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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오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정한은
바른말하기를 좋아한다. 아니 어쩌면 정한 자체가 바른 생활의 표본이다.
그러다 보니 윗 사람에게 사랑을 받기는커녕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결국에는 건드리면 안 될 사람까지 건드리는 바람에 백수가 되었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정한은 누나가 사는 곳으로 내려오게 되고
그렇게 정한의 봉주르 아파트의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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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나도 피해 안 받고 사는 게 좋다'라는 말을
요즘은 많이들 하고 산다. 그렇게 점점 이기주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본다.
남한테 피해 안 주고의 기준이 뭘까?
사실 정해진 기준이라는 건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틀 안에서
이 정도라는 기준을 삼는 것뿐이다.
그리니 결국은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행동은
결국 다른 이가 봤을 때는 피해를 주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살고 그 안에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그리고
다른 이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떨까?
세상은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분명 더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를 통해 말하고 싶은 삶이 바로 이런 것이다.
삼문동의 봉주르 아파트는 결코 어느 이름 없는 작은 마을이 아니다.
나라를 축소해놓은듯한 하나의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파트 주민대표 회장과 관리소장 그리고 동 대표들의 비리가 있고
비리에 싸우는 자들이 있다. 앞장서 나서는 자가 있으며
뒤에서 뒷짐지고 방관하는 자들도 있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어떻게든 이간질하는 자들이 있으며
그 틈에서 하나로 뭉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
이 작은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 속에
상쾌, 통쾌, 유쾌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오서 작가님 두 번째 소설은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난다.
향기 가득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썩은 내가 진동해서 얼굴을 찌푸리게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나와 우리 이웃들을 비춰본다.
외면하며 나만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지난날은
돌아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존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통쾌한 결론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이지만
소설 속에서라도 그 맛을 느껴볼 수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빠른 전개와 속 시원한 결말. 정말 유쾌하고 상쾌한 그리고 통쾌한 소설이다.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에 목이 마른 이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밑줄 긋기-
"우리 지훈이는 이제부터 다시 기억하자 토론은 이기고 지는 시합이 아니라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대화의 방식이다.라고 알겠지?"
143쪽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 그것은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을 겪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 길에서 무엇을 마주하더라도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흔하디흔한 우리는 이 뻔하디뻔한 결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남들이 남겨둔 발자국만 따라다닌다.
198쪽
증명의 시대. 타인의 말만으로는 믿지 않는 사람들. 이런 증명이 필요해진 까닭은
타인의 거짓이 많아져서일까 자신의 불신이 깊어져서 일까 사람들은 증명에
점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다.
284쪽
의미란 누군가의 부여를 통해서만 비로소 생겨난다 무의미한 삶이란 어쩌면
그 누군가가 부재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의미 있는 삶이란
내게 의미를 건네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고 가장 깊은 의미의 삶은
내가 의미가 되고 싶은 사람이 내게 의미를 부여해 주는 순간일 것이다.
29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