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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마음집중 -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하루 10분
엘리너 스널 지음, 하정희 옮김, 김미숙 녹음 / 동아일보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2살 터울의 딸들은 어려서부터 일로 바쁜 엄마로 인해 친구처럼 자랐으니 둘이 만나면 재잘재잘 떠드는 것도, 할 일을 잠시 잊고 놀이 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데 꾹꾹 눌러 참다가 결국 폭발을 해버린다. 원래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와 예민한 첫째, 비슷한 듯 다른 아이들은 때때로 신경전을 벌이며 부딪힌다. 그러다가도 자연스럽게 다시 어울려 논다. 조금만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큰 소리를 내고 만다. 한 바탕 교통 정리를 하고 난 후 또 밀려드는 후회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둘째의 넘치는 에너지를 조금은 눌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 [우리 아이 마음 집중]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흥겨움에 방방 떠다니는 둘째를 불러다가 CD를 틀어주면서 차분해질 것을 장난처럼 권했었다. 즐거운 장난이라고 생각한 둘째는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 CD에서 나오는 소리를 따라 흉내를 낸다. 그러다가 시간이 길어지니 '에이, 뭐야~' 하면서 다시 일어나 나가 버렸다.
일단 책을 읽어 본 후, 부담스럽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나름의 비밀스런 계획을 세웠다. 처음 책을 선택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유아나 초등학생 대상의 명상법이라고 해서 올 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이에게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중학교 이상이 해도 되며, 효과도 있다는 안내에 더 늦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이리 주목한 것은 아마도 나 스스로에게 더 필요해서였는 지도 모른다. 이유없이 화내고, 불안과 화의 감정에 휘둘리는 일상이 잦아지면서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것 같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고, 아이들도 할 수 있으니 어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어떤 것이든 힘들고 복잡하면 자꾸 미루게 되고, 결국은 안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기에 뭐든 처음 시작하는 것은 매우 심플한 것으로 선택하는 습관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순한 것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도.
이 책의 명상법은 아주 간단하다고 했다. 매일 10분 정도만 해도 놀랄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있게 다가왔다.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도 들었다.
책은 '마음챙김'의 연습부터 시작한다.
"'마음챙김'은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로, 현재에 의식적으로 전념하면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일어나는 일을 거부하지 않으며, 흔들리는 일상에 휩쓸리는 일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무 판단도 하지 않은 채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 p.21
명상을 하려고 할 때 어른과는 달리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 아이들은 잘 모른다. 호흡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추상적인 감각과 느낌들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형상화시켜서 설명을 해준다. 탤런트 김미숙 씨가 녹음한 CD는 아이들이 명상의 준비 단계부터 하나씩 감각을 느끼고, 고요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끌어준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왜, 그리고 어떻게 그 에너지를 잠시 멈추는 지를 '개구리'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리고 점점 더 호흡에 집중해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안내를 해준다.
책을 부모와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해보면 더 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안된다면 CD만 틀어주어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구리처럼 '멈춤' 연습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 후에는 온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 명상을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면서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몸'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 후에는, '마음, 감정'의 훈련으로 넘어간다. 생각이나 감정이야 말로 어른들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인데,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다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책에서는 '내면의 날씨 받아들이기'라는 명상법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에 귀기울이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앞에서도 계속 그렇게 해 온 것처럼 굳이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의식을 함으로써 조금씩 사그라들게 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나 무서운 생각으로 가끔 베개를 들고 찾아오는 둘째가 안쓰러웠는데 이 방법은 정말 효과적일 듯 싶었다. 아직은 개구리 단계를 좀더 연습한 후 자연스러워지면 해보려고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듯 싶다.
"아이의 내면에 소나기가 쏟아질 때, 내면의 날씨에 개의치 말고 아이와 계속 접촉해 보세요. '기분에 맞서지 말고 그 기분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기분을 인정하면 그런 기분이 어느 순간 불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일단 그 기분을 받아들인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바람직한 해결책을 생각해 보세요. 애정이 필요한지, 서로의 생각을 조용히 들어 봐야 할지,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 할지......." p.100
그리고 '불쾌한 감정 다루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멈추는 방법이 이어진다. 어른들도 잠자리에서 상당히 고통스러울 때가 있는데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때 해보면 좋을 명상법이다. 다음으로 '친절'과 '끈기와 믿음 그리고 내려놓기'의 연습을 하는 것을 마무리가 된다.
최근 기상 시간이 늦어지면서 잠자는 시간도 덩달아 늦어진 아이들에게 오늘은 이 책의 CD를 틀어주었다. 장난식이라도 안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가만히 누워 제대로 따라한다. 아마도 잠깐 경험했던 그 느낌이 좋았던 모양이다. 명상을 하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작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책과 CD에 맞춰 매일 산을 오르듯 조금씩조금씩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탁트인 경관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게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