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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아이 ㅣ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이희영 작가님은 이미 [페인트]로 많은 이들에게 유명하다. 나 역시 페인트로 작가님을 접했다. 처음부터 작가님에 대한 느낌이 참 좋았다. 참신한 소재가 단 번에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 그런 작가님의 신작 소식이 들려왔다. [소금아이] 제목을 보자마자 바닷가 고유의 짠내가 코끝을 적셨다. 기대감으로 부푼 내 마음은 벌써 해변가 모래사장에 자리잡고 앉아 책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출생신고를 하러 간 날이 수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해진 이름의 아이, ‘이수’. 처해있는 상황과는 관계없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마음을 가진 아이, ‘세아’. 두 아이는 외롭다. 버티는 삶에 가깝겠다. 처음 작가님이 글을 다 쓰고도 밖으로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 다짐했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전혀 부모답지 않았던 이수의 엄마와 새아빠. 6년 전, 두 사람의 죽음 이후 이수에게 새아빠의 엄마, 할머니가 손을 내민다. 할머니와 함께 숨어들듯 작은 섬, 솔도에 자리잡았다. 최대한 소란스럽지 않은 삶을 택한 이수의 삶에 어느 순간, 달큰한 향기와 함께 새로운 전학생 세아가 녹아들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현재에서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치매였다. 그리고 맞닥들이게 되는, 잊고 있었던, 잊고 싶었던 또다른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외로운 섬 같았던,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 할머니와 이수, 세아. 그들 곁에는 사실 사람이 있었고,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이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돌아본다. 나와 맞잡은 많은 손들을 떠올려본다.
더 이상 [페인트] 작가, 라는 수식어는 필요없겠다. 이 작품, 소금아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작가님은 많은 사람들 마음에 각인될 듯 하다. 페인트가 소재 그 자체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작품 소금 아이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녹아있는 많은 이들의 처절한 마음들에 깊이 빠져 뒤엉키게 하는 힘이 컸다. 결코 가벼이 넘기기 힘든 많은 순간들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응원하며 읽었다. 소금 아이 덕에 이희영 작가님을 좀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