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라베스크 - 한 점의 그림으로 시작된 영혼의 여행
퍼트리샤 햄플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저 겉표지를 한꺼풀 벗기고 나면 새파란 표지가 나를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림 한 점에서 시작된 여행, 이야기, 삶, 마음 의 이야기가 책 한권으로 빼곡히 채워져 내게 전해지는
[블루 아라베스크]. 그 시작은 앙리 마티스의 [어항 앞의 여인] 이였다.


 Femme et poissons rouges 
 [어항 앞의 여인] 
 앙리 마티스

 예술에 감동을 받는 경우 따위는 없었다고,
 나는 그런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저자 퍼프리샤 햄플을
 그냥 그림 한방에 정지시켜버리고
 그림 앞에서 꽁꽁 묶어버린
  이 우중충해 보이는 그림 한 점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의 이 그림을 보고
 [어항 앞의 여인] 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저자의 정신줄을 앗아갈줄은 몰랐다.
 결국 [어항 앞의 여인]이 새겨진 엽서를 사서 
 몇년동안 데롱데롱 달고 다니면서 정신줄을 여전히 멍하니
 놓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림앞에서 멍해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예전에 [그림과 눈물]이라는 책을 읽고 잠시 잠깐 고흐의 자화상이 새겨진 엽서를 빤히 쳐다본적이 있긴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도 그렇게 까지 멍때리지도 않았던 나로서는 다소 이해가 조금 힘들다.
그림에 대해 무지하면서 그다지 감동을 받는 성격도 아니라는 저자가 한순간 멍때리고.
정신줄을 놓고, 발이 묶이고, 그림앞에서 움직일 수 없는 충격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것이 어쩌면 나도...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랑 비슷한 저자를 홀린 저 그림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도 미술관에서 저 그림앞에서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그림 앞에서 멍때릴까?
한껏 상상을 해보지만, 잘 연결은 되지 않는다. 그러기는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예술책을 읽다보면 나는 정말 무식하구나. 라는 생각이 꼭 든다.
저자의 박식함에 짜증이 나고, 나는 이렇게 감동을 느끼는데, 왜 너는 그것을 못느끼냐는 그 말투에
책장을 덮으며 투덜거리게 되버리는 나를 발견해버린다.

근데, [블루 아라베스크]는 그런 느낌이 없다.
그냥 나같은 사람이 어느날 그냥 길가다 본 그림 앞에서 든 생각을 그리고 그로인해 관심을 가지게 된
화가나 그림들에 대해 그냥 평범하게 자신의 눈을 본 것들을 조잘조잘 들려주고 있다.
편안하게 그냥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전해지며, 
나도 그림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그림 앞에서 멍때려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키워나가게 해주는 느낌이다.

담백하게 읽으며 그림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깃든 [블루 아라베스크]였다.
지금까지 읽은 미술서 중 가장 편안했고, 덤덤했으며, 즐거웠던 여행이 아니였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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