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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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과 나, 그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지점


양수련 작가의 [리아 가족]은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운명처럼 얽힌 가족 구성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리아라는 한 여성을 시작으로 가혹할 정도의 불운으로 이어진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리아라는 여성이 겪은 악랄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리아 가족의 가족사는 사뭇 암울하고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극적입니다.


인간의 선입관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공고합니다. 가족이라면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 "사회성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속하는 기본단위" 따위의 정의가 그렇습니다. 이미 가족 제도가 해체 일로를 걷고 있고 핵가족, 1인 가족을 넘어 유사가족도 등장한지 오래입니다. [리아 가족]에 등장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감안하면 엉망진창 콩가루 집안 같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전통적 가족의 개념을 지향하거나 동경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소설은 시간의 흐름대로 3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조망합니다. 첫 세대는 17살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임신을 하고 아이 둘을 버려야 했던 비련의 여인 리아, 그 리아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편 문형사입니다. 이 둘의 관계도 상식적으로 정상은 아닙니다. 2대는 버려졌던 두 아이 즉, 제대로 된 가정을 누려보지 못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아들 조와 엄마를 위해 범인을 잡아 심판하려 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후 메인 삶을 사는 딸 란입니다. 3대는 조의 연인이라며 리아네를 찾아온 아리와 그 아들 단비입니다.


이들 3대의 구성원은 하나같이 안정감이 없고,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가족으로 엮여 있고, 끈끈한 가족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드러나는 삶의 모양새는 그리 끈끈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그리하여 서로를 갈망하고 애정하지만 건강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양상을 통해 "가족과 나"의 관계라는 미묘하고도 애매한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마도 독자는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독특한 모습을 대할 때마다 스스로나 주변 누군가의 모습을 오버랩해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흥미 위주로 후루룩 읽히기 어려운 것입니다.




2. 독특한 시도를 만나는 재미


[리아 가족]은 내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굉장히 흥미롭고 새로운 소설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특별할 게 없지만 등장인물들을 개별화해 바라보면 상당히 풍성하고 복합적인 매력이 넘치는 스토리로 재조합되어 다가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작가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대하는 애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애정을 기반으로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 역시 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구조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가 다수여서 "집단 고백 체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챕터를 리아의 서술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이나 속마음을 고백하는 느낌으로 서술을 하고 있는데 이런 서술 태도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뭔가 타인의 비밀을 엿듣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호기심도 자극되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후 챕터가 바뀔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교차로 등판하면서 각자의 속 사정과 입장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일어나는 일의 일부 또는 전말을 알게 되기도 하고 반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구조적으로 이런 방식의 전개는 장단점이 명확한데, 소설의 분량에 비해 훨씬 풍부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툼이 일어날 때 흔히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잘잘못을 가릴 수 있듯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의 속마음을 차례로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사건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이는 소설을 폭넓게 이해하기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은 여운이 남게 됩니다.


한편 다수가 서술자로 등장할 경우 가장 단점은 자칫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등장하는 서술자가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매력이 없을 경우 독자가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기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계속 이야기하면 더 정떨어지는 그런 형국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수의 서술자를 등장시키는 소설이 그만큼 흔치 않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리아 가족]은 그 부분의 단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구조적으로 잘 짜였다고 보입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쏟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저자 스스로도 기존에 보여준 바 없는 스타일과 구조를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너무 무난해서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다양한 양상을 잘 구성해냈고 각각 구성원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충실하게 잘 드러내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기 좋은 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독특한 방식이 이 소설은 꼭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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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 최고 스타강사의 상대를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_공략편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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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의 말이 나에게, 나의 말이 너에게

오랫동안 누가 뭐 하건 내 가족들 정도만 잘 지내면 그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습니다. 극소수의 지인 외에 타인과 굳이 에너지를 쏟아가며 잘 지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관계라는 것이 허상처럼 느껴지는 일을 겪은 탓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잘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편안하게 말을 잘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언가 대화와 소통을 할 때 스스로 불편함이 남고, 이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상대방도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지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대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이 한 말을 저는 제 마음대로 이해했고, 저의 말에 그 사람은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만족하다가는 오해만 커질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말하기에 대한 책을 하나씩 꾸준히 찾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이 많았습니다. 정서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책도 있고, 기술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있었습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갑자기 말하는 기술이 확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적어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하지 말아야 할 태도 같은 것은 제법 많이 고쳐진 것 같습니다.


리드리드출판에서 출간한 장신웨의 신간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의 경우는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중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다 다루고 있는 균형감 좋은 책입니다.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수많은 기업과 방송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저자의 역량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2. 진정한 소통을 위한 실례와 연습 툴


자기 계발서에 속하는 이 책은 이론과 실례가 적절히 조합된 균형이 좋은 책입니다. 이론적으로도 다각적인 방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을뿐더러, 여러 가지 실제 예시를 통해 독자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각자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대화 상대인 상대방과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거리 좁히기에 대한 내용의 전반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실전 대화법을 담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상대방 이해하기에 대한 통찰력 있는 조언은 물론 욱하는 사람, 공격적이고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내용들이 유용합니다. 후반부의 좀 더 적극적인 표현하기 방법들도 매우 실용적이면서 구체적이라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대화 이전에 점검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다룬다는 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의 기본인 내향성과 외향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 왜곡 없는 소통을 위해 필요한 자존감 문제 등을 먼저 점검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대화해야 할 대상이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콜센터 직원들을 교육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유독 온라인 소통의 문제와 대안에 대한 부분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정말 많이 느끼는 부분이지만 요즘 직접 대화는 물론 유선 통화조차도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화를 걸면 받지 않고 카톡으로 남겨달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바로 통화하면 빠른 속도로 소통을 할 수 있는데 왜 텍스트로 불편한 소통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물론 빠른 대답으로 인한 실수를 피할 수 있고 선택적 소통이 가능한 점을 생각하면 유리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SNS 중독으로 자기 통제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누구나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SNS 중독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 점도 막연하게 생각하기 보다 독자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후 내용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조언을 여러 가지로 구분해 제공하고 챕터의 말미에 실전 연습 노트를 두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효과적으로 마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말하기 외에도 진정한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

소통과 대화에 필요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대화가 자연히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기는 일종의 기술이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서 분명 좋아질 수 있다고 수많은 책에서 조언하고 있습니다.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에서도 마찬가지로 실제적으로 적용하면 좋을 꿀팁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명확하고 간단하게 해야 할 것,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쉽고 정확하게 할 것, 공감대를 위해 사실과 감정을 잘 구분할 것, 말보다 더 중요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공략할 것, 대화의 예의로 자신의 한계선을 지킬 것, 좋은 사람 콤플렉스를 극복할 것,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방법 등, 진정한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 실전 대화법을 관통하는 내용은 결국 나를 지키면서 타인의 의도나 스타일 등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상대방의 경청과 공감, 인정을 위해서는 말하기 능력이 좋아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원인과 결과가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 지속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나와 대화의 파트너인 상대방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성공한 대화일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옹도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조언한 바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감해야만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청과 공감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기꺼이 들어주기 위해서는 나의 에너지를 써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무척 피곤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결국 세상에 쉬운 일이 없듯, 성공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그 수준까지 가기까지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관계에 있어서 대화를 주도하며 진정한 소통을 해내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대화법에 대한 훌륭한 책이 많고 많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한 권 더 출간되어야 할 이유 정도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읽으며 요약정리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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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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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60년대 미국 빈민 사회를 묘사한 흥미로운 소설

   소설 <컬러 오브 워터>, <안나 성당의 기적>,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신간인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1960년대 말 미국 뉴욕 빈민가를 다룬 소설입니다. 다양한 인류의 멜팅 팟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주류 백인과 유색 인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언제나 핫이슈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가상의 빈민 마을 교회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유려하게 뽑아낸 소설입니다.


   유색인종이라 통칭되는 비주류 인종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보니 인종 차별, 가난, 마약, 범죄, 총기 소지 등의 문제를 떠올리는 장치가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국내 독자들이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책을 펼치기 시작하면 나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그 시대 브루클린 빈민가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70대 술주정뱅이 노인 쿠피 램킨(킹콩집사, 스포츠코트 등으로 불리는)이 등장해 19살 어린 마약 판매상 딤즈를 총으로 저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 장면이 총격 신이니 엄청난 범죄 누아르 소설로 흘러갈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은 빈민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할 뿐입니다. 덕분에 독자는 관련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게 됩니다.


   저격 사건으로 당사자인 딤즈와 스포츠 코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마약 사업을 둘러싼 조직 간 이권 문제로 이어지면 긴장감을 높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마약 조직 간 알력 다툼으로 흘러가지만 실제로는 빈민가에 흘러든 마약 때문에 흐트러지는 마을 공동체의 문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모르게 매달 배달되어 오는 고급 치즈 미스터리와 고가의 골동품이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려는 미스터리까지 엮여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설의 전개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고 이들이 떠들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미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어느 한사람 평범한 사람이 없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 언제 어디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2.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는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

   <어메이징 브루클린>에는 정말 다양한 사회문제가 등장합니다. 미국 사회 문제의 근간을 이루는 흑인 인종차별 문제는 익숙한 주제입니다. 총격 사건 이후 투입되는 백인 형사와 흑인 부인 간에 관계는 넘어설 수 없는 백인과 흑인 간의 간극을 극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 미묘한 관계는 소설의 마지막까지도 이어지는데 소설의 긴장감에 독자의 정서적 반응까지 이끌어내는 훌륭한 한 축을 담당합니다.


   유색인종이라는 단어로 통칭되는 소수 이민족의 문제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서로 공간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교류하지 않는 이탈리안과 흑인들의 모습만으로도 인종 문제가 단순히 주류 백인들과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백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파이브 핸즈 교회가 설립되고 유지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과거 이야기를 통해 무조건 적대적인 관계로만 정의할 수도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남녀 불평등은 시대적으로 거의 기본 옵션처럼 보입니다만, 이 소설에서 크게 부각되는 지점은 아닙니다. 총기 소지 역시 본격적으로 문제 삼거나 이야기의 소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약의 문제만큼은 매우 진중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소설 전반의 배경을 좌우하는 핵심도 "마약"과 그 조직 이야기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의 다분히 소설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총기 발사 문제에 있어서 즉각적인 반응이나 경찰의 대응이 비현실적으로 지지부진하게 전개됩니다. 누구 하나 본격적으로 해결하러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넘어가다 더 큰 사건으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사건 당사자, 주변인, 경찰, 피해자, 주변 조직 모두 소설적이고도 기묘하게 아이디얼 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사건의 해결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보다 사회 전반적인 모습에 주목해 주기를 원하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덕분에 미스터리로 길을 잃지 않고 각 캐릭터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소설로 인해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미국 사회의 인권, 이웃 공동체, 다민족 사회, 마약 문제 등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는 무척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미국 사회와 당시 미국 사회의 차이는 물론 한국 사회와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3. 익살스러운 유머를 놓치지 않는 휴머니즘 소설


   5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을 너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설 속에서 유머와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반부에 분위기를 잡는 데 있어 주인공의 삶과 사건사고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억지웃음이 아니라 약간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기 때문에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척박하고 기구한 인생사는 물론 이럴 수 있을까 싶은 등장인물들의 특징적인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형성하고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됩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소설에는 악역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물론 주변 인물 누구도 완벽하게 악하지 않고 하나같이 약하고 고민 많고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인물들입니다.


   작가는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아무리 불법을 저지르는 갱단 두목이라도 나름의 고민이 있고, 두려움이 있고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삶의 애환이 이 소설을 더 빛나게 합니다. 그 누구도 일방적이거나 처단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사람들이 얽혀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척 동화적이고 시트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읽다 보면 어이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은근 많습니다. 이게 뭔가 부럽거나 대단한 인물이 하나도 없는데도 그들의 삶이 구차하거나 보기 싫지 않고 밉지 않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에 가까운데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이런 희극도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전개가 작가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포츠 코트(집사 킹콩)의 일생이 아무래도 메인 스토리가 되겠습니다만, 주변 인물들의 삶과 인생도 깨알같이 놓치지 않고 살뜰하게 생기는 작가의 태도는 소설을 대하는 애정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시작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묘하게도 은근한 감동이 끊이지 않는 신기한 소설입니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분량이 제법 많지만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인간의 기본에 대한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휴머니즘과 유머 넘치는 소설을 기대하시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매우 흡족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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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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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하지만 왠지 어려운 논어를 풀어내다.


   논어는 너무도 익숙한 동양 고전이지만 누군가가 "논어의 내용이 뭐죠?"라고 물으신다면 그저 "음.. 좋은 내용이죠"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고하신 공자께서 평소 하셨던 꼬장꼬장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라는 것 말고 디테일하게 아는 게 없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매번 논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이 보일 될 때마다 '한 번은 읽어봐야 할까?'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와중에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로 논어를 접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수많은 논어 해설서가 있지만 이 책은 이해가 쉽다는 점에서 탁월합니다. 이 책은 "논어에서 공자가 말하는 바는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책이 아닙니다. 하나의 문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작금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런 해석이 더 유효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표현하자면 겸손한 접근이 눈에 띄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해석을 대충 하거나 적당히 다루는 방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양한 대가들의 해석을 참고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일부는 실제로 소개하기도 하면서 가정 합리적인 해석을 찾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도 읽기 쉬운 구어체의 문장을 사용해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를 유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   그럼에도 '논알못'인 저에게는 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읽기는 쉬운데 읽어도 확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쩔 수없이 기본적인 장벽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더욱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도록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부분은 상당한 장점인 듯합니다. 학자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아마 끝까지 못 읽고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논어를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까?


   논어가 중국의 고전인 만큼 중국인 저자 <판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름 자체도 예사롭지 않은 어감의 저자는 대룍의 스케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운영하는 독서회 [판덩독서]는 회원이 4천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거의 우리나라 인구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말들과 의견이 오갈지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아마도 조심스러운 저자의 태도 자체가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 대학토론회에서 우승했던 이력도 독특합니다. 토론을 잘 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스스로 잘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여기에 특유의 겸손함까지 더해서 많은 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회원이 있다 보니 저자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분들도 많았던 모양인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책 전반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뉘앙스가 눈에 띕니다. 다행히 이런 조심스러움이 겸손함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 다양한 독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삶의 양상이 바뀌고 환경과 기술력이 변화하기는 합니다만, 사람이라는 기본 요소는 여전히 과거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이룬 사회는 근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거의 동일합니다. 그렇기에 공자 시대의 이야기를 모은 논어는 고리타분한 옛날 꼰대 이야기 같은 느낌임에도 지금 시대에 가져와도 큰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공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현제 사회에 적용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 책이 특별히 좋았던 점은 저자의 점증적인 전개 방식이었습니다. 매 챕터마다 논어 속 문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단순 번역문을 보여준 다음, 공자 당시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줍니다. 여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의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장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거나 유명한 속 내용을 함께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저자의 주장이나 해석에 대해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단계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결국 독자는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공자의 의도와 철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소 논어에 대해 관심을 있으나 어렵게 느꼈던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 책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을 매우 잘 지킨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선택한 이 책이 우리에게도 변함없이 잘 적용 가능한지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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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깨비, 홍제 - 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양수련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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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는 재미를 보장하는 판타지 소설

 

양수련 작가님의 신간 <나의 도깨비, 홍제>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설정이 익숙합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 이후, 현대적인 도깨비의 이미지가 무척 친숙해서 도깨비의 등장이 참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드라마 도깨비 이전에 이 소설이 나왔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전래동화 같은 구닥다리 느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도깨비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도깨비가 인간처럼 현대에 등장한다는 설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데다가 상상하기도 좋습니다.

 

소설을 읽는 데 있어(특히 장르소설의 경우) 얼마나 익숙하고 편안하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상당히 영향을 크게 미칩니다. 예를 들어 조영주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미스터리 소설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 같은 경우 생각보다 독자들의 사랑을 크게 받지 못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독자들 입장에서 이 설정이나 세계관 등이 익숙하지 않아 생소하고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소설에 등장하는 코스프레 덕후들의 심리나 정신세계가 잘 이해가 안 돼서 공감이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저 같은 독자가 꽤나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인간 사회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설정은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좋은 환경에 있습니다. '으응?'이 아니라 '아아~~'하고 대충 느낌이 오는 그런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에서 약간의 신선함이 느껴질 때 가장 편안하게 즐기게 됩니다. 지나친 생소함에서 오는 신선함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익숙함 속 신선함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왠지 유치한 듯한 웹 소설이 그렇게도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겠지요.

 

양수련 작가는 소설을 그저 익숙한 설정에 머물게 두지 않았습니다. 이 설정 속에서 약간의 비틀기를 시도했고 굉장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보통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익숙한 건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차원이 다른 이 세계로 옮겨가게 되고 그 속에서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아 모험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반대로 특별한 능력이 있는 도깨비라는 이 세계의 존재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인간 세계로 넘어오는 방식입니다. 이 세계 물로 치면 이 세계의 몬스터가 인간세계로 넘어와서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심지어 주인공이 몬스터가 되는 것입니다. 요 정도의 비틀기라면 설정부터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추한 몬스터와는 다르게 우리의 전통 도깨비 "홍제"는 멋진 청년의 모습에다가 매력이 철철 넘치니 남녀 모두 좋아할 판타지적 요소가 빠짐없이 포함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조건이 도깨비가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환상적이고도 러블리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의 결합과 연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잘 되었습니다. 양수련 작가의 능숙한 스킬이 소설의 완성도를 매우 높게 뽑아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수준 높은 고찰이 돋보이는 소설

 

도깨비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불멸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한한 생을 가진 인간이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유한하기 때문에 희소성을 보장받기 마련입니다. 죽지 않는다는 조건이 마냥 축복일 수만은 없습니다. 차라리 '내가 죽고 싶을 때까지는 살수 있다' 정도의 조건부 불멸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유한성에 대한 생각은 인간이 욕망하는 존재이고 욕망의 정도에 따라 삶의 욕구가 강렬하게 또는 무기력하게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욕망의 정도와 크기와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빨리 죽게 되는 인간에 대한 유한성은 사람들의 좀 더 살고 싶은 욕망을 매우 자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수련 작가는 도깨비 홍제라는 인물을 통해서 무한한 수명을 보장받는 존재의 모습을 다방면으로 조망하면서 삶의 무한성과 유한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주도합니다. 도깨비 홍제 스스로의 내면을 묘사하는 방식뿐 아니라, 인간의 존재인 주변 인물들의 태도와 반응을 통해서도 비교해 보여줍니다. 또한 주변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도 유한함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자세를 보여줍니다. 마치 너는 어떠냐고 묻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묻지 않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하는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익을 위해 배신을 선택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인간들의 비열함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거기에 자기희생이라는 숭고한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도깨비 홍제를 대하다 보면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마법사 하울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있는데, 신비롭기도 하지만 그저 좋기만 한 것이 아닌 복잡한 내면의 갈등이 잘 느껴지는 부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도깨비의 섬에서 매일 잔치를 즐기던 오만한 도깨비 신분에서 추방되어 인간 세상에서 개고생을 하다가 자기희생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한 후 다시 도깨비 섬으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액자소설 형태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시기와 장소를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정신줄을 놓으면 자칫 흐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짜인 훌륭한 소설입니다.

 

 

작가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현시대와 잘 연결하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판타지 소설에도 접목했습니다. 덕분에 기존에 없었던 아름답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는 적정선을 잘 살려내었습니다. 보다 한국적이면서도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있는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상당히 만족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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