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2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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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에 다듬어진 따뜻한 일상의 글과 그림들..


   하재욱 작가의 두번째 책 [고마워 하루]를 읽었습니다. 앞부분 몇장을 읽다보니 벌써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도 나옵니다. 그러다 문득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작가님을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에 작가님은 주로 "시사만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둘째치고 내용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비판적이었죠. 분명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형식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척 직설적이고 여유를 느낄 수 없는 강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저의 감상을 작가님에게 정확히 표현을 했었는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화가로 좀더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을 받으려면 약간의 여유와 위트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 작가님의 그림과 글에서 공격성과 비판이 사라지고 세상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가 작가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속에 삶의 진솔함과 여유와 유머가 뭍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이런 변화는 자연히 사람들의 공감을 받게 되었고,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을 만나 점점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그림에서 제가 기대했던 부분들이 충족되자 저와 같은 일반 대중에게 점점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기쁜일입니다.



   작가가 세상의 큰 틀과 구조와 시스템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자 그것이 곧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게 되었다는 점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각박하고 힘든 것인지가 짐작이 됩니다. 또한 작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은 수많은 직장 남성은 물론 그들을 바라보는 아내들, 예비 사회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피식피식 웃게 만들며 때로는 눈물 짓게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따뜻하게 모두의 삶의 일상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2. 진정성이 전해주는 공감과 소통, 그리고 위로의 향연..


   예전에 이광수님의 '광수생각'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발상, 감수성 넘치는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브라운관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작가의 성격, 일상, 태도 등을 알게되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 그 동안 책을 통해 전해왔던 메세지들이 다 가공된 허구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었죠. 약간의 실망과 배신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출간된 저자의 책을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잘못된 정보로 편견을 가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픽션이 아닌 이상 그만큼 작가와 작가의 글은 동떨어져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하재욱 작가의 글과 그림은 그야말로 진짜입니다. 날것 그대로 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오래 봐왔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죽는 소리'는 평소에도 끊임없이 합니다. 제가 만난 사람중에 가장 심하고 심한 '휴머니스트'입니다. 그 섬세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다보니 이런 진솔함이 표현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다가 이번 책에서는 36.5도 정도로 데워진 유머까지 장착해서 독자들을 꽤나 울리고 웃기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3. 잘 짜여진 짜임새, 이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


   이번 책은 짜임새가 무척 좋습니다. 총 7개의 장으로 분류된 글과 그림들이 독자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분류된 기준을 보면 물론 작가자신에게 중요한 키워드 7가지 입니다.


   "샐러리맨, 가족, 6호선, 계절, 마흔, 술, 아내"의 총 7가지 인데 마흔과 샐러리맨은 같이 가는 개념인데 언제나 후덜덜 알수 없는 샐러리맨들의 비애가 특히 잘 나타나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늘 지하철로 통근하다보니 지겨운 시간이 아니라 오롯이 작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세상 사람들을 관찰하는 한편으로는 그 결과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하는 곳입니다. 계절에 대한 감상은 사실 작가에게 중요하다기 보다는 작가의 감성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술, 가족, 아내가 아닐까 싶습니다 . 사실 술과 가족, 아내는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작가는 술도 포기못하고 당연히 가족도 포기 못하겠지요. 아내의 존재야 말할 것도 없겠고요.


   이러한 키워드를 풀어내는 작가의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이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에 얼마나 따뜻하게 애정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자연히 생각하게 해 줍니다. 소중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소중히 생각하게 됩니다. 늘 일상을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작가의 하루나 저의 하루나 모든이의 하루가 소중하고 고마운 하루가 되기를 다시 한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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