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채식 레시피 - 몸과 마음이 휴식하는 하루
쇼지 이즈미 지음, 박문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결혼 3년차. 원래 몸집이 있었던 남편이나 보통의 체격을 유지했던 나나 둘 다 넉넉하게 10킬로가 쪘다. 건강 적신호와 함께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매일 야근에 운동시간이 부족한 남편, 집 밖을 안 나가는 나. 둘 다 운동부족이기 때문에 일단 식단부터 조절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남편은 10킬로, 나는 5킬로를 뺐다. 식단만으로 이렇게 빠졌다는 사실에 남편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 이제는 회사에서 여자 직원들의 간식을 보며 오히려 ‘그게 칼로리가 얼만지 알아요?’하며 잔소리를 해댄단다. 아직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편의 잔소리에 모르는 사람들은 뭐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지난 두 달 동안 확실히 변한 외모를 본 사람들은 마냥 부러워할 뿐이다. 이제 남편과 나는 다이어트 2단계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여 각각 10킬로, 5킬로의 나머지 목표를 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단도 육류와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생식처럼 먹다보니 금세 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움을 얻고자 <몸과 마음이 휴식하는 하루, 일요일의 채식 레시피>를 펼쳤다.

몸의 리듬을 되살리고 개운함을 느낀다는 것이 채식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 역시 채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도전은 오히려 어설픈 실패로, 완전한 포기로 돌아올까봐 아직은 채식에 대한 정보만 수집해보려 한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가라앉은 몸을 깨우는 아침

2장 영양 가득 생기 넘치는 점심

3장 일상을 재충전하는 주말 저녁

 

부록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일본의 채식 카페와 레스토랑, 한국의 파워블로거들이 소개하는 채식 카페와 레스토랑이 실렸다. 그런데 파워블로거들이 모두 서울 사람인지 아니면 지방에는 제대로 된 채식 카페와 레스토랑이 없는 곳인지 모두 서울에 있는 곳만 소개되어 아쉬웠다.

 

이렇듯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음식을 소개하다보니 작가 쇼지 이즈미씨가 소개하는 채식 레시피들은 간단한 주스, 간식에서부터 도시락, 색다른 라면은 물론 손님 접대까지 가능한 음식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본풍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많은 요리들이 있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다이어트와 병행하여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관심에 갔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발사믹 채소구이(p52). 채소를 생식 말고 구워 먹는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왜 놓치고 있었을까? 책에서 소개하는 미소(일본식 된장)는 빼고 이렇게 구워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남편의 도시락도 매일 챙기고 있는 내 눈에 들어온 현미버그 도시락(p64)과 모둠 콩 샐러드.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만드는 과정도 어렵지 않아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다.

올긋볼긋 채소볶음(p70)은 평소에 파프리카와 피망만으로 준비했던 샐러드나 볶음을 변형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울토마토 김치(p76)는 평소에 샐러드나 생으로만 먹던 토마토를 김치로 즐긴다는 생각에 눈에 확 들어온 메뉴. 그런데 두반장이 무엇인지 검색해봤더니 맛은 우리나라 된장과 고추장을 1:1로 섞은 듯하다는데 만드는 과정을 보니 조금 고민이 되는 메뉴다. 두반장 없이 이 메뉴를 다르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듯싶다.

파프리카 두부 그라탱(p90)은 미소가 들어가지만 충분히 변형이 가능할 것 같아서 콕 짚고

두부 월남쌈(p92)은 사진은 멋진데 재료나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 않아서 또 도전 메뉴에 입력했다.

두부 비지버그(p108)는 소스만 제대로 만든다면 함박스테이크를 대신할 요리로 보이고

마지막으로 파 꼬치구이(p110)는 간단한 꼬치구이로 여러 가지를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채식.

지금은 내 몸의 리듬 회복과 건강을 위해 조금씩 도전하고 있지만 언젠가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거듭나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픈 내게 이 책은 그 첫걸음에 아이디어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 입문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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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정원 - 히틀러와의 1년, 그 황홀하고도 고통스런 기억
에릭 라슨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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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 2차 세계대전. 히틀러, 독일.

한국전쟁도 겪어보지 않은 내게 그 시대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많은 영화에서 하나씩 얻은 정보들이 쌓여 이제는 제법 그 테두리가 두꺼워졌다. 그래서 좀 더 깊이 다룬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몇 년이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논픽션작가 에릭 라슨의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마치 소설책처럼 생긴 <야수의 정원>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제 2차 세계대전의 독일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야수의 정원>은 외교관의 신분으로 독일에 머문 도드 일가의 시선으로 독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작가의 엄청난 자료조사를 밑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이 책의 전반을 가득 메우며 1933년부터 도드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1933년 6월 8일.

역사학자인 윌리엄. E. 도드는 당시 미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로부터 주독대사로의 부름을 받는다. 자신이 집필하고 있던 책 ‘옛 남부’를 탈고하고자 바쁜 교수보다는 한가한 나라의 외교관 집무를 원했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성격이 외교관과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 물렀던 외교관의 자리. 그런데 뜻하지 않게 교수 자리보다 더 바쁜 주독 대사로 그가 임명이 된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 매티와 아들 빌, 딸 마사를 데리고 도드는 티어카르텐(야수의 정원. 과거 귀족들의 사냥터였던 데서 비롯된 명칭)가에 자리 잡고 집과 집무실을 오간다. 그러나 제퍼슨 주의였던 도드는 당시 ‘상위 1% 클럽’의 독무대였던 외교관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게다가 독일의 정치인들 역시 힘을 강조하는 시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드를 ‘그는 소박한 남부 역사 교수로, …(중략)… 화려한 나치에 대적할 만한 백만장자가 필요한 시기에, 도드는 아직도 대학 캠퍼스에 있는 것처럼 조용하고 위태롭게 서 있었다.(p104)'라고 평했다. 당시 유대인에 대한 독일의 탄압과 외국인에 대한 폭력 사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채권을 갖고 있었던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독일을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미국인들의 정서, 날카로운 시선을 놓친 언론의 영향으로 독일의 상황을 빠르게 직시하지 못한 미 정부를 비롯, 도드 역시 히틀러의 평화주의를 의심하지 못했다.

길거리에 갈색제복 돌격대, 검은색 친위대, 파란색 정규 경찰이 돌아다니고, 엽서 한 장의 소환장을 발급하는 게슈타포가 공포로 자리 메김 하는 순간에도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세계의 시선이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힌덴부르크 대통령과 파펜 부 수상이 히틀러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속단한 점, 그리고 힌덴부르크의 사망 이후 자신을 총통이라 일컬으며 모든 권력을 잡은 히틀러 앞에 독일 국민은 항쟁이 아닌 히틀러 경례로 충성을 다짐했다. 물론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의 심각한 빚더미, 높은 실업률(통계학 상으론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등 다른 사회적 이유들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히틀러가 완전히 집권하기 전의 상황을 접한 나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것이 변하는 순간, 리히터펠데가 끝없는 총성으로 뒤덮인 ‘장검의 밤’이 끝나고 독일은, 그리고 세계는 2차 세계 대전으로 무섭게 달려가고 있었다.

도드와 자유분방한 딸 마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독일의 상황을 다룬 <야수의 정원>은 논픽션이란 장르에 대해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그들의 삶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신이 된 것처럼 모든 사람들의 당시 느낌과 생각을 모두 접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서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접하고, 그 시절의 이야기에 주관적으로 생각하며, 미래에 과거가 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숙제를 남긴다. 정치, 경제에 앞서 우리가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인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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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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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묘한 녀석을 오늘 만났다.

‘모리오’와 ‘에오와 사장’이란 2부로 구성된 소설 <히다리 포목점>.

모리오는 처진 눈썹을 가져서인지 언제나 기가 죽어있다. 그런 그에게 엄마의 재봉틀 소리는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어머니가 죽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그. 엄마의 집을 정리하면서 엄마의 오래된 재봉틀을 발견한 모리오는 집으로 재봉틀을 가져와서는 부속품을 정리하고 수리한다. 그리고 어릴 적 그를 흥분케 했던 꽃무늬 원단을 히다리 포목점에서 구한 후 재봉질을 한다. 그런 그 앞에 어릴 적 그와 같이 재봉틀 소리에 반한 소녀가 나타난다. 그렇게 모리오는 생전 처음 자신의 옆을 허락하게 된다.

에우는 고양이를 상대하는 일을 한다. 엄마가 교감을 나눴던 고양이 이름을 딴 에우. 그래서인지 에우는 하루에 열 시간을 자야하고, 낮잠을 자면 행복하고, 히다리 포목점 주인을 통해 고양이 상대하는 일이 자신의 천직 같다.

고양이에게 존칭을 쓰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에우는 여자 친구 요코의 남다른 고양이 사장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고, 히다리 포목점의 검은 고양이 사부로에게도 첫 만남부터 관심을 받게 된다.

이 소설은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 충만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충격적인 반전도,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없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자장가처럼 이야기는 그냥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가슴 한 쪽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당황스럽다. 오랫동안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모리오와 카트린느가 함께 카레를 먹고, 함께 스커트를 입고 외출을 하며 느낀 느낌.

에오가 고양이들을 상대하며 하나둘 해결한 고양이들의 고민만큼 에오도 느낀 만족감.

그동안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었던 그들은 사실 세상의 아웃사이더인 동시에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숨겨진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마음이 하나씩 치료되는 과정 속에 우리 역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세상 모든 사람의 영혼이 따뜻해지길 바라며 작가는 우리에게 <히다리 포목점>을 선사한 것 같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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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박성신 지음 / 예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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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족이란 무엇일까?”

소설 <30년>을 읽고 난 후,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태어나셨다. 게다가 4·3 사태를 겪으면서 두 분 다 아버님을 여의시고 홀어머님 밑에서 자라셨다. 그 당시 대다수가 그랬듯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셨고 가난한 두 남녀가 만나 더욱 가난한 시절을 보내셨다. 지금은 자수성가하셔서 웃으시면서 그 시절을 이야기하시지만, 넉넉지 못한 살림에 마음마저 피폐했던 시절을 보내셨다.

그럼에도 다행스럽게 가정은 유지되었고, 지금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오순도순 인생의 말년을 보내고 계신다. 그 옛날 그랬듯이 지금도 서로 투닥거리시고, 삐지곤 하지시만 그 안에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곤 한다.

결혼을 하면서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고 그 안에서 상처를 안은 아이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소설 <30년>은 이렇게 자의든 타의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들이 갈망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강대도)이 힘들게 엄마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외면당하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처를 안긴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 어느 덧 엄마를 그리던 소년은 연쇄살인마가 된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복순’을 만나면서 그는 살인을 멈춘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언제나 어긋났듯이 어느 날 갑자기 괴한들에게 복순이 살해당하는 것을 본 그는 다시 드라이버를 들고 ‘드라이버 연쇄 살인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신창수를 발견하게 되고, 얼떨결에 그의 인생을 대신하여 산다. 이제 그 앞에 나타난 것은 ‘아들’과 그의 가족들. 그들과 함께 하면서 가족의 울타리를 느끼게 되고, 그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다시 드라이버를 꺼내드는데….

 

어린 시절 버려진 강 대도, 신 민재.

그 둘이 만나 가족을 이뤘다. 둘 다 그들이 꿈꾸는 가족의 모습을 이루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들은 뼈아픈 상처만을 입는다.

그들이 꿈꾸는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언제나 갖고 있지 못한 것을 갈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한 것을 자주 잊곤 한다. 이 소설이 건네는 ‘가족’에 대한 열망은 어찌 보면 그동안 우리가 잠시 잊었던 것을 되새기는 그런 기회를 준다. 가족이란 서로 빈틈을 보여도, 때론 귀찮게 해도, 언제나 내 곁에 남을 소중한 울타리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린 정말 행복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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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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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백영옥은 내 기억에 자리 잡지 못한 수많은 작가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 베스트셀러 ‘스타일’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베스트셀러라는 유명세와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혹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설 ‘스타일’에 환호하는 이유를 나는 결코 그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다. 원래 스타일리쉬하지 못하고 나만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 보통 사람들이 알만한 웬만한 명품도 모르는 수준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패션의 이야기에 별로 혹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소설보다 영화에서 감동한 걸 보면, 영화에서만 보여주던 편집장과 비서의 관계, 공감, 서로를 향한 마지막 시선을 보며 나의 감성은 패션아이콘보다는 인간의 감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런 내게 작가 백영옥은 색다른 제목의 소설을 다시 들고 나타났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소설 제목 치고 유난히 길고, 사랑과 이별이 아닌 ‘실연’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스타일의 작가라고 홍보하는 띠지를 보며 오히려 잠시 망설였다. 작가 이름은 어색하지만 ‘스타일’은 내게 실망스런 모습이었기에 오히려 이 소설마저 내 손으로 가져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이었는지 내 품에 안긴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작가 백영옥의 새로운 모습과 그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며 내 책장에 남게 되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p26)”

그 흔한 사랑과 이별의 과정에서 실연당한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쌍방간의 합의로 이루어진 이별이라해도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모두 실연당한 입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이별’이다.

여기 네 남녀가 있다.

사강과 정수.

지훈과 현정.

그들은 이미 헤어졌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결코 이별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 백영옥을 이야기한다면 문장 하나로 추억을, 사람을 표현해 낸다는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네 남녀의 이야기와 정미도, 전직 영화감독이자 미도의 회사 대표의 이야기는 인간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어간 작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스타일에서 보여준 패셔너블한 그녀의 지식이 여전히 샤넬의 이야기로 나오고, 등장인물들의 패션 이야기에서 엿볼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녀만의 독특한 문장은 전작 ‘스타일’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아니, 전작에 있었지만 패셔너블한 소재에 오히려 가려졌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계절 음식을 먹는 건 그 계절의 뼈를 통째로 씹어 먹는 거.(p29, 정수 曰)

실연이 주는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P31)

그가 명훈을 형이라 쓰고 동생이라 읽었던 세월(p305)

침묵은 실연의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언어(p344)

또한 작가 백영옥은 사강과 정수의 이야기, 지훈과 현정의 이야기, 그리고 사강과 지훈의 이야기, 미도와 대표의 이야기에서 각각 다른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하나의 큰 줄기를 만들어 독자들을 안내한 후 극의 클라이 막스로 돌입한다.

작가는 좀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깊어졌다. 인간의 감정을 다룸에 있어 그 내면을 좀 더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작가 백영옥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그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무거워지며 깊어질 지 무척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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