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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상 제18호 : 호치민
현대사상연구소 편집부 지음 / 현대사상연구소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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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을 다룬 두 권의 서로 다른 책에 대한 소감, 한권은 베트남전쟁의 막바지 통일 베트남의 출현 직전이자 호치민 사후 4년만인 73년에 씌여진 그의 평전, 또 한권은 약 사십년을 뛰어넘어 2017년 현대사상연구소가 대체로 맑시즘적 시각에서 정리한 호치민과 베트남에 대한 논문집이다. 호치민과 베트남, 잘 알지도 못했거니와 대체로 미국의 시각 혹은 '자유 진영'의 시각에 잡힌 단편들 뿐이었다. 베트남전에 대한 학사논문을 쓸 때도 미국 반전여론의 추이만 살폈을 뿐 베트남인들에게 이 전쟁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인지는 관심밖이었더랬다.
그런데 이 호아저씨, 엄청나다. 소박하고 사심없는 정치지도자이자 수십년의 무력항쟁을 앞장서 이끈 전사, 게다가 민족해방과 사회주의혁명을 조화시키려는 혁명가로 한평생을 살았다. 체게바라를 찜쪄먹을 수준의 공력이자 삶이다. 게다가 수개 국어를 구사하며 아시아와 유럽, 소련과 미주를 넘나들며 베트남 해방과 세계혁명을 위해 코민테른을 움직이다니, 이정도 급의 인물이 마오 빼고 아시아에 몇이나 될까.
그의 삶이 곧 베트남 현대사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배를 극복한 인도차이나전쟁의 승리를 만끽하기도 잠시, 바야흐로 시작된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미국은 베트남을 강제 분할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호치민은 그리고, 세계 최강 미국에 맞서 유일한 승리를 얻어낸다. 직접적인 군사력과 전술 이외에도 인류 보편의 가치와 정서에 호소하는 이데올로기전에서의 승리가 주효했다면, 그건 고스란히 그의 인격과 철학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그를 맑시스트로 해석할지, 혹은 민족주의자로 해석할지는 이론적 정합성이나 철저함의 측면에서 흥미로운 화두다. 그리고 오늘날 하노이에 미이라로 우상화된 그의 처지를 생각하면 더욱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개혁개방 이후 베트남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와 부수하는 가치들이 호치민이 그렸던 베트남의 미래와 이어져 있을까. 민족해방후 사회주의혁명을 완수하려했던 혁명가 호치민과 그의 베트남은, 어디쯤에서 세계혁명의 깃발을 꺾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