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외우는 초등그림영단어 - 초등 필수 영단어 1000개 그림으로 완벽암기
최은주 지음, Hugh MacMahon 감수 / 이밥차(그리고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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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어 단어 외우기는 예나 지금이나 골치거리이다. 옛날에는 단어를 외우고 사전을 씹어 먹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재미있게 외울 수 있는 도구들도 많지만 예전에는 연습장에서 쓰면서 외워야 했으니 그야말로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단 힘겨운 고통의 시간이었다. 요즘 컴퓨터나 앱에서 단어를 편하게 외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꾸준한 노력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영어 단어 암기는 영어를 배우는데 있어 가장 먼저 해결해야만 하는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내가 겪었던 힘든 과정을 아이들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영어 단어 만큼은 재미있게 접근해볼 수 있도록 이리저리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그림으로 외우는 초등그림 영단어]를 보게 되었다.
그림이라....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이었다. 교사로서 18년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아이들이 즐겁게 영어 단어를 외울 수 있게 스펠링에 그림을 넣어서 표현한 방법을 고안해서 가르쳤는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그 노하우가 그대로 담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통해 검증한 방법이라니 우선 믿음이 갔고, 보편적인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기대를 갖게 했다.
 
그림 스펠링 외에 이 책을 공부하는 방법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림을 먼저 읽고, 그 이후에 단어의 뜻과 문장을 읽어 보란다. 절대 힘들여 외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책을 읽듯 4번 읽어 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읽기만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저자는 자신한다.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이 방법은 공부법의 고전인 '공부의 비결'이라는 책에 제시된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책은 망각곡선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이 책에 제시된 방법은 이미지와 스토리가 연결됨으로써 머리 속에 '사건'으로 기억되고, 그것을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외우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강력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4번 읽는데 최대 40일이 걸린다고 잡고 있다. 잘 유지만 할 수 있다면 1000 단어를 40일이면 고통없이 즐겁게 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길래? 라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살짝 맛보기로 소개해본다.
 
가장 먼저 이 책의 핵심 구성과 특징에 대해 소개한다.
 
 
다음으로 단어나 문장을 읽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발음 가이드가 제시된다. 2회 정독하면 영단어 읽기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명확한 횟수를 명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착한 학생처럼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그런 자신감의 넘치는 표현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격적인 단어학습 시작이다. 책은 총 11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휘의 난이도도 감안했겠지만 학교 어휘, 가정 어휘, 사람 관련 어휘 등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파트별로 제시하고 있다.
PART 11에서는 중학교 가기 전 필수 어휘를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배워볼 수 있게 했다.
 
 
단어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 지 잠시 살펴보자. 그전에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그림으로 표현된 스펠링은 일정한 특징이 있는데 파트 시작 전 저자는 그것을 미리 명시해두고 있다.
 
 
즉, 혓바닥이 있는 아이, 없는 아이, 머리를 묶는 아이, 얼굴이 동그란 아이가 나타내는 알파벳이 각기 다르며, 이 얼굴들은 단어 속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문은 '그림으로 읽기'와 '문장으로 끝내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단어를 그림으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단어의 그림 상황과 문장이 일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단어를 죽 4번 정도 읽고 어느 정도 익숙한 상태에서 문장 속에 사용되는 형식을 익히게 되는데 그 문장이 바로 단어의 그림과 일치하는 내용인 것이다. 다시 한번 명확하게 단어의 뜻과 스펠링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래의 예를 보면, 'empty'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비어 있는'이라는 의미로 직감적으로 외우고 난 후  연결된 문장인 'This is an empty box.'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박스가 비어 있는 'empty' 그림을 떠올리는 것이다.
 
 
'neither' 역시 마찬가지다. '금도끼 은도끼'의 한 장면을 표현하여 '(둘 중)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의미를 전달한 후 'Neither are mine.(양쪽 모두 제 것이 아니에요)'라는 문장을 통해서 그 단어와 의미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스펠링과 뜻, 문장을 외운 후에는 테스트를 통해서 실력을 점검해본다.
각 장마다 연습 문제가 제시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런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반복해서 읽다 보니 이미지의 잔상이 상황과 함께 자꾸 떠오른다. 반복할수록 더 또렷하게 기억될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고통스럽게 외우지 않고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없이 즐겁게 공부하는 것은 최소의 에너지를 쓰면서도, 최대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비법이며, 큰 산의 첫 번째 고비를 수월하게 넘길 수 방법이 될 것이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책. 그간 중구난방으로 외워 온 둘째의 단어 공부를 이 책으로 정확하게 정리시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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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히어로와 분수 녀석들 수학 도시 시리즈 3
카렌 퍼렐 외 지음, 톰 커 그림, 유윤한 옮김 / 조선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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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수학의 최종 목표는 '분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양한 영역을 배우고 있지만 사실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이 '분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 어떤 영역을 다루어도 연산을 빼놓고는 할 수 없으며, 초등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연산이 바로 '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수'를 완전히 이해하고 계산이 원활하다면 그 이후 학년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분수'가 이해되지 않은 이상은 중, 고등학교의 수학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5학년 수학이 가장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분수의 걸음마를 떼자마자 갑자기 뛰라고 말하는 듯한 '통분', '약분'. 곱셈과 나눗셈의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계산하지 않으면 쉽다고 느끼기 어려운 단원이다. 그간 수학을 잘 한다고 믿고 있었던 부모님들의 기대가 무너져버리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수학이 매우 어렵다고 느껴지는 때도 바로 5학년 1학기 1단원에서부터이다.
 
아이들을 지도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교과 과정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바로 이 '분수' 단원이다. 내년에는 5, 6학년이 개정될 예정이니 어떻게 개정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분수'라는 가상의 수를 아이들이 체득은 커녕 완벽하게 그 원리를 이해하고 넘어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 계산으로 너무 급하게 넘어가는 것이 늘 답답하다. 나눗셈만 해도 원리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간단하게 넘어간 후 계산 과정을 연습시키기에 바쁘다. 그러기에 계산은 할 수 있어도 '분수'와 '나눗셈'의 원리와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그 원리를 대한 설명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유난히 '분수'에 대한 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아이들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 '분수'를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는 책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또 기대감에서.
[매스 히어로와 분수 녀석들]을 보자마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늘 갈망하던 종류의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서둘러 살펴 보았다.
 
일단 '분수'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기뻤고, 여러 학년에 시기적으로도 분산되어 있어 흐름을 놓치기 쉬운 분수를 개념부터 응용까지 일관성 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뭐니뭐니해도 분수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이야기 요소와 개인 교습을 받는 듯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방식이 분수의 개념과 성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보책의 특성상 이야기 속에서 모든 원리와 개념을 풀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 분수와 소수가 어떻게 쓰이는 지에 대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와 사이사이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형식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이야기는 매스폴리스에서 발생한 은행강도와 열쇠도난사건, 그로 인해 은행금고에 갇히게 된 시장을 구출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 '매스히어로'가 주도해나가는 것은 어린책답고, 사건이 꼬여가기 시작하는 갈등의 원인이 어린이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요소라는 데서는 어린책답지 않은 무게가 느껴진다.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스토리는 아이들이 분수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를 읽으면서 중간에 제시된 분수와 소수의 개념을 읽어나가는 것은 다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스토리를 다 읽은 후에, 다시 개념 부분을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해주듯 스토리에 나왔던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예로 들면서 약간은 장난스럽게도 설명해주기 때문에 접근하는데 부담이 없다. 코믹한 만화 역시 재미는 물론 이해를 돕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원리와 분수와의 관계를 이해시키고,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 소수의 나눗셈까지 결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수학의 도시이지만 분수와 소수를 잘 몰랐던 시장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그 원리를 깨닫게 된다. 이는 시장 뿐만 아니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어린 독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이해가 아직 안간다고? 그럼 다시 읽으면 된다.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와 유쾌한 선생님이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으니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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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용호쟁투 스페셜 인물 한국사
장용준 지음, 최경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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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역사책을 꽤 다양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특히 청소년 아동 대상 도서는 재미있기도 하고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어 내 수준으로는 읽기에 딱 적당해 즐겨보는 편이다. 역사를 오래 전부터 배워왔건만 읽다 보면 새롭고, 읽어도 읽어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 사관이나 주제별 독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양한 형식의 책을 접하며 반복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는 요즘은 정말 다양한 형식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같은 내용을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로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 열전] 역시 잔뜩 기대를 가지고, 역시나를 연발하면서 읽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즈음 처음 청소년 역사책으로 접한 것이 바로 장콩 선생님의 책이었다. '박물관 속에 숨어 있는 우리 문화 이야기' 시리즈의 책이었는데, 유산을 가지고 그렇게 맛깔스러우면서도 재미나게 역사를 풀어 내어 단번에 장콩 선생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로 꼽고 있는데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역사란 통사로 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 자신이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리라. 또한 역사는 사건 위주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문화유산을 중심에 두고, 건너 뛸 것은 과감하게 건너 뛰면서 그럼에도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끌고 나가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게 역사의 재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 준 저자의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어떤 책인지 알기도 전에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다. 제목은 [장콩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맞수열전].
맞수라.... 아무리 뛰어나고 독보적인 존재라도 그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라이벌이나 경쟁자는 있는 법. 그러한 관점에 포인트를 맞춰 인물을,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저자의 아이디어에 역시라는 감탄을 마지 않았다.
 
 
책을 처음 펼칠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대순이라는 통념을 깨고, 현대부터 역순으로 맞수의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 저자가 이렇게 역순으로 책을 구성한 이유는 고대 인물보다 현대 인물이 극적인 대결 구도가 더 잘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잘 파악되지 않은 초보자는 뒤에서부터 읽기를 권하고 있다. 몇몇 인물에 꽂힌 사람은 마음 가는대로, 역사의 지식이 해박한 고수는 앞에서부터 읽으면 박진감을 더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의 고수는 아니지만 앞에서 부터 읽었더니 앞에서는 대립구조가 뚜렷하여 이 순간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워낙 오래 전의 일이다 보니 이미 역사의 한 모퉁이에 판각되어 인물보다는 역사가 눈에 더 크게 들어오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앞에서부터 읽다 보니 역사의 고수가 아닌지라 읽으면서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약간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자칫 거꾸로 흐름을 타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각 대결의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력, 지력, 인품에 대한 파워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인물의 이야기로만은 미처 다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지수로 비교하여 정리함으로써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능력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 부분만 보아도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시 사용 설명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 그래프로 표시된 '파워 지수'는 이 책의 저자 장콩 선생 개인의 판단일 뿐입니다. 장콩은 세종대왕의 파워를 최상으로 두고 다른 역사 인물들의 파워를 평가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책을 읽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인물들의 파워 지수를 측정해 보십시오. 역사를 바라보는 나만의 눈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 <이 책의 사용 설명서 中>
 
 
이 책에 소개된 라이벌은 총 37쌍이다.
 
 
'인현왕후 vs 장희빈'과 이미 역사 속의 라이벌로 유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조 vs 심환지' '세종 vs 최만리'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였지만 입장과 생각이 달라 대결 구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관계도 있다.
'김홍도 vs 신윤복'처럼 예술적인 라이벌도 존재하며, '이황 vs 조식', '원효 vs 의상'처럼 직접적인 대립은 아니지만 학문과 종교의 참여 방법에서 각자의 길을 가면서 대결 구도를 이루었던 경우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김영삼 vs 김대중' 그리고 '박정희 vs 장준하', '윤보선 vs 장면'의 대립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볼 때였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만약...만약...'이라는 가정을 자꾸해보게 되는 것은 그로 인해 너무 먼 길을 돌아가거나 전혀 다른 길로 가버린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다룰 때 가장 조심스러운 것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일 것이다. 저자는 기존에 배신자로 인식되어진 원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심을 잡으려고 한다.
 
"이로 보아 두 사람이 살았던 당대에는 칠천량에서 비록 대패했지만, 원균의 공을 이순신 장군의 전공만큼 높이 평가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왜 현재 우리는 이순신은 명장으로, 원균은 배신자로만 생각할까요? 그 이유를 자세히 추적하기는 힘들어요. 단지, 임진왜란 당시의 국난 극복이 이순신 장군 혼자 힘으로 이뤄졌다는 단순한 생각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원균 또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용맹한 장수였음이 분명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원균은 이순신 장군의 진정한 라이벌인 게 분명해요." ---p.164~165
 
 
책은 인자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가 다혈질적이고 변덕이 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을 반영하고 있으며, 박정희나 장준하, 김영삼과 김대중과 같이 아동 역사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에 대한 대결과 평가도 냉정하고 다루고 있다. 숨기고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고 전하려는 그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러 권의 역사서를 낸 저자의 안정되면서도 맛깔스런 글 솜씨와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달라지는 지명과 지도, 동선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전달해주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는 머릿 속으로 정황을 쉽게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편한 책을 읽을 때는 그 유용함을 못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책을 읽을 때면 이러한 섬세한 친절이 얼마나 큰 차이로 다가오는 지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들었겠지만 독자는 그 노력 덕분으로 좀더 쉽고 재미있게 역사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역사가 아니라 올바른 역사가 중요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절감하는 요즘이다. 각각 다른 신념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다 간 37쌍의 인물의 행보를 보노라면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이었는 지, 바른 선택이었는 지를 다시금 되물어보게 된다. 그리고 시선을 현재로 돌린다. 지금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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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 - 역사와 사회를 이끄는 30가지 사상의 향연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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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문학, 역사, 음악, 미술.... 인문학과 관련된 책, 그중에서도 특히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맨처음 벽에 부딪치는 것은 것은 바로 그 사상적 배경이 되는 '용어'이다. 분명 우리말인데 외국어만큼 직관적인 해석이 불가능한 읽어도 읽어도 흡수가 되지 않는 용어과 개념들은 책의 속도를 더디게 한다. 그 사상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배워 본 적이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사상에서 뿌리를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번역해서 들어오는 과정상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야 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내 지식의 부족, 노력의 부족만 탓했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말도 아니고 순전히 학문적인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조합한 용어들이 쉽게 인식되는 것이 더 이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용어도 용어지만 그에 대한 설명 역시 외국어처럼 이해 안되기는 매한가지다. 철학 용어를 비롯해 수학, 영문법 등등에는 정말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이 일본에서 번역한 일본어를 다시 번역하는 과정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왜 그토록 이질감이 느껴지는 지 그제서야 납득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용어를 잘 알아도 깊이있는 이해를 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지만 용어와 개념 자체에서 오는 심리적인 장벽은 그 벽을 더 두텁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철학은 대중과 소통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형식으로 그 벽을 조금씩 낮춰가고 있는 것 같아 나 역시 조금씩 철학, 인문학 책들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아직 많이 어렵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즘처럼 많은 책이 쏟아지기 전에는 그래서 읽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청소년 대상의 철학, 심리학, 문학 등의 인문학 책이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최대한 친철하게 설명이 되어 있고, 아이들이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재미도 가미가 되어 있기 때문에 딱 내 수준이라는 생각에 지금껏 즐겨 읽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 역시 청소년 대상의 인문학 책을 읽던 중에 만나게 되었다. 앞서 얘기했던 그 용어의 장벽을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을 받자마자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대한민국 1세대 철학 교사로서 현재에도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겨레, 경향 신문을 비롯 조선, 동아, 중앙 일보에도 책과 사상에 관련한 다양한 글을 기고했었다는 것이다. 지면이 무슨 상관이겠냐 싶기도 하지만 주제가 사상과 관련된 글인데 보수와 진보 신문을 가로 질러 싣는다는 어째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았었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한다.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격과 질타도 당했다고 한다. 보수 언론에 실을 때는 진보 쪽에서, 진보 쪽에 실을 때는 보수쪽으로부터. 그는 담담히 밝힌다.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사안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두고 고민한다고. 무색무취, 박쥐라는 비난이 쏟아져도 '철학하는 사람'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한 편견이 아닌 현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냉철하고 최선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이념과 사상은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가치와 평가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어떤 쪽으로도 기울지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나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청소년 대상의 책이니 만큼 냉정한 서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싶다. 
 
 
책에서는 구조주의, 해체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개발 독재 등 아직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내용도 그대로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인데 저자가 서문에서 단언한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러한 입장은 시기적으로 양극이 극도로 분리된 요즘 민감하게 느껴질 부분에 대한 설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느 편이건 간에 우리가 무엇을 봐야하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중이고 답이 아직 나오지 않은 부분에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2007년, 미국 기업 연구소(AEI)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자유 민주주의보다 개발 독재가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미국 등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경제 성장률은 2.62퍼센트 정도지만, 같은 시기 중국·싱가포르·러시아 등 개발 독재를 한 나라들의 경제 성장률은 6.28퍼센트로 훨씬 높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개발 독재 시대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개발 독재보다 민주주의가 나은 게 뭐 있는가? 선거 때마다 정치가들은 경제 살리기를 외쳐 댄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경제 성장을 일궜던 개발 독재의 추억은 그들의 주장에 솔깃하게 만든다. 그러나 철학자 김상봉은 "박정희 숭배는 돈을 숭배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수능 성적을 올리는 데는 야간 자율 학습이 꽤 효과적이다. 하지만 평생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개발 독재도 마찬가지다. 개발 독재는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성장은 공평한 분배와 민주주의라는 열매로 맺어져야 한다. 성장만 있고 분배와 민주화가 없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 제 뜻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는 부잣집 아이는 과연 행복할까?
그렇지만 시끄러운 정치판, 주춤한 경제를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진정 개발 독재는 사라져야 하는 악일까? 민주주의는 최상의 정치 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단순히 더 많은 수입을 바라기 때문일까? 민주주의를 한층 발전시키려면 이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할 테다." --- p.224~225
 
길게 인용했지만 이렇듯 독재 정권의 음과 양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각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서술 형식이다. 시대 착오적인 낡은 사상처럼 치부되기 시작한 민족주의도 그러고, 극단적으로 달려가는 빈부 격차의 원흉 신자유주의 사상 역시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질문 거리를 던지고 있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철학적 화두로 우리의 현실에 적용해서 생각해볼 거리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다.
 
"일부러 본문 내용과 조금씩 겹치도록 구성했다. 철학적인 사색은 한 번의 물음으로 끝나는 법이 없다. 거듭 묻고 다시 따져 볼 때 세상을 보는 눈은 조금씩 깊어진다.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내가 던진 물음보다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더없이 반가울 듯 싶다." --- p. 8 <책을 열며 中>
 
저자는 각 장마다 '더 읽어 볼 책'을 제시한다. 좀더 알아 보고 싶거나 깊이 있는 내용의 이해를 원한다면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이다. 이는 이러한 사상들이 교과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교과서에서는 이렇듯 사상의 성장, 발전, 그리고 결과 등에 대한 배경이 자세히 실려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개념과 사상을 달달 외우고, 시험의 답을 찾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닐 지... 세월이 흘러도 답보 상태에 있는 철학 교육은 아직도 온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서 그나마 이렇게 아이들이 자주 접하고 있는 교과서에서 출발할 수 있는 철학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용은 힘들 수 있지만 다양하고 쉬운 예와 풍부한 인용, 그리고 친절하고 부드러운 설명은 책을 읽는 내내 소설책 읽는 이상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청소년 대상의 책임에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얄팍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직은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지만 언젠가는 교과서에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의 철학을 학교에서도 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를 안타깝게 그리고 간절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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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완성하는 미술관 - 10대의 정체성, 소통법, 진로, 가치관을 찾아가는 미술 에세이 사고뭉치 6
공주형 지음 / 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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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해도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혼란의 시기를 겪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였다.
사실 불혹을 넘긴 지금도 '나'를 아직도 모른다. 단지,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일 뿐 성장기 청소년과 다를 바 없이 아직도 나에 대한 탐색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하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너무 많은 쥐려는 욕심에 오히려 하나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아득함을 다시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생각을 몸이 따라가지 못할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는 마음보다 몸이 앞서는 그 싱싱한 젊음이 가끔은 부럽기 시작했다.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을 점점 줄어들게 한다. 그래서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수 있는 그 생기가, 용기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10대'는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 수평에서 바라 보게 될 '10대'를 생각하면....여전히 다시 그 혼란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성장할 때는 특히나 '나'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아니 방법도 몰랐고, 필요성도 몰랐다.
'나'가 올라올 때마다 나라와 민족, 가족을 생각하며 꾹꾹 눌러 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개인'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를 고찰할 기회도, 방법도 몰랐던 그 때의 혼란은
지금 청소년이 겪는 혼란 못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들어 청소년 대상의 철학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다. 다양한 테마와 형식으로 풀어 쓴 그 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바로 '나'에 대한 탐색이다. '나'의 정체성을 찾고,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을 때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으며, 세상과의 소통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충분한 '나'에 대한 고찰은 그만큼 살의 든든한 기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황금같은 성장의 기회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지나 온 시간을 돌아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참 많이 부러운 것이다.
 
[나를 완성하는 미술관]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서 '나', '너', '우리' 그리고 '세상'에 대해 탐색을 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표현 행위 중에 하나인 그림을 바라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이 책은 '자아 성장'의 관점으로 예술 작품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챕터의 구성 역시 '나'에서 출발해 '세상'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점진적인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성장 과정에 발맞추어 작품들을 소개하고 해석하고 있다.
 
 
1장은 '나'에서 출발한다. '자아 정체성 찾기 : 나를 사랑하다'
'자아'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환경의 역할에 따라 다르게 정의내릴 수 있다. 그 수없는 역할 중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저자는 예술가들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든 것이 바로 화가 자신이 스스로를 그린 '자화상'이다. 저자는 타인이 그린 모습과 스스로가 그린 모습 혹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의 비교를 통해서 진정한 '나'를 찾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우리에게는 낯선 프랑스의 모델이자 화가였던 '수잔 발라동'의 각기 다른 관점으로 화폭에 담긴 모습은 주관적인 시각에 따라 얼마나 타인이 다르게 규정되는 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칫 그 기준에 맞추게 될 때 흔들리게 될 '자아'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누구의 관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첫번째 출발점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주제에 따라 소개되는 작품과 작가는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생소한 작품과 작가도 많다. 주제를 떠나서 낯선 작품과 맞닥뜨린 즐거움, 그리고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유려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감탄을 하면서 한작품 한작품 만나다 보니 어느새 '나'에 대한 탐구를 끝낸다.
 
2장은 '소통법 발견하기 : 너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난다.
 
"진짜 나의 모습을 안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 모습에 깜짝 놀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 사랑하는 이웃과 함께 나눈다면 충격을 받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을 거예요.
예술가들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마음과 생각을 나누면서 어떤 사람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는지 예술가들의 소통법, 소통 과정을 살짝 엿볼까요?"
--- p.67 <2장 서문>
 
2장은 이렇듯 가족, 공유, 소통, 이해, 공감, 신뢰, 갈등, 나눔의 키워드로 '너'와 진정한 소통을 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이러한 주제를 살펴 보는데 꼭 미술 작품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유'는 '프랭크 워렌'의 비밀 고백 프로젝트 '포스트시크릿'로 안내한다. 엽서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고 우표를 붙여서 보내는 형식의 이 프로젝트는 온라인 사이트가 생길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외칠 때의 후련함을, 그것을 들어 줄 대상에 대한 갈망이 큰 호응을 불러왔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을 통해서 '너'를 만나는 법을 살펴 본다.
 
3장은 '함께 성장하기 :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까?'는 마음을 열고 더불어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디즈니를 통해서 '진로 탐색'을 하고,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다."라고 호언했던 세잔을 통해 집념을 배운다.
'성공'에서는 현대 사회의 충격적인 인간상을 보여 주는 작품을 통해서 '함께 하는 승리'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스컬피라고 불리는 재료로 민머리의 공허한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승자나 패자나 모두 지치고 허탈한 모습은 '성공'의 열망에 사로 잡힌 현대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아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4장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가치관 완성하기 :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할까?'
가치 창조, 과학 기술로 살펴보는 가치 중립, 그리고 다양성을 넘어서 '생명 존중'까지 생각해본다.
그 중에서 가장 무게가 느껴지는 주제는 '생명 존중'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전쟁'을 향해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독일의 여성 판화가 '케테 콜비츠'는 작품으로 절규한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이 더이상 고통 받아서는 안된다고.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생전 마지막 작품은 엄마로서, 예술가로서 비장하게 외친 마지막 외침이었다.
 
 
'나'로 시작했던 고민이 책의 막바지에 이르면 '우리'로 시야가 확대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정체성'에서 머물지 않고, '세상의 가치관'으로 향해가는 것이야 말로 건강한 성장임으로 책은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그 성장의 과정을 멋진 작품들과 정갈한 글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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