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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
최진주 지음, 인재현.인신영 그림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평점 :
참 어려운 것들이 많다. 따지고 들자면 살면서 쉬운 게 어디 있겠냐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 바로 ’나‘인 듯 하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가장 먼 존재,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신체가 보내는 신호에 무딘 것은 둘째 치고,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무디기는 커녕 아예 실시간 변하는 마음의 상태를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적어도 감기에 걸리고, 이가 썩으면 이비인후과와 치과에 가서 적극적으로 치료라도 받는다. 마음은? 우리는 정말 우리 마음의 현 상태를 잘 알고 있나? 매 순간 느끼는 감정들의 주소지를 잘 파악하고 있나? 그 때마다 필요한 도움들을, 치료들을 적절히 제공하고 있나?
살아가면서 그 누구보다 잘 지내야 하고, 잘 지내고 싶은 대상.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대상. ’나‘. 선뜻 마음을 고쳐먹고 오늘부터 나를 사랑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더라도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 지 난감하기 일쑤였을 터. 이 책은 연결, 정체성, 미래, 감정이라는 네 개의 큰 카테고리로 나누어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을 제시한다. 책 서두에 소개하고 있듯 ’질문 테라피‘가 가득 담긴 책이다. 거창한 준비도 필요 없다. 그저 차분하게 책이 이끄는 대로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한 편안한 여정을 시작하면 그만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질문들만큼이나 또 매력적인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매 질문들에 앞서 하나씩 제공하는 문장들(명언에서부터 시의 한 구절, 문학 속 문장들)과 멋진 그림들이 몹시도 마음에 들었다. 질문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그 페이지에 멈춰 한참동안 머물렀다. 그것만으로도 그 날의 치유가 이미 절반은 진행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테라피랄까, 문장테라피랄까. 적당한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퍽 아름다운 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책은 내게 치유이자 휴식이고 또 위로였다. 하루에 질문 하나씩, 나를 보듬어 안는 그 모든 순간의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됐다. 일부러 질문의 답은 따로 기록했다. 1년 뒤, 5년 뒤 같은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은 어떻게 달라져 있으려나. 나로 가득 채워가는 책,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책이 드디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