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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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동포의 글이며, 강렬한 글체, 전세계를 놀라게 한 대작이다 라는 평에 혹해서 읽게 되었다.
[피아노 교사]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재미있지도 또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다는 애매모호함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다. 봤다. 라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피아노 교사]
마치 내가 홍콩에 있어 일본군을 만난 듯한 착각을 들게 해주기도 하였지만,
클레어와 트루디가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조금 정신이 나가게도 해주었다.
트루디 이야기가 끝나고 클레어 이야기가 왔더라면 아마 더 이해하기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지만......

전쟁이 어떤 것인지 난 사실 잘 모른다.
겪어보지 않은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지금 이라크도 [피아노 교사]의 홍콩처럼 잔혹한 장면이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겠지....? 라는 상상 정도......
전쟁으로 인해 사람이 얼마나 피폐해질수 있고,
잔혹해지며, 가족이라도 배신을 밥먹듯이 할 수 있음을 야금야금 느끼게 해주고 있다.

[피아노 교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홍콩.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중국도 영국도 아닌 화려함을 간직하며 삶의 모순을 껴안고 가는 홍콩은
마치 피아노 교사 클레어나 영국인이지만 영국을 싫어하는 윌, 
사랑을 품고 살다 사랑을 잃고 시들어버리는 트루디의 모습을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화려한 파티에서 부터 뒷골목 노점상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홍콩이 모습이 
도마뱀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 환경에 맞추어 몸의 색깔을 바꾸는 모습처럼 이중적으로 보였다.

전쟁이 나기 전의 홍콩
전쟁이 발생한 홍콩
전쟁이 끝난 후의 홍콩은 이 세사람의 모습만큼이나 화려하며 잔인하고 초라하다.

마치 전쟁 전 후의 영화 한편을 본듯한 기분이 드는 [피아노 교사]였다.


이 모든 것들 속에서 그녀를 지탱해주는 것은 단순한 깨달음이다.

일단 저 거리로 나서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러면 그녀는 거리 풍경 안으로 녹아들고,

거리의 리듬에 흡수되어 어렵지 않게 세상의 일부가 될 것이다.
 
페이지 :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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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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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신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구입해버렸다.
생각보다 두툼한 책의 두께에 살짝 놀랐지만,
요노스케의 성장 소설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겠거니..하며 받아들였다.

성장소설이라는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그 사람의 일대기는 아닐테고....

[요노스케 이야기]는 이제 막 도쿄의 한 대학에 입학한 18살의 요노스케가 겪는 1년간의 이야기와
요노스케와 만나 인연을 맺었던 자들의 띄엄띄엄 이야기가 배겨들은 
정말 말그대로 '요노스케의 이야기' 들로 만들어진 요노스케 책이다.

처음에는 18살이나 먹었는데도 어리숙하고 어벙벙한 요노스케가 순수하다기보다는
멍청하다고 느껴 많이 답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친구가 곁에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남들보다 한 박자씩 느려 손해 보는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것들에 "YES"라고 말해줄것 같은 사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인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않음을 이젠 잘 알기에 
이런 밝은 빛의 요노스케가 곁에 있다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도 하나의 추억으로 웃음을 선사해줄 것 같은 느낌이 배겨들었다.

막바지로 갈수록 설마..하는 마음에 가슴이 쪼일만큼 졸아버렸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버려 '하~'하고 한숨을 내쉬어버렸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아름다운 청춘의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내일의 빛이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는 우리의 청춘속에서 
내 삶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누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요노스케의 친구들처럼 마흔의 중턱에 다다르면
어느날 문득 내 가슴팍에 "아...이런녀석이 있었지..."하며 떠오르게 될까?

모처럼 무공해 맑은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요노스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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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아홉 살 반
D[di:]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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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여자나이 스물 아홉이면 뭐랄까....노처녀? 아줌마? 
소녀도 여자도 아닌 애매모호한 나이 스물 아홉. 거기에 더하기 0.5 
그러면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듯한 스물 아홉 살 반


"29.5살.

누구나 지나가는 길.

누구나 지나온 길."
......

"그리고 지나가고 나서야 생각나는 길"

모든 것이 그렇다. 기회도, 자신과의 관련성도.

지난간 후에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페이지 :  46  


내 나이 스물 아홉 하고 마이너스 두달. 
이제 2009년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후훗.

29.5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토성이 회귀하거나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마녀로 변하고 마귀 할멈으로 늙어 온통 마녀세상이 되는 것이 
두려워 여자가 여성편력을 가져버린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나는 스물 아홉 살 반].


Saturn Return 토성회귀

토성은 '혁명의 별' 이잖아.

그리고 토성은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29.5년이 걸리거든.

그 주기가 사람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29.5살 때 사건이 벌어지는 일이 많대.

그리고 그때 이러난 사건을 이겨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다음 29.5년,

즉 예순 살때의 인생이 결정된대!.
 
페이지 :  22  


서양이나 동양이나 아홉수에는 민감한가보다. 3, 4, 9 천대받는 숫자들?
내 나이가 스물 아홉 반이 아니였다면 관심이 없었을 책.
내가 스물 아홉 반을 지나가고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읽지 않았을 책.
그러나 내가 스물 아홉살 반이기에 만나게 된 스물 아홉살 반의 후.
세상 여자들이 젊어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조차도 마녀로 보이고,
마녀로 보여야 할 점집 할마이가 순수한 소녀로 보이는 이상한 스물 아홉살 반의 후가 나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담배피는 것만 빼??물아홉 살 반인 후가 겪는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너무 늘어지지도 판타스틱하지도 않은 그저 우리네 스물 아홉살 먹은 노처녀의 이야기.

[나는 스물 아홉 살 반] 은 어쩌면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아니면 지금 딱 그때인
내 나이 스물 아홉 살 때의 내 모습을 다시한번 보게 해주는 그런 책인듯 하다.
"나는 이때 뭘 했더라?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
딱 어중띵한 나이인듯 하다.
남자와는 다르게 여자의 스물 아홉은 서른만큼이나 의미가 큰 듯하다.
서른이면..."아이쿠.이제 서른이네..늙었다.." 싶지만,
이십대의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있는 스물 아홉살, 것도 특히 아홉살 반은 온갖 잡생각들부터 시작,
앞날에 대한 공포감 까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내가 서른을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쓰잘데 없는 생각까지 말이다.
어쩌면 멋진 남자를 만나 황홀한 로맨스를 꿈꾸는 장밋빛 인생을 그리고 한껏 부풀어 오를지도 모르겠다.

딱 여자 인생의 절반에 와버린 스물 아홉 살.
어리광도 소녀스러움도 어리버리도 다 보쌈져서 내다 버리고.
이젠 성숙함으로 인생에 대한 아웃라인을 다시 그려야만 하는 나이.

사회에서 자리를 막 잡아가고 있거나, 이제 막 결혼을 했거나, 
이십대도 삼십대도 아닌 
그 어딘가 대충 낑겨버린듯한 나이 스물 아홉살.

누군가의 삶 속에는 반드시 존재하고, 존재했었고, 존재할 스물 아홉 살 반.

내 스물 아홉은 어떻게 그려넣어야 할까?


나는 후.

후 (Who)이며, 바람 (風) 이며

29.5살을 막 지난 

아직은 아마도 그 누구도 아닌.
 
페이지 :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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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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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느껴지는 저 꼬맹이의 익살스런 미소가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책이였다.
여섯 가족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다른 성격으로 펼쳐지는 [오 해피데이]는 
저자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능글능글함이 묻어나와 읽기에 부담은 없지만, 
야시시함이 많아 19세 미만 금지 딱지를 붙여야만 할 듯하다.
특히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은 19세 미만 금지!!!!   

딱지를 줄줄이 소세지처럼 덕지덕지 붙여주시길!!!

<Sunny Day> 의 노리코를 보면서 혹시나 끝에 안좋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남편에게 맞아 죽는건 아닌가...하는 우려로 읽던 것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리코에게 동화되어
노리코가 고급 초밥을 먹으면, 나도 먹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지고, 
노리코의 옥션이 처참하게 끝나면 내 피부도 주~욱 늘어난것 처럼 탄력을 잃고 주름이 깊게 패여버리는 현상을 느꼈다.

그렇게 주인공과 나를 연결시키며 마치 내가 노리코이고, 나만의 왕국을 꿈꾸는 마사하루 처럼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오 해피데이]의 우리집에 손님들을 초대하며 히로코처럼 나만의 은밀한 꿈을 꾸고 있었다.

6개의 단편 중에서 유난히 나를 미소짓게 해주었던 이야기는 마지막 야쓰오의 <아내와 현미밥> 이였다.
얼마전 M본부의 스페셜에서 현미밥을 먹음으로써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으며,
지방분해를 해서 다이어트 효과 까지 볼 수 있다며 ’목숨걸고 편식하라’라는 내용의 방송을 본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목숨걸고 하는 그들의 편식이 야쓰오의 아내 사토미의 로하스 사랑과 맞먹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도 요가도 하고 생활을 로하스로 바꿔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며 현실적인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 막판 야쓰오의 선택도......ㅎ 웃음이 나왔다.

그중 로하스 요가 선생님의 이런말이 나온다.


웃으면 얼굴에 있는 표정 근육이 움직이죠.

주름이 없어지고,

늘어진 살은 탄력을 되찾고,

자율 신경도 조절됩니다.
 
페이지 :  256 페이지 < 아내와 현미밥 >  



내가 하루에 얼마나 웃나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다지 많이 미소를 짓고 살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억지로 미소를 크게 짓으며 ’주름이 없어질라나....피부는 탱탱해질까나......’ 하며 풍선처럼 큰 기대감을 안고 얼굴에 힘껏 힘주며 미소짓는 내모습이 그렇게 웃겨보일수가 없었다.

그의 책은 언제나 이렇다.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들것이다...정말 소설적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또 이것들이 나의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숨겨진 일상들이고,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였음을 느끼게 해준다.

읽는 것이 즐거운 오쿠다 히데오의 [ 오 해피데이 ]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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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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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난 1, 2권을 따로 따로 해서 서평을 올릴 수가 없다.
그만큼의 감동도 없었고 주저리주저리 할말도 없기에......
그렇다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툼한 녀석들을 만난것을 후회하거나 억울해하진 않는다.
다만, 그동안의 내 독서 편식을 한탄해보고, 
’미국은 역시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다. 60년대라도 말이다.’ 라는 생각을 확고히 해볼 수 있는 결정타였다.

우선 지대한 광고 물량에 놀랐다가, 미국의 대서사시 같은 느낌이라는 광고 문구에 "훅~!!!" 해버려 읽게 되버렸다. 자그마치 973페이지나 되는 저 녀석들을 말이다. 

미국 소설을 안읽은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대학때 영문과라 몇 편 읽은게 그나마 다이고, 그것조차 기억에 없이 오로지 세익스피어만 남은것을 보니, 미국 소설이 할리우드 영화만큼의 인기가 없음은 작명한 사실인듯......

[사우스 브로드]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 토박이 레오 킹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린시절과 부모님, 친구들, 환경 그리고 사상 및 생각들을 지니고 사는 레오 킹이 존경해 마지 못하던 형의 죽음으로 어린시절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퇴학을 당하고 신문배달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이다.
레오 킹은 두꺼비 처럼 생겨 어머니에게 조차 외면을 받지만, 
느린 걸음과 느린 마음으로 상대를 더 잘 관찰하며 배려하는 소년으로 성장해나간것 같다.
덕분에 당시 시대에서는 불가능처럼 보이던 백인과 흑인의 우정이 성립되고,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아원의 문제아들이 그리고 정신병을 앓았던 소년과 알코올 중독자의 게이 친구들이 그의 한평생을 좌지우지 하며 두꺼비 같은 비호감이던 레오 킹을 매력적인 감성의 소유자로 만들어주었다.


시작부터 죽음이라는 단어가 서슴없이 나오는 [사우스 브로드] .
아마도 이것이 시초가 되어 곳곳에 등장하는 죽음, 마약, 섹스, 에이즈나 인종차별등이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의 한 귀퉁이,
기억조차 없는 그 귀퉁이로 인하여 나는 내 인생의 변화를 맞은 적이 있었을까.
레오 킹이 1969년 6월 16일 자신의 인생의 절반, 아니 전부를 차지해버린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을때, 만약 그가 그의 어머니 말처럼 가까이 가되 마음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의 일생은 좀 더 평범하고 평안해지지 않았었을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버라이어티하며 질퍽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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