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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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은 읽고 싶었다.

사실 장영희 교수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느날 북카페에서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기사가 나오고 해서 신체장애를 가진 암환자였다는것을 알게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도 곧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어서 병원에 입원하러 짐을 싸야만 했기에 그녀는 내 관심에서 금방 사라져갔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곧곧에 놓인 잡지들에 그녀의 기사가 실린것을 보았다.

교수였구나. 작가였구나. 아...항암투병중에 글을 써왔구나....죽음을 준비하고 있었구나...내가 기사를 통해 알수있었던 것은 그게 다였다. 나에겐 그녀의 책을 찾아 읽어볼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힘겨웠기에.

 

퇴원을 하고 일주일정도가 흘러 겨우 정신을 차려서 그녀의 마지막 유작을 접하게 되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제목을 보고 피식 웃었다.

항암. 방사선. 아무리 오래했어도 나만큼 했겠어? 뭘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이렇게 책을 다 내고....

아마도 나 이렇게 힘겨운 항암 견뎌냈다..뭐 자랑질이겠지...이런생각이 어느정도는 내 머릿속에 새겨있었다. 근데, 그녀의 책에서 별로 그런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거의~ 정말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난 읽는내내 웃었다. 히히. 크크 이렇게 말이다.

그녀는 재밌는 사람인듯 했다.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냥 될대로 되라는 듯한.

나같은 사람. 그냥 또다른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어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귀차니즘, 게으름뱅이, 느릿느릿, 비슷한게 너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우린 아팠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닮아보였다. 묵직하게 무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라 여겼던 그녀의 글들이 가볍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힘겹지 만은 않았을것이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였고 살아갈 날들이 기적이였다면, 
나역시 내가 살아온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이 기적이였고,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살아갈 날들이 
내게도 기적일것이다. 그녀의 살아갈 기적은 이제 끝이 났지만,

그녀의 글이 남아있으니 그 기적은 이어져 가지 않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번은 그녀를 만나봤더라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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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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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에 이어 2번째 그의 여행 포토 에세이였다.

루 앙 프 라 방 .

처음에는 저자가 만들어낸 멋들어진 이름인줄 알았는데,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제 2의 도시였다.

비행기를 타고 높은 하늘을 날아 흰 구름들을 뚫고 지나 만나는 루앙프라방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향기를 풍기는 여행지가 될까 라는 기대감과 두근거림을 안고 나는 루앙프라방으로 떠났다.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떠나는 루앙프라방에서의 여행은 말 그대로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낮잠자며 뭉기적거리는 그래도 전혀 아쉬울것도 서둘를 필요도 느껴지지 않는,  

그래도 루앙프라방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느껴지는 그 순수함에 잠시 "맑다~" 라는 느낌을 갖고

나도 모르는새에 내안에 순수함과 맑은 아이의 모습을 담아 길을 걷고,

다시 길을 잃어 헤매다 스님을 만나 국수 한그릇 얻어 먹으며 인생에 대해 듣고,

또 다시 낯선 길 위에서 바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비를 만나 나무아래 잠시 쉬어가는 루앙프라방.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에서는 느끼기 힘든 한적함과 삶에 대한 여유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책은 참 편안하다. 어디어디를 가라 라는 글보다는 어디를 가서  

나는 이렇게 여유롭게 즐기다 왔다 라고 자랑하는 

그의 글을 보다보면 질투가 난다. 나도 떠나고 싶다는.

 

즐거워하는 법을 알고 있고  

우리가 잊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

루앙프라방에 발을 뻗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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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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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했기 때문일까?

62가지의 우화가 담긴 [달나라 도둑]은 중간중간 어이없음? 또는 이게 뭐지? 라는 허탈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상상이라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광고글에는 어울리지 않는 알 수 없는,

그리고 읽기 참 지루했던 달나라 도둑이였다. 

책을 다 읽고 지은이의 글을 읽어보았다.

원래 옮긴이의 글이나 작가의 글 같은 것을 읽지는 않지만,

당췌 저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것을 우화집이라고 내놓은 것인지 궁금했다.

저자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거다.

우화적 지혜가 턱없이 모자라는 자신에게 너무나 힘든 작업이었다고 고백을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정말 우화라고 하기에는 멍때리는 맺음이 너무나 많아 내가 뭘 읽은 것인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책이였다.

우화집이라는 것이 상상력이 담겨있는 즐거운 이야기 책 아닌가?

읽으면서 뭔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아이들을 위한 그런 책? 

그러나 [달나라 도둑]에서는 그런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저자가 끄적끄적....거린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성의함과 상상력이라는 것은 정말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나만 이런것일까? 

어제 안데르센의 동화책을 읽고 나서 읽어서 그런가 더욱더 상상력의 부재를 느껴버렸다.

조금만 더 이야기 거리가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씌여졌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큰 아쉬움을 느껴본다.

참 오랫만에 이런 책 만났다. 읽기 싫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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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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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영화배우 배두나씨가 책을 낸 것인줄 알았다.

표지의 사진이 딱 그녀였기에, 그래서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는데, 배두나씨가 아니였다. ㅎㅎ

일본에서 젊은 나이에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26살 야마구치 에리코씨의 자전적 에세이였던 것을

첫장을 넘기고서야 알 수 있었다.

야마구치 에리코라는 참 특이한 여인의 삶을 담은 이 책은 참 좋은 글이 가득 담겨있는 명언집 같다.

그녀의 삶에서 그런 능동적인 자세나, 진취적인 행동력은 정말 본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내안에 가득 들어올 정도로 그녀의 삶은 참 전투적이였던것 같다.

왕따에서 촉망 받는 유도선수로 자라던 그녀가 그 유명한 게이오 대학에 떡하니 붙고

다시 워싱턴의 국제기구에서 일하다 빈민국의 실제를 알고 싶어 방글라데시로 떠나고

다시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또다른 삶을 꿈꾸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만약 나였더라면,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26살이라는 나이에 편안한 직장생활에 안주했듯이 만약 나에게 그녀와 같은 환경이 주어졌다면.

난 아마도 워싱턴에서 그냥 그렇게 안락하고 느긋하게 여유있는 삶을 선택하고 살아왔을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천은 하지 않는 그냥 그런사람으로 말이다.

유독 기억에 남는 그녀의 말이 있다.



누구나 생각은 할수 있다. 하지만 생각이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생각이 실행으로 옮겨졌을 때 정당한 대가가 주어진다.

지금 생각 속에서만 세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난 말하고 싶다.

그 생각을 바로 실행하라고,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발로 뛰라고,

그러면 반드시 그에 맞는 대가는 주어진다.
 
페이지 :  131  

많은 이들이 생각으로만 담고 있는 일들을 실천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26살 그녀의 도전의 모습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되짚어주게 해주었던 것 같다.

한번쯤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생각해보고.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26살, 도전의 증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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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라베스크 - 한 점의 그림으로 시작된 영혼의 여행
퍼트리샤 햄플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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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겉표지를 한꺼풀 벗기고 나면 새파란 표지가 나를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림 한 점에서 시작된 여행, 이야기, 삶, 마음 의 이야기가 책 한권으로 빼곡히 채워져 내게 전해지는
[블루 아라베스크]. 그 시작은 앙리 마티스의 [어항 앞의 여인] 이였다.


 Femme et poissons rouges 
 [어항 앞의 여인] 
 앙리 마티스

 예술에 감동을 받는 경우 따위는 없었다고,
 나는 그런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저자 퍼프리샤 햄플을
 그냥 그림 한방에 정지시켜버리고
 그림 앞에서 꽁꽁 묶어버린
  이 우중충해 보이는 그림 한 점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의 이 그림을 보고
 [어항 앞의 여인] 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저자의 정신줄을 앗아갈줄은 몰랐다.
 결국 [어항 앞의 여인]이 새겨진 엽서를 사서 
 몇년동안 데롱데롱 달고 다니면서 정신줄을 여전히 멍하니
 놓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림앞에서 멍해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예전에 [그림과 눈물]이라는 책을 읽고 잠시 잠깐 고흐의 자화상이 새겨진 엽서를 빤히 쳐다본적이 있긴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도 그렇게 까지 멍때리지도 않았던 나로서는 다소 이해가 조금 힘들다.
그림에 대해 무지하면서 그다지 감동을 받는 성격도 아니라는 저자가 한순간 멍때리고.
정신줄을 놓고, 발이 묶이고, 그림앞에서 움직일 수 없는 충격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것이 어쩌면 나도...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랑 비슷한 저자를 홀린 저 그림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도 미술관에서 저 그림앞에서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그림 앞에서 멍때릴까?
한껏 상상을 해보지만, 잘 연결은 되지 않는다. 그러기는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예술책을 읽다보면 나는 정말 무식하구나. 라는 생각이 꼭 든다.
저자의 박식함에 짜증이 나고, 나는 이렇게 감동을 느끼는데, 왜 너는 그것을 못느끼냐는 그 말투에
책장을 덮으며 투덜거리게 되버리는 나를 발견해버린다.

근데, [블루 아라베스크]는 그런 느낌이 없다.
그냥 나같은 사람이 어느날 그냥 길가다 본 그림 앞에서 든 생각을 그리고 그로인해 관심을 가지게 된
화가나 그림들에 대해 그냥 평범하게 자신의 눈을 본 것들을 조잘조잘 들려주고 있다.
편안하게 그냥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전해지며, 
나도 그림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그림 앞에서 멍때려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키워나가게 해주는 느낌이다.

담백하게 읽으며 그림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깃든 [블루 아라베스크]였다.
지금까지 읽은 미술서 중 가장 편안했고, 덤덤했으며, 즐거웠던 여행이 아니였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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