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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평점 :
*체크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 서술 방식이 매우 담백해서 독자의 마음이 먼저 드러난다. 저자는 20대와 30대를 라디오 작가로 보내며 전국에서 도착한 사연들을 매일 읽었다고 한다.
기쁨과 슬픔, 위로와 고백이 뒤섞인 이야기를 10년 넘게 접하면서 어려움 없는 인생은 없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배웠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길어올린 마음의 잔향을 글로 옮긴 기록이기도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책 전체에 흐르는 "소중한 삶은 결코 묻히지 말아야 한다"는 태도였다. 누구의 삶이든 한 사람만이 가진 단 하나의 이야기이고, 사라지지 않게 붙잡아 두는 행위가 바로 '글쓰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김진영 철학자가 남긴 "글쓰기는 떠난 뒤 남겨진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저자 역시 언젠가 사라질 존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순간", "사람", "추억", "취향", "대화", "희망" 이라는 흐름은 마치 일기의 갈래처럼 자연스럽다. 특히 1장의 "홀로", "고요히", "선명하게"라는 부제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드러낸다.
저자는 "평생 함께 할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이려 스스로와의 관계를 돌아보라고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인정받고자 애쓰는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욱 닦달하게 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짚어낸다.
그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깊이 공감이 됐다. 때로는 더 해야 한다는 마음이 나를 지치게 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조차 불안해했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책의 또 다른 특별함은 읽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써 내려가는 책이라는 점이다. 각 장의 끝에는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적어 볼 수 있는 여백이 마련되어 있다.
저자가 먼저 자신의 문장을 건네고, 독자는 그 문장 뒤에 자신의 이야기를 붙이는 구조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자신스럽게 나만의 작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문장을 따라 쓰는 시간이 곧 내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사소한 메모라도 누군가에게는 귀한 흔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깊게 남았다.
한 권을 덮고 난 뒤, 저자가 왜 "우리 모두는 자신의 문장을 써야한다"고 말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삶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 안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생각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이 책은 거창한 위로나 조언보다, 일상의 결을 다정하게 건드리는 문장들로 독자에게 조용한 용기를 준다. 그래서 새벽에 홀로 읽기에도, 하루를 정리하며 느리게 넘기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조용한 시간에 이 책을 천천히 펼쳐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문장을 적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