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에 시작하는 멘탈 게임 - 내 인생의 성공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최고의 조언
하비 A. 도프먼, 칼 쿠엘 지음, 이문영.송준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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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주에는 오랜 만에 기대감에 차서 TV를 켰다. MBC 청룡 시절부터 응원하는 LG트윈스가 11년 만에 플레이오프 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늘 초반에만 강했던 지난 몇 년 간의 실적과는 달리 올 해는 극적이었지만 2위 자리를 탈환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을 했으니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은근 한국시리즈까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살짝 가져봤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첫승을 빼앗기고, 계속 쫒아가는 상황이더니,,,
2승 1패의 마지막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도 집중력 부족의 산발적인 타선과 속출하는 실책은 결국 팽팽하게 대립되었던 균형을 깨는 쐐기 홈런을 맞으며 침몰하고 말았다. 패넌트레이스 4위 팀은 그렇게 2위 팀을 무너뜨렸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라면 2위 팀이 불리할 이유가 없다. 물론 상대적으로 강한 팀이 따로 있고, 단기전에 강한 팀이 따로 있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 원인이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손에는 [9회말 2아웃에 시작하는 멘탈 게임]이 들려 있었다.
흔히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얘기 하지만 끝내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두 팀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경기의 결과보다 허탈한 경기를 봐야만 했던 나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책을 펼쳤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이 책의 뒷표지만 보아도 너무도 흔하지만 당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정신력".
저자는 자신의 말이 아닌 미국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 톰 시버(Tom Seaver)의 말을 빌어 이 결정적인 이유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 간의 신체 능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아요. 따라서 팀 간의 신체 능력도 별 차이가 없죠. 요약하자면 승리하는 팀과 패배하는 팀을 가르는 요소는 마음가짐, 노력, 정신적 해이에서 오는 실수를 막아주는 주의력입니다. 내 생각으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집중력과 전력투구의 정신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예요. 이건 내가 확고하게 믿는 신념이죠. 정말로요." ---p.20
 
이 책은 이렇듯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포츠 상담 전문가인 저자의 이론을 제시하면, 역사상 위대했던 선수들의 경험과 증언이 사례로서 근거가 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야구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보통의 선수들의 결정적인 차이를 조사하고, 그들처럼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를 이론으로 만들어 시작부터 경기에서의 마무리까지 순차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한 특징은 2부를 소개하는 개요에 저자 자신이 구체적으로 잘 정리해두고 있다.
 
"[9회말 2아웃에 시작하는 멘탈 게임] 제1부에서는 탁월한 야구 경기를 위해 필요한 철학적이고, 이론적이고, 실질적인 기초 지식을 설명했다. 또한 일화와 구체적인 연습의 소개를 통해 선수들의 일상 훈련과 그들이 마주치는 문제점들을 조명했다. 이제 이 책의 제2부에서는 경기의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 논의해 보자. 타격, 투구, 수비, 베이스러닝에 대해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해 '정신의 기본기'를 다룬다.
이 내용에 뒤이어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부록에는 선수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정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 목표의 항목이 포함된다. 선수들은 이 항목을 통해 개인에 맞는 탁월함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 p.271
 
책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로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것이 바로 이 '정신력'이며, 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뛰어난 선수의 핵심임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정신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으며, 실력과 실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를 뒤이어 차근차근 한 가지씩 설명을 시작한다.
 
정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목표'를 정하는 일이며, 이 목표에 최지일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오직 나의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크고 중요한 경기일수록 흔들리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선수들은 그러한 훈련을 해야 한다.
저자는 '기대감, 헌신, 책임감, 태도, 자신감, 배움, 준비, 시각화, 집중력, 정신 훈련, 이완, 승리의 방식'의 과정을 통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는 요건과 이를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가만히 읽다 보면 선수의 경험담과 야구라는 무대를 제외시키면,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라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워낙 심리적인 부분의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집어 내기 때문에 모호한 느낌이 들지 않고, 왜 그런 결과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원인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 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실수와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 실수와 문제에 시간을 소모할수록 그 실수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다음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행위를 하는 자신을 정확하게 머릿속으로 그려보라.
윌리 스타젤의 방식도 남다를 게 없었다. 피츠버그 파이러츠에 몸담고 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불만스러워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마음속에서 그걸 뜯어 고쳐요. 그 문제를 분석하지는 않아요.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됩니다." ---p.134
 
야구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 같을 때가 있다. 위기와 기회의 랠리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다. 이런 변화무쌍한 인생의 무대에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나는 지금 이 순간 서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우린 그저 주위의 시선에 힘들고, 출구도 모르는 미로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수처럼 다이나믹하게 일상이 흘러가지 않을 지라도 이 책에 나와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면, 홈런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나로서' 행복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바로 해야 할 일은 하나다.
 
"공을 보고, 공을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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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집안의 10cm 비밀 - 풍수 인테리어를 이용한 정리와 배치의 기술 내 손으로 하는 풍수 인테리어 시리즈 1
이성준 지음 / 예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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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와 인테리어가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었다. 사실 깨끗하고 깔끔하면 되고, 인테리어라면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예쁘게 꾸미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워낙 뭔가 감각적으로 꾸미는 것은 잘 못할 뿐더러 관심도 없다 보니 내 생활에 그런 것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깔끔하면 되지 않나? 복잡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색깔만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풍수 인테리어를 통해서 집안의 기가 잘 통하게 하여 금전, 시험, 공부는 물론 건강운도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 [잘되는 집안의 10cm 비밀]을 읽으면서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집터나 묘를 쓸 때 명당 자리를 찾는 것이야 익숙하지만, 요즘같이 과밀하게 집을 짓는 상황에서 명당자리를 찾아 집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아예 염두에 둘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기껏해야 집을 볼 때 위치나 방향, 층수 등만 보게 되지 명당까지는 생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니 풍수라는 것이 명당이 아니어도 좋은 기운을 북돋우거나 나쁜 기운을 중화시키는 가구의 방향이나 소품 등의 인테리어 변화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라 좁으면 좁은 데로, 넓으면 넓은 데로 자신의 집 상황에 맞춰 책에서 지시한 방향과 색깔, 배치 등으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가구 배치를 다시 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급하거나 꼭 필요한 부분부터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주어가다 보면 어느 새 그 좋은 기운이 생기는 집으로 변모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의 '10cm'는 무심코 혹은 습관적으로 배치해던 가구들을 조금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기운으로 변화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우리 몸도 기가 통해야 하듯이 집안도 기가 통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가구끼리, 벽과 가구 사이의 10cm 공간이라는 것이다. 
 
 
책은 먼저  풍수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법칙부터 소개한다. 편안하고 건강한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규칙들을 파악해두면 가구나 소품을 배치할 때 도움이 될 듯 싶다.
 
 
각 장마다 끝에는 '10cm의 비밀'이라는 꼭지를 두어 10cm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와 10cm가 필요한 상황과 공간을 소개해주고, 방법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또한 첫번째 장에서는 우리집을 명당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밝아야 하고, 정리와 청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어찌 보면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그 이유는 새롭기만 하다.
 
"자신이 좋아하고 늘 사용하는 물건은 강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내지만, 무시당하고 버려진 물건은 주변의 에너지 흐름을 정체시킨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의 수가 늘어나 쌓이게 되면 결국 공간이 지니는 기운은 반감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p.24~25
 
평소 쓰지 않는 물건을 쌓아 둔 베란다가 번뜩 생각이 난다.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깨끗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아마도 기가 정체되지 않고 원활하게 흘러서 그런가 보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베란다와 같은 곳의 정리와 깨진 물건, 고장난 전등 등 부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집안 구석구석을 손 볼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두번째 장에서는 잘 되는 집의 공간별 인테리어를 나누어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곳은 기가 들어오는 '현관'과 '욕실, 화장실'이다. 물론 집 안 구석구석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 보았을 때 가장 반복해서 강조하는 곳이 바로 이 두 곳이다. 모든 곳을 다 신경쓰기 어렵다면 당장 현관과 욕실, 화장실부터 바꾸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은 '조명'이고, 또 '식물'의 중요성도 계속 강조한다. 가구를 10cm 떼어 주는 것과 함께 이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신경쓰면 도움이 될 듯 싶다.
 
 
'거실'은 가족의 화목을, '침실'은 건강, 진로, 사회활동과 관련이 있으며, '주방'은 금전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방의 창가나 싱크대 위는 늘 깨끗해야 하고, 간결하게 정리해야 한단다. 초록색이나 벽돌색 매트를 사용하면 재물운과 건강운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당장 가서 노란색으로 되어 있는 매트를 초록색으로 뒤집어 놓았다..ㅎㅎ
화장실과 욕실은 가족의 건강과 애정과 관계가 있고, 부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화장실의 전체 분위기는 흰색이나 연한 겨자색이 좋으며 욕실 용품은 붉은 색 계열이 좋다. 밝은 느낌이 들도록 조명을 조정하고 창가의 한 귀퉁이에는 붉은색 꽃이 핀, 작지만 화사한 화분을 두면 이 방위의 기가 살아나 인체에 유리한 기운을 제공한다.
욕실을 너무 고급스럽게 꾸미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특이한 개성을 표현한다고 흑백의 대조를 너무 강하게 한다거나, 특정한 원색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거나 어두운 색깔을 써서는 안 된다.
욕실 기구는 연녹색이나 하늘색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벽에 별도의 조명을 설치하고 창에 녹색 커튼을 걸고, 화분을 두면 흉한 기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p.64~65
 
 
다음 장부터는 상황별 풍수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3장은 건강을 위한 풍수 인테리어를 소개하고 있다.
각종 성인병 예방부터 아토피, 비만까지 질병을 예방하고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위와 가구 배치, 색상 등을 소개한다.
 
 
4장은 시험운을 높이는 풍수 인테리어를 꾸미는 법으로 주로 아이들 공부방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 지, 어떤 방이 아이들 공부방으로 적합한 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험장 책상에서도 풍수가 있다고 하다. 물, 불의 기운이 있는 방위가 다르기 때문에 지우개와 필통, 시계 등을 놓은 위치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 보러 갈 때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마지막 장은 금전운이 좋아지는 풍수 인테리어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팁을 소개하자면,
 
"가정, 회사를 막론하고 돈 사정이 안 좋아졌다면 노란색 물건으로 장식을 한다. 가전제품 위에 익은 호박 등을 올려놓는 것도 좋다. 책상의 외쪽 모서리에 작은 화분을 두면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침실 문에서 오른쪽 구석에 싱싱한 화분을 두면 도움이 된다."
---p.173
 

책의 마지막 부록에는 풍수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기 위한 '나의 타고난 성향을 찾는 법'이 실려 있다. 오행과 팔괘에 의한 성향을 파악하는 방법인데 나는 딱 맞는데 다른 가족들은 살짝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풍수 인테리어란 집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 건강한 삶과 풍요로운 살림의 기운이 도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공간에 가면 기분이 환해지고 좋아지는가 하면, 어떤 공간에 가면 기운이 급격히 가라앉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이 공간 에너지의 흐름이 원활하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 역시 좌우가 된다는 것이다. 모르면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알고 나니 좋지 않은 것은 크게 보인다. 벌써 한 두 가지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 날 때마다 손봐야 할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조금의 노력으로 집 안의 기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수고가 아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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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따라하기
이기동 지음 / 프리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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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제목을 다시 봤다.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아, 정말 제목 그대로였다. 미디어(여기서는 주로 신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의 글을 잘 쓰기 위한 '기본'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로 출발해서 서울신문의 논설위원까지 지낸 그야말로 미디어 글쓰기의 달인이 된 저자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고난이도 글쓰기인 사설, 칼럼까지 제대로 쓰는 법을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다. 기자를 꿈꾸거나 체계적으로 미디어 글쓰기를 배워 보고 싶은 독자라면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강의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꼭 미디어 글쓰기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밖에서는 잘 모르는 기자들의 생활과 기사가 쓰여지고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저자가 처음 기자로 발을 내디뎠을 때와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을테지만 탄탄한 글을 쓰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과 노련한 기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문재(文才)'는 타고 나지만 사실에 기초한 언론 문장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보통 이상으로 잘 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부하지 않은 표현, 정곡을 찌르면서도 신선한 어휘를 선택하고, 때로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감각과 능력은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나는 글재주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스크랩해두고 싶은 멋진 문장으로 많은 독자를 끌고 다니는 문재(文才)는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문재를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아예 글 잘 쓰기가 글렀단 말인가. 그것도 물론 아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초년 기자 때부터 시작된 그들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해가 된다. 그들은 남보다 더 힘든 글쓰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글을 더 잘 쓰게 된 것이다."--- p.11 시작하는 글 中
 
그 혹독한 과정을 모두 느껴볼 수는 없지만, 책에서는 글을 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부터 어떤 원칙을 지키며 글을 써야 하는 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을 다듬기까지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종류별로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감상으로 쓰는 글이 아니기에 원칙과 규칙이 많이 필요하고,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서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과정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의 차이는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만큼이나 크게 느껴지니 힘들고 번거로워도 지켜나가는 것이 옳다 할 것이다.
 
 
책은 '제대로 된 언론 문장은 무엇인가'부터 시작한다. '글은 인격이다'라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바른 문장이란 어떤 문장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다. 취재력, 인격, 뉴스가치판단력 그리고 역사의식까지. 그 어떤 유려한 문장도 이 조건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바른 언론 문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사의 글처럼 가장 중요하면서도 핵심이 되는 내용을 맨 처음 서두에 싣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편집국의 조직과 기능, 숨가쁘게 돌아가는 제작회의와 취재,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신문사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 생생하게 서술해서 보여준다. 사명이라는 직업의식이 없다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자는 알아야 하는 것도 많고, 해내야 할 것도 많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하고, 세상의 일에 눈과 귀도 열어 놓아야 한다. 언제든 어디든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기자의 숙명을 보여주는 두 번째 장의 제목은 '기자는 다 할 줄 알아야 한다'이다.
 
세 번째 장은 본격적으로 언론문장을 쓰는 방법이 제시된다. 사실 여기서 제시된 조건은 꼭 언론문장 뿐 아니라 일반적인 글을 쓸 때도 지키는 것이 좋은 기본적인 글쓰기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문장, 쉬운 어휘, 확신, 자연스런 문장'의 조건은 글을 쓰면서 늘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꾸 길어지고, 어려운 말을 골라 쓰게 되기도 하며,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사실도 알게 모르게 쓰는 경우가 많으며, 다듬는 것에 게을러져 어색한 문맥도 그냥 넘겨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리듬이 살아 있는 문장이 되어야 한다. 뜻을 명쾌하게 표현한다고 짧은 문장을 계속 되풀이한다면 지루하기는 긴 글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길고 짧고, 아주 길고 아주 짧고가 리듬감 있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한 문장에 들어가는 단어 수는 평균 잡아 15개 내외, 가급적 20개가 넘지 않도록 한다." --- p.31
 
수학 공식처럼 딱 부러지고 명료하게 알려주니 오히려 감이 잡히고, 의식하기가 쉬워 진다. 이렇게 규칙을 설명해준 후에는 실제 사례글을 보여주면서 연습을 시켜 준다. 이론만 배운 것보다 훨씬 이해가 쉽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예문의 기사들이 등장한다. 쉽고 명료한 저자의 설명에 덧붙여지면서 글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네번째 장부터는 기사 작성의 기초부터 글쓰기까지가 연결된다. 기사의 독특한 형식인 리드쓰기부터 특집기사, 보도자료를 활용한 글쓰기, 기자회견과 연설문, 인터뷰 기사, 외신 기사, 사설, 컬럼까지 다양한 글의 정의부터 구조, 특징, 쓰는 방법까지 종류별 글쓰기의 방법을 다룬다. 그러나 글의 역할과 서술의 형식은 다를 지라도 글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원칙은 같다. 여러 주제를 다루지 않고, 핵심에 집중하며, 흥미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사실을 기초로 하여 철저히 준비하며, 좋은 글이 될 때까지 글을 다듬는 과정은 어떤 글을 써 낼 때도 필요한 조건일 것이다.
 
 
글을 자유자재로 다루기까지 저자는 5W 1H의 구조가 살아있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많이 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드를 다양하게 써보면서 글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느끼는 등의 연습을 통해야만 긴 호흡의 글도 자연스럽게 핵심을 관통하면서도 독자를 끌어 당길 수 있는 흡인력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연습없이 되는 것은 없다. 글은 더더욱 그렇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특집을 잘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고 자신이 쓴 글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한테 읽어 보게 해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랜들(David Randall)은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매일 다듬으면 그만큼 더 강해진다."고 했다."---p.101
 
어렸을 때 신문이 오면 빼놓지 않고 읽었던 칼럼이 있었다. 조선일보에 24년 간이나 실렸던 '이규태 코너'가 바로 그것이다. 어쩜 이렇게 아는 것이 많고, 그럼에도 쉽고 맛깔나게 풀어 낼까 어린 눈에도 참 신기해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필사도 해보고, 스크랩도 하면서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읽었었다. 이 책에서 칼럼 쓰기의 예로 아주 오랜 만에 그의 글을 다시 만났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글이 써지기까지 수많은 습작과 연습이 필요했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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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3.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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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샘터]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20년 전 쯤이 아닌가 싶다. 대학교 때였는지, 사회에 초년생으로 고군분투할 때였는 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아마도 그 즈음 어디께였던 것 같다. 뜨거운 청춘의 한 구석에 인생의 막막함이 느껴질 때, 샘터에 실린 이웃들의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훈훈해지고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2년 정도 정기구독을 하기도 했었고, 독자편지에 글을 보내 책을 선물 받기도 했었다. 특집 코너에도 결정적인 테마가 정해지면 글을 써서 보내 보리라 생각만 하다가 결국 행동에 옮기지는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었다.  

 

그러나 샘터가 내게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이유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들을 바로 이 샘터를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쓴다면 이 작가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여러 번 필사를 하기도 했던 '가족'의 '최인호' 작가를 비롯 이해인 수녀님, 법정스님, 장영희 교수님을 샘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이 분들의 글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한 달을 기다리곤 했었다.

시인이지만 따뜻함이 묻어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을 더 좋아했던 나는 한 달의 한 꼭지가 아쉬워 이해님의 산문집을 따로 사서 보기도 했었다. 법정스님의 글도 그랬고, 장영희 교수님의 글도 그랬다. 당시 구입한 이 작가들의 책이 20년의 세월을 넘어 아직도 책꽂이의 한 켠을 채우고 있다.

 

그렇게 다정한 언니같고, 스승같고, 친구같던 샘터는 일상의 바쁜 움직임 속에 조금씩 멀어져 갔지만, 가끔씩 힘들 때면 찾아와 쉬던 고향같은 존재였다. 그런 샘터를 오랜 만에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으로 다시 만났다.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2년 간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지금 직장에 안착한 요즘, 푹신한 침대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펼쳐든 [샘터 11월호]는 그야말로 휴식 그 자체이다.

 

 

11월은 '눈마중달'이란다. '가을이 물고 온 편지'라는 제목의 곱게 물든 단풍 깃을 가진 비둘기가 전해주는 '첫눈'의 소식으로 꾸며진 표지는 벌써 첫눈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뛴다. 11월호를 받아 들고, 어떤 내용들이 있나 죽 둘러 보았다. 예전 같으면 가장 먼저 이해인 수녀님, 법정 스님 글을 찾아 읽고, '가족'으로 옮겨 가겠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샘터도 새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책을 읽을 때는 목차를 먼저 보면서 구성을 살피지만, 잡지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유롭고 좋다. 죽 둘러보다 읽고 싶은 부분을 펼쳐서 읽으면 그곳이 이야기터가 된다. 

 

오랜 만에 만나 친구의 모습을 구석구석 살피듯 조금은 더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유독 눈을 떼기 힘든 글이 있다. 바로 얼마 전 고인이 되신 영원한 우리의 가족 최인호 작가 추모의 글이었다. 처음 글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글이라는 것을 이렇게 솔직하고, 편안하게 쓸 수도 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려주셨던 작가. 공교롭게도 올 8월 초 휴가 기간에 오랜만에 작가의 글이 읽고 싶어서 [최인호의 인생]이라는 책을 구입했었다. 암투병이라는 무거운 상황 속에서 하느님께 응석을 부리는 작가 특유의 진솔함에 웃으며 여전하시구나 했었는데.... 이 책은 고인이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 같다는 혼자만의 착각을 하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다 가신 작가의 명복을 빌어 본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기사는 '이 달의 만난 사람'의 '마음을 훈련하는 스포츠심리학자 조수경 박사'를 취재한 '행복을 향해 달리다'였다. 삶의 무게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많은 요즘 심리학이나 명상 등의 책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 대열에 과감하게 합류하고 있는 나 역시 최근에는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 그 중에서 스포츠 심리학자의 책이 꽤 있다. 극도의 긴장 상태를 다스리는 멘탈 훈련을 많이 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조수경 박사의 글이 더 반가웠다.

조수경 박사는 현재 박태환,  손연재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선수들의 멘탈 코치를 맡고 있다. 힘든 여정을 이겨내야 하는 선수들의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과정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비단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와 다를 바 없는 인생이라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들려주는 마지막 말은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와 같은 깊은 울림을 주면서 내가 왜 그동안 그렇게 복잡하고 마음이 무거웠는 지 알게 되었고, 더불어 해결책도 알게 되었다. 아...이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오후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대학생이 있어요. 그럼 공부하는 동안엔 저녁 아르바이트 걱정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게 분명히 있는데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면 안 되니가요. 회사원도 마찬가지고요."

"행복은 무언가 큰 것을 이룬 다음에 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행복을 느낀다면 나는 불행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작은 것들이 쌓이면서 행복을 느끼는 거지요." ---p.16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꼭지에서는 '독서의 계절'에 어울리는 책만 읽는 바보 '간서치'로 유명한 이덕무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서가 필요한 계절이 따로 있겠는가,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지면 더우나 추우나 읽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책읽는 즐거움에 빠진 요즘,

 

'나는 무엇을 할까? 책을 읽을 뿐이다' 

 

이 말에 백배공감하며 카톡의 대문으로 살짝 빌어다 놓았다.

 

'결론이 없는 이야기'에서는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중에서도 가슴을 깊게 파고 드는 말.

 

"행복? 거 하는 말이지 뭐. 사실 요즘 와서 언론 매체, 특히 텔레비전에서 행복이니 웰빙이니 하느 말을 쓰는 거지, 행복이란 말은 원래 한국 사람은 안 쓰던 말이에요. '행복하니?' 그딴 소릴 누가 해요? 당시 사람들은 다 무뚝뚝한 사람들이었으니까. 무뚝뚝하다는 걸 뒤집어 얘기하면 뭔가 수줍어하는 사람들의 시대였어. 뻔뻔스러운 걸 싫어했어. '아버님 사랑합니다' 이딴 소릴 누가 합니까. 지금은 아무 데나 막 쓰지만. 그런 말이 많아진 걸 보면 사람들이 서로 덜 사랑하는 것 같아. 행복 얘기를 많이 하는 것도 덜 행복하니까 그런 것 같아."

 

덜 행복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행복을 드러내놓고 외치는 것 같다는 말이 슬픈 울림으로 다가온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다소 낭만적인 얘기로 시작했지만 결론은 '나' '지금'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바라 보기에 우리는 서로 불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각자 다른 곳을 보면서 불행해하는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서로 맞아떨어질 때. 다른 말로 바꾸면 실제 있는 그대로의 나와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 남들에게 보이는 나가 일치할 때 그게 진정한 행복이다, 난 그렇게 생각해요." ---p.79

 

"행복하려고 노력한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만 행복이 왔을 때 잘 맞아들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요. 아무리 돈이 없고 근심이 많아도 행복이 오는 그 순간을 왜 안 즐겨? 얼마나 산다고. 그러니 행복이 오는 순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단 말이죠. 그게 순간적으로 온다고. 그것도 매일 와요. 길지 않을 뿐이지." ---p.78

 

"행복에게 자기를 열어 놓아라. 그리고 기뻐하고 살아라. 행복이 오는 그 순간에 자기를 거기다 열어두라고요."---p.80

 

  

[샘터]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가슴 찡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집' 이에에도 '행복일기'를 비롯 책 곳곳에 평범하지만 비범한 우리네 소박한 삶을 만나볼 수 있어 좋다.

구아바에 평생을 바친 농부, 두꺼비 서식지를 개발의 바람 앞에서 끝까지 지켜낸 주민의 힘, 시집 온 후 사십 년을 재첩과 함께 산 할머니 이야기까지, 또 축구가 너무 좋아 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는 축구 수집가까지(12월에는 특별히 샘터 독자를 집으로 초대하는 오픈하우스 이벤트를 연다고 하다^^). 모든 평범한 이웃이 샘터를 통하면 하나 하나 개성이 묻어나는 특별한 삶이 된다.

 

그중에서도 '특집'에 실린 글들은 자서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연들을 만날 수 있다. 누구들 인생의 길이 녹록할까만은 힘겨운 인생의 터널을 헤치고 빠져 나온 혹은 힘차게 이겨내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이번 11월호의 특집 주제는 '외로움도 힘이 된다'였다. '외로움'이라는 주제가 말해주듯 사연들은 하나도 쉽게 넘길 수 없을 만큼 슬프고 아프다. 스러지고 힘겨울 때 고통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는 기적을 이룬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진다.

 

 

평범하지만 모두가 다 특별한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있는 [샘터]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듯 평범하다.

손에 닿을 듯이 가까운 사람들의 진솔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가 끝없이 샘솟아 나오는 [샘터]는 사람 내음이 물씬 풍기는 진정한 '샘터'다.

 

오랜 만에 만난 [샘터]는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변하지 않는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옛 친구같은 모습이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그 모습은 '나'라는 정체성을 잘 간직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유연하게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김화영 교수가, 조수경 박사가 얘기했던 그 행복의 비법을 내 오랜 친구 샘터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샘터]를 읽으면 읽을 수록 '행복'해지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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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자전거여행 - 도심 속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자전거 길
김은영.김정국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도심 속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자전거 길'이라는 부제의 [서울·수도권 자전거 여행]을 받아 들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도대체 자전거도 탈 줄 모르면서 이 책이 왜 필요한가 하는 의아한 눈빛. 그렇게 자전거를 배우라고, 가족끼리 하이킹을 가자고 얘기할 때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왜 뜬금없이 자전거 여행 책이냐고.
사실 나를 제외한 신랑을 비롯한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딸은 자전거를 잘 탄다. 그래서 늘 가벼운 하이킹이라도 다녀오고 싶어하지만, 걸림돌은 늘 나였던 것이다. 날 좋은 날, 자전거로 하이킹을 다니는 사람들은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최근에는 자전거길이 많이 생기면서 점점 더 자전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슬슬 부럽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지난 여름 방학 때는 그래서 가족끼리가 안되면 아이들이나마 자전거를 실컷 타라고 '자전거 캠프'를 보내기도 했었다. 집 근처인 구파발부터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갔었다고? 가면서 민물고기도 관찰하기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도 갔다는데 그래도 자전거길이 그렇게나 잘 조성되어 있는 지 처음 알았었다. 이틀을 질리도록 탄 자전거가 지겹지도 않은 지 내년에 또 가겠다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자전거 배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틀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길을 나섰었다(물론 신랑과 아이들만 타는 것으로 하고 ^^;). 그러나 막상 어디로 가야 할 지 막막했다. 일단 월드컵 공원으로 가서 한강까지 따라 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는 했지만 준비없이 나가니 막상 나가서는 우왕좌왕하게 된다. 일단 대여소에서 빌리는 과정도 한참이고, 자전거를 나가서도 어느 코스로 어떻게 가야하는 지, 생각해두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처음 우리의 자전거 여행 도전은 한낮의 가벼운 산책과 같은 일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러한 아쉬움 마음이 클 때 이 책 [서울·수도권 자전거 여행]을 보게 된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이라니 멀지 않아서 더욱 좋아 딱 우리에게 맞는 코스였다. 책을 받아 들고, 단번에 읽어 버리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참 꼼꼼히 자세하게도 설명을 붙여 놓았기에 하나라도 빠질 세라 읽다 보니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지 않고 다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허기사 이 책이 끝까지 다 읽는다고 끝나는 책이 아니니 굳이 빨리 읽을 필요는 없었지만, 이처럼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저자의 욕심과 정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우선 책의 시작은 자전거에 대한 강의로 시작한다. 실제 자전거를 타본 것이 고등학교 때 딱 하루고, 최근에 한 번 정도 타 본 것이 전부였으니 설명을 읽어도 절반 이상은 날라 가지만 혹시 싱싱 달리는 그 순간이 왔을 때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머리에 저장하기 위해 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읽었다. 나야 그렇지만 실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독자라면 꽤나 도움이 될 법한 노하우도 전수해주고 있으며, 백밀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는 선배의 진심어린 잔소리같은 생각도 들었다.
 
 
안전 장비와 안전 규칙에 대한 살뜰한 강의를 들은 후에야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처음에는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비교적 난이도 쉬운 코스부터 시작한다. 두번째 장은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을 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세번째는 일석이조로 가족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체험학습도 할 수 있는 코스로 안내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번 째 코스가 제일 호감이 가지만 일단은 누구도 방해 받지않는, 아니 좀더 정확히 얘기하면 누구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을 만한 첫 번째 코스부터 달려야 할 것 같다.
 
 
첫번째 코스는 한강을 시작으로 남한강, 아라뱃길, 반월호수 등 자전거도 쉽게 빌릴 수 있으며, 자전거 길이 잘 닦여져 있어 달리는 데 어려움이 없는 곳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읽으면서 놀라고 놀라웠다. 언제 이렇게 우리나라에 자전거길이 많이 조성이 되었지?
 
자전거로 전국 구석구석을 누볐다는 두 저자의 노하우는 한 곳 한 곳을 소개할 때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인트로의 코스에 대한 짧막한 소개도 코스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외에 자전거길로서의 저자들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그야말로 산지식들이다. 이 책 한 권만 옆에 끼면 초행길도 너끈하게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한 자전거 여행 가이드가 되어 줄 것 같다.
 
 
본격적인 코스 소개로 넘어가면 자세한 코스 안내와 지도, 그리고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방법과 자전거 대여소의 여부, 심지어 어디서 무엇을 먹으면 좋은 지의 식당 안내는 물론, 가족과 여행할 때 아이들과 어떤 주제로 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거리도 친절하게 준비해두었다.
 
 
 
시원시원한 풍경 사진과 생생하면서도 실감나는 묘사는 아직 달릴 처지가 못되는 나의 마음도 들뜨게 한다.
 
 
 
자전거를 아직 구입하지 못했거나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도 부담없이 바로 떠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코스는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며, 자전거와 함께 이동할 때 대중교통은 어떻게 이용하는 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떠나는 것은 오직 '마음'의 문제가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여행갈 때의 가장 큰 즐거움 역시 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을 터인데, 체력을 소모하는 여행 후의 식사는 꿀맛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 맛좋은 음식이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저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코스별로 가보면 좋을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자가 가기에 적당한 맛집부터,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입소문난 집 또는 인심과 맛이 모두 후한 집 등 여행지에서 먹을 곳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얘기할 기회가 많아진다. 함께 가는 곳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이럴 때 훈계나 잔소리가 아닌 친구같은, 선배같은 편한 대화라면 아이들와 진실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어떤 얘기거리가 좋을 지 저자는 살짝 귀뜸해준다. 각 코스마다 실려 있는데 역사적인 내용부터, 문학, 예절 등 다양한 관점으로 실려 있다.
자전거 뿐만 아니라 독서나 체험 학습에서도 전문가인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며 저자의 약력을 보니 저자 중 한 분이 논술교사 17년의 베테랑 교사였다. 역쉬~ 아이들과 조금은 고급스러운 주제로 대화를 나눠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자전거로 다녀오면 너무 좋겠지만 꼭 자전거가 아니어도 가족과 함께 다녀오면 좋겠다 싶은 곳들이 꽤 눈에 띈다. 사슴벌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장봉도나 지척에 두고도 몰랐던 경마공원, 말로만 들었는데 자전거로 가면 더없이 좋을 것 같은 세미원 등이 그곳이다. 그중에서도 꼭 다녀오리라 생각한 곳이 바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이다. 최근 아이들과 함께 작가의 문학관이나 생가를 많이 방문했었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느끼고 체험하기에도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의 부제 그대로 수도권의 보물 같은 장소의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책이다. 앞으로 다녀와야 할 곳이 지천이지만,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벌써 다녀온 곳도 있다. 장소라기 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itx 청춘열차'를 타보러 간 것이다.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책을 읽다가 춘천으로 떠나자를 외치며 집을 나선 지 두 시간 후에 우리는 춘천에서 카누를 젓고 있었다.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역전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공연을 즐기면서 저물어가는 일요일 저녁을 춘천에서 맞았다.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누비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네 발이든, 두 발이든 당분간 이 책은 우리 가족의 즉흥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듯하다. 다음 주에는 어디로 떠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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