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로짓 노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
은희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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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과 패션의 콜라보.... 효과는 글쎄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은 일종의 기획 단편소설집입니다. 그러니까 패션잡지 『아레나옴므+』와 『문학과 지성사』가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결과물입니다. 책을 펼치면 맨 먼저 아레나옴므+ 사의 편집장님의 여는 글을 만나게 됩니다. 음... 이 여는 글 때문에 사실은 불안불안했습니다. 뭔가 장황하고 지나치게 그럴듯하게 쓰여진 글의 표본으로 쓰면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을 하게 되서 죄송합니다만 딱 제 느낌이 그랬습니다.) 제가 이렇게 느낀 것은 이분의 지식이나 경험에 비해 제가 너무 아는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파리, 보들레르와 발터 벤야민, 에밀 졸라와 플로베르까지 막 쏟아져나오는 글이 국내 대표작가들의 기획 단편소설집의 여는글이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콜라보가 아니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글은 진솔하게 쉽게 쓰는게 정답이라는게 제 생각이라...


   이 소설집은 어쨌거나 패션이라는 테마를 잡고 쓰여진 소설들의 모음입니다. 패션이 테마인지 소재인지 좀 애매합니다만 여튼 "들다", "쓰다", "신다", "입다"의 네가지로 나눠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가방을 너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중혁 작가님은 여지없이 가방에 관해 글을 쓰고 "들다"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들다, 쓰다, 신다, 입다의 개념이 작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미미하다고나 할까요? 그냥 마지못해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꽤나 들었습니다. 읽고나면 '아 그래서 "신다 " 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 뭐 그냥 좋은 단편인데 굳이 신발에 대해서 어색할 만큼 저렇게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나?'싶은 생각이 드는거죠. 정말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님들인데도 불구하고 감히 표현하자면 '참.. 애쓴다...' 이런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제가 늘 언급하는 일본여류작가 4명의 기획 소설집인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같은 성공적인 기획을 조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획의도가 좀더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소설에 담겨져야 콜라보의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좀더 직접적이고 비중있게 패션의 내용이 다뤄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 역시나 걸출한 이시대의 작가들... 그리고 단편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재미있게도 패션과의 콜라보니 뭐니 이런걸 다 걷어내고 그냥 읽으면 정말 한편 한편 잘쓰여진 훌륭하고 재미있는 단편들입니다.



"종이 위의 욕조" - 김중혁


'명사분실증'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겪는 두 주인공의 썸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가정이 있고 큐레이터로 일하는 능력있는 사람인데, 미요라는 화가와 공감을 이루고 그 와중에 남자주인공의 가방이 미요에게로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 입니다. 김중혁작가답게 스타일리쉬하게 잘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고 뭔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자의 미래" - 정이현


정이현 작가님은 팟캐스트 "낭만서점" 때문에 무척 익숙하고 호감 대상승 중인 작가님입니다. 집에 들어앉아 놀고먹는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까지 짊어진 여교사 양이 새로운 이사장인 장과 함께 해외교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으로 다녀오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차분하게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선글라스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미드윈터" - 정용준


정용준 작가님은 제가 잘 모르고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잘생기셨더군요. 전체 작품중에 가장 독특하고 이국적인 이야기여서 좋았습니다. 스웨덴의 시인 닐스와 토종 국내 단편영화감독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입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에다 결말까지 약간 찡한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는 털모자가 주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대용품" - 은희경


은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거의 안읽어봤지만 여기 실린 단편만으로도 '아, 은희경 스럽다'라는 생각이 자연히 드는 뭔가 토종적인 이야기입니다. 두명의 천재소년, 그중 진짜 아이큐가 뛰어난 천재와 사실 평범한데 요령으로 아이큐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소년이 어린시절 사고를 당하고 평범한 소년만 살아남아 상처를 묻고 자랍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우연히 만난 동창생을 통해 과거와 해후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요한 소재는 신발이고 사고당시 천재소년의 신발을 대신신고 살아남은 평범한 소년은 사실 "대용품"같은 삶을 살았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 편혜영


이 작품은 은희경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읽자마자 '편혜영 스러운데?'하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정서나 분위기는 "몬순"과도 약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비애가 느껴지는.. 그러나 과하지는 않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옆집에 새로 이사올 사람들의 부모가 부자인듯 새집처럼 깨끗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해두고 정작 집주인들이 입주하지 않아 궁금해하고 급기야 옆집에 들락거리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네 친구" - 백가흠


이분 작품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이 이야기는 어릴때부터 단짝이던 세친구가 중년여성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아웅다웅하는 이야기와 그중 한명 혜진이 남편과 함께 남편의 비지니스를 위한 목적으로 대형교회에 출석해서 최대한 멤버쉽에 들어가려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이상한 인물 때문에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매개체는 "구두"입니다. 우리나라 중년들의 세태와 종교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식도 녹아있어 좋았습니다.



"언포게터블" - 손보미


손보미 작가의 이 이야기는 의외로 폭력조직에 속해 있는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예상하듯 보스의 여자와 정분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피튀기는 반전 복수도 있고.. 한마디로 누아르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흡사한 느낌은 프랭크 밀러 감독의 "씬시티-다크히어로의 부활"의 에바 그린과 조슈 브롤린 에피소드 정도라고 하면 딱 맞을 듯 합니다. 아주 스타일리쉬하고 좋았습니다. 이 작품의 매개체는 "정장"입니다.   



#3.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한 결과물...


   콜라보레이션은 의도만큼 잘 되었는지는 의문일지라도 그 결과물인 이 책 자체는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합니다. 일단 표지부터 옷장처럼 생겼는데 내용은 부제와 같이 7명의 옷장이 차례로 펼쳐지는 듯하고, 마지막 부분의 온통 검은 바탕에 작가들의 짧은 글과 사진이 실린 디자인은 정말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물건들이 이야기의 핵심이거나 주요한 상징이 되기에는 좀 약하기는 했지만 책이라는 결과물을 놓고 볼때 그래도 의도와 가장 근접하게 도달한 것은 북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했고, 어쩌면 그것이 또 패션의 본질이기도 해서 내용물인 소설을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는데 그 것을 물리적으로 이루고 있는 책 자체는 패셔너블하니 그런관점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이 잘 된 것이라고 해야하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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