세상에 어떤 사람이 이런 초라한 인간을 죽이고 싶어 하겠는가(66p),

행복은 불행에 반쯤 기댄, 그런 종류의 것이다(71p),그건 정말이지 미소라기엔 경련에 가까웠다(86p), 피라미드가 아무리 거대해도 결국 무덤에 지나기 않는 것처럼 말이다(94p), 자연스런 죽음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연과 확률까찌 속여야 한다(105p), 생각해보라.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명품을 사랑하는 것이 백배 낫다. 쓸데없이 사랑이니, 신뢰니 하는 것들을 들먹이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것은 정말이지 쓸데없는 말들이었다(121p), 진정 중요한 건 그녀가 무얼 알고 있는 가가 아니라 내가 무얼 모르고 있는가였다(169p), 인간이란 호되게 처박혀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다(237p), 모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었다(278p),  변명을 하기 싫다면 모르는 척 하면 됐다(281p), 행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283p)

  이 소설에서 한가지 아쉬은 점이 있다면 제목이 좀 멋드러지지 못하다는 것이다. 뭔가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지 못하다. 물론 소설내용을 대표할만한 한마디이기는 하였지만 외국어를 조선어로 써놓아서 그런지 철짜법도 헷갈리고 의미도 좀 감이 떨어진다. 하기는 소설도 엿장사 마음과 같으니 내가 생각하지 못한 그럴 법한 제목의 의미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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