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6 : 무협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6
좌백.진산 지음 / 북바이북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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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무협의 세계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위해 준비작업 같은 마음으로 "대도오"를 읽었더랬는데 그 작품이 의외로 너무나 재미져서 얼릉 구매했습니다. 역시 제 예상대로 얇군요. 후훗... 얇은 책을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읽을 여유가 좀 없다 보니 가벼운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북바이북에서 출간된 책이라 내용이 부실할 거란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내용면에서는 믿을 수 있는 출판사니까요.


   어찌하여 웹 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라는 시리즈가 기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웹 소설 전성시대인 것만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웬만한 웹 소설 사이트에서 월 천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작가가 수두룩하다는 소문은 이미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작 유명한 작가 소설도 출간되면 몇천 부 이상 팔리는 건 거의 기적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이거 참 새삼 상전벽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뽕나무로 만든 책밭이 웹 소설 바다가 되어버렸나 봅니다. 억지로 끼워 붙여보려니 억수로 어색하네.. 참말로..


   여튼 그중 거의 접해본 적이 없는 "무협"부분이야말로 호기심이 가장 크게 이는 분야가 아닐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부터 읽어보았습니다. 요런 책은 사실 가만 보면 정작 웹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려는 분들은 잘 안 읽죠. 저처럼 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냥 호기심만 있는 사람이 주로 읽는 책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깨너머로 기웃기웃 거리면서 웹 소설 이야기라도 나오면 쉐리 아는 척을 작렬하려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무협이라니 덕후가 아닌 이상 얼마나 이색적이고 생소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입니까?



#2. 장르 가이드로서 이 책은..


   읽은 계기나 의도가 뭔들 이 책이 읽으면 재미지냐 아니냐가 핵심인데, 재미가 5할에 유익함이 3할, 생소함 1할에 지겨움 1할 정도 다양하게 섞인 책입니다. 나름 장르 가이드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서문, 정의와 구성, 하위 장르 분류, 무협소설의 역사, 무협소설의 현재, 작법 한 작은 술 정도에 몇 작품 소개하는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항상 정보나 이론을 담고 있는 책은 서론을 무척 신경 써서 읽는 편인데, 전체 내용의 요약이 담겨있기도 하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쓰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 시간이 없으면 서문만 읽어도 반은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입니다. 역시나 이 책도 서론에 웹 소설의 정의부터 흐름과 현주소, 그리고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 등을 짧게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에게 가장 유익했던 부분은 "1장 무협소설이란 무엇인가?" 파트였습니다. 무협소설이 무, 협, 중원, 과장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은 무척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웠습니다. 그중 항상 의아했던 게 바로 "중원"의 문제였는데, 중국 무협은 그렇다 치고 한국 무협은 왜 한국이 배경이 아니라 중국의 중원이란 말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중원"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어느 곳인가를 지칭하기는 하나 사실은 상상의 공간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왜 중원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현대에 와서 중원이 왜 설득력이 떨어지는 지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는 우리나라는 몰라도 중국은 워낙 넓고 외진 곳도 많으니까 거기 어디매에는 엄청 수련을 해서 거의 날다시피 해서 돌아댕기는 영감들이 분명 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말입니다. 여기서 제가 그 내용을 써버리면 이 책을 사서 읽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요 정도만...


   그리고 덕후들이 무협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많은 독자들이 외면하는 이유인 과장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 무협소설에서 과장, 즉 구라가 빠지면 재미가 없겠죠. 일단 막 날아다니고 물 위도 지나가고 막 바위도 날려버릴 만큼 강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과장법은 무협소설의 핵심 요소입니다. 중원이라는 배경과 같은 맥락에서 과장은 드넓은 중국 어딘가엔 이런 일이 가능한 고수가 숨어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막연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받아들일 부분이 있어서 설득력이 있기도 했지요. 한나절이면 중국 어디든 날아가는 현대에는 물론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래서 코웃음을 당할 가능성이 있고 외면받을 수 있죠. 하지만 판타지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후훗...


   내용과 상관없이 이 책은 문장도 매끄럽고 이해하기 좋은 쉬운 용어로 설명하고 있어 편안히 읽을 수 있습니다. 후반부엔 웹 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글이 실려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다, 결국은 니가 알아서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오랜 경력의 작가가 보내는 따뜻한 격려 같은 글이 좋았습니다.




#3. 생소함과 지겨움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협이 무엇인지도 간단히 정리하고, 중국부터 시작한 무협의 역사와 주요한 작가,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게 되어 무척 유익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살짝 우려했던 데로 별 다섯을 줄만큼 재미있다고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르적 생소함이 그 이유죠. 아마도 궁금해서 이 책을 접하는 대다수의 독자가 비슷하게 겪게 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생소해요. 용어 중에는 한자어도 많고, 사자성어 같은 느낌의 단어도 많이 등장합니다. 이게 어쩔 수 없이 그들만의 용어를 쓰는 거거든요. 이를테면 생전 처음으로 교회에 갔는데 첨 보는 사람들이 형제님 자매님 하면서 샬롬~~ 하고 다가오면 바로 불편해지게 되죠. 이 책의 소개를 접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이건 맥락상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뭔 이런 용어를 쓰지?' 요런 생각이 사알짝 아주 사알짝 듭니다. 공력으로 치면 그저 일할 정도랄까?


   그리고 역사 부분은 좀 지겨워요. 아는 건 김룡뿐인데 중국의 구무협부터 신무협, 각종 장르에 속하는 대표 작가와 작품을 반복적으로 읽다 보니 어디 써먹을 때도 없는 정보구만.. 하는 생각도 들도 지겨움이 조금 있었습니다. 역사 부분은 가볍게 그런갑다 하고 읽으면 될 듯 합니다. 이런 부분만 아니었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8할은 아주 좋고 2할 정도 어색함과 지겨움이 있는 고런 책입니다. 그래도 읽고 나니 가장 유익한 점은 이제 "무협이 뭐예요?" 내지는 "무협소설을 왜 읽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공기반, 구라고 반 섞어서 설명해 줄 정도는 될 거 같아 좋군요. 그리고 "무협소설 하나 추천해주세요"하면 추천해 만한 소설이 몇 개 된다는 점도 아주 좋았던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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