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를 위한 직업 백과 - 가슴 뛰는 내 일의 발견 꿈결 진로 직업 시리즈 꿈의 나침반 5
이랑 지음, 신동민 그림 / 꿈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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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어디로 뛰는 줄도 모르고, 우르르 몰려 가다가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뛰는 거지? 도대체 저 곳은 왜 가려고 하는 거지? 저 곳에는 무엇이 있는 것이지?' 하는 혼란스러운 경험을 했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읽을 때에도 그렇게 목표도 모르고, 누군가를 짓밟기 위해 오르고 또 오르고 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 애벌레들의 모습이 내 자화상 같아 몹시 씁쓸하고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나는 그때 그 무리에서 나와 뛰어 내릴 용기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오르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는 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내 안에 잠재해 있는 나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런 조언을 해줄 멘토도 없었다.
 
그렇게 주어진 인생의 길을 한참 달리고 난 지금에서야 내가 진정 하고픈 일이 있었는데 스스로 도전할 용기가 없어서 못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어쩌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서 내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비겁한 생각을 하며 스스로의 꿈을 외면했었던 것 같다. '두근두근 가슴 뛰는' 그 직업에 대한 미련은 불혹을 넘긴 지금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요즘 유독 '진로, 진학'에 관한 책을 많이 보고 있다. 꼭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진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조건을 갖추는 것. 스스로 내 안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가꿔나갈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십대를 위한 직업 백과] 역시 그러한 바람의 연속선 상에서 접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스스로에 대한 탐색이 끝난 후에 추구해야 할 목표와 롤모델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들이 있는 지 그리고 그 직업들은 구체저으로 어떤 일을 하는 일이며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정보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시하고 있다.
 
책은 '직업 백과'라는 이름 그대로 '경영·법률', '금융·기획', '컴퓨터·공학', '의료·보건', 교육·공공 서비스', '디자인·예술', '방송·문화', '스포츠·여행' 총 8가지 분야와 관련된 직업들을 소개한다.
 
 
특징적인 것은 그냥 직업에 대한 소개만 죽 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고자 하는 직업과 연관된 사회적인 배경이나 의미, 흥미로운 사례 등으로 서두를 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다룰 때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에 대한 소개로 포문을 연다. 교수가 어떤 일을 하는 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에 식상하게 볼 수도 있는 직업에 대한 관심을 흥미로운 글을 통해서 높아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직업 소개와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은 과거 한겨레 신문에 정기적으로 실렸던 칼럼을 모아서 책으로 꾸민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도입은 바로 휙휙 넘어가는 신문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끌고, 끝까지 읽도록 만들게 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게 기사를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요소로 관심을 끌며 개략적인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한 후에는 '무슨 일을 할까?'가 이어 받아 본격적으로 그 직업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한다. 그런 후에 '어떻게 될까?' 에서는 이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자격 요건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 형식은 책에서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 공통된 패턴이다. 마지막에는 현직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박스 형태로 실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직업인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보람 또는 갖추어야 할 직업 정신 등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을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다.
 
또한 소개한 직업과 연관된 다른 직업을 소개하기도 하고, 참고로 알아두면 좋을 관련 지식들을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에 소개된 직업들은 십대가 가장 궁금해하는 직업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나 의사와 같은 전통이 있는 직업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생명의 변화가 심한 직업의 특성상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나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 직업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예 중에서 눈에 띄는 직업으로 '공정여행기획자'를 들 수 있다. 불합리한 시장 경제에 대안이 되는 직종과 직업은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해야 해서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 많고, 어학 등 다방면의 여러 능력이 필요하지만 여행과 모험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수도 없는 직업들이 사라지고, 생겨나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과 펄펄 뛰는 열정과 땀이 있다면 이러한 외적인 변화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직업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어떻게 찾아가면 좋은 지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라고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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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 국어 선생님을 공부하게 만든 학생들의 상상초월 질문 퍼레이드 101가지 질문사전
강영준 지음, 아방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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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독자의 대상이 중·고등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쉬운 내용도, 어려운 내용도 하나하나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분량이기에 책에서는 어디를 펴서든 필요한 것을 찾아서 읽으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워낙 쉽고, 수필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정독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소재는 같지만 질문이 조금씩 확장되기도 하고, 심화되기도 하면서 개념에 대한 이해를 좀더 확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어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장르별 성격, 용어와 특징 등과 관련된 101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답을 하면서 개념부터 특징까지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장르는 크게 고전 시가, 고전 산문·소설, 현대 시, 현대 소설로 나누었으며 각각 20여 개씩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질문에는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정서로 표현되어 있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이 실제로 질문한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뽑은 이유도 있겠고, 오랜 시간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생긴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질문 별로 답변은 그렇게 길지 않지만 유려하고 깔끔한 필체로 기초 개념부터 심화된 내용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얼핏 학창 시절의 참고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정리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일반 적인 책 같으면 주석으로 달거나 생략하고 넘어갈 내용들도 꼼꼼히 본문 안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학생은 물론이고, 너무 오래 전에 배워 기초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그대로 읽어가면서 정리해볼 수 있다.
 
제목과 소제목은 유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목은 질문, 소제목은 대답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모두 읽은 후에 제목과 소제목으로 마인드맵을 그려본다면 내용이 한 눈에 정리되어 참고하는 데 용이한 것은 물론 기억하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
 
 
 
 
본문의 전개 형식은 이론과 예문이 거의 반반의 비중이 될 만큼 많은 예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의 예를 보는 것처럼 좋은 학습 방법은 없을 것이다. 효과적인 전달 방식이 무엇인지, 지루하지 않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는 교사의 본능적인 감각이 잘 표현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책의 목적에 맞게 각 장에는 중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어떤 영역에 속하는 지의 구분이 실려 있다. 또한 책의 맨 마지막에도 '질문-교과연계표'를 색인처럼 만들어 실었으며, 더 나아가 '교과-질문연계표'도 따로 실어서 교과 영역별 어떤 질문들이 실려 있는 지도 찾아보기 쉽도록 해주고 있다. 저자의 배려와 꼼꼼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각 질문의 끝에는 '뜬금있는 질문'이라는 박스형 꼭지를 두어 본문을 좀더 보충해줄 수 있는 내용이나 관련해서 좀더 참고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싣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짓궂게, 뜬금없이, 예리하게 던지는' 질문들을 모아서 책을 냈다고 했는데, 그 식은땀 나는 질문들의 대부분이 박스글의 질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시가'와 '고전 산문, 소설'의 질문들은 주로 교과서의 범주 안에서 지식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현대 시'와 '현대 소설'도 특징이나 구성의 부분에서는 교과서 내용의 연장이지만 좀더 복잡해지고 난해해지는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형태로 질문이 뻗어간다.
 
그중에는 생채기가 아직 살아있는 현실 반영적인 질문들도 등장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직도 대립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거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 처한 이러한 질문들이 진짜 궁금했을 지 모른다. 실제로 학교 수업 시간에 질문을 했다면 시험에 안나온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냥 대충 넘어갔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진도를 나아가거나 해결의 시간을 잠시 뒤로 미뤄두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도 불편해하거나 감추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담담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학교 교과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교과 내용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책이 되고 있다.
 
 
이러한 다루기 어려운 외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설명하기 모호하고, 표현하기 난감한 내용들도 저자는 특유의 명쾌하고 깔끔한 방법으로 정리한다. 그중에는 학교를 졸업한 지 꽤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긴 하지만 했지만 최근에 독서 지도를 공부하면서도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도 꽤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판소리 소설의 이면적인 주제와 인물의 해석으로 고전 소설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다.
'심청전'의 주제가 겉으로는 '효'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분 상승'에 대한 민중의 욕구가 숨어 있다는 것이나, 열녀 '춘향' 역시 기생이라는 신분적 구속에서 벗어나는 인간 해방이라는 민중의 바램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주는 대목은 교과를 떠나 문학을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토끼전'과 '흥부전' 역시 저자의 예리한 인물 분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명확하고 깔끔한 주제와 인물 등의 분석은 이해하기 까다로운 내용임에도 술술 익힌다.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 편안하게 쓰여진 덕분이다.
 
 
오랜 만에 향가, 고려 가요, 시조 등의 용어를 들으니 학창 시절 수업 시간으로 가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는지... 지금 와서 찬찬히 들여다 보니 비유와 상징의 대가들의 유쾌한 향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중적인 은유로 표현하는 천재적인 기교에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옛날에는 그 맛을 몰랐던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좀더 재미있게 이렇게 접근해볼 수 있었던 이러한 책이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이 책은 그렇게 아이들이 교과서 뿐만 아니라 '문학'이라는 장르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문서같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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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영화관에 가다 탐 철학 소설 6
조광제 지음 / 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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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철학 소설 시리즈'는 얼마 전에 읽은 [장자, 사기를 당하다]로 처음 접했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에 끌려 보았었는데, 추상적인 철학의 개념들을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어렵지 않게 철학에 다가갈 수 있었게 해주고, 모호한 개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내용만 철학적일 뿐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제대로 갖춰진 소설의 구조는 긴장감과 흥미를 더해준다. 공자, 퇴계, 루소 등 이미 5권이 출시가 되었고, 여섯 번째로 나온 책이 바로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이다.
 
[장자, 사기를 당하다]에서는 동양을 대표하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데 모여 각자 주장한 사상에 맞게 생활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장자'의 사상을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현대화 된 동양 철학의 주인공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상상이 재미있고도 신선했었다.
 
그렇다면,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는 서양 철학의 굵은 핵심 줄기인 '플라톤'의 사상을 과연 어떻게 전달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플라톤이 영화관에 간다고 하니 마찬가지로 현대가 배경인가본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될까?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플라톤의 모습은 몸은 현재에 있으나, 과거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트는
"서양 철학의 역사는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서양 철학사에 플라톤이 끼친 영향을 막대하다. 평생 철학을 연구하면서 집필한 수많은 저서에서 주장한 방대하고 깊이있는 내용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플라톤이라는 철학자가 어떤 주장을 어떤 배경에서 펼치게 되었는 가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SF 영화와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프롤로그'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성헌'은 친구이자 스승같았던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현재는 완쾌가 된 상태이지만 엄마마저 우울증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성헌은 '죽음'과 '존재'에 대한 물음을 갖기 시작했다. '죽음 후에 세상은 어떤 것인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진짜 세상인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 이제 막 세상으로 시선이 뻗어나가기 시작한 중학생 소년에게 이러한 철학적인 질문들은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았을 것이다.
그렇게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내가 보는 세상은 진짜일까?'라는 수수께끼같은 메일 한 통이 성헌 앞으로 전달된다. 성헌이 알고 싶어했던 그 질문,,,어쩌면 그 답에 근접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성헌은 무심코 삭제했던 메일을 복원하여 찬찬히 들여다 본다.
발신자는 '나골'이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왜 사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
인생에 있어서 더 없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임.
열다섯 살에서 열일곱 살까지 철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응모 가능.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심사하여 단 한 명을 선택함.
*주의 :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음. ---p.9~10
 
 
부작용에 주춤할 수도 있지만, 성헌은 곧 자신이 줄곧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피험자 지원을 하여 나골 선생을 만나게 된다.
나골 선생은 자신의 연구실인 '나골리스'에서 가상현실을 연구하여 성공한 후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을 위해 지원자를 모집한 것이었다. 가상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처리하는 약품 때문에 가상 현실에서 빠져 나오면 메스껍고, 체력이 급격이 저하되며, 너무도 실감나는 가상 현실로 인해 현실에서도 가상과 현실이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처음 나골 선생이 추신에 붙였던 바로 그 부작용이었다.
그럼에도 성헌은 체험을 강행하기로 하고, 결국 고대 아테네로 들어가 '플라톤'을 만나게 된다. 나골 선생도 함께 동행하면서 플라톤의 사상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며, 때로는 사상 흐름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데아를 두고는 의견 대립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나골과 성헌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있던 20대 청년 시절부터 80세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주요한 시기에 직접 찾아가 그의 학문의 방향과 배경, 그리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사상의 실체를 직접 들어본다. 
 
더 재미있는 것은 플라톤이 과거 아테네로부터 현재로 날아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분명 다른 환경에서 그의 생각은 과연 달라질 것인가. 순간적이며, 반복되지 않는 것이 현실 세계인데 '반복'해서 나타나는 '영화'는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인간의 경험과 생각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거듭거듭 생각을 해서 제 나름대로 이거야말로 진리라고 여겨 이데아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또 한번 신묘한 경험을 하고 나니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톤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간단히 말하며, 세상의 일이란 것이 한 번 있다가 없어지면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는 제 생각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 오래된 일조차 이렇게 꼭 같이 반복될 수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의 일이 그렇게 허망한 것만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다시 태어나 저 세상으로 간다면, 여기에서의 신묘한 경험을 살려 전혀 다른 강의를 하고 전혀 다른 책을 쓰게 될 것 같군요."
 
다소 침울하기까지 한 플라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침묵하고 있던 나골 선생이 입을 열었다.
 
"한 번 있었던 세상의 일이 꼭 같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것들이 허망하지 않다는 법은 없지요. 세상에서의 인간의 삶이란, 결국 죽음으로 마감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허무한 것일 테지요. 플라톤 선생의 말처럼 이 세상 역시 허무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원한 삶을 동경하게 마련이고요. 영원을 향한 열망을 플라톤 선생처럼 위대하게 철학적으로 구현해 낸 인물은 결코 없었습니다. 설사 선생을 공격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선생님 워낙 위대한 탓일 것입니다. 아무튼 플라톤 선생, 덕분에 아주 즐거운 여행을 했습니다. 선생의 철학 사상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알 게 된 것이 무엇보다 보람이군요. 과연 선생은 불세출의 위대한 철학자이십니다. 자, 이제야말로 영원히 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p.193~194
 
플라톤 이론의 한계점을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여줌으로써 설명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력이 놀랍다. 또한 동굴의 그림자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사라지는 현실의 세계는 허상이라고 주장한 플라톤의 철학을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접한다는 것 자체가 플라톤 철학의 형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와 의미가 모두 포함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플라톤의 모든 사상을 접할 수는 없지만 이제 막 철학을 접하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는 플라톤을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의 뒷부분 부록에서는 플라톤에 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으며, 책의 내용 중 꼭 알아야 하는 부분에 대한 간단한 확인 문제도 풀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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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 어린이를 위한 회의 철학 안내서
댄 바커 지음, 이윤 옮김, 송광용 감수 / 지식공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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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마트폰, TV 등등...우리 아이들은 점점 더 눈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과 편리한 기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굳이 외우지 않아도 검색만 하면 정보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고, 심심하면 손가락만 까딱해가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 즐비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이렇게 정보와 오락이 넘쳐 나는 시대에 과연 우리 아이들은 하루에 얼마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비판하고, 사고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직업상 아이들과 자주 만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면 한결같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있다. 바로 '몰라요~'다. 그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 '몰라요'라는 답을 달고 산다.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귀찮음 뒤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필요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영혼없는 대답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일런지 모른다. 몇 년 전부터 급속하게 증가하는 빈도수를 보면서 위기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각의 의욕이 없어진 아이들은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사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먹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아무리 주위에서 얘기해도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결코 달라지지 않기에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이 책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는 이러한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준 책이다. 이 책은 왜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를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지 알려준다.
 
 
그런데 어렵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과연 이러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그런 염려를 고려해서인지 이 책은 90페이지 정도로 읽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얇다. 일단 마음의 부담을 줄였더라도 내용이 어려우면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동요를 200곡 이상 작곡했다는 저자는 그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줄 아는 것 작가이다.
 
먼저 구체적인 사고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아이들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유령 사건'의 상황을 만들어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면서 사고하는 방법과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도록 해준다.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이 부분은 만화와 간단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독자인 아이들에 성향을 고려한 듯 하다. 
 
 
 
 
이야기를 통해서 합리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다음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과학적인 사고의 여섯 가지 법칙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여기서도 저자의 고민이 흔적이 엿보이는데, 앞에서 다뤘던 사건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친숙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반복을 통한 학습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모호한 상황과 추상적인 개념들도 적절한 사례와 쉽고 명료한 표현으로 거부감없이 어렵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안드레아처럼
혼자 힘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요?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믿어 달라고 하면,
"예."라고 말할 거예요? "아니요."라고 말할 거예요?
만약 여섯 가지 과학의 법칙을 잘 지켰다면,
"예."든 "아니요."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분명하지도 않고 과학의 여섯 가지 법칙을 따르지도 않았다면,
좀 더 기다리는 게 좋아요.
"난 잘 몰라." 이렇게 답하는 게 좋겠지요.
 
만약 증거가 없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p.83
 
 
고수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단 한 마디 말로도 폐부를 찌르는 핵심을 전달할 수 있다.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저자의 글 역시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료하고 곱씹을수록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유령 존재 여부처럼 이 세상에는 여섯 가지 법칙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독자인 아이들은 이런 경우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예'나 '아니오'를 맹목적으로 선택할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저자는 책의 제목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는 참과 거짓이라는 결과보다 가능성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이 더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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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소녀와 좀비의 탐험
도마스 아키나리 지음, 박주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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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가 않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분명 '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인데, 순정 만화에 나올 법한 주인공들이며, 좀비는 또 뭔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철학을 다루다보니 조금 편하게 접근하라는 뜻으로 캐릭터를 친숙하게 잡았나보다 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표지가 발랄하고 격이 없게 느껴지니 '철학'이라는 제목도 그다지 거리감 없이 다가온다.

 
표지를 넘기니 책 날개에는 이 책의 목적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맥을 형성하고 있는 핵심 주제가 눈에 띈다.
 
 
"단언컨대, 철학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한 유일한 이정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와 철학을 할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삶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보여준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더 나아가서는 현대의 마이클 샌델까지 관통하고 있는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궁극적인 이 책의 목적은 바로 '철학'을 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에는 '재미'와 '흥미'에 비중을 크게 실었다. 표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세 명의 소녀 좀더 정확히 얘기하면 세 자매가 나온다. 이 세자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화신으로 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과 그의 딸이 벌이고 있는 우경화 정책에 '철학'이라는 무기로 맞서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것은 주인공 '나'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년간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고백하려는 순간 일주일 전부터 친한 친구와 이미 사귀고 있었다는 고백을 받으며 실연 아닌 실연을 당하게 되는 불운의 사나이다. 시련은 사람에게 고통도 주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아무도 모르는 실연의 고통으로 허우적되면서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일기 시작할 때 철학 전사 소크라테스의 화신 '기리시마 린'을 만나게 되면서 내 삶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린은 학교의 이사장과 그의 딸 '기베인 아이'가 자신들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을 사유하지 못하도록 영혼을 빼앗아 '철학 좀비'로 만드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전한다. 아직 영혼을 뺏기지 않았기에 자신을 선택했으며, 일명 아틸란티스 계획을 저지하는데 동참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의 화신답게 린은 문답법(산파술)으로 왜 철학이 필요한 지, '궁극의 답' 즉 '진리'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한다. 
 
"인생에는 끝없는 문답이 필요해. 전보다 조금씩 진리에 가까이 가고 있잖아. 가장 나쁜 것은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발전시키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는 거야. 철학의 역할은 자신이 굳게 믿고 있던 편협한 생각을 없애고 새로운 단계로 이끌어 가는 거야. 그러니까 계속 의문을 품고 대화하고 지금과는 다른 자신을 꺼내면 되는 거야." ---p.47
 
다소 튀는 행동과 사이비 종교 단체의 교주같은 린의 행동에 반신반의하던 '나'는 자신도 모르게 철학적인 사유를 하게 되는 것을 깨닫고는 본격적으로 철학을 배워보기로 결심한다.
 
린은 좀더 강력하게 철학을 배우기 위해 동생 '마리'를 찾아가라고 한다. 마리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의 화신이다. 플라톤처럼 그녀는 학교의 모든 운동부 활동을 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을 자랑한다.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통해 내면에서 올바른 것 즉 진리를 깨닫게했다면 플라톤은 진리란 '이데아'이고 이것은 변하지 않는 다른 차원에 있으며, '이성'으로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서관에서 만난 막내 도모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화신으로, 이데아는 다른 차원이 아닌 현실 속에 '형상'으로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이어지는 철학 사상을 철학에는 무지한 주인공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추상적인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질료, 형상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재료', '설계도'처럼 쉽게 비유하고 풀어서 설명을 해주니 거부감없이 의미를 곱씹어보면서 주인공과 같이 고민하면서 사유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은 목적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주인공도 얘기한다. 누구에게나 목적이 있다고. 자신도 목적이 있다고....
그런데 왜 많은 현대인들은 허무함을 느끼고, 심지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렇게 말씀드린 이유는 목적이 욕구이기 때문이에요. 욕구들만 연결해서 살기 때문에 인생이 허무한거예요. 모두들 무엇을 위해서라는 욕구들의 연결 속에 묻혀 있어요. 그 당시는 좋지요. 하지만 인간은 무엇을 위해서가 연결된 큰 전체인 인생을 생각해요. 결국 '인생은 무엇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순간순간의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도 인생은 의미를 갖지 않아요. 그러니까 허무한 거예요." ---p.152
 
"......마음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중심을 갖는 것. 돈이나 명예는 안 돼요. 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어야 해요. 최종 목표는 궁극의 목적지이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목적, 그것은 최고선......" ---p.153
 
"지금 이 순간에 만족으로 가는 선한 목적을 찾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 없어요."
아이 선배도 필사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내 이야기하고 뭐가 다르니?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것이 선한 목적이라면 음악을 듣는다든지, 먹는다든지, 춤을 추는 것. 눈앞에 있는 욕구를 채우는 것이 그런 것들이잖아."
"그런 것들이 아니예요. 하나의 욕구가 다른 욕구를 위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서 원하는 것이 필요해요. 다른 모든 것이 그 자체를 위해 원하는 궁극의 목적인 최고선이요."---p188~189
 
"우리들은 눈앞의 욕구에 사로잡혀 자신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이 세상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떤 목적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것으로 괜찮다. 눈앞의 욕구에서 인생 전체의 목적으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그러기 위해 이성을 활용해서 일상적이 모든 것을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인생의 모든 것에 의미가 생긴다."---p.189
 
영혼을 뺏겼다는 의미의 '철학좀비'라는 표현이 조금 살벌하기도 하지만, 정말 우리는 생각해야 하는 필요성을 점점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쾌락과 욕구가 인생의 목적인양 몰입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지 않은 지조차도 모른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지도...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사회판 '철학좀비'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 지하철을 타보면 같은 공간에 모여 있으나 각자의 쾌락 세계에 빠져 있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누군가에 의해 세뇌되어 조종되는 인형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겉은 멀쩡하지만 영혼을 빼앗긴 '철학좀비'처럼.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성인도 성인이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더더욱 철학좀비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점점더 물질욕이 과열되는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중심을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쓰여진 것이다. 물론 철학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장 일차적인 목적은 바로 청소년들에게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철학좀비'는 사유하지 않는 삶을 살았을 때의 우리들의 모습이며, 철학소녀의 '로고스 머신'이라는 공격에 의해 깨어나 다시 프시케를 얻게 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영혼없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깨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역시 '철학'이라는 것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빠져 나오며 마지막장을 덮을 순간 '철학적인 지식'보다는 '철학의 필요성'이 더 무게있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부제 '십대, 철학을 다시 읽을 시간'이 말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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