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 - 생각하고 기억하고 결정하는, 우리 뇌와 마음의 작동 방식
존 폴 민다 지음, 노태복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지심리학을 전공했다. 학부생일 때와 비교해 보면 (약 15년이 흘렀다) 확실히 심리학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친숙한 학문이 되면서 경계가 제법 허물어졌고 크고작은 오해들도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심리학 그 자체는 사람들이 여전히 낯설게 느끼는 것 같다.


1960년대 인지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알린 인지심리학은 사람들이 정보를 지각, 처리, 기억해내는 방식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그들은 마음이 정보를 처리하고 파지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했다. 행동주의가 눈으로 직접 관찰 가능한 자극과 반응에만 몰두하고, 일종의 (알 수 없는) 블랙박스로 취급했던 심적 능력은 인지심리학의 등장과 함께 다시 심리학 중심에 놓일 수 있었다.


인지심리학의 역사에서부터 뇌, 감각, 주의, 기억, 사고, 개념, 언어, 의사결정, 메타인지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인지심리학의 관심사다.)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인지심리학의 면면과 최신 흐름까지 매우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어서 매우 좋았다. 저자는 ‘일반인이 읽을 만한 책도 쓰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집필한 이유‘라고 책 서두에 밝히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반인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터. 인지심리학 혹은 심리학에 대한 기본 관심이나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읽어내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혹은 사회과학 분야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법 하다. 아무래도 쓰이는 용어들이나 개념들 탓일텐데, 그럼에도 심리학 전공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책은 매우 쉽고 친절하게, 심지어는 다정하게 쓰인 책이다.


심리학에는 많은 하위 분야들이 존재한다. 심리학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이제는 각 하위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지는 때를 기대하게 된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있는 심리학. 이유없는 마음은 없다. 그 다양한 모든 마음에 다다르는 이 학문이 많은 이들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날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가 되는 주문 저스트YA 4
단요 지음 / 책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 과거에는 인종, 성별, 민족과 같은 개념에 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피부색으로, 성별로, 태어난 곳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시대였습니다.}


 

책은 상당히 신선한 내용의 입학식 축사로 시작된다. 지난 시대의 악습은 없어지고 그 사람의 생김새보다는 능력으로 파악한다는 미래 세상. 능력, 합리, 혁신이라는 세 가지 슬로건을 내건 학교. 이 책의 배경이자 미래 세상의 축소판, 더불어 앞으로 실제 우리 삶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미래의 한 페이지.

 

 

축사의 첫 마디만을 듣고는 차별과 혐오, 멸시가 없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내 입이 쓰다. 효율적인 것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우선시되는 사회. 발전과 혁신이 최고인 세상. 그 안에 인간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악습을 버리고 사람을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변화였을 텐데, 실은 기계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쏟아진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슬퍼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비겁해집니다. 이 책은 그 슬픔과 비겁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말)}

 

 

 

아이들이 선택한 게임 서버 내에서의 죽음은 마치 안락사와도 같았다. 허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앞서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과연, 그들의 결정은 오롯이 스스로의 것이었나. 무엇이 그들을 죽음이라는 선택지에 가 닿게 했나. 슬픔과 비겁함에 대한 이야기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송곳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 가슴에 박힌다.

 

 

책 서두에 주인공 서아와 현이 주고 받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마법소녀보다는 마녀 같네요.” “차이가 있나?” “많이 다르죠. 마법소녀는 좋은 거. 마녀는 나쁜 거.” 책을 덮고 다시 제목을 보니 그래, 왜 마법소녀가 아니라 마녀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선과 악을 가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상황에 내던져진다면 대부분의 우리도 게임 서버 내에서 마법소녀보다는 마녀 쪽을 택했을 지 모르겠다. 비겁하고 슬픈 선택이 한 데 뒤엉켰으리라.

 

 

제목과 표지가 주는 인상만으로는 절대로 이 책을 예측할 수 없다. 청소년 소설으로 한정하기에는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의 깊이가 깊다. SF 소재를 다루는 소설로, 인생의 수많은 고민과 결정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로, 우리의 미래에 경고를 보내는 소설로 보는 편이 더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이 자라는 방 : 제8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내은 외 135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파에 편히 앉아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아이들의 꿈 세상을 엿보는 소중한 영광을 누렸다. 그림과 글에 녹아든 아이들의 꿈이 페이지마다 아름답게 일렁인다. 아이들의 세상은 늘 흥미롭고 싱그럽다.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의 눈을 빌리면 진귀하고 탐스러운 것 투성이다. 나까지 맑고 투명해지는 기분이 참 좋다.


[꿈이 자라는 방]은 전국의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그룹홈 등)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이다.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나태주 시인님도 눈길을 끌었다. 심사라는 것이 즐겁고도 괴로운 일이라던 시인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책에는 약 123작품만이 수록되어 있지만, 책을 덮을 쯤엔 공모한 3577개의 작품 모두를 보고싶어졌다.


아이들만의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손쉽게 취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컸다. 신박한 생각과 표현에 혼자 웃음을 짓다가, 눈물을 짓기도 했다가, 마음껏 응원하기도 하며 끝까지 소중하게 곱씹듯 읽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설계자 - 생각, 성격, 습관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라이언 부시 지음, 한정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하고 있어요. 철학 사상가들의 가르침과 심리학, 뇌과학, 인지과학, 행동과학의 합작품이라니요. 책이 제안하는 새로운 마음의 설계와 실천을 기다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챗GPT가 내 생각을 훔친다면? - 미래 세대를 위한 지식재산권 수업 폴폴 시리즈 3
김미주 지음 / 책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벽돌책 읽기 모임에서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 사피엔스 첫 머리글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초반의 여러 단락을 읽는 중에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나열된 이 글은 모두 유발 하라리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AI가 흉내내어 쓴 글이라고. 유려한 표현으로 둔갑한 것도, 더 깊은 지식을 자랑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유발 하라리가 할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그의 문체를 따라 참 잘도 따라했다 싶었다. 그게 꽤 섬뜩하기까지 했다.





챗gpt는 여러 장면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다. 나는 다른 이들이 본인의 순수창작물을 만드는 대신 편리하게 챗gpt에 기대는 것이 대해서만 우려하는 쪽이었다.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몰랐던 셈이다. 챗gpt가 보여주는 그 자료에는 출처가 생략되어 있다. 사피엔스에서 AI가 데이터 베이스 상 모든 자료를 추합해 유발 하라리를 흉내낸 것처럼 다양한 자료가 뒤섞이는 과정에 누군가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그 침해당한 당사자가 나일 수도 있다.





지식재산권에 대해 친절하고도 풍부한 설명이 눈길을 끈다. 나만의 특성을 세상이 알리는 수단, 지식재산권. 다양하면서도 세세한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법적 용어라고 해도 일상에 우리에게 이미 밀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불편감 없이 소화 가능하다. 저작물은 별도의 등록이 없더라도 창작되는 그 순간부터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이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을 경계하고 조심할 뿐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저작권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