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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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째가 중학생이니 모든 의사 결정은 첫째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4박 5일의 제주 여행 일정이 온통 첫째가 가고 싶은 장소 위주로 정해집니다. 그렇게 정해진 장소들은 하나같이 인스타그램 사진 스팟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의 주요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인스타에서 핫한 모 식당에 갔는데 인테리어도 좋고 음식도 너무 예뻤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을 멘붕에 빠뜨린 건 실망스러운 음식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 음식, 패션이 일 순위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소위 '인스타그램 빨 받는' 것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 세상입니다. 인스타그램 화면 속 프레임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는 배경, 피사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길을 끄는 화려한 색감도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다채로운 컬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패션, 색을 입다>의 저자 캐롤라인 영은 색깔 자체를 통합해 다루지 않고 10 가지 색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의 패션 역사에 있어 색을 다루는 인식이나 기술, 문화가 이렇게 변천해 왔다.' 정도로 그치지 않고 검정, 보라, 파랑, 녹색, 노랑, 주황, 갈색, 빨강, 핑크, 흰색까지 색을 하나하나 분리해, 이 색들의 역사적 발전과 인식 변화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살면서 특정 색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인식되어 왔고, 어떤 특정 사건에서 촉발되어 그 색에 대한 생각들이 변화되었는지, 누구 때문에 더 활용하게 되었고, 파격적인 변화를 겪어 왔는가 등을 생각해 볼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버겁기는 했지만 그만큼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저자의 통찰을 나눠 가지는 경험은 상당히 의미 있었습니다.



챕터마다 설명되는 개별 색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가 됩니다. 각 색깔들마다 현대인들이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있고, 그 색을 활용한 옷을 입었을 때의 기분, 그 색을 입은 사람을 대할 때의 느낌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동일 시대와 장소에서 느끼는 입장은 유사하다 보니 이해도 쉽고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10가지 기본색의 역사를 소개하고 어떤 변천을 거쳤는지를 읽어나가면서 인류의 다이내믹한 가치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상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가 색을 정의하고 사용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상당히 지루하고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한데, 패션이나 색에 대한 센스가 별로 없는 저도 그럭저럭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필력이 상당히 훌륭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각 색의 이미지 변천과 시대별 특징들을 잘 고려해 본인의 패션에 적용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뛰어난 안목으로 센스 있는 패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색의 특성과 히스토리를 아는 것이 바로 내 패션 센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길게 보아 시야가 넓어지고 안목이 생기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패션에 관심이 있거나 깔 맞춤을 좋아하시거나 컬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보아도 좋겠고, 이런 분야에 아예 젬병인 분들이 읽어도 너무 좋을 책입니다. 한 번쯤은 이런 특색 있는 책을 읽는 것이 독서력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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