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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 타락한 권력과 무책임한 과학이 만났을 때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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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은 사람만 수십명이라는 일본, 아무리 그래도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소감이 '그다지 기쁘지 않다'라니, 게다가 기념강연에서 2차대전의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전쟁에 대한 과학자의 책임을 논하다니 이사람 보통이 아니다. 동료교수나 외무성에서 그의 이런 발언들을 비난했대도 전혀 개의치 않았단다.
보통 한우물만 파도 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편견과 조바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는 착실한 물리학 연구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고자 했다. 그의 삶은 그렇게 연구소 내 비정규직 보호와 민주적인 시스템 구축, 평화헌법 9조 고수와 과학의 군사적 오용방지를 위한 기개넘치는 한길이었다. 게다가 노벨물리학상까지.
그는 과학이 전쟁에, 또 전쟁을 예비하는 정부에 악마적 도구로 쓰일 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과학자가 책상머리에만 파묻힌 채 현실에서의 쓰임에 무관심한 이론과 자기세계에만 집중해도 곤란하다고 한다. 이미 다이너마이트와 핵폭탄의 전례가 있고 후쿠시마의 예견된 비극이 있지 않았던가.
흥미로운 점 하나는, 그가 원전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원자력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거다. 노후원전 폐로 등 당장의 액션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겠으나, 핵폐기물이나 안전성 제고와 관련하여 이를 풀어낼 방법은 결국 인간의 이성과 과학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일 테고, 이 온건하고 뜨뜻미지근한 입장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정답에 가장 가까운 듯 하다. 다른 모든 것들에도 으레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