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따라하기
이기동 지음 / 프리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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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제목을 다시 봤다. [기본을 지키는 미디어 글쓰기]
아, 정말 제목 그대로였다. 미디어(여기서는 주로 신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의 글을 잘 쓰기 위한 '기본'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로 출발해서 서울신문의 논설위원까지 지낸 그야말로 미디어 글쓰기의 달인이 된 저자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고난이도 글쓰기인 사설, 칼럼까지 제대로 쓰는 법을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다. 기자를 꿈꾸거나 체계적으로 미디어 글쓰기를 배워 보고 싶은 독자라면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강의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꼭 미디어 글쓰기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밖에서는 잘 모르는 기자들의 생활과 기사가 쓰여지고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저자가 처음 기자로 발을 내디뎠을 때와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을테지만 탄탄한 글을 쓰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과 노련한 기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문재(文才)'는 타고 나지만 사실에 기초한 언론 문장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보통 이상으로 잘 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부하지 않은 표현, 정곡을 찌르면서도 신선한 어휘를 선택하고, 때로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감각과 능력은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나는 글재주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스크랩해두고 싶은 멋진 문장으로 많은 독자를 끌고 다니는 문재(文才)는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문재를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아예 글 잘 쓰기가 글렀단 말인가. 그것도 물론 아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초년 기자 때부터 시작된 그들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해가 된다. 그들은 남보다 더 힘든 글쓰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글을 더 잘 쓰게 된 것이다."--- p.11 시작하는 글 中
 
그 혹독한 과정을 모두 느껴볼 수는 없지만, 책에서는 글을 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부터 어떤 원칙을 지키며 글을 써야 하는 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을 다듬기까지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종류별로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감상으로 쓰는 글이 아니기에 원칙과 규칙이 많이 필요하고,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서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과정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의 차이는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만큼이나 크게 느껴지니 힘들고 번거로워도 지켜나가는 것이 옳다 할 것이다.
 
 
책은 '제대로 된 언론 문장은 무엇인가'부터 시작한다. '글은 인격이다'라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바른 문장이란 어떤 문장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다. 취재력, 인격, 뉴스가치판단력 그리고 역사의식까지. 그 어떤 유려한 문장도 이 조건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바른 언론 문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사의 글처럼 가장 중요하면서도 핵심이 되는 내용을 맨 처음 서두에 싣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편집국의 조직과 기능, 숨가쁘게 돌아가는 제작회의와 취재,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신문사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 생생하게 서술해서 보여준다. 사명이라는 직업의식이 없다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자는 알아야 하는 것도 많고, 해내야 할 것도 많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하고, 세상의 일에 눈과 귀도 열어 놓아야 한다. 언제든 어디든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기자의 숙명을 보여주는 두 번째 장의 제목은 '기자는 다 할 줄 알아야 한다'이다.
 
세 번째 장은 본격적으로 언론문장을 쓰는 방법이 제시된다. 사실 여기서 제시된 조건은 꼭 언론문장 뿐 아니라 일반적인 글을 쓸 때도 지키는 것이 좋은 기본적인 글쓰기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문장, 쉬운 어휘, 확신, 자연스런 문장'의 조건은 글을 쓰면서 늘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꾸 길어지고, 어려운 말을 골라 쓰게 되기도 하며,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사실도 알게 모르게 쓰는 경우가 많으며, 다듬는 것에 게을러져 어색한 문맥도 그냥 넘겨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리듬이 살아 있는 문장이 되어야 한다. 뜻을 명쾌하게 표현한다고 짧은 문장을 계속 되풀이한다면 지루하기는 긴 글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길고 짧고, 아주 길고 아주 짧고가 리듬감 있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한 문장에 들어가는 단어 수는 평균 잡아 15개 내외, 가급적 20개가 넘지 않도록 한다." --- p.31
 
수학 공식처럼 딱 부러지고 명료하게 알려주니 오히려 감이 잡히고, 의식하기가 쉬워 진다. 이렇게 규칙을 설명해준 후에는 실제 사례글을 보여주면서 연습을 시켜 준다. 이론만 배운 것보다 훨씬 이해가 쉽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예문의 기사들이 등장한다. 쉽고 명료한 저자의 설명에 덧붙여지면서 글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네번째 장부터는 기사 작성의 기초부터 글쓰기까지가 연결된다. 기사의 독특한 형식인 리드쓰기부터 특집기사, 보도자료를 활용한 글쓰기, 기자회견과 연설문, 인터뷰 기사, 외신 기사, 사설, 컬럼까지 다양한 글의 정의부터 구조, 특징, 쓰는 방법까지 종류별 글쓰기의 방법을 다룬다. 그러나 글의 역할과 서술의 형식은 다를 지라도 글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원칙은 같다. 여러 주제를 다루지 않고, 핵심에 집중하며, 흥미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사실을 기초로 하여 철저히 준비하며, 좋은 글이 될 때까지 글을 다듬는 과정은 어떤 글을 써 낼 때도 필요한 조건일 것이다.
 
 
글을 자유자재로 다루기까지 저자는 5W 1H의 구조가 살아있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많이 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드를 다양하게 써보면서 글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느끼는 등의 연습을 통해야만 긴 호흡의 글도 자연스럽게 핵심을 관통하면서도 독자를 끌어 당길 수 있는 흡인력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연습없이 되는 것은 없다. 글은 더더욱 그렇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특집을 잘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고 자신이 쓴 글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한테 읽어 보게 해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랜들(David Randall)은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매일 다듬으면 그만큼 더 강해진다."고 했다."---p.101
 
어렸을 때 신문이 오면 빼놓지 않고 읽었던 칼럼이 있었다. 조선일보에 24년 간이나 실렸던 '이규태 코너'가 바로 그것이다. 어쩜 이렇게 아는 것이 많고, 그럼에도 쉽고 맛깔나게 풀어 낼까 어린 눈에도 참 신기해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필사도 해보고, 스크랩도 하면서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읽었었다. 이 책에서 칼럼 쓰기의 예로 아주 오랜 만에 그의 글을 다시 만났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글이 써지기까지 수많은 습작과 연습이 필요했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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