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오 - 드래곤북스 명작 컬렉션 1
좌백 지음 / 시공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1. "대도오"는 뭐고, 왜 무협소설을 읽게 되었나?


   그러니까... 에..또.. 왜 뜬금없이 무협소설을 읽었느냐 하면 말입니다. 최근에  ​북바이북에서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6 무협"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보게 되었거든요. 제가 웹소설을 쓰고 싶어서는 아니고 무협소설의 역사나 트렌드 같은 것이 궁금해서요. 이런 책을 읽어보면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니까 어떤 가이드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를 보니 "좌백"과 "진산" 공저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심지어 두 사람이 부부라고.. 허얼.. 부부였어..



 

   좌백과 진산은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황금가지 출판사의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작품을 수록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친근했습니다. 사실 좌백의 경우는 당시 배트맨 오마주 같은 무협을 선보였었는데, 개인적으론 별로였습니다. 본인은 재미 삼아, 실험적인 작품을 쓰셨던 거 같습니다만,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한편, 진산 작가님의 경우는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걸출한 '존재의 비용'이라는 단편을 수록하셨습니다. 존재의 비용은 상당한 수작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인연으로 저자 두 분이 눈에 들어와서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 무협"을 읽을까 하다가, 그것보다 우선 두 작가의 대표작 만이라도 읽어봐야 하지 않겠나. 그것이 예의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20년 전에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를 읽은 이후로 한 번도 안 읽던 무협소설을 찾아보게 되었죠. 좌백님의 작품을 검색해보니 이 작품을 추천해주는 분들이 많더군요. 거의 대표작 같은 느낌이라 일단 읽어봤습니다.


#2. 읽는 재미는 완벽히 보장하는 무협소설


   다른 작품을 접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대도오" 한편 만으로도 이 분의 내공이 뼈속 깊이 느껴졌습니다. '짙은 살의로 한기가 느껴졌다.'랄까.. 가독성과 읽는 재미만큼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장르를 생각해봐도 이번에 읽은 '대도오'는 집중력을 짱짱 키워주는 훌륭한 작품이었네요.


   저 같은 경우는 책을 읽는데 이유가 명확합니다. 여러 가지 부수적인 장, 단점이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결국은 재미있어서 읽는 거 아니겠습니까? 책을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목적을 두기엔 저는 이미 너무 훌륭한 사람인 것입니다. 그래서 핵심은 재미예요. 정말 좋은 책인데 읽으려면 계속 하품 나오고 막 괴로워.. 이러면 안 읽습니다. '먹고살기도 드럽게 힘든데 취미생활까지 괴로워하면서 해야 해?' 이런 생각으로다가.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동안 읽은 생각도 안 했던 무협소설도 매우 훌륭한 장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정말 재미지게 읽었어요. 감탄을 했다니까요. 늘 말씀드리지만 딱히 무릎을 탁 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3. 한국산 신무협?


   일단 김용 소설 말고는 접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무협이 어떻다는 평을 하기가 어렵군요. 그런데 이 '대도오'라는 작품 만으로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협에 대한 선입관이 적잖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갖은 고생 끝에 기연을 만나 내공이 60갑자로 뛰어오르고 평생의 원수를 갚는다던가, 무림을 통일한다던가 하는 뭐 이런 전통적인 스토리가 있는데, 당연히 이런 구닥다리 스토리로 전개되지 않더군요.


   주인공부터 주변 인물 캐릭터가 무척 다채롭고 흥미로운 게 일단은 아주 좋았습니다. 주인공이 무적이 아니라 맨날 다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도 긴장감을 고조시켜 좋았습니다. 니편 내편이 오락가락하며 맞물리는 구성도 무척 좋고, 끝까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 전개도 좋았어요.


   제가 너무 무식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무협이라 하면 다 중국의 무당파니 소림사니 이런 곳이 배경이어야 하는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한국형 신무협이면 형식이나 전개가 새로운 건 좋은데, 배경도 한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라고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이 없었겠습니까? 음... 너무 좁은가... 생각해보니 무협을 사랑하는 덕후들 입장에서는 좀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군요.


   최근엔 신무협이라고 가벼운 표지와 삽화에 전통 파괴 작품들도 종종 있는 모양이던데, 아마도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작품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래저래 책도 읽고 약간의 검색도 해보니 무협 장르도 확실한 시장과 매니아들을 보유한 나름의 확고한 장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진산 작가님의 작품도 접해봐야겠습니다. 무협소설에 대한 저의 편견이 다른 많은 분들의 편견과 비슷하다고 보면 기회되시면 한 번쯤 이 작품을 접해 보시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싫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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