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히어로와 분수 녀석들 수학 도시 시리즈 3
카렌 퍼렐 외 지음, 톰 커 그림, 유윤한 옮김 / 조선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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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교 수학의 최종 목표는 '분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양한 영역을 배우고 있지만 사실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분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 어떤 영역을 다루어도 연산을 빼놓고는 할 수 없으며, 초등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연산이 바로 '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수'를 완전히 이해하고 계산이 원활하다면 그 이후 학년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분수'가 이해되지 않은 이상은 중, 고등학교의 수학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5학년 수학이 가장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분수의 걸음마를 떼자마자 갑자기 뛰라고 말하는 듯한 '통분', '약분'. 곱셈과 나눗셈의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계산하지 않으면 쉽다고 느끼기 어려운 단원이다. 그간 수학을 잘 한다고 믿고 있었던 부모님들의 기대가 무너져버리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수학이 매우 어렵다고 느껴지는 때도 바로 5학년 1학기 1단원에서부터이다.
 
아이들을 지도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교과 과정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바로 이 '분수' 단원이다. 내년에는 5, 6학년이 개정될 예정이니 어떻게 개정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분수'라는 가상의 수를 아이들이 체득은 커녕 완벽하게 그 원리를 이해하고 넘어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 계산으로 너무 급하게 넘어가는 것이 늘 답답하다. 나눗셈만 해도 원리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간단하게 넘어간 후 계산 과정을 연습시키기에 바쁘다. 그러기에 계산은 할 수 있어도 '분수'와 '나눗셈'의 원리와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그 원리를 대한 설명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유난히 '분수'에 대한 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아이들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 '분수'를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또 기대감에서.
[매스 히어로와 분수 녀석들]을 보자마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늘 갈망하던 종류의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서둘러 살펴 보았다.
 
일단 '분수'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기뻤고, 여러 학년에 시기적으로도 분산되어 있어 흐름을 놓치기 쉬운 분수를 개념부터 응용까지 일관성 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뭐니뭐니해도 분수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이야기 요소와 개인 교습을 받는 듯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방식이 분수의 개념과 성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보책의 특성상 이야기 속에서 모든 원리와 개념을 풀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 분수와 소수가 어떻게 쓰이는 지에 대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와 사이사이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형식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이야기는 매스폴리스에서 발생한 은행강도와 열쇠도난사건, 그로 인해 은행금고에 갇히게 된 시장을 구출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 '매스히어로'가 주도해나가는 것은 어린책답고, 사건이 꼬여가기 시작하는 갈등의 원인이 어린이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요소라는 데서는 어린책답지 않은 무게가 느껴진다.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스토리는 아이들이 분수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를 읽으면서 중간에 제시된 분수와 소수의 개념을 읽어나가는 것은 다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스토리를 다 읽은 후에, 다시 개념 부분을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해주듯 스토리에 나왔던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예로 들면서 약간은 장난스럽게도 설명해주기 때문에 접근하는데 부담이 없다. 코믹한 만화 역시 재미는 물론 이해를 돕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원리와 분수와의 관계를 이해시키고,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 소수의 나눗셈까지 결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수학의 도시이지만 분수와 소수를 잘 몰랐던 시장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그 원리를 깨닫게 된다. 이는 시장 뿐만 아니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어린 독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이해가 아직 안간다고? 그럼 다시 읽으면 된다.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와 유쾌한 선생님이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으니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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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어떤 책을 읽는가 -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책 읽기
박경옥 지음 / 작은씨앗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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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휴가 때면 신문에 실리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CEO들이 휴가철에 읽으면 좋은 책'들이다. 책 목록이 발표되면 대형서점은 물론이고, 인터넷 서점도 가세를 하여 소개된 책들의 소개에 앞장을 선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서 그 바쁜 CEO들이 휴식을 취하러 가는 휴가 기간에 읽으려고 선택한 책이라니 일단 그 목록에 올라 온 것만 봐도 호기심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경영의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위치에 있으니 관련 책들은 경제를 전망하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며, 책보다는 그것을 선택한 독자에 더 관심이 기울여진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듯 하다.
 
[CEO, 어떤 책을 읽는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신문에서 봤던 그 목록이 떠오른 것은 저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바로 삼성경제연구소 였으며, SERI에 소개되는 책을 선정하고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읽어 봤는데 대상에 따라서 권하는 책들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다면 CEO에게 추천하는 책들은 과연 어떤 책일까, 그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하는 궁금함이 이 책으로 이끌었다.
 
 
이 책은 기존에 읽어왔던 메타북과는 달랐다. 여러 책을 보았는데 마치 저자의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책 한권 한권이 저자에게 완전히 녹아들어 새로운 물질이 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디서부터 책의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저자가 해석한 내용인 지 파악하기 어렵다. 어쩌면 각 책의 저자가 던진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필자가 잘 버무려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낸 듯하다고 하면 그 느낌을 잘 설명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리더, 성공, 인생, 행복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선정한 책들은 마치 하나의 소제목처럼 어울어져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낙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펼쳐나갈 때 저자는 유난히 인용문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을 읽을 때면 이 책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적절한 설명을 하기 위해 가져온 것인지 살짝 헷갈린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그것은 저자가 가져온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꼭 필요한 적재적소의 위치에 사용한 인용구들은 엄청난 독서력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되기도 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에서 생동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 가방에는 중요한 것도 많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이 더 많습니다. 인도의 지도자 간디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요구는 충족 시킬 수 있어도 모든 이들의 탐욕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짊어진 가방 속에는 불필요한 욕심들이 잔뜩 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짐이 많을수록, 가방이 무거울수록 인생의 보물을 담을 자리는 줄어듭니다. 무거운 가방 때문에 여행을 망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다시 묻겠습니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그 짐들이 여러분을 진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말입니다." ---p.211
 
CEO라는 다소 경직된 제목이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은 결코 딱딱하지 않다. 전문 경영 지식보다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한 직책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리더와 관련된 책은 1장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의 길'에서 추천하는 5권이 전부이고, 나머지 2장에서 6장까지 5권씩 추천하는 책은 모두 인생과 행복에 관한 책들이다. 그래서 제목에서 풍기는 위엄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깊고 따뜻하다.
 
 
한 권에 담긴 추천 도서가 많지 않은 만큼 저자의 깊고 넓은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아쉬운 것은 서른 권의 책 중 내가 읽은 것은 단 한 권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였으며,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기에 저자가 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는 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저자와 함께 스물 아홉 번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행운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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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마음집중 -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하루 10분
엘리너 스널 지음, 하정희 옮김, 김미숙 녹음 / 동아일보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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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2살 터울의 딸들은 어려서부터 일로 바쁜 엄마로 인해 친구처럼 자랐으니 둘이 만나면 재잘재잘 떠드는 것도, 할 일을 잠시 잊고 놀이 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데 꾹꾹 눌러 참다가 결국 폭발을 해버린다. 원래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와 예민한 첫째, 비슷한 듯 다른 아이들은 때때로 신경전을 벌이며 부딪힌다. 그러다가도 자연스럽게 다시 어울려 논다. 조금만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큰 소리를 내고 만다. 한 바탕 교통 정리를 하고 난 후 또 밀려드는 후회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둘째의 넘치는 에너지를 조금은 눌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 [우리 아이 마음 집중]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흥겨움에 방방 떠다니는 둘째를 불러다가 CD를 틀어주면서 차분해질 것을 장난처럼 권했었다. 즐거운 장난이라고 생각한 둘째는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 CD에서 나오는 소리를 따라 흉내를 낸다. 그러다가 시간이 길어지니 '에이, 뭐야~' 하면서 다시 일어나 나가 버렸다.
일단 책을 읽어 본 후, 부담스럽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나름의 비밀스런 계획을 세웠다. 처음 책을 선택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유아나 초등학생 대상의 명상법이라고 해서 올 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이에게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중학교 이상이 해도 되며, 효과도 있다는 안내에 더 늦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이리 주목한 것은 아마도 나 스스로에게 더 필요해서였는 지도 모른다. 이유없이 화내고, 불안과 화의 감정에 휘둘리는 일상이 잦아지면서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것 같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고, 아이들도 할 수 있으니 어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어떤 것이든  힘들고 복잡하면 자꾸 미루게 되고, 결국은 안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기에 뭐든 처음 시작하는 것은 매우 심플한 것으로 선택하는 습관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순한 것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도.
 
 
이 책의 명상법은 아주 간단하다고 했다. 매일 10분 정도만 해도 놀랄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있게 다가왔다.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도 들었다.
 
책은 '마음챙김'의 연습부터 시작한다.
 
"'마음챙김'은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로, 현재에 의식적으로 전념하면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일어나는 일을 거부하지 않으며, 흔들리는 일상에 휩쓸리는 일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무 판단도 하지 않은 채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 p.21 
 
명상을 하려고 할 때 어른과는 달리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 아이들은 잘 모른다. 호흡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추상적인 감각과 느낌들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형상화시켜서 설명을 해준다. 탤런트 김미숙 씨가 녹음한 CD는 아이들이 명상의 준비 단계부터 하나씩 감각을 느끼고, 고요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끌어준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왜, 그리고 어떻게 그 에너지를 잠시 멈추는 지를 '개구리'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리고 점점 더 호흡에 집중해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안내를 해준다. 
책을 부모와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해보면 더 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안된다면 CD만 틀어주어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처럼 '멈춤' 연습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 후에는 온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명상을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면서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몸'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 후에는, '마음, 감정'의 훈련으로 넘어간다. 생각이나 감정이야 말로 어른들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인데,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다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책에서는 '내면의 날씨 받아들이기'라는 명상법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에 귀기울이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앞에서도 계속 그렇게 해 온 것처럼 굳이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의식을 함으로써 조금씩 사그라들게 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나 무서운 생각으로 가끔 베개를 들고 찾아오는 둘째가 안쓰러웠는데 이 방법은 정말 효과적일 듯 싶었다. 아직은 개구리 단계를 좀더 연습한 후 자연스러워지면 해보려고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듯 싶다.
 
"아이의 내면에 소나기가 쏟아질 때, 내면의 날씨에 개의치 말고 아이와 계속 접촉해 보세요. '기분에 맞서지 말고 그 기분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기분을 인정하면 그런 기분이 어느 순간 불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일단 그 기분을 받아들인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바람직한 해결책을 생각해 보세요. 애정이 필요한지, 서로의 생각을 조용히 들어 봐야 할지,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 할지......." p.100
 
 
그리고 '불쾌한 감정 다루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멈추는 방법이 이어진다. 어른들도 잠자리에서 상당히 고통스러울 때가 있는데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때 해보면 좋을 명상법이다. 다음으로 '친절'과 '끈기와 믿음 그리고 내려놓기'의 연습을 하는 것을 마무리가 된다.
 
 
최근 기상 시간이 늦어지면서 잠자는 시간도 덩달아 늦어진 아이들에게 오늘은 이 책의 CD를 틀어주었다. 장난식이라도 안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가만히 누워 제대로 따라한다. 아마도 잠깐 경험했던 그 느낌이 좋았던 모양이다. 명상을 하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작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책과 CD에 맞춰 매일 산을 오르듯 조금씩조금씩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탁트인 경관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게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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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용호쟁투 스페셜 인물 한국사
장용준 지음, 최경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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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역사책을 꽤 다양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특히 청소년 아동 대상 도서는 재미있기도 하고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어 내 수준으로는 읽기에 딱 적당해 즐겨보는 편이다. 역사를 오래 전부터 배워왔건만 읽다 보면 새롭고, 읽어도 읽어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 사관이나 주제별 독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양한 형식의 책을 접하며 반복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는 요즘은 정말 다양한 형식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같은 내용을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로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역시 잔뜩 기대를 가지고, 역시나를 연발하면서 읽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즈음 처음 청소년 역사책으로 접한 것이 바로 장콩 선생님의 책이었다. '박물관 속에 숨어 있는 우리 문화 이야기' 시리즈의 책이었는데, 유산을 가지고 그렇게 맛깔스러우면서도 재미나게 역사를 풀어 내어 단번에 장콩 선생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로 꼽고 있는데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역사란 통사로 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자신이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리라. 또한 역사는 사건 위주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문화유산을 중심에 두고, 건너 뛸 것은 과감하게 건너 뛰면서 그럼에도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끌고 나가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게 역사의 재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 준 저자의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어떤 책인지 알기도 전에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다. 제목은 [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열전].
맞수라.... 아무리 뛰어나고 독보적인 존재라도 그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라이벌이나 경쟁자는 있는 법. 그러한 관점에 포인트를 맞춰 인물을,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저자의 아이디어에 역시라는 감탄을 마지 않았다.
 
 
책을 처음 펼칠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대순이라는 통념을 깨고, 현대부터 역순으로 맞수의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 저자가 이렇게 역순으로 책을 구성한 이유는 고대 인물보다 현대 인물이 극적인 대결 구도가 더 잘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잘 파악되지 않은 초보자는 뒤에서부터 읽기를 권하고 있다. 몇몇 인물에 꽂힌 사람은 마음 가는대로, 역사의 지식이 해박한 고수는 앞에서부터 읽으면 박진감을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의 고수는 아니지만 앞에서 부터 읽었더니 앞에서는 대립구조가 뚜렷하여 이 순간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워낙 오래 전의 일이다 보니 이미 역사의 한 모퉁이에 판각되어 인물보다는 역사가 눈에 더 크게 들어오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앞에서부터 읽다 보니 역사의 고수가 아닌지라 읽으면서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약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자칫 거꾸로 흐름을 타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각 대결의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력, 지력, 인품에 대한 파워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인물의 이야기로만은 미처 다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지수로 비교하여 정리함으로써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능력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 부분만 보아도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시 사용 설명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 그래프로 표시된 '파워 지수'는 이 책의 저자 장콩 선생 개인의 판단일 뿐입니다. 장콩은 세종대왕의 파워를 최상으로 두고 다른 역사 인물들의 파워를 평가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책을 읽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인물들의 파워 지수를 측정해 보십시오. 역사를 바라보는 나만의 눈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 <이 책의 사용 설명서 中>
 
 
이 책에 소개된 라이벌은 총 37쌍이다.
 
 
'인현왕후 vs 장희빈'과 이미 역사 속의 라이벌로 유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조 vs 심환지' '세종 vs 최만리'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였지만 입장과 생각이 달라 대결 구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관계도 있다.
'김홍도 vs 신윤복'처럼 예술적인 라이벌도 존재하며, '이황 vs 조식', '원효 vs 의상'처럼 직접적인 대립은 아니지만 학문과 종교의 참여 방법에서 각자의 길을 가면서 대결 구도를 이루었던 경우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김영삼 vs 김대중' 그리고 '박정희 vs 장준하', '윤보선 vs 장면'의 대립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볼 때였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만약...만약...'이라는 가정을 자꾸해보게 되는 것은 그로 인해 너무 먼 길을 돌아가거나 전혀 다른 길로 가버린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다룰 때 가장 조심스러운 것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일 것이다. 저자는 기존에 배신자로 인식되어진 원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심을 잡으려고 한다.
 
"이로 보아 두 사람이 살았던 당대에는 칠천량에서 비록 대패했지만, 원균의 공을 이순신 장군의 전공만큼 높이 평가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왜 현재 우리는 이순신은 명장으로, 원균은 배신자로만 생각할까요? 그 이유를 자세히 추적하기는 힘들어요. 단지, 임진왜란 당시의 국난 극복이 이순신 장군 혼자 힘으로 이뤄졌다는 단순한 생각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원균 또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용맹한 장수였음이 분명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원균은 이순신 장군의 진정한 라이벌인 게 분명해요." ---p.164~165
 
 
책은 인자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가 다혈질적이고 변덕이 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을 반영하고 있으며, 박정희나 장준하, 김영삼과 김대중과 같이 아동 역사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에 대한 대결과 평가도 냉정하고 다루고 있다. 숨기고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고 전하려는 그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러 권의 역사서를 낸 저자의 안정되면서도 맛깔스런 글 솜씨와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달라지는 지명과 지도, 동선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전달해주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는 머릿 속으로 정황을 쉽게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편한 책을 읽을 때는 그 유용함을 못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책을 읽을 때면 이러한 섬세한 친절이 얼마나 큰 차이로 다가오는 지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들었겠지만 독자는 그 노력 덕분으로 좀더 쉽고 재미있게 역사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역사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가 중요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절감하는 요즘이다. 각각 다른 신념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다 간 37쌍의 인물의 행보를 보노라면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이었는 지, 바른 선택이었는 지를 다시금 되물어보게 된다. 그리고 시선을 현재로 돌린다. 지금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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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정신]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은 고급스러운 경건함이었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의 양장본, 두툼하고 고급스러운 종이, 그리고 금색의 화려한 책갈피줄까지. 책을 읽는 것이 조심스럽고,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든다. 책의 표지를 뚫어져라 보지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책을 관통하고 있는 열쇠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대학 강사이자 책에 대한 전문가이다. 도서관에서도 이 책과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한다고 한다.
사실 책을 좀더 잘 읽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책의 방향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목적은 같았으나 제대로 잘 읽기 위해 필요한 책을 소개해주거나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은 그간 수많은 그동안 수많은 이념과 사상, 권력과 힘에 의해 조작되고, 이용된 '책'이라는 지적인 매체가 만들어 놓은 우매한 결과를 실랄하게 보여준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 의도된 오류의 일부는 아직도 그대로 유통되거나 맹신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엄청난 책을 학문하듯이 읽는 저자는 어렵게 쓰는 것이 결코 멋드러진 것이 아님을 이 책의 서술 방식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는 듯 하다.
 
"글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것이 좋다. 그 점에서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1988)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는 물리학을 문외한에게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지 못하면 자기도 잘 모른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잘 안다는 것'을 확인할 실체가 없으므로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파이만의 명제가 옳다면, 뉴턴은 자기가 알고 있던 그것들을 잘 몰랐던 셈이다." --- p.153
 
술술까지는 아니지만 강의를 듣는 것처럼 잠깐 딴 생각을 하면 놓칠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쓰여졌다. 물론 책 내용의 깊이가 아니라, 표현의 깊이와 수준이 그렇다. 강의하듯 적절한 질문을 통한 긴장감 조성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결론으로 독자를 안전하게 이끄는 글의 힘에서 저자의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진다. 더불어 지루할 틈없이 제시되는 많은 사진 자료와 설명은 지치지 않고 책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해준다. 독자를 배려하는 책이란 이런 것이라는 모범을 보여준다.  
 
구성은 그렇고,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일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들은 사실 서막에 불과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책은 처음부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포르노소설이 프랑스대혁명을 일으켰다고?"
 
이 무슨 억지 주장인가 싶지만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성'을 억압한 동시에 폐쇄적인 공간에서 정작 그 억압을 주도했던 권력층의 대비되는 문란한 '성'에 대한 관념을 보면 조금씩 수긍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버림으로써 민중은 평등에 대한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프랑스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억압의 역사는 어처구니 없게도 지금까지 우리를 통제하고 있다. 실제와 표현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통제 당해 왔다. 유독 '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왜 그래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중요한 문제라 좀 길게 대답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포르노그래피는 그 자체로 '성'이 아니에요. 성에 대한 표현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전쟁터에 서 있다면 공포에 떨게 될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을 찍은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즐기고' 있지 않나요? 실제가 아니라 표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표현을 보고 나서 누가 사진이나 비디오, 그림을 만든 사람에게 '나쁜 전쟁'을 일으켰다고 비난하나요? 다시는 전쟁하지 말라고 그 예술가에게 말하나요?
여기에서 다룬 포르노그래피는 성 그 자체가 아니라 성을 표현한 것이잖아요. 그 표현에 대해 나쁘다거나 좋다는 판단을 왜 '국가'가 독단적으로 내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느냐 하는 것이 이 글의 문제 의식이죠. 더구나 20세기 말에 많은 학자들이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포르노그래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 전혀 해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정말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설적인 표현과 관련해서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은 잔인한 전쟁영화나 범죄영화, 장르소설 같은 거예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엄청나게 잔인하고 아주 자세하게 표현해도 괜찮고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는 그렇게 하면 왜 안되는 걸가요? 하나는 죽이는 행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리는 행위에 대한 것이잖아요. 포르노그래피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실까지 있는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p.96~97 
 
국가의 이런 개인적인 표현에 대한 통제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과학책과 과학자가 또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철학은 또 어떤 편견으로 권력에 이용되어 왔는 지에 대한 실랄한 폭로가 이어진다.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아 고문을 당하다 사형당한 조르다노 브루노는 묻혀 버리고, 권력에 복종한 갈릴레이가 역사에 길이 남은 이유. 진정으로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실천가 묵자가 사라지고, 공허하고 싱겁기 그지없는 공자가 살아남은 이유. 모두 그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조종된 결과임을 저자는 여러 가지 증거로 증명해보인다.
 
 
작년 우연히 강신주 님의 '묵자'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었다. 왜 우리는 묵자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을까?  
 
"그런 것을 어떻게 의도적으로 양산하게 만드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류대학의 입학시험에 필요한 것으로 지정하면 된다(지금 한국에서는 진보적인 신문조차 그 의심스러운 고전 읽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물론 그 시험에서 요구하는 답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고전 해설서에 담겨 있다. 그렇게 해서 다른 데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는 대단하다. 시간의 사용은 마치 기회비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자인 소크라테스를 읽게 만들면 민주주의자인 페리클레스나 솔론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줄어들고, 엘리트주의자인 공자를 읽게 하면 평화주의자이며 하층민의 대변자였던 묵자를 읽을 시간과 여유가 없다." --- p.179~180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한번 틀어 둔 방향키가 더 이상 권익을 대변하지 않음에도 그대로 관성을 타고 계속 흘러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무수한 이유들로 우리는 책이 펼쳐 놓은 덫에 걸려 버리는 가 하면 억울하게 갇혀 있는 책들을 외면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책은 말없이 몇천 년을 흘러오면서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약이 되기도 하였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의 능력에 달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책읽기,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일까?
 
"고전은 작품 그 자체보다 맥락과 관련된 역사적 의미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텍스트보다 그 해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저작물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전과 관련한 현대의 저작물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먼저 그 텍스트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쓰인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읽을 때 비로소 그것들은 생명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 p.196
 
"오래된 고전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학문을 연구하듯 읽어야 한다. 그래야 책에 먹히지 않고 책을 먹을 수 있다.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듯 읽을 수 있는 동시대 소설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책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게 고전을 '먹어야만' 하는 것일까? 독자들 가운데는 위에 들먹인 책들 한권 한권의 쪽수를 듣는 것만으로도 체해버릴 수 있다." --- p.198
 
이어 '인간을 결정하는 것이 본성인가 양육인가'라는 논쟁의 역사 속에서 억압된 우리의 정신과 삶,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혜의 화신이면서도 파괴의 대상이 되어왔던 '책'의 학살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머리를 해머로 맞은 듯 각성의 충격을 추스리며 책을 덮는 순간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라는 부제가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책의 구석구석에 이 부제가 쓰여 있었을 텐데 이제서야 눈에 띈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속성이 여지없이 여기서도 발휘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는 이 본성이 바로 책의 왜곡된 역사를 만들어내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책표지 한 가운데 강렬하게 실려 있는 책을 관통하고 있는 열쇠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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