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를 위한 직업 백과 - 가슴 뛰는 내 일의 발견 꿈결 진로 직업 시리즈 꿈의 나침반 5
이랑 지음, 신동민 그림 / 꿈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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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어디로 뛰는 줄도 모르고, 우르르 몰려 가다가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뛰는 거지? 도대체 저 곳은 왜 가려고 하는 거지? 저 곳에는 무엇이 있는 것이지?' 하는 혼란스러운 경험을 했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읽을 때에도 그렇게 목표도 모르고, 누군가를 짓밟기 위해 오르고 또 오르고 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 애벌레들의 모습이 내 자화상 같아 몹시 씁쓸하고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나는 그때 그 무리에서 나와 뛰어 내릴 용기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오르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는 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내 안에 잠재해 있는 나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런 조언을 해줄 멘토도 없었다.
 
그렇게 주어진 인생의 길을 한참 달리고 난 지금에서야 내가 진정 하고픈 일이 있었는데 스스로 도전할 용기가 없어서 못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어쩌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서 내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비겁한 생각을 하며 스스로의 꿈을 외면했었던 것 같다. '두근두근 가슴 뛰는' 그 직업에 대한 미련은 불혹을 넘긴 지금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요즘 유독 '진로, 진학'에 관한 책을 많이 보고 있다. 꼭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진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조건을 갖추는 것. 스스로 내 안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가꿔나갈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십대를 위한 직업 백과] 역시 그러한 바람의 연속선 상에서 접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스스로에 대한 탐색이 끝난 후에 추구해야 할 목표와 롤모델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들이 있는 지 그리고 그 직업들은 구체저으로 어떤 일을 하는 일이며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정보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시하고 있다.
 
책은 '직업 백과'라는 이름 그대로 '경영·법률', '금융·기획', '컴퓨터·공학', '의료·보건', 교육·공공 서비스', '디자인·예술', '방송·문화', '스포츠·여행' 총 8가지 분야와 관련된 직업들을 소개한다.
 
 
특징적인 것은 그냥 직업에 대한 소개만 죽 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고자 하는 직업과 연관된 사회적인 배경이나 의미, 흥미로운 사례 등으로 서두를 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다룰 때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에 대한 소개로 포문을 연다. 교수가 어떤 일을 하는 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에 식상하게 볼 수도 있는 직업에 대한 관심을 흥미로운 글을 통해서 높아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직업 소개와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은 과거 한겨레 신문에 정기적으로 실렸던 칼럼을 모아서 책으로 꾸민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도입은 바로 휙휙 넘어가는 신문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끌고, 끝까지 읽도록 만들게 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게 기사를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요소로 관심을 끌며 개략적인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한 후에는 '무슨 일을 할까?'가 이어 받아 본격적으로 그 직업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한다. 그런 후에 '어떻게 될까?' 에서는 이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자격 요건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 형식은 책에서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 공통된 패턴이다. 마지막에는 현직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박스 형태로 실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직업인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보람 또는 갖추어야 할 직업 정신 등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을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다.
 
또한 소개한 직업과 연관된 다른 직업을 소개하기도 하고, 참고로 알아두면 좋을 관련 지식들을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에 소개된 직업들은 십대가 가장 궁금해하는 직업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나 의사와 같은 전통이 있는 직업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생명의 변화가 심한 직업의 특성상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나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 직업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예 중에서 눈에 띄는 직업으로 '공정여행기획자'를 들 수 있다. 불합리한 시장 경제에 대안이 되는 직종과 직업은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해야 해서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 많고, 어학 등 다방면의 여러 능력이 필요하지만 여행과 모험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수도 없는 직업들이 사라지고, 생겨나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과 펄펄 뛰는 열정과 땀이 있다면 이러한 외적인 변화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직업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어떻게 찾아가면 좋은 지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라고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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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박상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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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읽는데는 이제 자신이 있었다. 작년부터 독서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 읽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독서법'과 관련된 책이었다.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소 10권 정도는 읽으면서 독서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갈증은 계속 이어졌다.
 
책으로 인해 운명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이제 의심없이 받아들일 만큼 사례도 많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말도 안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한 실제 증언을 한 책들이 이 책을 비롯해 속속 나오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제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는 아직 겪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만 읽는다면 반드시 삶의 변화가 오리라는 것은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인생의 큰 시련을 겪으며 모든 걸 포기하고 놓아버리고 싶을 때 그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책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적처럼 책을 통해서 더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죽음을 선택할 만큼 힘든 상황에서 '책'을 부여 잡고 다시금 일어서 지금은 독서경영 강사로서 눈부신 삶을 살고 있다. 절망에 찬 사람들에게는 분명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죽을 만큼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어찌 힘들고, 주저앉고 싶은 때가 없을까. 책을 써도 모자란다는 한맺힌 사연은 누구에게나 다 가슴 속에 맺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이 돌파구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갈망을 가지고 읽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여러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조금의 발전은 있을 지언정 인생을 바꿀 정도의 변화는 느낄 수 없어 순간순간 아닌가....하며 포기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이 책 [본깨적]을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올 때였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저자가 설파하고 있는 책의 중요성, 성공 사례들을 읽으면서 '맞아, 그랬었지' 하는 생각과는 별개로 의문점이 또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왜 나는 안되는 거지?'
물론 내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변화는 바랄 수 없지만, 읽어도 늘 그 자리를 맴돌고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암흑으로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그냥 취미로 편한게 읽을까? 라는 유혹에도 흔들리게 된다.
 
그래도 '뭔가 있을 거야' 라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다 다른 독서법 책과는 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책의 중요성, 성공 사례, 책을 읽는 방법, 추천 책 등의 패턴은 여타의 책과 비슷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바로 내 삶에 '적용' 하는 것이다. 그랬다. 나는 적용하는 데에 너무 소극적이었다. 책을 여러 방법으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책은을 반드시 재독 혹은 삼독, 사독 그 이상으로도 반복해서 읽기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깨달은 것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을 할 것인지에 대한 강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습관이 몸에 굳어지는 21일 계획표까지 만들어 실천했는 지, 그렇지 않은 지를 체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순간 무릎을 딱 쳤다. 지속적인 '적용'! 난 그것에 상당히 인색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분명 다른데, 나는 그동안 머리는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몸은 상당히 게을렀던 것이다.
 
북바인더를 만들어서 읽은 책을 정리하고, 종류별로 본깨적 라벨을 붙이고 하는 과정도 물론 밑바탕에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중에 '적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내 삶은 언제나 오늘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맨 마지막에 제시한 'One Book, One Message, OneAction'이야말로 내게 있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이영석 대표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2퍼센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책을 읽고 많은 것을 깨닫고 적용할 것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많이 적고 머리를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음을 새삼 실감했다.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원 북, 원 메시지, 원 액션(One Book, One Message, OneAction)'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p.233
 
 
"의욕적인 사람이라면 한 책에서 한 가지만 실행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달에 4권을 읽는다면 꾸준히 실행해야 할 내용도 4개가 된다. 권수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실천해야 할 내용도 많아지므로 '원 북, 원 메시지, 원 액션'을 실천하기도 그리 쉽지많은 않다. 과한 욕심은 오히려 실천을 방해하므로 한 책에서 하나씩만 꾸준히, 확실하게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변한다."---p.234
 
이 책은 책을 잘 읽고, 잘 정리하는 방법도 상당히 유효하고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이 책의 모든 것을 다 내 삶에 한꺼번에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난 저자의 충고대로, 이 책을 읽고 '원 북, 원 메시지, 원 액션의 원칙에 입각해서 한 가지만 적용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바로 이 원칙을.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씩 실천할 것을 찾아서 내 삶에 적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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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 국어 선생님을 공부하게 만든 학생들의 상상초월 질문 퍼레이드 101가지 질문사전
강영준 지음, 아방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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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독자의 대상이 중·고등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쉬운 내용도, 어려운 내용도 하나하나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분량이기에 책에서는 어디를 펴서든 필요한 것을 찾아서 읽으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워낙 쉽고, 수필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정독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소재는 같지만 질문이 조금씩 확장되기도 하고, 심화되기도 하면서 개념에 대한 이해를 좀더 확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어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장르별 성격, 용어와 특징 등과 관련된 101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답을 하면서 개념부터 특징까지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장르는 크게 고전 시가, 고전 산문·소설, 현대 시, 현대 소설로 나누었으며 각각 20여 개씩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질문에는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정서로 표현되어 있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이 실제로 질문한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뽑은 이유도 있겠고, 오랜 시간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생긴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질문 별로 답변은 그렇게 길지 않지만 유려하고 깔끔한 필체로 기초 개념부터 심화된 내용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얼핏 학창 시절의 참고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정리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일반 적인 책 같으면 주석으로 달거나 생략하고 넘어갈 내용들도 꼼꼼히 본문 안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학생은 물론이고, 너무 오래 전에 배워 기초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그대로 읽어가면서 정리해볼 수 있다.
 
제목과 소제목은 유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목은 질문, 소제목은 대답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모두 읽은 후에 제목과 소제목으로 마인드맵을 그려본다면 내용이 한 눈에 정리되어 참고하는 데 용이한 것은 물론 기억하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
 
 
 
 
본문의 전개 형식은 이론과 예문이 거의 반반의 비중이 될 만큼 많은 예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의 예를 보는 것처럼 좋은 학습 방법은 없을 것이다. 효과적인 전달 방식이 무엇인지, 지루하지 않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는 교사의 본능적인 감각이 잘 표현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책의 목적에 맞게 각 장에는 중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어떤 영역에 속하는 지의 구분이 실려 있다. 또한 책의 맨 마지막에도 '질문-교과연계표'를 색인처럼 만들어 실었으며, 더 나아가 '교과-질문연계표'도 따로 실어서 교과 영역별 어떤 질문들이 실려 있는 지도 찾아보기 쉽도록 해주고 있다. 저자의 배려와 꼼꼼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각 질문의 끝에는 '뜬금있는 질문'이라는 박스형 꼭지를 두어 본문을 좀더 보충해줄 수 있는 내용이나 관련해서 좀더 참고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싣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짓궂게, 뜬금없이, 예리하게 던지는' 질문들을 모아서 책을 냈다고 했는데, 그 식은땀 나는 질문들의 대부분이 박스글의 질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시가'와 '고전 산문, 소설'의 질문들은 주로 교과서의 범주 안에서 지식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현대 시'와 '현대 소설'도 특징이나 구성의 부분에서는 교과서 내용의 연장이지만 좀더 복잡해지고 난해해지는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형태로 질문이 뻗어간다.
 
그중에는 생채기가 아직 살아있는 현실 반영적인 질문들도 등장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직도 대립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거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 처한 이러한 질문들이 진짜 궁금했을 지 모른다. 실제로 학교 수업 시간에 질문을 했다면 시험에 안나온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냥 대충 넘어갔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진도를 나아가거나 해결의 시간을 잠시 뒤로 미뤄두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도 불편해하거나 감추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담담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학교 교과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교과 내용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책이 되고 있다.
 
 
이러한 다루기 어려운 외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설명하기 모호하고, 표현하기 난감한 내용들도 저자는 특유의 명쾌하고 깔끔한 방법으로 정리한다. 그중에는 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긴 하지만 했지만 최근에 독서 지도를 공부하면서도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도 꽤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판소리 소설의 이면적인 주제와 인물의 해석으로 고전 소설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다.
'심청전'의 주제가 겉으로는 '효'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분 상승'에 대한 민중의 욕구가 숨어 있다는 것이나, 열녀 '춘향' 역시 기생이라는 신분적 구속에서 벗어나는 인간 해방이라는 민중의 바램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주는 대목은 교과를 떠나 문학을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토끼전'과 '흥부전' 역시 저자의 예리한 인물 분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명확하고 깔끔한 주제와 인물 등의 분석은 이해하기 까다로운 내용임에도 술술 익힌다.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 편안하게 쓰여진 덕분이다.
 
 
오랜 만에 향가, 고려 가요, 시조 등의 용어를 들으니 학창 시절 수업 시간으로 가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는지... 지금 와서 찬찬히 들여다 보니 비유와 상징의 대가들의 유쾌한 향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중적인 은유로 표현하는 천재적인 기교에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옛날에는 그 맛을 몰랐던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좀더 재미있게 이렇게 접근해볼 수 있었던 이러한 책이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이 책은 그렇게 아이들이 교과서 뿐만 아니라 '문학'이라는 장르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문서같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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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제주 여행 - 관찰력, 표현력, 창의력을 키우는 가족 체험 여행 가이드 우리 아이 여행 시리즈 1
김성희 지음 / 시공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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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대한 기억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두 가지가 있다.
좋은 기억은 제주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자유와 이국적인 낯선 풍경으로 시작한다. 직장을 들어가 처음으로 맞은 휴가 때 바로 위에 언니와 함께 비행기표만 예약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날라 갔었다. 공항에서 버스 관광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운좋게 신청을 해서 2일 동안 편하게 관광을 한 후, 마지막 날에는 자유롭게 한라산 등반을 했다. 한라산 등반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운좋게 그날은 맑고 화창해서 지루한 코스였지만(조금 가파른 코스는 통제중이었다) 정상까지 올라가 백록담까지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것치고는 정말 실속있게 잘 다녀와서 그 이후 제주도에 대한 기억은 다시 가고픈 곳으로 남게 되었었다.
 
나쁜 기억이라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친정 엄마의 환갑을 맞아 언니네 두 가족과 우리 가족 그리고 주인공인 엄마 이렇게 대가족이 제주를 방문했었다. 제주도를 한번 다녀왔었다고, 한번은 버스 관광을 했으니 이번에는 렌트를 해서 자유롭게 다녀도 될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에 비행기, 숙소 예약만 하고 또다시 떠났었다. 그러나 코스는 물론 관광지 또한 제대로 몰랐으며, 거리 계산이며, 식당 등등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지금 같으면 네비가 알아서 알려줬겠지만 그 당시 렌트카에는 네비도 없었기 때문에 구경은 커녕 우왕좌왕 길 찾는 데만 신경이 곤두 서 제대로 구경다운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몇 군데 가지 못하고 2박 3일을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었다. 가족이 함께 그렇게 시간을 내기 어려웠는데 너무 속상해 그 이후에는 제주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 때의 기억은 그럭저럭 잊었는데 한 번은 큰 아이가 제주도를 가보고 하는 것이다. 꼬마 때 다녀왔으니 기억이 안날 법도 하다. 잠깐 고민했다. 가게 되면 정신없는 버스 관광을 또 해야 하나? 신랑은 정신없이 쫓기는 단체 관광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계획을 짜고, 다녀야 할 텐데 아무래도 단체보다는 경비가 더 들어갈 것이고,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번과 같은 실패를 다시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휴가 외에는 시간 내기가 어려운 직장이다 보니 한 번 시간 내서 가는 것도 큰 일이고, 육지를 벗어나는 곳이니 경비 면에서도 쉽게 생각할 수가 없는데 지난 번처럼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가족 모두가 만족할 만한 여행을 하고 올 수 있을까?
 
그 때 내 눈에 번쩍 들어온 책이 바로 [우리 아이 제주 여행]이었다.
그냥 제주 여행도 아니고 아이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으니 우리 가족의 맞춤형 책이나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미 아이들의 재능을 개발하는 여행을 주제로 책을 써서 스테디셀러로 만들어 놓은 아이들 여행의 달인이었다.
 
 
예전 다녀올 때보다 훨씬 더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복잡해진 제주 여행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 나는 "이거다!"를 외쳤다.
 
저자 특유의 꼼꼼하면서도 요긴한 정보가 그득 들어 있었는 것은 물론, 유아와 함께, 부모님과 함께, 아이와 함께와 같이 대상은 물론, 제주 문화를 체험할 것인지, 올레길을 투어할 것인지, 드라이브를 할 것인지, 무료나 저렴한 곳을 이용할 것인 지 등의 주제에 따라서도 골라서 코스를 짜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분류를 해 놓은 것이다. 
 
 
그 뿐인가! 베스트 관광지는 물론이고, 제주도의 동쪽, 남쪽, 서쪽, 북쪽을 나눠서 볼거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이런 아낌없는 정보를 그냥 앉아서 읽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가장 먼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들을 소개 한다. 어떤 여행 스타일로 갈 것인가, 코스는? 숙소는? 항공기는? 등등을 선택하는 요령부터 종류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두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짐싸기 노하우, 할인권 구입하기, 그린카드 발급받기와 같은 중요한 팁도 빼놓지 않고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과의 여행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추천 활동도 소개하면서 일반 관광 가이드책과는 차별화를 두고 있다.
 

 
관광객이 증가하는 만큼 제주도의 볼거리는 더 다양해져만 가는 것 같다. 너무 많은 곳 중에서 도대체 어떤 곳을 가야할 지 선택을 하기 어렵다면 저자가 추전하는 '베스트 10' 여행지를 위주로 선택하면 도움이 될 듯 싶다.
다 가보고 싶지만,,,쇠소깍 투명 카약은 꼭 타보고 싶다. 얼마 전 춘천에서 카누를 탔었는데 처음에는 꽤 무섭더니 이내 적응이 된 후에는 시원한 호수의 풍경을 가까이서 보는 매력이 느껴졌었다. 이 곳에서는 바닥이 투명하여 바닥으로 수영하는 물고기도 보면서 경치를 즐길 수 있다고 한층 궁금증이 더해진다. 어디 하나라도 놓치고 싶은 곳이 없으니 2박 3일의 일정이 아쉽기만 할 듯 싶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코스 안내에 들어간다. '일정별·테마별 추천 코스'에서는 일일이 시간과 거리, 그리고 뒤에 좀더 관광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놓은 연결 페이지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주제를 찾아 코스를 보고 관광 일정을 짜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실패할 위험이 거의 없을 듯 싶다.
 
 
우리는 '아이랑 함께 가족 여행 3박 4일'이 적당할 듯 싶었다.
1일차는 에코랜드테마파크에서 제주돌문화공원, 사려니숲길까지, 2일차는 성산일출봉과 해녀박물관, 그리고 내가 찜했던 쇠소깍 투명카약을 탄 후, 이중섭거리, 이중섭 미술관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이렇듯 3박 4일의 일정을 모두 짜놓아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개별로서 훌륭한 여행을 살뜰하게 다녀올 수 있을 듯 싶다.
 
Part 2에서는 앞서 코스에서 소개했던 곳 외에도 제주의 동서남북 해안을 나누어서 각각의 추천할 만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역시 마찬 가지로 베스트 코스와 이동 수단, 시간 등을 함께 보여주어 일정을 짜는데 도움을 준다. 책에 나온 모든 곳의 위치는 책의 맨 앞에 부록으로 제공한 지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추천 여행지의 소개 역시 저자 특유의 꼼꼼함과 오지랖이 그대로 느껴진다. 주소와 연락처는 기본이요, 관광 소요 시간과 코스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소개, 근처 어떤 곳을 더 보면 좋은 지에 대한 팁까지 놓치지 않고 깐깐하게 소개한다. 아이와의 여행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 함께 즐기며 할 수 있는 활동이나 놀이도 소개하고 있으며, '생각해볼까요?'에서는 체험 학습 관련 정보도 제공해주고 있다.
 
 
 
 
각 코스별 마지막장에는 찾아가서 먹으면 좋을 만한 맛집과 아이와 함께 머물기 좋은 숙소도 소개해주고 있다. 물론 맛집이나 숙소의 정보는 계속 바뀌고, 새로운 곳이 생길 수도 있으나 변경이 잦은 정보 외에는 이 책 한 권이면 같은 시간을 다녀와도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올 수 있을 듯 싶다.
 
 
 
제주하면 올레길이 이제는 대명사처럼 따라 붙는데 워낙 방대한 이 올레길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끊어서 걸을 수 있는 노하우까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한 번 도전해볼 수 있겠다 싶다.
 
마지막 Part 4에서는 제주도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다. 제주의 역사부터 문화 유적, 인물, 세계 자연 유산,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 그리고 토속 음식과 많이 사용하는 제주 사투리까지 볼 수 있어 가기 전에 참고해보고 가면 좋을 듯 하다.
 
 
마지막에는 제주도에서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숙소와 생활비 등을 소개하고 있어 장기간 머물 예정이라면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벌써 제주도에 다녀온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 떠나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제주를 떠나기 전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코스도 짜고, 미리 그곳에 대한 정보도 얻으면서 우리의 마음은 벌써 제주도로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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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100 아티스트 -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제작팀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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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50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은 들고 있기에도 버거울 만큼 묵직한 무게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 무게감은 단순한 책의 무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우리나라 가요사의 전설이라 불리는 아티스트 100명의 음악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시대 미성으로 심금을 울렸던 남인수부터 최연소 레전드로 이름을 올린 보아까지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가 된 100명의 레전드 아티스트'라는 긴 부제를 가진 [레전드 100 아티스트]는 이들 100명의 레전드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가요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가요 프로그램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없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같은 듯 다르게 나오는 아이돌 그룹을 식상해하며 가요에 대한 기대감을 살짝 저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요즘 가요에 부쩍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두 딸아이가 알려주는 가수며, 음악에 조금씩 귀동냥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약간은 적막한 마음으로 이 책을 봤을 때는 옛 친구와 주고 받았던 추억의 편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Mnet에서 K-pop의 뿌리를 찾아 대학민국 음악사를 정리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이 '레전드 100-아티스트' 프로젝트는 시대에,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100인의 아티스트를 장르별로 나누어서 선정했다. 당연히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보다는 과거의 아티스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10년 이상 활동한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니 당여한 일일 수도 있겠다. 대신 그 이후의 활동을 하기 시작한 레전드급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가수나 그룹은 포스트레전드라는 페이지를 따로 할애해 소개해주고 있다.
 
암튼 그렇기 때문인지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가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내 부모님 세대를 풍미했던 가수들도 반갑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트로트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보다는 장르가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팝송에 쏠렸던 관심이 가요로 넘어 오기 시작하던 80~90년대의 가수가 단연 많을 수 밖에 없다. 오랜만에 나의 성장기 통증을 함께 했던 가수들의 이름들을 보니 한국 가요사의 굵직한 흐름과는 또다른 나의 개인사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그렇게 책을 펼쳐 들었고,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앉은 자리에서 지루함도 모른 책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레전드 100-아트스트]는 음악 전문가 50명이 보컬, 싱어송라이터, 록&밴드, 퍼포먼스, 아이콘 5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Top20 아티스트를 선정했다고 한다. 뛰어난 보컬이면서 싱어송라이터인 '신승훈'은 어디에 속할 것인가 고민스러웠을 것이겠지만, 더 부각이 되는 '보컬'에 올려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사실 활동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구분함으로써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한국 가요사 흐름이 한 눈에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보컬'의 시작은 흑인 소울 감성으로 90년대 국민가수의 타이틀을 거머 쥔 김건모로 시작한다. '위대한 광대 뮤지션'이 그에게 붙인 타이틀이다. 타고난 정확한 음정과 흥에 겨워 무대를 즐기는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가 바로 김건모일 것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 테이프와 시디가 닳고 닳을 정도로 들었던 그의 노래들. 지금 들어도 전혀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그의 세련된 국보급 보이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레전드의 문을 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가수임에 나도 강력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레전드급 가수 한 명을 소개하는 데는 한 권의 책도 모자라겠지만, 100명을 소개해야 하다 보니 가수당 한 장으로 그의 음악 역사와 가요계에 미친 영향력을 압축해서 소개한다. 글은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제작팀이 가수마다 돌아가면서 다르게 쓰고 있는데, 음악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과 명쾌하고 맛깔스러운 글은 아티스트, 음악을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또다른 재미를 준다.  
 
여기에 실사보다 상상과 특징을 은근하게 더 잘 드러내게 해주는 일러스트는 투박한 듯 세련되게 가수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어 마지막에는 실사 사진도 배치해 당시의 생생한 느낌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읽노라면 자꾸 멈추고, 그들의 음악으로 가고 싶어진다. 글 속에서도 충분히 그들의 음악을 느낄 수 있지만, 원곡을 듣고 싶은 맘은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간절해진다. 그런 맘을 알기라도 하듯, 각 가수의 소개 페이지에는 Mnet으로 연결해서 가수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수의 음악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을 옅볼 수 있는 가수의 과거 발언들을 싣고 있으며, 주변 가수나 평론가들의 그에 대한 평도 함께 볼 수 있다.
 
보컬에는 불꽃처럼 살다간 가수 배호도 올라와 있는데 내 이전 세대의 가수다 보니 잘 몰랐는데 글을 읽노라니 그 시대 그의 팬이 되어 그의 노래를 듣는 느낌이 든다. 배호라는 가수가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그가 왜 불멸의 레전드로 꼽히는 지 이전에는 잘 몰랐으나, 글을 보고난 후에야 그 이유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묘미는 이처럼 세대를 막론하고,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김광석, 송창식, 신승훈, 심수봉, 양희은, 이미자, 이선희, 이승철, 임재범, 조영남, 패티김 등 아직도 가요계에 굵직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수들이 보컬의 레전드로 꼽혔다. 그럼에도 넘버원을 차지한 가수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가왕'이라고 불리는 바로 조용필이다. 각 분야별로 Top1을 선정하는데 조용필은 당당히 보컬의 1위로 그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보컬 뿐이 아니다. 레전드 100의 No.1의 자리 역시 그의 차지였다. 뿐만 아니라 5개 부문 모두에서 Top20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2013년 Bounce, Hello 등 신곡을 발표하며 젊은 세대와의 공감도 시도하는 그가 명실공히 가요의 제왕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을 없을 듯 하다.
 
 
노래와 작사, 작곡, 심지어 편곡까지 해내는 만능 재주꾼 싱어송라이터 부문에는 015B, 김동률, 김현철, 다이나믹 듀오, 유재하, 윤상, 윤종신, 토이, 패닉 등이 올랐다. 가수로서는 기억에 크게 남지 않으나 자작곡 독집 앨범을 가요사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김민기의 이름이 의미가 있고, 요절한 천재가수 유재하의 이름에는 한동안 시선이 꽂힌다. 그는 이 부문 1위로 랭크 되었다. 불현듯 청아하고 맑은 음색에 슬픔이 묻어나는 '사랑하기 때문에'가 듣고 싶어진다.
 
 
록&밴드 부문, 떠오르는 이름들 그대로다. 들국화, 시나위, 백두산, 부활... 한 때는 공중파에서도 볼 수 있었던 헤비메탈 그룹사운드의 음악이 아련하기만 하다. 그 중에 약간은 생경스러운 그룹이 눈에 띈다. '한국 모던 록의 자존심' 유앤미블루. 1994년 당시 음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모던 록을 개척한 뮤지션이라고 한다. 대중은 생소하게 받았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레전드로 꼽힐 정도인데 처음 들어 본 이름이라는 것이 살짝 미안해진다. 음...음악을 찾아서 꼭 들어봐야겠다.
 
록&밴드 부문의 1위는 예상한대로 '록의 전설' 신중현이다.
 
"세계 최고의 기타메이커로 평가받는 미국의 펜서사는 2009년 에릭 클랩튼, 제프 벡, 스티비 레이 본, 잉베이 맘스틴, 에디 반 헤일런에 이어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신중현에게 트리뷰트 기타를 헌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그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높이는 사건이었으며 우리 음악에 대한 세계의 인정을 확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p.281
 
 
퍼포먼스 부분에서는 김완선, 김추자, 나미, 박남정, 보아, 소방차, 비, 윤미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대중음악사의 아이콘이다. '새로움'으로 전설이 된 그들 중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며, 80년대 포크에서 발라드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했던 이문세, 만능엔터테이너의 원조 전영록, 1세대 아이돌 H.O.T와 걸그룹의 원조 S.E.S가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90년대의 아이콘 중의 아이콘,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일 것이다. 퍼포먼스 부문과 아이콘 부문 동시 1위를 기록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 놓았던 문화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레전드급으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레전드 이후...(Post-Legend)로는 2NE1, 국카스텐,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등이 꼽혔으며, 산울림의 소울을 이어받았다는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 장기하 얼굴들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숨가쁘게 둘러 본 가요사를 보면서, 우리의 정서의 변화 과정을 온몸으로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영혼을 불사르는 그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처럼 세계로 뻗어나가는 K-pop의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대중가요는 종종 흔해서,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그 음악의 가치가 종종 폄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100년 우리는 그곳에서 뿜어나오는 감성으로 울고 웃으며 함께 부둥켜 안고 살아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트로트의 레전드 하춘화, 그녀의 말처럼...
 
"대중가요는 TV를 켜면 나오고 라디오를 켜면 흘러나오는 것이다 보니 그 귀함을 모르는 것 같아요. 만약에 오늘 하루를 대중가요 자체를 없애는 날로 하자고 하면 아마도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감성이 메말라 버리고 표현의 방법을 잃어버리게 되겠죠. 이렇게 한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온 것이 바로 대중가요입니다." ---p.111
 
앞으로 더 많은 레전드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개인적으로 오랜 만에 잊혀졌던 추억과 감성을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잊고 지냈던 듣고 싶은 곡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 밤에는 쉬이 잠들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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