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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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 '열등감'은 참으로 불편한 감정이다. 다른 사람의 잘하는 점을 보며 나의 모자란 점을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존감이 낮아지던 청소년 시절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은 저 멀리 이상적으로 있는데 그냥 '나'는 보잘것이 없어 보였다. <위풍당당 여우꼬리>의 '단미'도 마찬가지다.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불타오른다. 사촌동생에게 뺏긴 사랑으로 생기는 질투심, 자신보다 그림 실력이 좋은 선유를 향한 질투심, 자신보다 관심사가 잘 맞는 친구에게 마음을 뺏긴거 같아 생긴 질투심.. 이런 질투심은 활활 타올라 네번째 꼬리로 직면하게 된다. 

 결국 꼬리는 '단미'고 '단미'가 꼬리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자기안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런 네번째 꼬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자 단미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것들은 불편한 마음이 들고 결국 네번째 꼬리가 떨어져 나가게 한다. 그건 단미가 가진 마음 하나를 회피하는 것이다. 

 '질투심'은 나쁜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니다. 질투심의 또 다른 말은 '잘 하고 싶은 마음', '애 쓰는 마음'이다. 그건 자신을 성장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영향도 가지고 있다. 위풍당당 여우꼬리는 앞으로 만나게 될 단미의 모습이니 그걸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이 참으로 멋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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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초등학교 귀신부 웅진책마을 118
임정순 지음, 김푸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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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공포물'이나 '괴담'에 관해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린시절 귀신이야기 책을 사서 보면서 친구들과 무서운 이야기를 즐겨 했던 기억도 난다. 영상물이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에는 무서운 책 시리즈가 유행하였던 적도 있다. 웅진주니어에서 출판된 '달빛초등학교 귀신부'도 제목만 보고는 예전에 보았던 귀신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지는 동화였다. 앞표지 귀신이 으스스 하게만 느껴지지 않고 어찌보면 좀 귀여운 구석도 있다. 

 원래 공동 묘지 자리에 생긴 달빛초등학교. 그 학교는 올해로 딱 100년이 되었다. 이 곳에 측신이 잊혀진 채 잠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깨어난 측신은 뒷간으로 초대하는 초대장을 남긴다.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에 '소원을 들어준다'는 미끼를 던진다. 이 책은 흔히 하는 귀신이야기는 아니다. 사연있는 측신과 고민 많은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친구들 사이에 오해가 생겨 엉켜버린 사건을 측신의 등장으로 해결된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대가로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는데 그 일은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일' ..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비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귀신은 무서워하지 않지만, 친구에게 잘못을 말하고 화해를 청하는 일은 어려운 요즘. 그 마음을 잘 알아주는 측신이 우리 곁에도 있다면 얽히고 꼬인 아이들의 마음을 스르륵 풀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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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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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는 아침 등교길에 우연히 차 사고를 목격했는데 그 사고에서 죽은 아이가 같은 반 '김세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세아는 미주앞에 나타난다. 그리고는 기억에 없는 오백원을 갚으라고 한다. 

 미주는 친구하고 싶은 아이에게 거짓말로 자기를 포장하다 들키고 그 후로는 없는 존재가 되었다. 투명인간처럼 없는 존재처럼 지내려고 한다. 

"세상은 나를 그냥 그대로 존재하게끔 내버려 두질 않았다. 학교에 다니지만 공부는 열심히 안 할 수 있다. 반에 애들은 많지만 친구는 없을 수 있다. 돈은 벌고 싶지만 계획은 없을 수 있다. 나는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으며 최대한 조용히 살고 싶을 뿐ㅇ다. "(p57)

 미주는 엄마 아빠라 믿었던 사람들이 이모와 이모부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옷장 속에 숨어서 그렇게 투명인간이 되어갔다.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관계도 맺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미주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빌린 오백원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자 세아는 쌍둥이인 '세정'이와 친구가 되라고 한다. 그러면 그 일은 없어진 걸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미주는 마음을 주고 싶었던 윤이서와 틀어지고 나서 아무런 노력도 주변의 어떤 친구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런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종종 내가 불 꺼진 상점처럼 느껴졌다. 불 꺼진 상점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다. ' 그런 미주에게 세정이와 연결해 주려고 하는 세아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세정이는 어릴적 아동학대를 당했고 그 충격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세정이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로 미주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미주도 한번 그 제안을 받아드려 보고자 한다. 미주의 마음에도 불이 켜질 수 있을까.


 나는 미주를 이해할 수 있다. 감히. 나의 청소년 시절도 불꺼진 상점처럼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불우한 환경이 싫어서 .. 사춘기 시절을 겪으면서 불안한 정서를 고스란히 친구에게 표현했다. '나를 사랑하면 이정도는 해주어야지!' 라는 이상한 마음을 아이들에게 비추면서 모두가 나를 멀리하게 되었다. 쉽게 고치지 못하고 그 다음 친구에게 , 또 그다음 친구에게도 말이다. 나도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나를 스스로 제일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뒤늦게 치유를 하고 그 시절과도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미주와 세아와 세정이 같은 아이들을 만나면 더 신경이 쓰인다. 그 마음이 너무 잘 이해가 되어서 말이다. 

세상에 마이너스같은 사람은 없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위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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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짐-달라-마시-커-미시-카다 작은 곰자리 69
산디야 파라푸카란 지음, 미셸 페레이라 그림,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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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은 짐달라마시커미시카다예요.'

주인공은 자신의 긴 이름을 거추장스러워한다. 그 긴 이름이 긴 신발끈처럼 툭 걸려 넘어지게 하는 기분이라 건조기에 돌리고 싶어한다. 단지 이름이 긴 것으로 이렇게 고민스러워하는걸까. 그건 단순하게 이름이 길다는 걸 넘어서서 '다른 문화'에서 온 이방인을 의미했다. 그림작가나 글작가가 모두 태어난 땅에서 이주해서 다른 곳에서 살면서 겪었던 감정들을 잘 녹여냈다. 보이지 않는 짐달라마시커미시카다의 마음을 선으로 보이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구기고 작게 만들고 싶어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엄마에게 '짐'이라고 줄여달라고 부탁하는데, 엄마는 그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지 말씀해주시면서 친구들에게 제대로 이름을 말하기를 바란다. 

 네가 어디 출신인지 묻지 않고 그저 스케이트를 같이 타자고 말하는 엘리가 인상적이다. 엘리는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바나나잎을 따면서 주인공과 함께 스며든다. 

 마지막에 이름이 쭉 길게 펴지며 날개를 달고 훨훨날아갈때 손을 흔들어주는 두 아이곁에 다른 친구들도 함께라 더 반갑다.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며 이름을 서로 당당하게 따뜻하게 불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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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2023.가을 - 통권 82호, 창간 20주년 기념호
창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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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에는 동화와 어른 소설 사이에 큰 간극이 있었다. 청소년 시절에 읽을거리가 없어서 수능을 대비한다고 '고전문학'을 읽는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 최근 10년 사이에 더 많이 읽었다. 이금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청소년 문학에 입문을 했다. 타임머신을 탄 듯 학창시절이 소환되면서 그 때 내가 겪었던 감정들도 함께 만났다. 꾹꾹 눌러 담았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는 건 반갑지 만은 않았지만, 불안도 아픔도 치유되는 경험도 했다. 

 이번 2023 가을호 창비 어린이에서 '청소년 소설'을 만나니 반갑다. '어린이 문학'에 청소년 문학도 포함한다는 생각을 잠시 잊었던거 같다. 그만큼 청소년소설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내고 있는게 아닐까. 6학년 아이들에게는 동화보다 '이꽃님, 백온유, 이희영' 작가의 책을 건네면 더 좋아한다. 다른 책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책도 이렇게 재밌는거냐며 신기해한다. 동화에서 만나던 인물들 보다 더 입체적이고 그들 사이의 갈등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번호에서는 2000년 이후의 청소년 소설을 분석하면서 최근 작품까지 소개하기에 읽었던 책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비록 아쉬운 점들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소재의 청소년 소설의 출간은 반갑기만하다. 짧은 '청소년'시기에 소설 한 권으로 위로 받고 행복할 수 있다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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