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되는 주문 저스트YA 4
단요 지음 / 책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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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과거에는 인종, 성별, 민족과 같은 개념에 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피부색으로, 성별로, 태어난 곳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시대였습니다.}


 

책은 상당히 신선한 내용의 입학식 축사로 시작된다. 지난 시대의 악습은 없어지고 그 사람의 생김새보다는 능력으로 파악한다는 미래 세상. 능력, 합리, 혁신이라는 세 가지 슬로건을 내건 학교. 이 책의 배경이자 미래 세상의 축소판, 더불어 앞으로 실제 우리 삶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미래의 한 페이지.

 

 

축사의 첫 마디만을 듣고는 차별과 혐오, 멸시가 없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내 입이 쓰다. 효율적인 것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우선시되는 사회. 발전과 혁신이 최고인 세상. 그 안에 인간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악습을 버리고 사람을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변화였을 텐데, 실은 기계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쏟아진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슬퍼집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비겁해집니다. 이 책은 그 슬픔과 비겁해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말)}

 

 

 

아이들이 선택한 게임 서버 내에서의 죽음은 마치 안락사와도 같았다. 허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앞서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과연, 그들의 결정은 오롯이 스스로의 것이었나. 무엇이 그들을 죽음이라는 선택지에 가 닿게 했나. 슬픔과 비겁함에 대한 이야기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송곳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 가슴에 박힌다.

 

 

책 서두에 주인공 서아와 현이 주고 받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마법소녀보다는 마녀 같네요.” “차이가 있나?” “많이 다르죠. 마법소녀는 좋은 거. 마녀는 나쁜 거.” 책을 덮고 다시 제목을 보니 그래, 왜 마법소녀가 아니라 마녀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선과 악을 가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상황에 내던져진다면 대부분의 우리도 게임 서버 내에서 마법소녀보다는 마녀 쪽을 택했을 지 모르겠다. 비겁하고 슬픈 선택이 한 데 뒤엉켰으리라.

 

 

제목과 표지가 주는 인상만으로는 절대로 이 책을 예측할 수 없다. 청소년 소설으로 한정하기에는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의 깊이가 깊다. SF 소재를 다루는 소설로, 인생의 수많은 고민과 결정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로, 우리의 미래에 경고를 보내는 소설로 보는 편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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