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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링크 1 - 잃어버린 고리
배상국 지음 / 도모북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20대였던 어느 날 백범 김구를 저격한 범인을 때려 죽였다는 남자가 뉴스에 나왔었다. 그 당시 나는 몹시 놀랐다. 아니, 김구를 저격한 범인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군다나 버젓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더더욱 놀라웠다. 살고 있다면 감옥에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뿐, 한참 바쁜 20대를 지냈던 내게는 금세 잊혀져간 뉴스였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큰 일 중에 하나였던 김 구 암살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미씽링크>라는 책을 통해 그 시대적 상황을 하나씩 유추해 봄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1945년 8월 15일~1950년 6월 25일.
5년이 채 못 되는 이 기간에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한 후 혼란을 맞이했다. 자주 독립을 못한 국가로서 미국과 소련에 의해 신탁통치를 받아야 했고 그 결과는 참담하게도 한 민족을 두 나라로 만들어 버렸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크나큰 발전 뒤에 민주 정치의 길이 그렇게 오래 걸렸던 것은 ‘시작’의 오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오점을 숨기려는 세력은 더더욱 권력에 집착하며 악의 순환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1권.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조국에 친일파는 여전히 집권 세력의 수족노릇을 하며 권력과 부를 잃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신탁 통치의 후유증으로 조국이 둘로 나뉠 위기에 처하고 백범 김구는 공산주의 세력과 연합을 통해서라도 민족의 분단만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세계 정치사에서도 자본주의 공산주의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던 시기에 한반도는 그냥 보아 넘길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한반도를 포기하면 머지않아 일본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거라는 위기설이 나돌던 시기였다.
독립군의 자손으로 뛰어난 비밀요원이었던 이동욱은 미국에서도 훌륭한 요원으로 활동한 후 조국의 부름을 받고 대북첩보, 특수 공작을 위한 ‘제 4국’의 맴버로 참여한다. 한국 요원들의 텃세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으로 나날이 이름을 높이던 그에게 ‘제4국’ 정보과장 김 명욱이 비밀업무를 맡긴다. 두더지(이중스파이)로 ‘김일성의 그림자’로 일컬어지는 김 진해에게 접근하라는 것이었다. 김 진해에게 김일성의 자리를 갈취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북한의 자중지란을 만드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파티석상에서 김 진해는 북한의 보위부 대좌에게 반역죄로 즉각 사살되고, 동욱은 쫓기게 되는데 그 와중에 의문의 사나이에게 저격까지 당해 생사의 기로에 선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사이 김구가 암살되었고 그 이유가 바로 동욱의 행동 때문이었다. 비밀 임무였기에 오로지 명령한 김 명욱만이 이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치밀한 함정이었음을 동욱은 뒤늦게 깨닫게 되는데….
2권.
북한에서 탈출하는데 큰 힘의 되었던 묘령의 여인, 박 시연. 그녀와의 특별한 인연의 해답은 2권에서 시작된다. 의문의 50대 제보자로부터 731부대에 대한 정보를 받지만 결국 발각되어 홀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박 시연의 아버지 박노훈은 사망하고 일본 헌병에게 발각되기 직전 박 시연의 키스로 위기를 면한다. 그러나 동욱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녀만이 동욱과의 인연을 기억한다.
반면에 김 구 암살범, 안 두희에 대한 재판과정은 동욱의 울분을 토하게 한다. 그러나 동욱은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는 방법뿐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고 결국 거대한 힘에 마주하게 되는데 …
백범 김 구 시해라는 큰 사건의 의혹을 정점에 두고 많은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 반면에 동욱, 민준, 석두와 같은 허구의 인물도 등장한다. 한국과 미국, 북한의 정보전 속에서 결국 모든 것이 정치적 술수와 음모로 밝혀지는 가운데 허구와 진실, 그 오묘함 안에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많은 의혹이 남아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첫 단추를 잘못 단 채 21세기를 맞이한 것이다. 일본에게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는다고 부르짖는 우리는 스스로 우리네 과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뒤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