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고향에 계신 늙으신 어머니때문이었다.겉으로는 멀쩡하신데 암3기라고 한다. 볼 때마다 편안하게 웃어주시는 어머니도 이제 살으실 날들이 그렇게 많이 남지않으셨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꽃은 피고 봄은 왔지만 마음 한켠이 우울하다 못해 계속 뒤숭숭하고 편치 않다. 석가모니는 금강경에서 인생이란 꿈이요 환상이요 물거품이요 그림자라 했고,장자는 기가 모이면 생이요 기가 흩어지면 죽음인즉 복귀자연이라 하였지만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죽음 그 후는 항상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다소 어려운 논제를 다루고 있으나 철학적 측면이 아닌 과학적 측면으로접근하였기에 내용이 난해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죽음이후를 너무 쉽게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주된 내용은 소제목에서 나와있듯이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사후생 보고서"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견을 줄이고 많은 임사체험담을 인용하여 각장마다 줄기차게 실었다. 
 임사란 특정인이 육체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순간을 가르키며 실제 죽음체험자들은 대개 의식이 없고 심장박동이나 호흡이 정지해 의학적으로 분명히 사망한 상태이다. 체험은 그들이 임사상태일 때 일어난 것으로 한정하고, 단편적이고 혼란스러운 기억들은 제외된 것을 말한다.(p15)
  임사체험의 주요 특징은 유체이탈경험과 감정이 대체로 행복하고 긍정적이며 죽은 친척 등을 만나고 영화파노라마처럼 삶을 회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선천적 시각장애인들도 임사시에 선명하게 시각적 체험을 했다는 것과 정보가 미숙한 유아들도 분명한 임사체험을 했다는 것이다.이러한 어린아이들의 임사체험을 들어 기존의 문화적 영향이나 삶의 체험 신념체계는 임사체험의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다고고 작가는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 p37
영혼이 불멸하냐 단멸하냐는 종교와 철학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죽음은 직접체험할 수 없는 간접체험의 문제이며 언제나 타자의 죽음에 대한 논의이기에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는 명제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누구나 죽으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오랜 논쟁거리였던 이유는 죽음에 대한 시각이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윤리적이유든 정서적 이유이든 우리는 항상 죽음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죽음을 타자의 것으로 인식하여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억눌러 기피하기도하고 종교적 믿음으로 죽음을 초월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말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죽음의 정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책의 작가는 수많은 사례를 들어 사후에도 영혼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에서 말하는 수많은 사례는 너무 낙관적이다. 대부분의 유체이탈 체험자는 자기가 죽어있는 모습을 실제적으로 보았고 어머니 품속같은 편안한 감정을 느꼈으며 심지어 삶으로 돌아오기 싫은 정도로 행복한 기분을 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임사체험(사후체험)은 삶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체험자들 대부분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러한 것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유물론적 무신론자인 나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뿐더러 반감마저 생겨난다.
그 반감의 이유는 죽음이 그렇게 편안하다고 하면 도대체 힘들게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임사체험이 명확한 사실이다 하더라도 죽음 전체에 대한 모습이 아니라 단지 일부분만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삶과 죽음사이의 레테의 강이나 중음의 모습일 수 있다. 또한 유체이탈현상이 있다고 해서 영원이 불멸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무릇 천지라는 것은 만물이 잠시 쉬어 가는 여관이고, 시간이라는 것은 긴 세월을 거쳐 지나가는 길손이다. -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 -
작가는 책말미에서 "궁극적인 존재는 우리를 단죄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눈을 부라리는 징벌적 초월자가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고 품어주는 인류애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말한다. 우리 또한 긴 세월속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존재로서 긍정적 사후가 믿어지든 믿어지지 않든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소중한 시간들을 주체적으로 아름답게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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