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요 역도를 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를 고민한 적이 한번도 없시요"
<킹콩을 들다>를 들으면 영화 <킹콩>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킹콩'이 오버랩 된다. 그의 순수한 사랑에 감복해 '킹콩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했던 나에게 '킹콩같이' 생긴 남자나 만나라던 친구의 말, 아 씁쓸하다. 웬 외모지상주의냐고? 물론, 내 외모죄송하다. 더 씁쓸.
그렇다. 그 '킹콩'처럼 이 영화 속 인물들 역시 순수하고, 우직하다.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를 띄고 있지만, 이 영화는 정확히 말하면 스포츠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카메라의 빈번한 클로즈업처럼 우리는 그들의 삶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확실히 <킹콩을 들다>는 경기의 긴박감 혹은 승부를 두고 벌이는 라이벌과의 신경전, 혹은 팀 내부의 갈등을 주로 다루는 스포츠 영화와는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앞에서 말한 실존했던 인물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이 영화가 역도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역도는 몇 초의 시간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고, 어려가지 변수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운동과 확실히 다르다. 무엇보다 정직한 운동이며, '운'과 '기회'에 좌우됨없이 개인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매력적인 스포츠이기도 하다. 제목 <킹콩을 들다>에서 암시하듯 자신의 한계를 들어올리는, 그리하여 자신의 안에 잠재된 어찌보면 괴물과도 같은 극한의 상태를 발휘하는 것, 그것은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불우한 가정,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인내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다는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가 마음에 울림을 주는데 이는 보편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자세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정직한 운동 역도와 진실한 선수들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임지봉과 대비 시키기 위해 설정된 악역 코치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킹콩을 들다>를 보고 난 뒤, 용기를 얻는 이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느낀 감성을 내면화 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힘과 자신감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킹콩을 들다>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