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역사 - 죽음은 어떻게 우리의 세상을 변화시켰는가?
앤드루 도이그 지음, 석혜미 옮김 / 브론스테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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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고 있으면 초딩시절 좋아했던 잡학상식이 떠오른다.

'백신(VACCINE)' 은 우두를 치료하기 위해서 만든 라틴어 '소(VACCA)' 에서 유래했다. (나는 이제까지 '백신' 이란 단어가 영어인줄 몰랐다. 한자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 했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전염병은 더러운 공기를 통해 병이 생긴다'는 '포말전염설' 이 '미세물에 의해 병을 옮긴다' 는 설보다 우세했다. (과학계에서는 정확한 사실보다 힘있는 집단의 지지로 가설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19세기 말이 되서야 질병의 '세균유래설' 이 인정됐다고 한다.)  

출산하다가 사망한 산모 대부분은 불청결한 위생상태의 의사들로 인해 산욕열로 사망했다. (19세기까지 의사들은 사용했던 수술복 교체나 깨끗히 손씻기 조차 안했다고 한다. 즉 위생개념 자체가 없었다. )

 

17세기까지 유럽의 지배자들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와 도시의 인구가 얼마인지도 몰랐다. (인구조사는 사탄의 유혹이라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조사하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키 177이고 몸무게 78키로라 한다면 하루 필요한 열량은 2280칼로리이다.  250년 전엔 이정도 체격이였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인류가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변화되자 오히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게된다. 기근과 전염병,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영양공급을 받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의 딸들'이라 불리는 프랑스 미혼 여성 800명은 17세기, 루이14세때 캐나다로 이주하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지금 캐나다의 프랑스계인은 500만명에 이른다. 안젤리나 졸리, 힐러리 클린턴, 마돈나가 그들의 후손이다.

러시아의 보드카는 황제가 세금을 걷기위한 수입원으로 대대적인 홍보로 국민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등등

알아두면 재미있는 잡학상식으로 가득차 있다. (다만 전부 머리속에 남을지는 의문이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다.)

이책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통계할수 있는 죽음에 관한 과학 역사서 이다.

작가는 죽음을 주제로 하여 중세 유럽의 흑사병으로 인한 죽음, 기근으로 인한 죽음, 콜레라, 장티프스나, 말라리아, 괴혈병등의 전염병에 의한 죽음 , 유전병, 자살, 술 담배 중독,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등등 인류가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종류와 역사를 광범위 하지만 정말 지루하지 않게 전한다.

17세기 영국에선 지금의 일기예보 와 같이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사망유형을 주간 통계표를 발간 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통계표를 보고 다음날 외출을 할때 참고 하였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코로나시기때 몇명이 감염됐고 어디서 감염 됐는지에 결과 보고를 매일 했듯이. 그 시기에 이미 대중적으로 공유 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콜레라로 죽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셜록 홈즈 버금가는 추리와 탐문으로 홀로 고분분투하는 영국인 '존 스노우' (존 스노우 이름하면 '왕좌의 게임' 이 먼저 생각 나버린다.) 라는 의사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먼저 존 스노우는 콜레라가 위생적이지 않은 물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이후 스노우는 집단 사망자가 발생한 마을 우물을 중심으로 그 지역과 이웃 마을, 맥주공장등 여러곳의 탐문 수색과 역학 조사를 펼친다.

우물과 상관없는 지역에서 발생한 죽음에서 다시 의문점을 제기 한후 모든 실마리를 풀어낸다. 최후에는 진짜 범인을 잡아낸다.

범인은 역시 '우물물!' 이라고 지목하는 지점에서는 셜록 홈즈를 안 떠올릴수가 없다. (소설속의 셜록 홈즈 또한 영국인 이다.)

이책엔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네이더'라는 변호사 홀로 거대 기업 GM(제너럴 모터스: 자동차회사) 간의 법정싸움, 인간이 완전히 박별한 천연두 이야기등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각각의 흥미있는 소설을 써도 무방할것 같은 내용들이 넘쳐난다.

이책의 작가 앤드루 도이그는 영국인으로 맨체스터대학의 생화학 교수이다.

요즘 읽는 책중에 정말 개인적으로 잘 썼다는 책의 저자들을 보면 영국인들이 쓴 책들이 많다. 어쩌면 세익스피어의 나라의 후손이라 그런가? 아니나 다를까? 이책 역시 책의 첫머리 구절도 햄리의 한구절을 인용해 놓았다.

<우리가 이 속세의 번뇌를 벗어버린 다음, 죽음의 잠속에 어떤꿈이 올지 생각하면 잠시 머무를 수밖에>

또한 이책 영문제목 <THIS MORTAL COIL> 햄릿에 나오는 시어로 '죽음'을 뜻한다. 이쯤이면 영국인 작가들은 대부분 세익스피어의 피가 흐르는게 맞는것 같다.

이책의 특징으로 뒤편에 부록으로 생명표가 있다. 자신의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궁금하다면 재미삼아 볼만하다. 영국의 2014~2016년 평균으로 작성한 통계표인데 지금의 시점에서 오차가 있을수 있겠지만 참고할만하다. 난 아직 32년 정도 더 살수가 있단다. 우린 모두 시한부 삶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책을 집필하게된 작가의 말을 보면, 사망원인에 대한 변천사를 쓰겠다가 결심했을땐 주로 의학적인 논의를 할줄 알았다 한다. 그런데 막상 자료를 찾을수록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의료가 아니었고 법률, 정책, 공학, 통계, 경제학 과 같은 훨씬 많은 영역을 이해 해야 했다고 한다. 한권에 책에 이모든 분야를 통섭했다면 작가의 역량이 대단한거다.

또한 줄기세포의DNA 염기서열 기술을 이용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해석도 공감이 된다.

이책은 작가가 40년간의 교육현장에서 쌓아온 내공이 깃들어 있다.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통섭의 시각으로 보게 했줬고 많은 지식을 알게해줘서 작가에게 감사하다. 무조건 읽어 볼만한 책이다.

다만 이 좋은 내용들을 머리속에 집어 넣기에 나의 뇌 용량이 너무 작은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오늘도 독서다.

 

 

 

수많은 자가 죽었다. 모두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믿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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