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You Need is Kill (만화 + 라이트노벨) - 전2권
오바타 타케시 지음, 사쿠라자카 히로시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1. 타임루프, 디스토피아적 설정이 돋보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라이트노벨
 
   저는 경험상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소설이 있으면 소설을 먼저 읽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을 읽으면서 원작의 내용을 충분히 즐기고나서 축약되거나 특정 부분을 차용해 시각화하는 경우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 감상하는 방식입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얼마나 원작을 잘 살려서 영상화 했는지, 아니면 원작과 얼마나 차별화를 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지 지켜보는 편이 그 반대보다 훨씬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듯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만나고 원작을 보면 원작을 읽는 재미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원작을 감상하는데 영상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설정인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는데다가 요즘 아예 SF 전도사가 된 '탐 크루즈' 형님이 출연하신다는 소식에 무척 기대를 하고 있던 차에 학산문화사에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원작을 소설과 코믹스(급했는지 되는데로 1편만 출간했던가요? 아님 2편도 있는데 1편만 패키지로 판매한건가요?)를 부랴부랴 출간했나 봅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바로 결재를 했더니 으잉? 예약판매? 그리하야 며칠 더 기다렸다가 받자마자 만화를 먼저 가볍게 읽었는데 오호라~~ 기대보다 더 재미지구나~~ 그리고 바로 소설을 집어들었습니다. 아... 생각보다 훨씬 다부진 소설입니다. 다 읽고서 라이트노벨이라고 하길래 놀랐습니다. 제가 굳이 좀 무거운 메시지를 억지로 찾아서 끼워맞추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2. 설정과 소재와 주제가 돋보이는 작품성 있는 소설
 
    일단 기본 설정인 타임루프를 적절히 잘 활용하였고, 그에 따른 설득력도 있습니다. 어쩌면 외계인 설정은 설득력이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타임루프가 이루어지는 이유와 주인공이 타임루프에 빠지게 된 계기를 나름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난 모르겠고 그렇다니까'식의 소설보다는 성의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인류의 주요 적이 되는 존재는 미개해보이지만 상당히 강합니다. 한 소대가 집중포화를 해야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을만큼 강한 존재인 이 '기타이'라는 소재는 작품의 긴장감을 유지해주는데 상당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공동의 적을 두고 인류가 뭉치는 가운데 나타나는 여러가지 인간군상도 인상적입니다.
 
   한편, 이 작품에 나타난 외계인이 자신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구를 파괴하고 변화시킨다는 설정 자체는 상당히 흔하게 소비된 설정입니다. 최근엔 맨오브스틸이나 토르2 등에서도 적절히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이 터무니 없이 읽히지는 않고 진지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아직 죽어보지도 않은 저자가 턱밑까지 찾아온 죽음이라는 극한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생각해볼만한 꺼리를 제공합니다.
 
"생과 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그들은 모른다. 시체가 쌓여가는 사선의 맨 위야말로 전장에서 살아남을 최고의 장소인 것을 모른다. 내 몸에 배어 있는 공포가 가장 무섭고, 가장 가혹하며, 가장 안전한 장소를 가르쳐 준다."
 
"공포가 함께 있음으로 해서 나는 떨면서도 안도감을 느낀다. 절망에서 도망쳐 아드레날린이 가져오는 흥분에 빠진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전장의 공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성질 나쁜 여자와 비슷하다. 어떻게든 솜씨 좋게 상대하는 방법을 익힐 수 밖에 없다. " p126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적이 진화한 끝에 시간 되돌리기의 능력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면, 인류가 손에 넣은 잠재력은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기동재킷의 정비에 뛰어난 사람, 전략과 병참에 뛰어난 사람, 후방지원에 뛰어난 사람, 그리고 단순히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람. 인간은 환경과 경험에 따라 자신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위기를 미리 예측함으로서 살아남는 적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포기해 버린 요소다.. " p196
 
   이러한 표현들로 인해 암울한 상황에 놓인 이 소설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왠지 희망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3.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 다음 작품을 기다려주마.
 
   슬램덩크로 익숙해진 "왼손은 거들뿐..." 이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이해하는 관용구가 된 듯 합니다. 이 작품 [All you need is kill] 소설+만화 세트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만화는 소설의 내용과 거의 100%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일치했습니다. 설정과 전개와 캐릭터를 시각화해줘서 뭔가 막연했던 외계생물의 모습이라든지 기동재킷이나 베틀엑스의 모습 등을 잘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설의 가독성과 흥미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체 이야기를 부드럽게 이어가도록 짜진 플롯이나 문장력 등도 나무랄데 없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마무리까지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전개라든가, 반쯤 열린 듯한 결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작가가 쓴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이 나온다면 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All you need is kill Vs Edge of tomorrow
 
   원작 [All you need is kill]을 토대로 헐리우드로 날아가 [엣지 오브 투머로우]가 되었는데 원작과 달리 영화는 보는내내 지루했습니다. 원작에서 느껴지던 독특한 전개나 결말이 완전히 무시되고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로 변해있었습니다. 톰 크루즈 형님은 벌써 몇번이나 출연했던 다른 작품에서 충분히 보여줬던 캐릭터와 전개방식과 심지어 영웅이 되는 한순간인 마지막 결착까지 너무나 뻔하고도 뻔한 공식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떻게 결말까지 그리 다른 영화와 비슷비슷한 것인지...
 
   원작에서 강렬하던 무기 베틀엑스 같은 설정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정말 매력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여주인공 리타의 캐릭터가 완전 축소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저 먼저 타임루프를 경험한 여전사 정도라면 원작에서는 그야말로 전쟁의 신 수준의 전투력,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만큼의 능력자이자 인류희망의 상징, 그리고 독자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만한 이색적인 매력녀로 그려집니다. 리타가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영화에서 1인 주연 탐크루즈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리타의 비중을 확 줄인듯 한데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아쉬웠습니다.

   원작의 백미인 주인공과 리타의 대결 장면은 어쩌면 영상화되면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한 부분인데 완전 마찬가지의 이유로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200kg의 베틀엑스를 들고 두 주인공이 도와가며 기타이를 섬멸하는 전쟁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리타가 좀 큰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마저도 잘 쓰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른 병사와 동일한 총을 쏟아댈 뿐입니다. 이런 설정역시도 동양적이라 삭제한 듯 한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원작과 영화를 굳이 따진다면 원작이 10점이라면 영화는 2​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너무 극단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만큼 실망이 컸습니다. 탐 크루즈 형님이 원작과 비슷한 캐릭터로 연기했다면 뭔가 색다르고 참신한 역할이 되었을텐데 이래저래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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