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R. 에비슨 - 한국 최초의 의사를 만든 의사 샘터 솔방울 인물 12
고진숙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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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샘터솔방울 인물] 시리즈를 읽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간송 전형필, 고고학자 손보기에 이어 만나게 된 인물은 [한국 최초의 의사를 만든 의사 올리버 R.에비슨]이었다.
솔방울 시리즈의 책들이 워낙 알려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숨은 보배같은 분들을 찾아서 소개하기 때문에 누군지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리버,,,,누구? 정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한국 최초의 의사를 만든 의사'라는 부제를 봤을 때는 분명 우리나라와 연관이 깊은 인물인데 너무 생소한 이름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많이 들어와서 교육과 의료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연세대학교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운 '언더우드' 정도나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에 배워서 겨우 알까,,,'에비슨'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한국 최초의 의사를 만든 의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는 그의 주된 활동에 '글쎄,,, 의사를 길러낸 교수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최초'라는 것이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의학을 배워 의사가 되고, 제자를 길러내 의사로 만들어내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고, 평범해 보였던 것이다.
이런 의심을 가지고, 그럼에도 솔방울인물시리즈에서는 처음 나오는 외국인이니 만큼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책장을 넘기며 읽어 내려갔다.
 
첫 장을 막 넘기는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올리버 R. 에비슨의 운영 방침'이 그것인데, 범상치 않은 운영방침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어떤 신념과 철학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환자를 대하는 지 그의 인물 됨됨이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궁금함을 잔뜩 안고 페이지를 넘기니 박형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은의학박물관장의 추천사가 보인다. 그리고 간략하게 나마 올리버 R. 에비슨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소개를 해준다.
 
"의사이자 교육자였던 올리버 R. 에비슨은 캐나다 토론토에서의 부와 명예가 보장된 자리를 과감하게 버리고, 가난하고 병들어 있던 조선에서 42년을 지내며 한국의 서양 의학과 고등 교육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96년 일생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 바로 한국이었지요.
그리고 1935년 12월, 올리버 R. 에비슨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국을 떠나던 날, 기차역 플랫폼에는 약 8백여 명의 사람들이 나와 그를 배웅했습니다. 도대체 올리버 R. 에비슨은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제중원의 책임자이자 고종의 시의이며, 한국 최초의 콜레라 방역 사업의 책임자이자, 한국 최초의 현대식 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한 사람.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 병원 의학교 교장을 겸직하며 오늘날 연세대학교의 기틀을 마련하고, 한국 최초의 면허 의사 7명을 길러 해 낸 사람. 올리버 R. 에버슨은 이처럼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요." --- 9p 추천사 中
 
이 부분을 읽을 때 만해도 우리 나라에 와서 앞선 기술을 가진 서양 의학과 학문을 전해주었던 인물이구나. 그리고 고국에서의 편안한 생활을 뒤로 하고, 가난한 나라에 와서 헌신을 했었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그가 한국이라는 불모지에서 하나의 밀알을 싹트게 했던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으며 긴 여정이었는지 마음을 졸이고 몰입하면서 읽게 된다. 뭉쳐진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커지기는 쉬워도 처음에 단단히 뭉치는 과정은 힘든 것처럼, 아무 것도 없는 제로 상태에서, 심지어 자금도, 인식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신념 하나로 일궈 낸 결과는 그야말로 놀랍기 그지 없었다.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했던 그는 열악한 약방 수습생에서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는 의사, 그리고 의과대학 교수의 자리까지 올랐다. 물론 재능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망과 주변의 조건에 개의치 않고, 열과 성의를 다했기에 가능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려하고 편안한 미래가 보장된 캐나다의 생활을 접고, 에비슨은 돌연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 '조선'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언더우드'와 만남이 그의 나머지 인생의 방향을 바꿔버린 것이다.
 
"지금 조선에는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세워진 왕립 병원도 담당 의사이던 헤론이 최근에 세상을 떠나면서 빈 병원이나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중략 ...
"우리가 도움을 준다면, 조선의 어린아이들을 죽음의 위험에서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p43
 
의과대학 후배였던 언더우드에게 들은 조선의 의료 현실과 그의 간곡한 부탁은 결국 에비슨을 조선으로 떠나게 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남다른 철학이었다. 한 끼의 식사를 주는 것은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고, 생명을 연장 시킬 수는 있지만 때가 되면 또다시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먹을 것을 찾고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시간이 지나도 도움은 필요 없을 것이다. 에비슨은 이러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비슨은 왕립 병원을 채울 한 명의 의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토록 의사가 필요하다면, 낯선 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의사가 가는 것보다 의학교를 만들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편이 현명하지 않은가?'  ---p44
 
캐나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경험이 있는 에비슨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조선에 서양 의학이라는 인식이 생기기도 전이니 사상, 언어, 문화가 판이한 곳에서 서양 의학교를 세워 조선인 의사를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마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조선인 '의사'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하며 조선의 한성에 발을 내디딘 에비슨은 말이 좋아 왕립 병원이지 낙후된 의료 시설에 약품도 거의 갖춰져 있지 않은 단층짜리 건물 달랑 한 채가 고작인 '제중원'의 책임자를 맡게 된다. 처음 그가 품었던 꿈에 비해 현실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나는 왜 조선에 들어왔는가?'
에비슨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곳은 앞으로 그가 일할 곳이었습니다. ---p51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이 바로, 에비슨이 아무리 힘든 역경이 생겨도, 아무리 시간이 지연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가 끝내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힘이었을 것이다.
 
실망감도 잠시 에비슨은 썩은 관리들 때문에 더 열악해지던 제중원을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백성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 하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던 콜레라의 방역을 확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에 기여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콜레라는 쥐가 발을 통해 환자 몸속으로 들어간 뒤 배 쪽으로 올라가면서 갉아 먹는다고 여겨 집집마다 고양이 그림을 붙여 놓을 정도로 세균과 질병에 대해서는 무지하던 때였다. 사람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위력을 가진 콜레라를 끓인 음식을 먹고 청결하게만 하는 것으로도 예방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믿을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에비슨은 포기하지 않았다. 에비슨은 굉장한 전략가였다. 어쩌면 결코 이뤄낼 수 없을 것 같았던 모든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열정 못지않은 그의 뛰어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을 것이다.
콜레라 방역에 있어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한글'이었다. 세종대왕이 자신의 정책을 백성들에게 보다 쉽게 전파하기 위해 글자를 만들어 보급했던 그 '한글'의 위력을 400년 후 외국에서 날라 온 외국인이 알아보았던 것이다. 전략은 대성공하여 한 번 발병하면 40만 명의 사망자를 내던 콜레라의 피해를 만 명 정도로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국가에 '백정'에 대한 신분 철폐를 요구하고 답을 얻어낼 만큼 그의 영향력은 커져 갔다. 이렇게 한발 한발 전진하던 에비슨은 드디어 처음에 조선에 오면서 생각했던 일을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조선인을 의사로 키운다고요? 그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반발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그도 아니다.
 
"우리도 처음부터 의사였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선 사람들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에비슨은 몇 년이 걸리든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든 철저하게 교육받고 훈련받은 의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p97
 
그리고 마침내 5명의 학생을 모아 의학교 수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벽에 부딪치게 된다. 바로 '언어' 문제였다. 에비슨과 겨우 말이 통할 만큼의 영어 실력을 가진 이들이 영어로 된 원서를 공부하는 것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에비슨은 다시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다시 주목한 것이 바로 '한글'이었다.
 
"이 교과서는 한글로 만들 것이네. 그리고 그것으로 조선 사람들이 공부할 것이네. 한글 교과서는 조선이 스스로의 힘으로 의학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일세."
 
에비슨은 훗날 제자가 된 한자와 영어 실력을 두루 갖춘 김필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길고 긴 노력 끝에 1906년, 마침내 국내 최초 우리말 해부학 교과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의학생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수십 년이 걸릴 거라던 의학 수업을 앞당겨 놓은 힘.'
그것이 한글 교과서의 위력이었습니다. 모든 문명을 받아들이는 가장 훌륭한 도구가 언어라는 것을 이해한 에비슨의 뛰어난 혜안이 낳은 또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p107~108
 

그 이후 돈 한 푼 없이 시작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병원인 '세브란스 병원'을 건립해내는가 하면 남녀의 내외가 뿌리깊던 당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간호사 2명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남자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 첫걸음에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그가 설립한 의학교는 7년 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7명의 졸업생 배출을 앞두게 되었다. 에비슨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을 보내온 제자들에게 국가에서 공인한 의사 면허를 주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는 일제 강점기였다. 에비슨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통감부가 이를 수락할 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에비슨은 잠시 고개를 숙이기로 결심한다.
 
"나 한 사람이 머리를 숙인다면, 조선 사람들은 서양식 의사 7명을 얻게 될 것이오." ---p147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았던 에비슨은 통감부를 찾아가 정중히 부탁을 했고, 1908년 6월 3일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 7명에게 개업을 할 수 있는 의사 면허가 발급되게 되었다. 
 
 
졸업식 전날, 에비슨은 제자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제자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 한다. 
 
"예전에 저희들은 생활에 쪼들리다 보니 언제 의사가 되어 돈을 벌 수 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교장 선생님 덕분이며, 그에 보답하는 길은 여기 병원에 남아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에비슨은 가슴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용솟음쳐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 내가 그동안 키운 사람들이 7명의 의사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었구나. 참다운 인격자들이 만들어졌구나!'
 
그것은 에비슨이 낯선 땅 조선에 들어와 심은 한 알의 밀알이 남긴 결과였습니다.  
--중략-- 
그 후 7명의 졸업생들은 조선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고 조선인 의사를 키워 내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고, 모두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습니다." ---p153
 
이 부분을 읽을 때면 이제 그는 더이상 외국인이 아니었다. 다른 학문과는 달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언어와 교육이 다르기에 장벽은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 힘든 과정을 이끌어오면서 '의사란 무엇인가?' '의사는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대해야 하는가?'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긴 시간 생활고에 시달렸으면서도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보았던 제자들에게 '의사'가 결코 생업의 수단이 될 수 없었음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제자들 모두 후배를 양성하거나 나라를 위해 독립 운동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이러한 스승의 보이지 않는 가르침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둘째가
 
"엄마, 무슨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어?"
 
라며 놀라워한다.
 
그렇다. 42년 동안 정말 한 사람이 해냈다고 하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굵직한 일들을 많이도 해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일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진정한 의사'를 키워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왜 '한국 최초의 의사를 만든 의사'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고, 공감을 하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떡여졌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의술은 한참 뒤쳐졌을 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사명감 하나로 힘든 과정을 묵묵히 이겨내 준 에비슨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책을 읽은 아이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역사책에 안 나와?"
"..."
 
이제라도 세상에 소개되어 이렇게 한 사람, 두 사람의 가슴에 울림을 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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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수학왕 1 - 가능성의 수, 확률 본격 스토리텔링 수학 만화 1
곰돌이 co. 글, 박강호 그림, 박현정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2013년 최고의 교육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2013년을 기점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의 수학 교과가 개정되었고, 매년 순차적인 개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의 내용은 난이도 조절도 있지만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바로 '스토리텔링' 형식의 도입을 들 수 있다. 기존의 교과 내용에도 생활 속의 수학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개념의 도입부터 응용의 전 과정을 스토리로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전면 개정된 것이다.
 
2009년 과학 교과 개정이 생활 속의 과학을 연결시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다른 교과에 비해서 '공부'라는 인식이 강해 학생들의 흥미가 떨어지기 쉬운 과학과 수학을 나의 생활과 연결시키면서 공부의 동기와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특히나 수학은 아이들의 생활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아 흥미가 떨어지기 쉬운 과목이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다른 과목과는 달리 결손 부분이 생겼을 때 메꾸고 가지 않으면 상위 학년의 내용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연계가 강한 과목이다. 그야말로 한 번 고리가 끊겨 버리면 누적된 결손으로 인해 고학년으로 갈수록 수포자를 양상해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의외로 점수가 잘 나오지 않거나,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개념'에 대한 확실한 공부 없이 바로 문제 풀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개념에 대한 확실한 이해없이 문제만 푸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사상누각이나 다를 바 없다. 결국은 문제 유형을 외우고, 계산만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버겁고, 응용력이 떨어져버리는 것이다.
 
이번 개정은 '개념'을 확실하게 다지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STEAM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개념'을 스토리로 흥미롭게 접근하려는 배경의 의미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야기' 형식 만큼 이해하기 쉽고, 전달력이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실험왕] [내일은 발명왕]에 이어 아이세움에서 [내일은 수학왕]이 출시가 되었다. 일찍이 내일은~ 시리즈가 도입하여 효과를 보았던 '스토리텔링'의 힘을 이제 '수학'에 적용해 새로운 시리즈로 출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 시리즈 역시 재미있는 스토리 속에서 어려운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첫번째 권의 주제는 '가능성의 수, 확률'
확률? 경우의 수? 학교 다니면서 가장 싫어했던 영역이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규칙을 찾아 예측을 해내는 복잡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영역인데, 이는 정보를 분석하는 '통계'와 더불어 일상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분야이다. 사회에 나와서 보니 '통계'라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지 간에 꼭 알아야 하는 것임을 절감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계를 알아야 한다고 어떤 교수님께서 하신 얘기를 들었을 때 왜 진작 그것을 몰랐을까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과연 이 이러한 내용들을 얼마나 다루고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확률과 통계를 구체적으로 배우는 것은 5, 6학년에서의 1단원씩이 전부이고, 그 전에는 확률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조금씩 해 본다. 학년마다 학기별로 있었던 '문제푸는 방법 찾기'라는 맨 마지막 단원에서 불규칙적으로 다뤄졌었지만 정작 이 단원은 시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었기에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학원에서도 제대로 배우기가 어려웠었다. 사실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의 총정리고, 심화 응용이며, 이러한 경우의 수나 규칙을 찾는 등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단원이었음에도 (아이들은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가 회피했던 단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분수나 도형만큼 확률이나 경우의 수, 통계에 익숙하지 않으며, 중요하게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내일은 수학왕]의 기획을 준비하고, 출간을 하면서 가장 먼저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컷을 것인데 첫 번째 주제로 '경우의 수와 확률'을 선정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교과 연계를 봐도 '6학년 2학기 6단원 경우의 수'와 '5학년 2학기 7단원 자료의 표현' 그나마 가장 가까운 것은 '6학년 1학기 6단원 비와 비율'로 사실상 교과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학교의 진도와도 맞지 않지 않아 관심을 덜 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의미가 큰 첫번째 주제로 선정한 것은 그만큼 '확률'이 수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이를 뚝심있게 밀고 나간 것에 대해서도 신뢰감이 든다.
 
 
암튼, 어렵고 지루한 내용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주인공은 역시나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도 '수포자'라 생각하는 '강무한'. 
학교 수학 점수는 낙제에 가깝지만, 생활 속에서는 수학적인 사고를 하며, 문제를 풀어도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방법으로 참신하게 풀어내는 잠재 가능성이 무한한 인물이다.
 
 
결국, 전국에서 모인 수학 천재들을 제치고, 세계 수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결승전까지 진출을 하게 된다. 이처럼 낙제생 강무한이 수학 영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통해서 독자는 수학의 개념을 하나하나 흥미롭게 배우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수학의 진정한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강무한'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 국제적인 수학 영재를 키워내기 위해 교육부가 주관하는 '수학 영재 캠프'에 선발되게 된다. 상위 0.1%의 수학 영재만이 선발될 수 있는 수학왕 캠프에서는 여름 방학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수학에 대해 배우게 된다(정말 이런 캠프가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ㅎㅎ).
 

그러나 입소 첫날 부터 쉽지 만은 않다. 200명을 선발했지만 현장에서 2차 시험을 치뤄 그중에서 40명을 다시 선발하게 된다. 문제는 1권의 주제인 '경우의 수'와 '확률'의 문제가 던져진다. 세 명의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는데, 그중에서 강무한을 데리고 온 '공수식' 지도 선생님이 출제하게 된다. 강선생님은 오아시스 같은 방학을 즐기기 위해서 강무한이 떨어지기를 오매불망 바라는 다소 의외의 인물. 첫 문제부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인 수학 영재들 때문에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선생님은 자신의 문제로 반은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문제는 바로...'가위바위보'
 
황당해 하는 장관과는 달리 수학 지도교사들은 가위바위보 역시 심오한 수학 법칙이 숨겨져 있는 수학 문제임에 공감을 한다. 그렇게 가위바위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왜 가위바위보에서 수학 개념이 필요한 지, 경우의 수와 확률이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우의 수가 무엇인지, 확률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다.
 

독자들은 이야기의 상황 속에서 경우의 수와 확률이 얼마나 우리 생활 속에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 이를 알아채면 얼마나 편리한 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경우의 수와 확률,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학자 등에 대한 좀더 자세하고 체계적인 보충 설명을 위해서 챕터별로 끝부분에 '놀이로 배우는 수학', '만화 속 수학 법칙', '세상을 바꾼 위대한 수학자' 등의 꼭지로 정리해놓았다.
 

다른 [내일은~] 시리즈처럼 [내일은 수학왕] 역시 수학 체험 키트가 제공된다. 백문이불여일행! 백번듣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다른 시리즈보다 좋은 것은 체험 키트의 키트 설명서가 책에 아예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실험왕이나 발명왕의 키트 설명서에 있는 내용도 좋아서 모두 모아 두었었는데 이래저래 빠져 달아나서 지금은 많이 분실한 상태이다. 이렇게 아예 책에 수록되어 있다면 분실 염려가 없으니 나중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실험왕과 발명왕도 적용이 되었으면...ㅎㅎ
 
체험키트에서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입체도형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이름과 원리를 익힐 수 있으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확률과 '수학적 확률'이 다를 수 있음을 체험으로 배우게 된다. 즉 주사위를 던졌을 때 한 숫자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실제에서는 각각의 숫자가 6분의 1로 나오지는 않는다. 즉, 그럴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 '수학적 확률'이다. 그렇지만 던지는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학적 확률에 가까워지는데 이를 '큰 수의 법칙'이라고 한다. 체험 키트를 통해서 아이들은 이 '수학적 확률'과 '큰 수의 법칙'을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함께 제공된 '용돈 기입장'은 요즘 야금야금 용돈을 저금통에다 넣고 빼서 쓰는 둘째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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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걷는 역사 길 - 서울의 대표 역사 길 15곳 아빠와 함께 걷는 길 시리즈
남상욱.송소진.장치은 지음, 우지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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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살면서 도대체 내가 서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요즘 아이들 역사책이나 현장학습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3학년 사회과 시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한 내용을 별책으로 배우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모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을 수도 있겠으나 40년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아는 것이 없었나 하니 한심한 생각을 넘어서 억울한 생각 마저 드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삼국 시대부터 치열한게 자리다툼을 했던 격전지였던 만큼 그 역사와 뿌리도 깊다. 특히 조선의 건국와 함께 도읍이 되면서 500년 이상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한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허물어져가고, 사라져버린 유적이 대부분이지만 복원과 보전의 노력을 기울인 유물과 유적은 그 깊은 역사만큼이나 깊고 넓다.

 

그런데,,, 그런 사실들이 터를 잡고 산 지 40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참 한심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장장 12년 동안 소풍을 가서 뛰어 놀았던 곳이 왕과 왕비의 무덤이었다는 사실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도 거의 고등학교 끝자락에서 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창경궁이 창경원이었고, 사직단이 사직공원이었던 시절이었으니, 그만큼 역사 인식과 이를 지키고 가꾸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각설하고,,,그러다 보니 요즘 나오는 아이들의 역사 탐방 책들은 읽어도 읽어도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이 책 아빠와 아들 함께 서울의 대표 역사길 15곳을 돌아보면서 역사적인 의미와 탐방의 방법을 소개한 [아빠와 함께 걷는 역사길]도 읽는 내내 '아, 서울의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가 많았구나, 늘 보던 것들이 이런 깊은 의미가 있었구나'하는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또, 책을 읽으면서도 빨리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들썩들썩 거린다. 큰 아이가 지금은 시험 준비 중이라 이번 주는 틀렸고,,,다음 주에라도 나들이 삼아 꼭 한 번 다녀오고 싶다.

 

 

그 중에서도 꼭 다녀오고 싶은 곳은 있는데,,, 그 곳에 대한 얘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하고,,,

이 책은 '조선의 길' '도성의 길' '종교·학문의 길', '임금·백성의 길' 이렇게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의 건국과 흥망, 학문과 종교, 삶과 죽음의 길과 관련된 곳을 따라 걸으며, 역사적인 의미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네 가지 주제의 길 중에서 조선 왕조와 함께 한 500년 [북촌]은 가보고 싶은 곳 1순위.

몇 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사정이 생겨 좌절되는 바람에 영 다녀오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아직 못 가본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아마 다녀왔었다고 하더라도 겉핥기에 그치고 대충 보고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니 좋다~ 라고만 생각하고 왔을 수도...ㅎㅎ

 

북촌은 조선 시대에는 한양의 노른자 땅이어서 왕의 가족이나 사회 지배층이 살고 있었던 누구나 살고 싶어하던 동네였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런 배경 설명과 함께 어떤 찾아가는 방법과 돌아오는 방법, 산책 코스는 물론 "정독도서관 관광 안내소에서 관광안내도를 꼭 챙기라"는 등과 같은 필요한 정보들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 외에도 책의 곳곳에는 산책을 하는데 필요한 [산책 정보]와 더 자세하게 알 필요가 있는 배경 지식 등과 같은 것들을 박스로 만들어 정리해두고 있어 참고해볼 수 있다.

 


 

'북촌'이 조선 시대 양반들이 사는 곳이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조선 시대는 신분제가 존재하던 사회였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신분은 어떻게 나뉘었을까? 책에서는 이러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좀더 체계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은 마지막에 별도의 페이지에 정리해두고 있다.

 

 

이 책의 재미있는 특징 중에 하나는 실사에 아빠와 아들, 그리고 함께 산책을 하는 친구 호랑의 캐릭터를 그려 넣어서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느낌이 확 다르다.^^

 

 

 

이렇게 책을 따라 함께 산책을 하다 보니 정말 서울에는 곳곳에 가고 싶은 곳이 아니 가봐야 할 곳이 정말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앞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에 잠깐 언급했는데 사실 '북촌'보다 더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임금·백성의 길' 중에 나오는 '역모의 길'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두 번의 반정이 성공했지만, 그 뒤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무수한 역모가 일어났다. 성공하면 반정이요, 실패하면 역모였는데,,,그와 관련된 곳이 바로 '역모의 길' 세검정, 석파정, 무계정사 터, 창의문에 이르는 길이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왕으로 추대한 '인조반정'과 연관된 '세검정'을 보니 얼마 전에 봤던 영화 '광해'가 떠오른다. 요즘들어 광해군의 진가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들이 나오고 있어 유난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반정의 주도자들이 이를 위해 칼을 씻어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세검정'의 넓은 바위와 정자에 한 번 다녀와 보고 싶다.

 

 

'역모의 길' 그 중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바로 '석파정'이다. 석파정은 원래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 소유의 별서였다고 하는데, 워낙 아름다워 흥선대원군이 왕의 힘을 빌어 빼앗아 자신의 호를 따서 '석파정'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꼼수를 써서 빼앗을 정도 였을까?
지금은 2012년에 문을 연 '서울 미술관'과 연결되어 있어 미술관 티켓을 구입하면 함께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미술관'이 개관을 했다는 것도 이 책을 처음 알았다...ㅋㅋ
암튼,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진으로만 봐도 느낌이 참 멋진데,,,직접 눈으로 보면 더 멋지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중종반정으로 인해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했던 중종과 단경 왕후의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는 '인왕산' 그리고 시인 윤동주가 시를 썼던 '윤동주 언덕'과 윤동주 문학관 까지 5월 하루 나들이 코스로는 정말 최적이 될 것 같다.

 

아빠가 이야기 들려주듯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으로 쓰여져서 술술 넘어갈 정도로 어렵지 않고,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나도 알지 못했던 깊은 내용들을 편안하게 전달한다. 벌써 일찌감치 읽어버린 둘째와 시험 공부 틈틈이 머리 식히며 읽겠다고 하는 큰 아이가 모두 읽으면 책 챙겨서 바로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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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실험왕 23 - 달의 대결 내일은 실험왕 23
스토리 a. 지음, 홍종현 그림, 박완규 외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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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과학에서 먼저 부딪치는 문제가 바로 1단원 '지구와 달'이다. 6학년은 빛의 반사와 굴절을 배우는 '빛'의 단원이 고비이고, 가장 어렵고 힘든 단원들을 왜 1단원에 배치했을까 궁금하지만 암튼 학기초부터 아이들에게는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초등 5학년이 둘째 역시 방학 때 '지구와 달'을 공부하면서 몇 번 책을 덮어버렸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기사 입체적으로 직접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을 사진으로만 보면서 설명을 이해하려니 어렵고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보더니 다행히 학교에서 배울 때는 활동지도 만들고, 하면서 얼추 이해가 되어 가는 모양이다.
 
[내일은 실험왕] 23권의 예고를 봤을 때 '달의 대결'이라는 제목을 보고 '올커니' 했던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었다. 더불어 궁금했던 것은 '실험키트'였는데 과연 어떤 실험으로 달에 대한 이해를 시킬 수 있을 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출간 소식이 들렸고, 드디어 우리집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단숨에 읽어 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스토리에 흥미진진함 때문에 읽자 마자 '아~ 다음 권'하는 둘째의 탄식이 들린다. 앞으로 두 달은 기다려야 할 텐데..ㅎㅎ
 
아이가 다 읽은 후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나도 찬찬히 살펴 봤다. 어떻게 실험으로 달, 지구와 달의 관계를 보여줄까...?
 
달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첫 장면. 아이들은 이 장면부터 빵 터져 버렸다. 이런 재미때문에 아이들은 '내일은 실험왕' '내일은 발명왕'을 너무 좋아한다.

 
달의 모양이 변하는 원인은 달의 공전, 위성, 지구와 태양의 관계 등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을 이해하려면 일단 용어도 알아야 하고, 원리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스토리 속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쉽게 설명해주니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달의 위상 변화가 사실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닌데 이 장면은 이해를 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물론 처음 내용을 접하는 아이들은 한 번에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토리가 워낙 재미있다 보니 둘째도 최소 3~4번은 반복해서 본다. 이 반복의 효과 속에서 아이들은 어느 새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달의 위상 변화는 워낙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보니 교과서에서는 먼저 직접 눈으로 달의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한 후에 그 결과로 현상을 이해한다. 달은 저녁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찰 활동은 숙제로 주어진다. 요즘은 부득이하게 관찰할 수 없을 때 프로그램으로 대신하기도 하지만 일단 직접 관찰 활동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책에서도 달의 관찰 방법이 별도의 꼭지인 '과학 실험실'에서 소개되어 있다. 프로그램도 좋지만 내년에 5학년이 되는 아이들은 미리 여유있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달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이해를 맞췄다면 본격적으로 달에 대한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어렵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낯선 내용이 될 것이다. 또, 의외로 어른들도 잘 모르는 깊이 있는 내용도 나온다. 예를 들어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아서 하루가 27.3일이과 낮과 밤이 14일씩 된다거나, 공전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 우리는 달의 늘 같은 면만 보고 있다거나 하는 내용들이다.
 

 
이 외에도 달의 인력으로 생기는 밀물과 썰물 현상 그리고 일식과 월식에 대한 내용 등 달에 관해 상당히 폭넓고 깊이있는 내용을 다룬다.
 
또한 달 자체에 관한 내용은 실험과 함께 다룬다. 아이들이 가장 자신있어 하고, 좋아라 하는 바로 달의 '크레이터'에 관해서는 집에서도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직접 해보면서 하면 좋을 것 같다.
 
 
매 호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책에서 다뤄지는 과학 지식은 초등학교 수준을 넘어서 상당히 깊이 있는 심화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중고등학교 수준의 내용을 미리 접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심화되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또,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연계된 지식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서 다뤄졌던 내용은 과학 실험실에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으니 이 부분만 따로 읽으면 지식의 체계를 잡을 수 있다.
 

지구와 달은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래서 현상을 관찰하는 것 위주로 학교에서도 배우고 있지만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흥미와 관심을 느끼는 데에는 효과적일 것이다. [내일은 발명왕 23-달의 대결] 편은 그런 의미에서 더없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가 이 단원을 공부하기 전에 나왔다면 좀더 쉽게 배웠을텐데...^^;;
 
 
이번 23권의 실험키트 역시 달의 위상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별도로 구입하려면 몇 만원을 줘야하고 자동은 4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약간의 수동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책으로 보고 직접 실험해보면 그 과정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는데 충분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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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질문하라 - 합리적인 답을 이끌어내는 통섭의 인문학
크리스토퍼 디카를로 지음, 김정희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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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쯤 책을 읽는 방법과 토론에 대해서 한참 열심히 배웠었다. 근 일 년 가까이를 그 동안의 시각과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우느라 고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론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기에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 같고, 때로는 뒷걸음을 치는 것 같기도 해서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은 바쁜 일 때문에 토론과는 잠시 멀어져 있지만 그 때 배운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법은 강렬하게 남아서 아직도 나의 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질문'에 관한 것이다. 그 무렵 읽었던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 바로 '질문'하면서 읽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냥 수동적인 책읽기가 아니라 저자의 의견이나 주장, 혹은 이론에 대한 질문,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질문과 답을 해가면서 읽을 때 진정한 책읽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예스, 노로 답을 할 수 있는 단답식의 질문이 아니라 왜? 어떻게?와 같은 개방형 질문은 얼마나 하고 있는가. 질문보다는 무조건 입력이 공부의 중요한 시대를 살았던 우리는 질문을 할 필요도, 질문을 하는 방법도 모른 채 살아왔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학교 정규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나라. 사유할 필요도, 질문할 이유도 없었다. 오로지 사실을 누가 더 많이 암기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간 지금....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환경이 되었을까? 교과과정이 바뀌고, 서술 논술형 시험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도 여전히...아직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교실에서는 삶의 관철을 위한 '질문'은 여전히 부재 상태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을 배우며,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에서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대학에 진학해서도 교양으로 듣는 것이 전부인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사유의 폭,,,,다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진정한 '나'를 알 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진정한 '나'를 알아야 타인도 알 수 있고, 나와 연관된 수많은 '관계'도 이해할 수 있으며,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의미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토론을 하다 보면 결국 '철학'의 영역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정당화 시키고 타당한 근거로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론을 하는 동안에 철학, 인문학에 대한 책과 강좌를 틈틈이 읽고 배워야 했으며, 또한 상대의 논리적인 오류를 밝히며, 동시에 내 주장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논리의 오류와 같은 논리에 대한 공부도 별도로 해야 했다.

 

이 책 [철학자처럼 질문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이러한 나의 최근 관심사와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일 것 같고, 아무리 배워도 어렵기만한 논증의 방법을 다시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철학'과 '질문'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근본적인 접근을 한다. 책 제목에서 얘기하는 '질문'은 바로 '나'와 '타인'을 근원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이른바 '빅파이브 질문'이다.

 

1.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 나는 왜 여기 있는가?

3. 나는 누구(어떤 존재)인가?

4.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5.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간단해보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작용하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배우게 된다.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조차도 얼마나 많은 관계의 영향이 미치는 지에 대한 증거를 하나하나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러한 현상들이 발생했는지 빅파이브 질문을 중심으로 분석해서 보여줌으로 나와 타인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를 간파하게 해준다. 이를 간파한다는 것은 곧 상대의 허점과 오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며, 크고 작은 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도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이것은 방법을 안다고 해서 단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영 방법을 안다고 해서 수영 선수처럼 수영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지속적인 훈련을 해야 만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느 철학책이나 논리책을 기대하며 '들어가는 글'을 읽었는데 갑자기 솔직하게 답하라며 이 다섯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솔직하게 한다고 했지만 솔직한 지는 자신이 없다.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알게 모르게 심지어 유전자 속에서도 또아리를 틀고 있는 나를 둘러싼 수많은 힘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타인이 주장하는 바에 논리적인 허점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배경을 인지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다섯가지 질문'은 상대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간파할 수 있게 해준다.

 

구성을 살펴보면, 이 빅파이브 질문에 대한 분석을 하기 전에 이러한 분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배운다. 즉 논리적인 도구들이다. 논리책에서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논증'의 방법들이다.

연역 추론, 귀납 추론, 증거의 방법, 논리적 오류 (임시방편의 오류, 인신공격의 오류,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등등) 등을 배운다.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읽어 봤는데 참 헷갈리고, 어렵고 지루하다. 논리적인 도구 자체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딱딱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으려면 인내심 적잖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듯 쉽고 가볍게 설명을 해준다. 논리적인 도구들 뿐만 아니라 나머지 내용도 근원적인 내용을 다루는 만큼 추상적이고 표현이 힘든 부분들도 쉽고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니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내가 어렵게 이해했던 그 내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무리 쉽고 잘 이해되게 설명를 하고 있을 지라도 이 책을 한 번 읽고,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고두고 봐야 하겠지만 앞부분 논증에 대한 기능적인 설명은 당장 써먹을 수 있고 연습하는데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나 논증 구조를 도식화하는 방법은 글을 읽을 때나 쓸 때도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만 잘 활용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적절하게 배치된 유머러스한 일러스트이다. 그림이 웃긴 것은 아닌데 진지하게 설명하는 부분에서 진지하게 등장한 일러스트는 그 조합 자체가 유머로 다가오는 것이다. 어렵고 긴장된 뇌를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기본적인 지식을 배운 후에 고대 철학자들의 추론 방식을 배우고, 제 3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빅파이브 질문에 대한 답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개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간에 분쟁과 논쟁의 원인은 의외로 종교적인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인종 차별과 같은 왜곡된 현상들도 발생하고, 어떤 경우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학과 종교. 더 많은 관점과 영향이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이 빅파이브 질문에 이 두가지 관점 즉 '자연주의적 관점의 대답'과 '초자연주의적 관점의 대답' 두 가지 관점을 살펴봄으로써 그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주장을 할 것이며, 이들과의 논쟁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는 이 빅파이브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과 답변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비교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쉽게 써내려갈 수가 없다. 저자가 처음에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 것처럼 내가 영향을 받고 있는 수많은 관계에 자유로울 수 없고, 어느 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답하기가 두려워진다.

 

그러나 저자는 이 질문은 나와 타인 뿐만 아니라 우리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 이를테면, 낙태, 인권, 안락사, 언론의 자유, 전쟁 등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지, 우리는 배웠기에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걸음마 수준도 안되겠지만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 지를 깨달은 것만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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