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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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와 헷갈렸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이 일단 비슷하잖아요. '낯이 익다'라는 제목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될 확률이 과연 몇프로나 될까요? 두 편 다 낯설음에서 오는 낯익음을 표현하고 있고, 다른 점이 있다면 제목 그대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사람의 초점, <낯익은 세상>은 주변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소설 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같다고 보여집니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지고 보여지면서 결국엔 낯익게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한 편의 이솝우화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는 우화입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바로 <난지도>라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난지도>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공원으로 예쁘게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는 쓰레기 매립장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먼저 읽은 지인에게서 듣게된 정보로 조금은 제대로 된 시각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시가 들어서면서 평화로웠던 농촌전경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지금은 고양이나 뒤지는 쓰레기 봉지를 뒤적이며 곯은 배를 채울 수 밖에 없었답니다. 호화롭게 먹고 마시며 버리며 사는 도시사람들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소비하기 참 좋지요. 멀티플렉스라고 해서 쇼핑, 영화, 먹거리 등 거의 모든 것을 한 군데서 해결할 수 있어요. 그만큼 사람들은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물론, 절약하며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요. 사회 전반전인 분위기가 소비를 부추기는 풍조라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만큼 갖고 싶은 것은 언제 어디서나 구매하고, 필요없게 된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싸다고 마구 사놓았다가 결국에는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많구요. 이런 과욕이 자연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소비풍조. 쓰레기더미가 이제는 익숙해진 난지도 아이들. 도시사람들이 버린 캔이며 소세지 등에 행복해하던 아이들. 하루하루 도시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몸서리치는 자연. 쓰레기 더미로부터 마을을 지키고자 도와달라 나타나는 정령들. 과욕에 찬 어른들의 눈이 아닌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만 정령이 보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과는 완전 달랐던 세상. 하지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결국에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처럼, 바로 지척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그런 곳을 우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허다하게 건물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뚝딱!하고 건물들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개발이 되지 않는 곳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있는대로 땅을 개간하고 건물이 들어서고. 덕분에 자연이 숨쉴 곳은 점점 줄어들고, 일부러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맑은 공기 푸르른 환경은 구경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세상은 삭막해져만 가는데 그것에 익숙해져 편한 것들만 찾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만든 낯익은 세상.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가져다 드리던 막걸리도, 그 막걸리를 사기 위해 뛰어다녔던 꼬불꼬불한 시골길도, 할아버지에게 가기 위해 헤치고 다녔던 갈대숲도, 그런 때가 있었나 하는 막연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편해진 세상. 그것은 예전에는 낯선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간편하고,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어진 세상이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낯익은 세상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낯익은 세상에서 이제는 낯설게 되어버린 옛 추억을 더듬어봅니다. 울적해지는군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을까요. 내 속에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있는거냐? 저도 묻고 싶습니다. 순수했던 내가 이제는 잘 보이지 않네요. 영영 사라져버릴까봐 두렵습니다. 낯선 내 모습이 진짜 내가 되어버릴까봐 정말 낯익게 되어버릴까봐 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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