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낙서>

                              열광 이경란

 

봄이 오면 시인은 글을 써야지요

봄 햇살에 구김없는 계절이 한창 생각 일으키고

생각이 어질어질하여 글이 늪에 빠져도 글을 써야지요

망상 번뇌가 하루의 20시간을 채워가도 이 연필은 놓을수가 없어요

살이 살이 세상살이가 고행이라 택한길에 실크로드가 열릴까

자연에 순응하는 온갖 것들이

참회의 눈물로 떨고

외면의 소리 하늘을 타고 땅을 치는 저 통곡이

오늘은 빗소리로 들릴까

 

빗물이여, 온 세상 귀를 열어 빗소리를 듣게 하라

힘없이 늘어진 새의 깃에 현을 켜라

목놓아 울 통곡이 나 아닌 빗물이여

 

지상엔 하늘의 눈물 듣는이 나말고 또 여럿일테지요

문을 닫고 있어도 문밖에 바람이 쉼없이 머물다 사라짐을 알며

영원의 약속을 위한 촛불은 희망의 줄기 줄기 타네요

참으로 반가운 비가,봄비가 온갖 더러움을 씻겨내는 오늘

하루를 숙면한 저 산은 꽃봉오리 틔우는 빗소리에 눈을 떠

뿌리로 숨는 빗물을 당깁니다.

 

비오는 밤

누구는 술취한 걸음으로 비를 맞이할테고

누구는 짙은 커피향에 노래를 실을 테지요

그럼 지금 이순간 나는?

촛불 켜놓고 나의 꿈을 낙서합니다

비비작작 이라고 하지요

참 어울리지요?

비오는 날의 작-비비작작 낙서가 종종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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