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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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선입관은 무섭다.

명작스캔들 속에 명작에 대해 나는 그림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스무 가지의 명작은 나의 이런 선입관을 깨고, 멋지게 명작에 대한 정의와 그 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세상으로 초대한다.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으로 <KBS 명작 스캔들>은 명작과 이야기라는 포맷으로 시작됐다. 단순히 명작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제작자와 출연자 모두 함께 공부하며 일구어낸 그들의 이야기는 남다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으며 결국 좋은 프로그램, 지적인 프로그램이란 인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심야의 방송시간으로 나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났기에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펴 놓은 <KBS 명작 스캔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처럼, 그들이 소개한 수많은 명작처럼 말 그대로 명작이다.

 

프란시스코 고야 - 옷을 벗은 마하

르 코르뷔제 - 롱샹 성당

김 명국 - 설중귀려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비틀즈 - 예스터데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

신 윤복 - 월하정인

로베르트 슈만 - 교향곡 제 4번

에두아르 마네 - 올랭피아

안토니오 가우디 - 성가족 성당

에드가 드가 - 스타

프레데리크 쇼팽 - 이별곡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빈센트 반 고흐 - 까마귀가 나는 밀밭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구스타프 클림트 - 키스

호아킨 로드리고 - 아란후에스 협주곡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조르주 비제 - 오페라 카르멘

 

서양화 6점, 동양화 2점으로 그림이 가장 많이 소개되었으며 클래식 5곡, 건축 2개, 오페라 2개, 대중가요 2곡, 사진 1점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총 스무 개의 명작 스캔들을 이야기한다. 명작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기저기서 들어 익숙한 것이 많은 그림에 비해 음악과 오페라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없기에 가장 전달이 덜 된 부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롭다. 특히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불면증 치료음악으로 제의받아 만들어졌으나 막상 들어보면 자던 사람도 깬다는 이야기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고 제 2번’이 천재 음악가가 슬럼프에 빠진 후 최면에 의해 다시금 음악가로 재기한 것이라든가, 특히 로디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은 작곡가도 생소하고 음악도 생소했지만 그들의 사랑,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면 가장 듣고 싶은 음악이 되었다. 이에 반해 미술 분야는 그림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든가 미술품을 다룬 책을 통해 이미 익숙한 그림들이 나와 반가웠다. 그러나 <명작스캔들>이 보여주는 대표작은 새로웠다. 신윤복 하면 미인도가 떠오르는데 ‘월하정인’이 나오고 고흐하면 자화상이나 해바라기가 떠오르건만 이 책에선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이 프로그램 MC였던 김 정운님이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명작을 만드는 힘은 이야기고, 이야기가 프로그램의, 이 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신윤복의 대표작을 꼽으라는 것이 아니라 신 윤복이라는 작가의 작품에서 ‘월하정인’에서 달의 모습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데 어찌 그렸을까? 하는 질문-명작을 보고 해답을 얻으려하지 말고 질문을 얻으라고 했다!-에 과학적으로 추리해보는 모습은 신선하다. 또한 고흐의 대표작을 고르지 않고 고흐의 마지막 유작으로 알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사실은 아니며 그렇게 된 일화를 소개하는 것 등 굉장히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의 탄생비화는 새로우며 유재하의 음악 이야기는 반갑다.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하나를 소개한다면 설중귀려도와 달마도의 작가가 김 명국이라는 사실이다. 솔직히 달마도는 익숙한데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김 명국을 소개하고 그가 그린 그림(특히 은사도), 술에 산 인생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본방을 못 본다면 다시보기라도! 그리곤 얼른 프로그램에서 만든 음악 시디를 주문했다.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의 차이는 언제나 크다. 나는 이제 좀 알고 음악을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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