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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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즐겨보지 않지만, 그래도 몇 개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을 애정한다. 매번 찾아오는 게스트도 게스트인데, 이영지의 인간으로서의 단단함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다. 얼마 전, 차쥐뿔에 축구선수 조규성이 나온 편을 보았다. 조규성은 자신에 대해 노력파 선수에 가깝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이영지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그런데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노력도 사실은 재능이다.”는 말이었다. 맞다. 노력도 사실은 타고난 재능이다.





이 책, 노력의 배신은 노력 공화국이라 일컬을 정도의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의 노력 맹신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과거, 의도적 연습으로 일궈내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가 있다. ‘그릿’은 또 어떤가. 그런데 그 모든 주장들에 존재하는 맹점을 과학적으로 반박하며 노력만을 신봉하는 현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노력만 하면 다 될까? 실패하는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일까? 성공하는 사람은 더 특출난 노력을 하는가? 키는 타고나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몸무게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에 여러분은 공감하는가? 사실 살이 찌고 빠지는 것도 체질이라는 이름의, 타고난 것임을 잊은 것은 아닐까? 공부는? 음악은? 운동은? 노력하면 다 된다고 믿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병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현실을 직시할 때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노력도 재능이다. ‘자기조절늘력’, ‘성실성’과 같은 타고나는 성격 차원이 곧 노력이기 때문이다.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한 책이 아니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과도하게 노력을 유일신으로 숭배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과 능력, 타고난 성실성과 끈기, 좋은 집안과 환경 같은 타고난 조건들이 없었다면 지금 당신이 누리는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 세상 누구도 그렇다고 당당히 답하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타고났고, 또 운이기도 하다.





그럼 따지고 싶어진다. 어차피 타고난 것들과 운이 중요하니 대충 살라는 말인가. 아니다. 반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서는 그 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보아야만 정확하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실패한다면? 노력이 유일신이 아니므로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포기해도 괜찮고,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나약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편히 포기하면 된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면 더 좋을텐데, 우리에게는 공부밖에 없는듯 하다.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공부에 목숨을 건다. 공부는 노력하면 쟁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라고 배웠고, 그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만이 유일한 길이 아닌,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그것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을 거칠게 다루고 상처주지 않길 자란다. 타고나는 것들과 주어지는 환경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노력만을 신봉하고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을 그대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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