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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원태연 지음 / 도서출판 광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원태연 시인,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음,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의 글을 좋아한다는게 맞겠지요? 하하.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이 시집 가지고 계신 분 아마 많을 거예요. 와- 92년도에 출간되었었네요. 가격도 3천원. 지금의 책들보다는 표지가 조금 유아틱(?)하네요. 하지만 저 당시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전 이 책을 초등학교 때 접했습니다. 쿨럭, 그때는 사랑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 나이였는데 밤하늘에 흐르는 별처럼 저에게는 그런 책이었어요. 아마 어렸을 때 시집을 좋아해서 아직까지 남들보다는 조금 더 순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음; 죄송해요;)

저에게는 꿈같던 분이 소설을 쓰셨다고 합니다. 당연히 바로 달려가 구입했죠. 미발매 사운드트랙까지 있었어요. 소히 말하는 1+1. 굉장히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동화같은 이야기. 늘 시집에서 봐오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글들. 사고서 몇번은 읽었을 거예요. 이 글을 쓰기 전에도 다시 한 번 들여다봤습니다. 아.. 이건 왜 볼 때 마다 슬픈가요 T_T; 제목만 봐도 코끝이 찡해져서 좀처럼 꺼내보지 않았는데 제목이 슬픈이야기니까 울려고 만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조금 다른 감성으로 다가가지 않나, 싶습니다. 글이 참 담백해요. 시를 쓰시는 분의 글이라 글 하나 하나에 온갖 감정이 다 담겨있어요. 이것 저것 재지 않고 온전히 사람 마음 하나만을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보고 있노라면 저 깊은 곳에서 부터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피어올라요.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영화도 봤습니다. 사실, 주인공들은 썩 내키지 않았어요. 어떤 배우가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하지를 못했습니다. 내가 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잘 살려냈을까, 두려움이 컸어요. 실망하기 싫었거든요. 캐스팅된 배우들을 보니 크림 (이보영 분)은 그렇다치고, 케이 (권상우 분) ? 주환 (이범수 분) ? 권상우씨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발음이 비주얼과 연기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이범수씨는 굉장한 연기파시지만 주환이라면 샤프한 이미지를 기대했었는데 키도 살짝 케이보다 작으시고 해서 그림은 예쁘지 않았다. 뭐, 이런 생각입니다만. 의외로 케이의 연기가 괜찮았습니다. 사실, 주환과 제나의 비중은 책에서 만큼은 크지 않았어요. 책에서는 주환의 시점, 케이의 시점, 제나의 시점, 크림의 시점. 이렇게 4명의 이야기가 어느정도는 비슷한 분량으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영화에서는 케이와 크림의 두 시점 위주로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서 시인의 필체가 마구 묻어납니다. 칫솔이야기가 전 굉장히 좋더라구요. 칫솔이 하나였다가 두개, 세개. 가족이라는게 정말 그런 느낌이잖아요.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구 하나가 집을 비워 칫솔의 갯수 하나가 비면, 그 컵은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허전해 보일 거 잖아요. 캬~ 시인이 글을 쓰면 이렇게 다 예뻐보이네요. 님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여자들은 이런거 정말 좋아해요. ^^

그냥 하루 세 번 만나는 칫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보니까 예뻐보이는 거 있죠?

저, 양치할 때마다 이 문구 떠올려요. 그리고 제 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죠. 그럴 때마다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양치가 하기 싫다가도 이 문구를 떠올리면서 괜스레 웃곤 한답니다.

크림한테 케이는 이런 존재인거예요. 둘이 함께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거.
이렇게 온전히 한 사람만을 향한 사랑 해본 적 있으세요?

얼마전에 <고양이와 선인장>이 출간되었죠?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뒷 부분에 살짝 맛보기로 실려있어요. 저는 이 책에서 미리 만났죠. 땡큐와 외로워를. 책 속에 또 다른 동화를 보는 기분이었는데 읽고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시인님 나빠요..ㅜ_ㅜ

책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던지라 책리뷰인지 영화리뷰인지 모르게 되어가고 있지만 여튼, 케이와 크림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올려봅니다. 두 분 다 짝이 있지만, 이 사진에서는 굉장히 잘 어울렸어요.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예요. 책에서는 없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토대로 하되 설정을 달리 하기도 하니까요. 부분부분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케이가 아프다는 것을 직접 크림이 엿듣는다던가 하는 거요. 크림 (이보영 분) 연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으면서 터뜨리는 울음 연기를 정말 잘 하시더라구요. 울컥 울컥. 그리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승철님의 노래도 한 몫했죠. 미발매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받는 사랑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 크림과 케이를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곤 합니다. 둘은 온전히 하나였어요. 저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지는 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다시 한 번 케이와 크림을 만나고 싶네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이내 녹아버릴까 마음졸이게 되는, 눈싸움을 하고 싶은데 밤은 깊었고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이 다 녹아버리면 어쩌나 그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마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야기였습니다.