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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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구체적인 이름을 매번 붙이거나 구체적으로 각 모습들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지 않았을 뿐, 돌아보면 나 역시 여러 모습의 A, B, C … 로 환승하며 살아왔다. 내 삶을 스쳐간 수많은 환승들을 떠올리고 천천히 소화시키듯 곱씹으며 읽었다. 환승, 그게 뭐냐고 묻는 지독히도 안정된 삶을 살지는 못했으나 나는 환승하며 걸어온 나의 지난 모든 삶을 사랑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무수히 많은 환승을 거치며 본연의 나에게 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공감가는 많은 포인트마다 열심히 플래그를 붙이고, 메모를 끄적였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도 같은) 글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다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배웠다. 원해서든, 원치 않아서든, 좋아해서든,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어서든 환승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세월 앞에 결국 고스란히 남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일 터. 추리고 추려내진, 어쩌면 화장터의 불이 꺼진 뒤에 남은 몇 안되는 뼛조각처럼 순수한 나의 모습을 알아가고 또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 우리의 삶은 그런 방향이었으면 좋겠다고, 결국은 나 자신이라는 종점으로 내달리는 환승이었으면 좋겠다고 단단하지만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나의 다음 환승은 또 어디일지 기대하게 된다. 굳이 선택하라면 안정보다는 환승이, 익숙한 모습보다는 생경한 모습으로의 환승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 간의 다양한 환승들이 내게 남긴 아름답고 소중한 흔적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그 모든 환승들은 본연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로 향하는 발걸음일 것이므로. 지금도 여러 이유로 환승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부디 그 환승들을 만끽하기를, 끝내 나에게로 달려가는 환승이기를, 마지막에 남은 스스로를 보다 기꺼이 꼭 안아줄 수 있기를 마음 다해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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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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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즐겨보지 않지만, 그래도 몇 개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을 애정한다. 매번 찾아오는 게스트도 게스트인데, 이영지의 인간으로서의 단단함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다. 얼마 전, 차쥐뿔에 축구선수 조규성이 나온 편을 보았다. 조규성은 자신에 대해 노력파 선수에 가깝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이영지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그런데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노력도 사실은 재능이다.”는 말이었다. 맞다. 노력도 사실은 타고난 재능이다.





이 책, 노력의 배신은 노력 공화국이라 일컬을 정도의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의 노력 맹신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과거, 의도적 연습으로 일궈내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가 있다. ‘그릿’은 또 어떤가. 그런데 그 모든 주장들에 존재하는 맹점을 과학적으로 반박하며 노력만을 신봉하는 현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노력만 하면 다 될까? 실패하는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일까? 성공하는 사람은 더 특출난 노력을 하는가? 키는 타고나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몸무게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에 여러분은 공감하는가? 사실 살이 찌고 빠지는 것도 체질이라는 이름의, 타고난 것임을 잊은 것은 아닐까? 공부는? 음악은? 운동은? 노력하면 다 된다고 믿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병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현실을 직시할 때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노력도 재능이다. ‘자기조절늘력’, ‘성실성’과 같은 타고나는 성격 차원이 곧 노력이기 때문이다.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한 책이 아니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과도하게 노력을 유일신으로 숭배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과 능력, 타고난 성실성과 끈기, 좋은 집안과 환경 같은 타고난 조건들이 없었다면 지금 당신이 누리는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 세상 누구도 그렇다고 당당히 답하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타고났고, 또 운이기도 하다.





그럼 따지고 싶어진다. 어차피 타고난 것들과 운이 중요하니 대충 살라는 말인가. 아니다. 반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서는 그 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보아야만 정확하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실패한다면? 노력이 유일신이 아니므로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포기해도 괜찮고,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나약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편히 포기하면 된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면 더 좋을텐데, 우리에게는 공부밖에 없는듯 하다.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공부에 목숨을 건다. 공부는 노력하면 쟁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라고 배웠고, 그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만이 유일한 길이 아닌,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그것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을 거칠게 다루고 상처주지 않길 자란다. 타고나는 것들과 주어지는 환경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노력만을 신봉하고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을 그대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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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 - 삶의 면역을 기르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멕 애럴 지음, 박슬라 옮김, 김현수 감수 / 갤리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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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외상)”라는 용어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더 일반화 되었다.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트라우마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 중 하나는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트라우마 범주에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일상에서 너무나도 트라우마를 마구 남발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협의의 정의를 내리게 되었고 그 결과 재난, 전쟁, 성폭행,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특히 불미스러운) 죽음과도 같은 높은 수위의 사건들이 남기는 상처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스몰 트라우마는 제외되었다.

스몰 트라우마란, 중요하지 않은 트라우마를 의미하지 않는가. 보슬비도 계속해서 같은 곳에 집중해서 내리면 쌓인 모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작은 상처가 반복되면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작은 상처가 큰 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정도는 별 일 아니라는 이유로, 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저자는 스몰 트라우마에 맞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인식(awareness), 수용(acceptance), 행동(action)이라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 AAA접근법을 제안한다. 행복에 대한 강박, 우울감, 무기력, 스트레스와 불안, 완벽주의, 임포스터, 폭식, 아픈 사랑, 수면 등 일상에 만연한 스몰 트라우마들을 다루고 각 트라우마에서 이 AAA접근법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도 매번 상세히 설명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주제들은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불편들이다. 그동안 ‘이정도쯤이야’ 하고 넘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냥 적응해버렸다면, 이 중 하나라도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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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늘의 다정이 있어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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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가슴팍 가득, 하트가 차곡차곡 쌓인 토끼가 맞아주는 책. 저자는 축축 처지고 무기력한 그런 날, 자신을 일으키는 건 쇼핑이나 파티 같은 특별한 이벤트의 쾌감이 아니라 밝힌다. 오히려 늘 그 자리에 단단하게 있는 일상적인 장면에 대한 감사가 해답이라고.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을 담고 있다고. 이 책을 덮을 쯤엔 이 저자의 마음이 훨씬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나 역시 가슴팍에 하트가 몽글몽글 차오르는 한 마리 토끼가 된다.


겨우 후두염으로 목소리를 빼앗겼을 뿐인데 어찌 이리 불편한 것 투성인지 모르겠다. 밤만 되면 심해지는 기침에, 어제는 쿠션을 쌓아 기대앉은 채로 잤다. 그마저도 계속 자다가 깨다가의 반복. 오늘 다시 약을 바꾸고서야 훨 상태가 좋아져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강의가 끝난 방학이라 천만 다행이라고, 고요한 일상도 나름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주변에도 아픈 아이들이, 힘든 마음이, 어려운 일상들이 줄줄이 퍼져있다. 모두의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이 굳건하게 잘 지켜지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그대들만의 행복과 감사를 찾기를 기원한다. 가까이서, 멀리서 나의 작은 하트들을 그대들에게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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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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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님은 이미 [페인트]로 많은 이들에게 유명하다. 나 역시 페인트로 작가님을 접했다. 처음부터 작가님에 대한 느낌이 참 좋았다. 참신한 소재가 단 번에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 그런 작가님의 신작 소식이 들려왔다. [소금아이] 제목을 보자마자 바닷가 고유의 짠내가 코끝을 적셨다. 기대감으로 부푼 내 마음은 벌써 해변가 모래사장에 자리잡고 앉아 책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출생신고를 하러 간 날이 수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해진 이름의 아이, ‘이수’. 처해있는 상황과는 관계없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마음을 가진 아이, ‘세아’. 두 아이는 외롭다. 버티는 삶에 가깝겠다. 처음 작가님이 글을 다 쓰고도 밖으로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 다짐했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전혀 부모답지 않았던 이수의 엄마와 새아빠. 6년 전, 두 사람의 죽음 이후 이수에게 새아빠의 엄마, 할머니가 손을 내민다. 할머니와 함께 숨어들듯 작은 섬, 솔도에 자리잡았다. 최대한 소란스럽지 않은 삶을 택한 이수의 삶에 어느 순간, 달큰한 향기와 함께 새로운 전학생 세아가 녹아들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현재에서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치매였다. 그리고 맞닥들이게 되는, 잊고 있었던, 잊고 싶었던 또다른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외로운 섬 같았던,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 할머니와 이수, 세아. 그들 곁에는 사실 사람이 있었고,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이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돌아본다. 나와 맞잡은 많은 손들을 떠올려본다.


더 이상 [페인트] 작가, 라는 수식어는 필요없겠다. 이 작품, 소금아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작가님은 많은 사람들 마음에 각인될 듯 하다. 페인트가 소재 그 자체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작품 소금 아이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녹아있는 많은 이들의 처절한 마음들에 깊이 빠져 뒤엉키게 하는 힘이 컸다. 결코 가벼이 넘기기 힘든 많은 순간들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응원하며 읽었다. 소금 아이 덕에 이희영 작가님을 좀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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