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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현병 삼촌 -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이하늬 지음 / 아몬드 / 2023년 7월
평점 :
‘미쳤다’라는 납작한 말로 정리되어 버리곤 한다는 사람들. 그 많은 납작해진 사람들 중, 조현병 환자들이 있다. 각자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누군가의 삼촌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조현병‘이라는 이름표 하나를 떼어내도 그들은 각자의 고유함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아온 삼촌에 대해 책을 썼다. 단순히 저자의 삼촌에 대해서만, 조현병 그 자체에 대해서만 쓴 책이 결코 아니다. 나는 이 책이, 조현병 당사자와 주변인 모두에 대한 폭넓은 인터뷰집이자 돌봄과 보살핌의 현실적 안내서라 칭하고 싶다.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는 사랑이 단단하게 깔려있다. 조건없는, 무지막지한 사랑이 흘러넘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평생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 그간 조현병에 대해서도 우리는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희망적인 것은, 달과 달리 조현병의 뒷면은 우리가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가 제대로 된 관심만 갖는다면 말이다. 조현병의 실질적 뒷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조현병 환자의 그늘에 덮여 그 존재조차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그들의 가족 및 주변인들이라는 이름의 뒷면을 만나볼 수 있어 감사했다.
미친 사람이라는 납작한 말에서 벗어난 그들의 세상을 기대해본다. “내가 나로, 삼촌이 삼촌으로, 당신이 당신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뜨겁게 차오른다. 꼭 한 번쯤, 정독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