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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어떤 책을 읽는가 -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책 읽기
박경옥 지음 / 작은씨앗 / 2014년 1월
평점 :
매년 여름 휴가 때면 신문에 실리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CEO들이 휴가철에 읽으면 좋은 책'들이다. 책 목록이 발표되면 대형서점은 물론이고, 인터넷 서점도 가세를 하여 소개된 책들의 소개에 앞장을 선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서 그 바쁜 CEO들이 휴식을 취하러 가는 휴가 기간에 읽으려고 선택한 책이라니 일단 그 목록에 올라 온 것만 봐도 호기심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경영의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위치에 있으니 관련 책들은 경제를 전망하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며, 책보다는 그것을 선택한 독자에 더 관심이 기울여진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듯 하다.
[CEO, 어떤 책을 읽는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신문에서 봤던 그 목록이 떠오른 것은 저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바로 삼성경제연구소 였으며, SERI에 소개되는 책을 선정하고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읽어 봤는데 대상에 따라서 권하는 책들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다면 CEO에게 추천하는 책들은 과연 어떤 책일까, 그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하는 궁금함이 이 책으로 이끌었다.
이 책은 기존에 읽어왔던 메타북과는 달랐다. 여러 책을 보았는데 마치 저자의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책 한권 한권이 저자에게 완전히 녹아들어 새로운 물질이 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디서부터 책의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저자가 해석한 내용인 지 파악하기 어렵다. 어쩌면 각 책의 저자가 던진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필자가 잘 버무려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낸 듯하다고 하면 그 느낌을 잘 설명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리더, 성공, 인생, 행복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선정한 책들은 마치 하나의 소제목처럼 어울어져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낙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펼쳐나갈 때 저자는 유난히 인용문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을 읽을 때면 이 책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적절한 설명을 하기 위해 가져온 것인지 살짝 헷갈린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그것은 저자가 가져온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꼭 필요한 적재적소의 위치에 사용한 인용구들은 엄청난 독서력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되기도 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에서 생동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 가방에는 중요한 것도 많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이 더 많습니다. 인도의 지도자 간디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요구는 충족 시킬 수 있어도 모든 이들의 탐욕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짊어진 가방 속에는 불필요한 욕심들이 잔뜩 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짐이 많을수록, 가방이 무거울수록 인생의 보물을 담을 자리는 줄어듭니다. 무거운 가방 때문에 여행을 망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다시 묻겠습니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그 짐들이 여러분을 진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말입니다." ---p.211
CEO라는 다소 경직된 제목이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은 결코 딱딱하지 않다. 전문 경영 지식보다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한 직책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리더와 관련된 책은 1장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의 길'에서 추천하는 5권이 전부이고, 나머지 2장에서 6장까지 5권씩 추천하는 책은 모두 인생과 행복에 관한 책들이다. 그래서 제목에서 풍기는 위엄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깊고 따뜻하다.
한 권에 담긴 추천 도서가 많지 않은 만큼 저자의 깊고 넓은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아쉬운 것은 서른 권의 책 중 내가 읽은 것은 단 한 권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였으며,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기에 저자가 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는 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저자와 함께 스물 아홉 번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행운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