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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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선입관은 무섭다.

명작스캔들 속에 명작에 대해 나는 그림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스무 가지의 명작은 나의 이런 선입관을 깨고, 멋지게 명작에 대한 정의와 그 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세상으로 초대한다.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으로 <KBS 명작 스캔들>은 명작과 이야기라는 포맷으로 시작됐다. 단순히 명작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제작자와 출연자 모두 함께 공부하며 일구어낸 그들의 이야기는 남다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으며 결국 좋은 프로그램, 지적인 프로그램이란 인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심야의 방송시간으로 나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났기에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펴 놓은 <KBS 명작 스캔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처럼, 그들이 소개한 수많은 명작처럼 말 그대로 명작이다.

 

프란시스코 고야 - 옷을 벗은 마하

르 코르뷔제 - 롱샹 성당

김 명국 - 설중귀려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비틀즈 - 예스터데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

신 윤복 - 월하정인

로베르트 슈만 - 교향곡 제 4번

에두아르 마네 - 올랭피아

안토니오 가우디 - 성가족 성당

에드가 드가 - 스타

프레데리크 쇼팽 - 이별곡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빈센트 반 고흐 - 까마귀가 나는 밀밭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구스타프 클림트 - 키스

호아킨 로드리고 - 아란후에스 협주곡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조르주 비제 - 오페라 카르멘

 

서양화 6점, 동양화 2점으로 그림이 가장 많이 소개되었으며 클래식 5곡, 건축 2개, 오페라 2개, 대중가요 2곡, 사진 1점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총 스무 개의 명작 스캔들을 이야기한다. 명작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기저기서 들어 익숙한 것이 많은 그림에 비해 음악과 오페라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없기에 가장 전달이 덜 된 부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롭다. 특히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불면증 치료음악으로 제의받아 만들어졌으나 막상 들어보면 자던 사람도 깬다는 이야기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고 제 2번’이 천재 음악가가 슬럼프에 빠진 후 최면에 의해 다시금 음악가로 재기한 것이라든가, 특히 로디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은 작곡가도 생소하고 음악도 생소했지만 그들의 사랑,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면 가장 듣고 싶은 음악이 되었다. 이에 반해 미술 분야는 그림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든가 미술품을 다룬 책을 통해 이미 익숙한 그림들이 나와 반가웠다. 그러나 <명작스캔들>이 보여주는 대표작은 새로웠다. 신윤복 하면 미인도가 떠오르는데 ‘월하정인’이 나오고 고흐하면 자화상이나 해바라기가 떠오르건만 이 책에선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이 프로그램 MC였던 김 정운님이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명작을 만드는 힘은 이야기고, 이야기가 프로그램의, 이 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신윤복의 대표작을 꼽으라는 것이 아니라 신 윤복이라는 작가의 작품에서 ‘월하정인’에서 달의 모습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데 어찌 그렸을까? 하는 질문-명작을 보고 해답을 얻으려하지 말고 질문을 얻으라고 했다!-에 과학적으로 추리해보는 모습은 신선하다. 또한 고흐의 대표작을 고르지 않고 고흐의 마지막 유작으로 알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사실은 아니며 그렇게 된 일화를 소개하는 것 등 굉장히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의 탄생비화는 새로우며 유재하의 음악 이야기는 반갑다.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하나를 소개한다면 설중귀려도와 달마도의 작가가 김 명국이라는 사실이다. 솔직히 달마도는 익숙한데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김 명국을 소개하고 그가 그린 그림(특히 은사도), 술에 산 인생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본방을 못 본다면 다시보기라도! 그리곤 얼른 프로그램에서 만든 음악 시디를 주문했다.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의 차이는 언제나 크다. 나는 이제 좀 알고 음악을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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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독서 전략 -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권영식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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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 약용. 추사 김 정희 하면 서체가 생각나듯이 다산 정 약용하면 거중기(또는 수원화성)가 생각난다. 그러나 추사 김 정희가 단순히 서체만 뛰어난 것이 아니듯이 다산 정 약용 역시 그의 놀라운 학문적 깊이를 느끼는 계기가 된 책 <다산의 독서전략>. 처음에는 독서에 대한 효율성을 위해 이 책을 선택했지만 인간 정 약용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독서에 대한 나름대로의 터득한 방법에 대해 확신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정독, 질서(깨달은 것을 메모하며 읽기), 초서(중요한 구절을 베껴 쓰기).

정독을 넘어서서 단어 하나하나 음절 하나하나까지 읽다보니 오히려 비효율적인 독서를 했던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을 넘겨버릴까 싶었다. 그러나 다산 정 약용이 말하는 정독의 이야기는 그런 나의 우려를 깨끗이 지웠다. 책에 따라 자신의 활용도에 따라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라는 충고와 더불어 당시에는 무조건 소리 내어 읽어야하는(아는 자의 일종의 배려) 상황에서 벗어나 조용히 눈으로 읽기를 권하는 것 역시 시대적 상황과 책의 종류, 자신의 상황에 따른 응용력을 요구한다.

질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책의 한 귀퉁이에 메모하던 것을 이제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서 정리한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이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초서의 경우 중요한 구절에 대한 의미를 첫 장 정독 부분에서 깨우친 것과 더불어 판단했다. 각자 독서를 즐기는 방법이 다르고 관심 분야가 다르면 자연스레 질서와 초서도 다르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초서부분을 억지로 머리에 외웠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이 부분 역시 노트를 마련해서 관심 분야에 대한 구절이 나오거나 대화, 인용, 에피소드 등을 가리지 않고 노트에 적는다. 이 역시 내가 꾸준히 이 방법을 써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는 부분이었다.

다산 정 약용.

유배간 곳에서도 아들에게 독서에 대한 방법을 가르치고, 왜 질문하지 않느냐며 꾸짖는 위대한 학자.

그가 말하는 독서전략을 통해 독서를 통한 학문, 연구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양식이 쌓이고 스스로 성숙해지는 각자의 독서노트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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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광 녀석들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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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트와일라잇의 엄청난 성공 이후 그 인기는 더욱 거세져서 서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뱀파이어 소설은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코믹 판타지라는 장르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녀석이 나타났다.

코믹판타지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시리즈로 “흡혈광 녀석들, 너, 재수 없어, 날 깨물어줘”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이다. 제목도 표지도 신선함으로 똘똘 뭉쳤다. 거기에 B급 무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일까? 그런데 남편의 느낌도 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이 책을 놓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무겁고 슬픈 것을 작품성과 일치한다. 그러니 코믹에다가 판타지라는 장르까지 접목시킨 이 작품의 이미지는 더욱 그 올바른 값어치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우리 부부 역시 나름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1권. 흡혈광 녀석들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조디.

신출내기 뱀파이어 조디는 모든 것이 서툴고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그래도 피에 대한 갈망과 낮에 그녀 대신 일을 맡아줄 똘마니(2권에 등장하는 애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죠.)를 찾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렇게 조디와 토미는 만납니다. 토미는 작가의 꿈을 안고 헐리우드로 향하던 중 생명이 다한 차가 멈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합니다. 홀로 타지에서 보내던 그에게 충직한 부하 견 버머(보스턴 테리어)와 라자러스(골든 리트리버)를 둔 황제(일반인이 보면 딱 미친 사람이죠)의 소개로 마트의 야간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죠. 거기서 밤마다 온갖 식품과 물품으로 야간 볼링, 투석놀이를 하는 애니멀스 무리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들과 신기한 모험의 세계로 빠지게 됩니다.

조디는 죽어가는 이들의 피로 허기를 달래고 가끔 토미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 주변에 피를 모두 빼앗긴 사체들이 발견됩니다. 이건 누가 보아도 그녀를 겨냥한 일이죠. 경찰과 사람들의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게 하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어의 장벽, 번역의 한계, 문화적 차이로 코믹적인 요소를 100%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 시리즈를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극과 달리 희극의 한계, 코믹적 요소가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뱀파이어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 인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웃음 뒤에 감춰진 철학적 문제들이 스멀스멀 나온다.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마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그 안에 담긴 것마저 가볍지는 않은, 아주 멋진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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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재수 없어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2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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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트와일라잇의 엄청난 성공 이후 그 인기는 더욱 거세져서 서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뱀파이어 소설은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코믹 판타지라는 장르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녀석이 나타났다.

코믹판타지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시리즈로 “흡혈광 녀석들, 너, 재수 없어, 날 깨물어줘”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이다. 제목도 표지도 신선함으로 똘똘 뭉쳤다. 거기에 B급 무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일까? 그런데 남편의 느낌도 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이 책을 놓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무겁고 슬픈 것을 작품성과 일치한다. 그러니 코믹에다가 판타지라는 장르까지 접목시킨 이 작품의 이미지는 더욱 그 올바른 값어치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우리 부부 역시 나름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1권. 흡혈광 녀석들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조디.

신출내기 뱀파이어 조디는 모든 것이 서툴고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그래도 피에 대한 갈망과 낮에 그녀 대신 일을 맡아줄 똘마니(2권에 등장하는 애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죠.)를 찾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렇게 조디와 토미는 만납니다. 토미는 작가의 꿈을 안고 헐리우드로 향하던 중 생명이 다한 차가 멈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합니다. 홀로 타지에서 보내던 그에게 충직한 부하 견 버머(보스턴 테리어)와 라자러스(골든 리트리버)를 둔 황제(일반인이 보면 딱 미친 사람이죠)의 소개로 마트의 야간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죠. 거기서 밤마다 온갖 식품과 물품으로 야간 볼링, 투석놀이를 하는 애니멀스 무리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들과 신기한 모험의 세계로 빠지게 됩니다.

조디는 죽어가는 이들의 피로 허기를 달래고 가끔 토미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 주변에 피를 모두 빼앗긴 사체들이 발견됩니다. 이건 누가 보아도 그녀를 겨냥한 일이죠. 경찰과 사람들의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게 하는….

 

2권 너, 재수없어

1권에서 토미는 조디를 구하기 위해 애니멀스와 함께 늙은 뱀파이어를 소탕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조디는 같은 종족으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와 떠날 것임을 공표하며 늙은 뱀파이어, 엘리야 벤 사피어를 구한다. 그런데 토미는 조디가 떠나는 것이 두려워 그녀와 늙은 뱀파이어가 잠(정확히 잠은 아니고 그냥 무(無)의 상태)에 빠졌을 때 괴짜 예술가들의 힘을 빌어 청동상으로 만들어버린다. 해가 지고 의식이 깨었을 때 토미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조디의 동상에만 귀를 뚫어놓는데 그 구멍으로 안개가 되어 나온 조디는 토미를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조디 역시 토미를 사랑하고 그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고 그녀가 느끼는,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뱀파이어 감각을 함께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토미는 절망하지만 이내 조디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똘마니 애비 노멀을 구하고 피의 공급자로 거대한 고양이 체와 술고래 주인을 선택한다. 애비는 조디와 토미를 백작 부인, 어둠의 주인이라 칭하며 그들을 숭배하는데 까칠하고 생뚱맞은 그녀의 등장은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는다. 거기에 엘리야의 재산을 나눠가졌던 애니멀스의 모든 돈을 탕진하게 만든 창녀 블루가 등장한다. 그녀는 토미를 납치하고 뱀파이어로 만들어달라며 토미를 협박한다. 토미는 그 방법을 모른 채 블루를 목을 문다. 그리고 짧은 입맞춤. 죽었다고 생각한 블루가 뱀파이어가 되고 그녀는 애니멀스를 자신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뱀파이어로 만든다. 점점 늘어나는 뱀파이어들, 대책 없는 순간에 트와일라잇의 볼트리가의 분위기를 풍기며 긴 망토를 입은 세 명의 뱀파이어가 황제가 있던 부둣가에 나타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어의 장벽, 번역의 한계, 문화적 차이로 코믹적인 요소를 100%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 시리즈를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극과 달리 희극의 한계, 코믹적 요소가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뱀파이어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 인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웃음 뒤에 감춰진 철학적 문제들이 스멀스멀 나온다.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마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그 안에 담긴 것마저 가볍지는 않은, 아주 멋진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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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깨물어줘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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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트와일라잇의 엄청난 성공 이후 그 인기는 더욱 거세져서 서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뱀파이어 소설은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코믹 판타지라는 장르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녀석이 나타났다.

코믹판타지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의 뱀파이어 러브 시리즈로 “흡혈광 녀석들, 너, 재수 없어, 날 깨물어줘”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이다. 제목도 표지도 신선함으로 똘똘 뭉쳤다. 거기에 B급 무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일까? 그런데 남편의 느낌도 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은 지금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이 책을 놓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무겁고 슬픈 것을 작품성과 일치한다. 그러니 코믹에다가 판타지라는 장르까지 접목시킨 이 작품의 이미지는 더욱 그 올바른 값어치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우리 부부 역시 나름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1권. 흡혈광 녀석들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조디.

신출내기 뱀파이어 조디는 모든 것이 서툴고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그래도 피에 대한 갈망과 낮에 그녀 대신 일을 맡아줄 똘마니(2권에 등장하는 애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이죠.)를 찾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렇게 조디와 토미는 만납니다. 토미는 작가의 꿈을 안고 헐리우드로 향하던 중 생명이 다한 차가 멈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합니다. 홀로 타지에서 보내던 그에게 충직한 부하 견 버머(보스턴 테리어)와 라자러스(골든 리트리버)를 둔 황제(일반인이 보면 딱 미친 사람이죠)의 소개로 마트의 야간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죠. 거기서 밤마다 온갖 식품과 물품으로 야간 볼링, 투석놀이를 하는 애니멀스 무리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들과 신기한 모험의 세계로 빠지게 됩니다.

조디는 죽어가는 이들의 피로 허기를 달래고 가끔 토미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 주변에 피를 모두 빼앗긴 사체들이 발견됩니다. 이건 누가 보아도 그녀를 겨냥한 일이죠. 경찰과 사람들의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게 하는….

 

2권 너, 재수없어

1권에서 토미는 조디를 구하기 위해 애니멀스와 함께 늙은 뱀파이어를 소탕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조디는 같은 종족으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와 떠날 것임을 공표하며 늙은 뱀파이어, 엘리야 벤 사피어를 구한다. 그런데 토미는 조디가 떠나는 것이 두려워 그녀와 늙은 뱀파이어가 잠(정확히 잠은 아니고 그냥 무(無)의 상태)에 빠졌을 때 괴짜 예술가들의 힘을 빌어 청동상으로 만들어버린다. 해가 지고 의식이 깨었을 때 토미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조디의 동상에만 귀를 뚫어놓는데 그 구멍으로 안개가 되어 나온 조디는 토미를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조디 역시 토미를 사랑하고 그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고 그녀가 느끼는,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뱀파이어 감각을 함께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토미는 절망하지만 이내 조디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똘마니 애비 노멀을 구하고 피의 공급자로 거대한 고양이 체와 술고래 주인을 선택한다. 애비는 조디와 토미를 백작 부인, 어둠의 주인이라 칭하며 그들을 숭배하는데 까칠하고 생뚱맞은 그녀의 등장은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는다. 거기에 엘리야의 재산을 나눠가졌던 애니멀스의 모든 돈을 탕진하게 만든 창녀 블루가 등장한다. 그녀는 토미를 납치하고 뱀파이어로 만들어달라며 토미를 협박한다. 토미는 그 방법을 모른 채 블루를 목을 문다. 그리고 짧은 입맞춤. 죽었다고 생각한 블루가 뱀파이어가 되고 그녀는 애니멀스를 자신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뱀파이어로 만든다. 점점 늘어나는 뱀파이어들, 대책 없는 순간에 트와일라잇의 볼트리가의 분위기를 풍기며 긴 망토를 입은 세 명의 뱀파이어가 황제가 있던 부둣가에 나타나는데….

 

3권 날 깨물어줘

2권에서 갇혔던 엘리야도 우여곡절 끝에 동상에서 빠져나오고 조디와 토미의 아지트로 향하던 중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들의 피의 공급자를 애용한다. 조디와 영원을 함께 보낼 거라고 생각했던 엘리야는 오히려 블루와 함께 세 명의 뱀파이어가 몰고 온 요트에 탑승한다. 그러나 엘리야는 세 명의 뱀파이어에게 거짓말을 했다. 고양이 체와 조디와 토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세 명의 뱀파이어는 모두 알게 되었고 그들과 비밀을 알고 있는 애니멀스, 형사 리베라와 카부토까지 모두 없애기 위해 다시 부둣가에 등장한다.

토미가 조디에게 했듯이 애비가 토미와 조디를 청동으로 만들어버린 상태에서 조디와 달리 안개로 변할 수 없었던 토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조디의 도움으로 청동에서 벗어나자마자 동물적 감각으로 뱀파이어 고양이들과 동거를 한다. 그리고 고양이 체의 언어적 자극에 의해 토미는 서서히 인간적 감각을 받아들이게 된다. 뱀파이어 고양이들이 안개가 되어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동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격함으로써 거리엔 재와 옷가지들이 넘쳐난다.

1~2권에 비해 굉장히 스케일이 커진 이야기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바로 3권이다.

 

1권의 엔딩에서 토미가 뱀파이어가 되더니, 2권 엔딩에서는 고양이 체가 뱀파이어가 되어 등장하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사건은 점점 커지면서 이야기는 아주 재밌어진다. 이 책은 마치 미드가 시청률을 잡기 위해 쓰는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또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이야기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조디, 토미, 황제, 애니멀스, 애비, 블루, 엘리야도 멋진 캐릭터지만 천재 동양인 청년 스티브(애비는 그를 푸라고 부른다)의 등장은 조디와 토미의 사랑과 비교되는 애비와 스티브의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 또한 사무라이 오카다의 갑작스런 등장은 황제를 구하고 조디를 구한다. 신비스런 등장만큼이나 오카다란 캐릭터의 매력은 조디와 나누는 멋진 정신적 교감을 넘어선 그 무엇을 보여준다. 또한 마케다, 롤프, 벨라 세 명의 신비한 뱀파이어군단은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여 멋진 이야기의 결말을 고양이 체와 함께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어의 장벽, 번역의 한계, 문화적 차이로 코믹적인 요소를 100%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 시리즈를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극과 달리 희극의 한계, 코믹적 요소가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한 뱀파이어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 인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웃음 뒤에 감춰진 철학적 문제들이 스멀스멀 나온다.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마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그 안에 담긴 것마저 가볍지는 않은, 아주 멋진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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